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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해아침입니다.
매일 뜨는 해를 보고도
새 해라고 부르는 날입니다.
새해를 적적히 시작하려 했는데
분주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처음이 분주하면 한 해 내내 틈새가 없이 분주할까 싶어 걱정이 됩니다.
일과 상황에 매몰되면, 당신을 위한 마음의 광장에
가로등 지피기 어려울까 염려됩니다.
작심삼일이라도 좋으니, 그 작심이나
자기사명서라도 작성했으면 좋았을 터인데....
사람 만나는 일에 연초부터 지쳐가고 있습니다.
그저 그런 일상의 흐름은 이제
그만이고 싶습니다.
새해에는 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되겠습니다.
우주를 담을 것 같은 호기로움이
새롭게 있어야 하겠습니다.
새해, 온통 당신을 위해 존재하기를....
인사동 한정식 집에서 조촐히 단배식을 마치고,
정초라 드문드문 열린 찻집을 찾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이들과 정담을 나누고
새해의 전망도 이야기하다가 헤어졌습니다.
일부는 또 그냥 헤어지기 섭섭해
광화문과 한남동을 거쳐 강남까지 가서
저녁 늦게야 헤어졌습니다.
이훈석 선생,
나는 그 분을 몰락한 조선 왕가의 혈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수랏간 궁녀와 비운의 마지막 이씨조선 왕가 사이에서 태어나지 않았을까...
조선의 마지막 수랏간 궁녀 황혜성 선생과
그 집안과 매우 막역한 것을 보면서 그렇게 느낀 것인데,
전주 이씨 가문이 아니라고 하니
나의 상상력이 도가 지나쳤던가 봅니다.
아무튼 그 분은 지금 거대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한강을 모두 연꽃과 수생식물로 뒤덮는 일이지요...
양평군 일대 한강을 지금 거의 연꽃밭으로 만들고 있으면서
조만간 전국의 늪지와 강들을 연꽃의 천국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이들도
이제는 군수, 도지사, 청와대까지 나서서
나랏돈도 몇 십억씩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최불암 선생과 같은 깃수
방송국 탤런트 동기라고 하더군요...
연꽃 밭에서 나는 세상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언젠가 대전 한남대학교의 김조년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자신의 명함에 이렇게 쓰고 다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한방울의 맑은 물방울이 되겠다.
그 한방울의 물방울이 모여
세상을 맑게 하는 그날까지.>
그 글을 보고 많은 이들이 비판 겸 그랬습니다.
아무리 맑은 물을 보태도
흙탕물은 흙탕물이고, 잉크물은 잉크물이라고....
그러자 그분 이렇게 말했습니다.
희망조차 버릴 수는 없노라고....
연꽃을 심는 마음,
향과 꽃이 모두 완벽한 아름다움을 피워내는 연은
흙탕물, 오염된 세상의 궁창에서 나오듯이
이 복잡한 한반도의 자질한 세속 그 너머
비승비속(非僧非俗)이라 했던가
반신반인(半神半人), 아니면 중간계의 메신저인가
나는 이훈석 선생을 만나면 사람냄새도
신의 냄새도 아닌 초탈자의 풍류가 있습니다.
그를 알아보는,
나도 비승비속........
그 중간계의 회색 존재가 아닌지.......
<2008년 1월 2일>
조율
묵은 해 마지막 날 보낸 소포가
늦게야 받았다니 해를 묵어서 인사가 되었습니다.
다 담을 수 없어 보낸 그 글자들은
일주일의 행복을 담보하겠지요.
그리고 인생이라는 항해 그 도정에서
거친 파도가 와도 호기롭게 잘 헤쳐 나가라고,
출범하는 배 한 척 띄워 보냈습니다.
무자년 어떤 파도가 와도
잘 헤쳐 나갈 것을 믿습니다.
분수에 넘치게
시도 때도 없이
늘 고상한 채 하면
고생만 한답니다.
고상함이 무얼까....
여자들의 허영심일까?
남다름을 좆다보니
형성된 독특한 취향일까...
그러나 생각 속에서의 고상함이
상념의 고급화를 추구하는 고생이 있어도,
그런 지적 사치라면 조금은
있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
당신 생각.
내 생의 세월이 얼마나 남았을까.... 생각.
그리운 사람들.... 누가 있을까...생각.
그리운 모든 생각들은...무엇일까....생각.
내가 머리로 사랑하는 걸까.....생각.
가슴이 짜르르 울리는 감동이 없을까....생각.
생각은 왜 해야 하나..........생각....
내 미래를 그려보면서,
그 야망이 생각의 새끼줄을 타고 한없이 오르다가
어제 어떤 강의에서 들은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mistery.
Today is bless!
현재의 행복과 기쁨을 생각하다가,
오지 않은 미래, 그 자리에
당신의 의미도 그려보다가,
과거 속에서 사라져버린 의미를 새겨보다가,
현재, 진정 무엇이 행복일까...
생각 속에서 그네를 타고 노닐다가
시간은 흘러 하루가 저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 생각의 그 상념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생각.
당신 생각.
그 안에서만
향기, 환함, 따스함,
웃음, 마음의 잔치,
그런 것이 타오릅니다.
당신을 빼놓고 생각하면.....
황량함, 차가움, 시림,
불 꺼진 아궁이처럼
별빛 없는 사막의 적막한 바람,
이내 시들은 잎들처럼
상념이 죽고 맙니다.
생각 속에서 당신을 만납니다.
잠잘 때는 꿈을 만나지만,
깨어선
하늘, 별,
나무,
산, 강,
풀,
.................. 그리고
많은 이들을 만납니다.
만나는 동안 감동받은 인연들은
가슴에 그림으로 쌓여
그리움이 됩니다.
그 그리움이 인내의 한계를 넘으면
참을 수 없어
달려가 봅니다.
상념으로 참을 수 없으면
전화번호수첩 뒤적이다가
전화기 앞으로 다가갑니다.
회색빛 전화기,
따스함 오고 갈 땐 황홀한 메신저인데,
답 없는 전화기는 원수 같습니다.
전화기 노려보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전화할 데 없는 사람,
아니 전화 길이 막힌 사람,
찾아가서 만나볼 사람이 없는 사람,
아니 찾아갈 길이 없는 나 같은 사람.....
감동과 그리움이 시들어 갑니다.
그리움이 감동이라는데,
가슴이 차갑고 얇아지나요....
참 이상합니다.
첨엔 가랑잎 불붙듯 애틋하다가,
끝에 가선 싸움하다가 눈 녹듯 쉽게 헤어지고,
어떤 사람은 고상하게 늘 혼자 삽니다.
집착과 여유 사이에 그 거리가 문젠가요?
친해지면 더 가까이,
시간은 다른 모든 것들이 끼어들 틈도 없이
항상, 같은 시간, 공간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마음이야 아무리 그렇겠지만,
그리움의 틈새는 있어야 하는데,
무한정 그에게 달려갑니다.
그만, 뒤죽박죽이 되고 맙니다.
서로 엉겨서 죽이 되니,
이것이 사라진 정체성이 되어
끝내 자아가 돋아 올라와
둘을 갈라지게 만듭니다.
본디 쌀알로 있던 것들이 밥이 되지 못하고
죽이 되어 버리는
지나침과 설익음의 경계가 어딜까,
나 같은 생각속의 샌님은 인연의 밥 짓기 어렵습니다.
내가 달려가는 당신 생각,
뒤죽박죽.... 그렇게 되어선 안되겠습니다...
친한 사이를 평생 유지하려면
함께 있는 시간,
함께 있는 거리,
함께 있는 공간을 조율해야 한다는데,
나는 그것이 어렵습니다.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들과
모습 없이 존재하는 것들을
두루 생각해야 하는데,
나는 오늘도 당신의 겉모습만 그리다가
또 껍데기 생각에 그쳤습니다.
가슴 속에 생겨난 눈으로
당신을 그려야겠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당신까지
당신의 괴로움, 슬픔, 외로움, 기쁨.....느낌...
당신, 그 진중함...생명, 향기, 감동....
그런 것들을 느껴야겠는데
나는 아직도 당신의 겉모습만 그리고 있습니다.
자기의 먹이만 찾아가는 애벌레같이......
복안(複眼),
혜안(慧眼),
안목(眼目)....
그런 눈이 있어야
사람도, 균형 있게 만나고,
일도 올바로 처리할 터인데,
속 안의 눈이 아직 나는
발달하지 못했나 봅니다...
무작정
당신이 그리운 것을 보면......
<2008년 1월 2일>
외로움
아침에 전화 몇 통 받았습니다.
<나이가 있다고 포기하지 말고
이십대처럼 정열로 도전해라.>
<여자의 존재감을 키워줘라.
온 우주는 그녀를 위해 존재한다.
사랑하는 그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해라.>
<여자의 마음을 열게 하려면,
끊임없이 빛을 내서라도 헌신을 선물하라.>
<비전과 능력을 지녀라. 허황되어도,
꿈을 제시하라. 그 꿈이 처음엔 허풍이지만,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를 위해선
결국 그것을 이루게 된다.>
등등 참 많은 이야기를 조언 합니다.
외로움....
사람들은 그것을 싫어합니다.
외로움이 생겨나면
마음의 울타리 속에 침잠하거나
그 외로움을 잊으려
여기저기 그저 어울립니다.
웃고 순간순간 가벼운 만남들로 시간을 잇대어 갑니다.
그러나 나는 그럴수록 더 외롭습니다.
외로움이란,
밖에서 해결해주기 보다는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받아들임에서
그저 겪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처음 올 때,
나는 외로웠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어쩌면 영원한 이름, 그것이 외로움이 아닐까...
그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담담히
나는 당신을 그립니다.
당신은 참 멋있습니다.
외로움에 지지 않고
의연합니다.
나는 외로움과 싸우다
종종 항복을 하고 맙니다.
그래서 칙칙하고
때론 거칠은 상념이 휘젓고 다닙니다.
그래서 술도 때론 과하게 마십니다.
나는
사랑도 제대로 모른채,
사랑도 제대로 하지도 못한채,
사랑을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을 확인부터 하려고 덤빕니다.
사랑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데,
사랑은
말이 없어도,
사랑입니다.
그런데 나는,
말과 글이 앞섭니다.
사랑증명서를 요구하는 천박함,
심장을 보여 달라는 무모함,
그 심장 꺼내는 순간
이내 사랑도 없어지는데.....
사랑이 집착이 되고
그 과한 사랑은 이내 독이 되고 맙니다.
미움을 많이 받아
병들거나 죽은 사람보다
사랑이 지나쳐
병들고 죽은 사람이 더 많습니다.
사랑은 내놓는 것이 아니지요...
내 앞에 그렇게 있는 것이지요...
사랑을 확인하는 것은 아이들의 사랑입니다.
외로움을 이겨내야 사랑이겠지요.
꽃의 결정처럼
감싸서 안는 향기를 내야겠지요.
당신이 가져다주는
이 외로움...........
들뜨고 거친 나를 다림질하는
창조의 꽃입니다.
<2008년 1월 3일>
오해
내 속의 큰마음
알아주는 이 없으면
삶은 참 쓸쓸합니다.
내 마음
통째로 알아주는 이 만나면
사람의 큰 축복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이해해 주는 이
만나기 어렵습니다.
아궁이에 불을 때려면
통나무를 잘게 쪼개야 하듯이
이 마음 잘게 쪼개야 되겠습니다.
내 속에 아무리 간절함.........
큰마음 있어도
잘게 나누어 놓지 않으면
오해만 사는 것 같습니다.
장수는 자기를 알아주는 주군을 만나면
목숨을 바친다는데,
세상이 어디 그런가요......
평생 찾다가 헤매고만 말지요
그렇게 쓰임새 없이 살다가 가면 안타깝지요...
내 사랑
쓰이고 싶어
잘게 잘라도 보고, 통으로 묶어도 보고......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또 짧은 하루해 저물었습니다.
일엽편주가 된다지요.
사랑을 하면.....
거센 감정의 출렁임에 배 한척 띄우고
무엇을 바라는 이기심과
오직 상대를 위하려는 이타심이
편을 갈라 싸우게 된다지요....
이기심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속성이겠고,
이타심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인 만큼
자신을 포기하고 인내해야 가능할 텐데,
이 두 마음의 갈등은 늘 균형이 잡히지 않아요...
그러나 균형이 없으면
일엽편주, 물살에 흔들리다가
그만 침몰하고 말겠지요....
사랑의 격랑, 세파의 바다
얼마나 어려운 항해인가요...
수많은 감정의 파고가 몰아쳐 와도
매 순간 지혜롭게 헤쳐 나가야 할 터인데,
내 마음 안에서조차
두 감정이 협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해는 말아주세요...
궁극에는 오월동주,
잘라진 마음이라고 상황에 매몰된 것도 아니고,
다른 것으로 흥겹게 지냈다고, 그 흩어짐이
큰 통으로 향하는 넓음,
큰 물길 방해할 수 없으니까요.......
<2008년 1월 3일>
기다림
언제든지 전화해 주세요.
무엇이 필요하든지..........
항상 퀵서비스 가까이 부를 수 있어
내가 가진 모든 것,
당신께 보내 드리겠습니다.
내가 가진 것
알고 있나요?
줄기 곧은 마디에
새겨둔 당신의 꿈이 자라는 나무가 있어요.
그 나무 자라서 숲이 무성해 지는
자람의 비료 함께 있습니다.
꽃밭은 넓습니다.
히야신스, 장미, 튤립, 글라디올러스,
수선화와 붓꽃인가요....... 아이리스랑
향기 넘치는 국화가 가득,
호수에 잔잔히 달 떠오르면
작설차, 우전차, 국화차, 허브차,
커피도 종류별로 은은한 향이 넘칩니다.
카일라스로 가는 여행 티켓도 있어요.
갠지스, 양쯔강, 메콩, 거기에 유프라테스인가....
그곳은 온 세상 물길의 시원이라죠.
단지 물길만이 아니라
정신과 마음의 고향입니다.
당신은 그저 바라만 보면 되겠죠.....
온 세상 감싸는 타라(인생항해를 지켜주는 여신)의 눈처럼...
바람 불고, 비오고, 혹은 거센 태풍 속에도
당신에게 달려갈
퀵 서비스 부를 수 있습니다.
건조한 내 일상에 이슬처럼 내리는
마음의 폭포 담아서 드리죠.
그 폭포 하얀 포말로 부서져
마음의 깊은 여울을 만들고
계곡을 흘러가다가 산굽이 돌아 빚어놓은
내 마음의 산수화 펼칠 수도 있지.....
그렇게 내 일상의 모든 아름다움
병풍으로 만들어서 보내드리지....
전화하세요.....
당신께 보낼 것이
그 흔한 허브마을의 내음들이 아니라면,
향수공장, 그 유리병에 담겨진
인위적 향기가 아니라면,
비교할 수 없는
오직 당신을 향한 기다림의 결정,
부드럽게 빛나는
투명한 나의 보석을 보내드리죠.........
밤이든 새벽이든 관계없지요......
나의 퀵 배달부는 잠도 없습니다.
오직 당신의
전화 한 통이면..........
<2008년 1월 4일>
첫댓글 연애의 대상이 누굴까............ 궁금해지는 연애편지...8 입니다.
동주는..일단...아님...^^
나도 알고 있었음...^^
남의 연애 편지에 내가 왜 목이 마르냐??~~ 별 쓸데 없는데 내가 이렇게 신경을 써야 되겠수??!!~ 빨리 연애좀 하슈~
마음이 잔잔해지고 애뜻해지고.... 출근해서 커피한잔 옆에놓고 벽하옵빠 글 읽고 나니....따뜻한 맘이 되었네요......
동생.......오누이 결연기념 새해선물 만들어놨다....쥐띠해니..온통 우리 세상 만들어볼까?...
늘그막에(?) 인생을 다 걸고 이루려는 벽하님의 '사랑' 에 힘찬 격려를...... 열정은 이십대임을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꼭 이루시고 무자년 행복한 한해 되십시요. 연애편지, 잘 읽었습니다.
^^* 진짜 격려 맞습니까?.........그럼 <늘그막..>-요건 아니지.. 부지런한 송화낭자도 ..맺힌일들 잘 풀려서 행복한 쥐 해...만사여의하시길....
음...인연 하나 만나기가 애절하도다.*^^*
벽하님의 연애 편지 읽는것 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한테 연애 편지 받아서 읽는다면 그 감동이 지금의 배가 될까요? 그럴까요??
보내는 이가 더 행복하답니다.....사랑하는 이에게 먼저 보내세요....^^
이 글을 읽으며...찐한 감동도,짜르르 전율도 함께 느껴 봅니다 ..이 글과 같이 현실이 이루어 진다면...특히나, " 조율" 가슴에 와닿는 글입니다..보이지 않게 살짜기 조율 한다는게 쉽지 않다는거...
말이나 글은 에고의 산물..벽하님은 에고이스트..늘 쓸쓸해 보이니 내마음이 다 시려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