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 소감
얼마 전 집안 형님과 학교 동창으로부터 불법으로 download 받은 영화 ‘미나리’를 거의 동시에 카톡으로 받았다. 올해 아카데미 영화상 6개 부문 후보에 노미네이트 소식과 함께 전해 받은 영화라 불법인 줄 알면서 핸드폰 작은 화면으로 집중해서 무료 관람을 했다.
런닝 타임 1시간 55분 03초인 독립영화 ‘미나리’는 재미 교포인 리 아이작 정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한국의 대표적인 여배우 중 한 명인 윤여정씨와 소수의 캐스팅 출연진으로 제작된 저예산 영화였다.
영화는 1980년대를 시대 배경으로 한국의 한 이민 가정이 미국 사회에 뿌리내리는 과정과 거기서 파생되어 나오는 갈등과 상호 이해 그리고 치유의 단계를 생명력 강한 <미나리>의 상징을 통해 밀착된 시선으로 바라본 수작으로 평가 되고 있다.
‘미나리’는 한 젊은 부부가 가족과 함께 낯선 타국에서 정착하기 위한 지난한 과정과 실생활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을 그린 과정 영화인데 그 중심의 key word는 현실감과 현장감의 집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영화 ‘미나리’의 시나리오/각본과 감독/연출 부분에 있어 눈에 걸러지는 아쉬운 점을 아마추어 시각으로 두서없이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싶다. 그 배경에는 1만 원이 넘는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고 불법으로 보는 잘못에 대해 ‘미나리’에 용서?를 구하는 얄팍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각본 부분) (無順)
○ 10년 넘게 부부가 도시에서 병아리 감별사를 하면서 어렵게 마련한 全 재산과도 같은 돈으로 농장을 일굴 땅을 샀는데 부인되는 여자가 집을 이사하기 전 구입한 땅을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았다는 설정이 모호함
○ 농장으로 개발할 땅이라면 제일 중요한 것이 用水 문제인데 땅을 구입하기 전 用水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시나리오 상 허점이 눈에 보임
○ 거주지 이전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는 설정은 일면 이해가 되지만 자식이 심장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과 멀리 떨어진 외진 곳으로 이사 간다는 이야기 전개는 쉽게 이해되지 않음
○ 뇌졸중(중풍)이 온 할머니 혼자 집에 남겨 놓고 식구 전체가 외출하는 동안할머니의 실수로 화재가 발생하는 장면은 작의적인 연출로 보임. 외출의 필요성이 잘 부각 되지 않고 있으며 뇌졸중 입원 치료 후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할머니가 혼자 거동한다는 설정은 과하다고 보고 있음
○ 뇌졸중(중풍) 환자에게 기독교(?)식인 퇴마 의식과 정신 이상자인 미국인 농부인 Paul이 나무 십자가를 메고 걸어가는 장면, 수맥 탐사봉을 들고 물을 찾는 장면, 한국-미국 남자아이들끼리 하는 화투 놀이 등은 시나리오의 군더더기로 불필요한 장면으로 보였음. 두 지역 (미국·한국) 간 문화/관습의 차이를 보여 줄 수 있는 영화 속 다양한 장치를 시나리오에서 아쉽게도 놓치고 있음
○ 미나리 씨앗, 고춧가루, 멸치를 할머니가 한국에서 가져 왔는데 국가 간 종자 이동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음을 시나리오 작가(리 아이작 정 감독)가 무신경하게 인지하지 못한 것 같음
(감독/연출 부분) (無順)
○ 아버지와 아들이 등장하는 <미나리> 밭,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미나리 한 줄기를 꺾어 먹으라고 준 다음, 아들 입에서 ‘맛이 있다.’라는 표현이 나왔으면 영화의 완성도에 있어 조금 더 제고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미나리>의 밝은 미래를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계기로 볼 수 있기 때문임
○ 영화 중간에 화투 8월을 의미하는 (팔 공산)이 나오는데 상징으로 표현했다면 그 상징을 잇는 장면이 뒤따라야 했을 것이다. 물론 (팔 공산)의 의미도 영화에서 잠시 언급되었으면 좋았을 것으로 봄
○ 남자아이의 심장병 상태가 호전되었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부모의 얼굴에서 넘쳐 나는 기쁜 모습이 잘 표현되지 않아 아쉬움. 아울러 부인 역을 맡은 (한예리)의 표정 연기는 아쉽게도 stereo type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아무리 저비용 독립영화라고는 하지만 병아리 감별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여자의 옷차림이 시간 경과를 무시한 채 늘 같은 웃옷을 입고 나오는 장면과 남자 주인공이 착용하는 빨간 모자가 늘 같은 형태, 같은 색으로 보이는 연출무신경은 영화에서 시간 흐름을 방해했음. 저비용 영화이지만 배우들의 의상에 좀 더 detail하게 집중했어야 했을 것으로 봄
○ 농장 집 내부의 가구 배치가 이사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불구하고 잘 정리된 느낌이라 현실감이 떨어져 보임
○ 등장인물들이 몇 차례 자동차를 타는 장면이 나오는데 누구 하나 안전 벨트를 하지 않는 무신경 연출을 보여주고 있음
○ 미국에 도착하지 얼마 되지 않은 한국 할머니가 모든 것이 낯선 타국에서 교회 예배를 참석하는 자리에서 헌금을 무단으로 몰래 집어 드는 장면 연출 역시 작의적으로 보였음
이상 영화 ‘미나리’의 아쉬운 점을 (시나리오/각본), (감독/연출) 부분으로 나누어 정리해 보았다. 이는 ‘미나리’가 완성도 높은 영화가 되기를 바라는 희망과 올해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기쁜 소식을 전하기 바란다는 오지랖 넓은 마음에서 기인했다고 자인한다.
김영수 (2021년 3월 31일)
첫댓글 어딘가에 마음을 집중하고 싶어 애꿏게 영화 '미나리'를 들먹거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