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 용산구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구역지정 변경(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기존 구역지정 개발(안)은 서부이촌동을 포함한 566,800m²(171,457평)이었으나 최근 용산구가 서울시에 제출한 구역지정 변경(안)은 서부이촌동 124,000m²(37,500평)를 제외한 442,000m²(133,700평)에 달할 전망이다.
용산구에서 변경(안)을 제출한 이유는 언론보도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과 다르지 않다. 서부이촌동 주민들 중 대림, 성원, 동원베네스트 아파트 주민이 서부이촌동 통합개발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반대하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통합개발에 찬성하는 주민들의 이유도 매한가지다.
통합개발 찬성과 결사반대, 주민들 의견이 서로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공공기관이 나서서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찬성 쪽 주장을 거들면 반대 쪽 주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테고 반대 쪽 주장을 거들면 찬성 쪽 주민들에게 몰매를 맞을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더 이상 머리 아픈 도시개발은 무리하게 진행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오세훈 서울시장은 다가 올 지자체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게 뻔하다. 임기 말 섣부른 시정활동은 플러스요인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올 해 초 터진 용산참사를 보면서 무리한 도시개발에 부담을 안고 있음이 분명하다.
한편으로는 서부이촌동 아파트를 제외하고 국제업무지구를 개발하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한강르네상스 개발계획에 의해 서부이촌동을 편입하여 국제여객선은 물론 오픈스페이스를 확보하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서부이촌동이 아니어도 주변에는 여의도와 반포지구, 노들섬(현재는 오페라하우스 건립 예정)을 잘 활용하면 국제여객선 선착장 후보군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용산국제업무지구에 건립되는 초고층 랜드마크 타워는 150층(650m)이며 그 주위를 둘러 싼 다른 건물은 70층, 50층 등 높이로 보면 오픈스페이스가 확보되지 않아도 한강조망을 가릴만한 장애물이 없다. 서부이촌동을 편입하지 않고도 국제업무지구가 건립되는 데 있어서 문제될 게 없는 것이다. 굳이 한강과 연결하여 물길을 내야한다면 서부이촌동 용산국제업무지구 편입지역에서 제외 됐던 동아그린 아파트 일대 주민을 설득하여 물길을 내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
만일, 서부이촌동을 제외하고 용산국제업무지구를 개발하면 주거지역은 100% 일반에 분양할 수 있어 사업자는 추가 수익을 낼 수 있으며 본 개발사업의 취지대로 업무시설과 관광, 문화, 쇼핑시설이 제자리를 찾게 돼 한층 더 엣지 스럽지 않을까....
필자는 국제업무지구에 주거시설과 학교 등 교육시설이 들어선 다는 것이 여간 불만스러운 게 아니었다. 자칫하면 송도국제업무지구와 같이 업무시설이 아닌 아파트 일색이 될까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부근에 위치한 용산전자상가 유통단지를 주거 및 교육시설로 재개발하면 국제업무지구 위상에 걸 맞는 도시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무튼 이번 용산구청의 결정으로 서울시에 요청된 용산국제업무지구 구역지정 변경(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통과되면 용산국제업무지구는 개발사업이 시작될 것이다.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이제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한강 조망권과 입지적 장점을 연장시키는 대신 시간이 흐를수록 슬럼화되는 서부이촌동과 지역 주민들과의 끝나지 않은 갈등의 불씨를 남기게 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가 용적율을 변경해 줄 경우 오랜 기간이 지나 재건축을 하려해도 1:1 재건축 외에는 별 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 관계자는 용적율 변경은 생각한 바 없다고 말했으며 아파트로서 존립가치가 없어지면 일괄 매수하여 생태공원으로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최근 용산구의 서부이촌동을 제외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구역지정 변경(안)이 서울시에 접수됐다는 기사가 나간 후 아파트 경매에서 서부이촌동 아파트 최초 감정가격이 11억 원에서 20% 하락한 8억 8천만 원, 그것도 두 번째 유찰 후 세 번째 입찰에서 낙찰자를 기다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번 용산구 국제업무지구 변경(안)이 서울시에서 승인을 받게 되면 개발사업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100% 철도청 부지를 개발해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개발 사업이 늦춰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한 집에 살기 어려운 인연이었는지도 모른다. 박수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데 서로 자기주장만 내세운다면 일찌감치 갈라서는 게 좋을 것이다. 어차피 헤어지는 관계라면 서로 헐뜯고 비난만 할 게 아니다.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자세도 필요한 시점이다. 평가는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완성된 후 후세에게 맡기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