볼라벤 태풍 / 윤경자
그날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오래전부터 엄마는 태풍이 온다고 하면 언제라도 피신할 경우를 대비해 옷과 중요한 물건들을 싸놓고 준비하곤 했다. 뉴스에서는 역대급 태풍이 온다고 방송을하고 하우스나 집 주변을 단단히 준비하라고 했다. 우리는 무화과를 재배하려고 하우스 600평을 짓고 마무리한 후 무화과 묘목을 준비 중이었다. 창고 옆으로 30평 되는 연동 하우스도 있다. 그곳에는 조를 사다놓고 보관하고 있었다. 낮에는 바람이 서서히 불더니 저녁때부터 시작된 태풍이 밤에는 마당에 있는 큰 통과 하우스 주변에 있는 판넬들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나무도 우지직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뭐가 날아가는지는 모르지만, 텅텅 드르륵 뜨르륵 쿠다당 뉴스를 보니 밖에는 절대로 나가지 말라는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밤 12시 태풍은 우당탕 쿵 쾅 쾅쾅쾅! 쉬지 않고 불어 집도 날아갈 것만 같았다. 나는 그래도 하우스에 가보자고 하니 남편은 끄떡도 하지 않고 하우스가 날아가든 위험하니 나가지 말라고 했다. 무서운 바람에 나도 나가 볼 엄두도 못 냈다. 밤새 이불을 감싸고 누워 태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아침이 되자 볼라벤은 목포를 통과하였다고 하였다. 부스스한 눈으로 논에 가보니 이건 가관이다. 새로 지은 600평 하우스가 파이프가 모두 뽑힌 채 엿가락처럼 휘어져 하늘을 보고 있고 연동 하우스도 뽑혀 비닐이랑 차광막이 뒤엉키고 뽑혀서 등나무처럼 얽혀있었다. 면사무소에서는 태풍피해 조사를 군에 보고했는데 우리 집도 하우스 피해를 보고해서 조사하러 나왔다. 남편더러 나가 보라고 했더니 안 나간다고 했다. 어느 방송사인지 모르지만, 나더러 하우스에 들어오라고 하고 인터뷰했다. 나는 먹고 살려고 밑천 들여 하우스를 지었는데 어떻게 사느냐고 한탄했다. 그런데, 이튿날 한국방송 메인 방송에 내 얼굴과 우리 하우스가 나왔다. 체념한 내 모습과 하우스를 보니 태풍의 피해를 받아들이기가 엄청 힘들었다.
무화과 재배를 하지 말라는 암시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해 말어? 수없이 고민하게 했다. 다시 복구해서 하고 싶은 의욕은 아예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처분하기로 했다. 친구들과 면에서 나와서 도와주었다. 하우스 3개를 정리하고 휘어지지 않은 파이프는 다시 옆으로 옮겨 지었다. 지었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임대했다. 농촌에서는 수년째 오르지 않는 농산물 물가가 야속하기만 하다. 올해도 양파랑 마늘값이 좋지 않다고 하니 대책 없는 농사를 계속 지어야 할지 의문이다. 계산해 보면 인건비도 안 나올 때가 허다하다. 가격이 좋으면 바로 수입농산물을 시중에 풀어버린다. 대책 없어서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첫댓글 마음이 아픕니다. 힘 내세요.
세상사 어찌 좋은 일만 있을까마는 내 마음도 아픕니다. 용기가 오늘의 결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