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7대책 후속으로 8월 세제개편안에 포함되었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안이 야당의 반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중과세 유예를 한시적으로 연장하자는 미봉책마저도 조세정의나 부자 감세 반대라는 명분에 막혀있어서, 연초부터 당장 2주택자 50%, 3주택자 60% 중과세가 다시 시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60% 중과세면 지방소득세가 부가되어 66% 세율이 적용된다. 예전에는 과표가 낮아서 실질 부담이 작았지만, 이제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과세되므로 정해진 세율이 곧 실질 부담률이다. 세금을 내고 남는 돈으로 다른 부동산을 대체하기는커녕 물가상승을 커버하기도 어렵다. 실질가치 기준으로 원본 잠식 가능성이 큰 것이다. 원본 잠식을 초래하는 수준의 세금은 더 이상 세금이 아니라 벌금이다.
첫째로, 다주택자도 집 한 채에서 살 뿐이고, 나머지 집은 임대한다.
2010년 센서스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자기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전 가구의 54.5%이다. 나머지 약 800만 가구가 남의 집을 임차해서 살고 있다. 그 중 135만 가구는 정부나 기업 등이 제공하는 각종 제도권 임대주택에 살고 있고, 나머지 665만 가구 대부분이 다주택자가 임대하는 주택에서 산다. (엄밀히 말하면, 다가구주택은 법상 단독주택 한 채인 것으로 분류되어 다주택자가 아니지만, 다가구주택 보유자도 임대수입과 자본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부동산 투자자이므로 여기서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
위 수치들에서 다주택자들이 우리나라 임대주택의 대다수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 명백히 드러난다. 현재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지어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려고 애쓰고 있는데, 호당 건설비가 5∼7천만 원에 달한다. 정부가 다주택자들의 역할을 대신하려면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입장에서 보면 다주택자가 제공하는 임대주택 공급 물량이 공짜로 굴러들어온 노다지라고 할 수 있다. 정부 지원 없이 다주택자들이 제공하는 임대주택을 굳이 없애고, 그만큼을 국민 혈세를 써서 다시 채워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
둘째로, 주택이 투자자산이 아니라고 아무리 주장해야 여전히 투자자산이다.
다주택 중과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주택이 자산증식의 수단이 아니라거나, 아니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부동산은 본질적으로 자산이고, 자산증식의 수단이 아닐 수 없다. 부동산을 자산증식 수단이 아니라고 믿는 “주택 탈레반”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행동하면 될 뿐이지, 본질적으로 틀린 믿음을 남들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로, 주택에 대한 투자가 늘면 주택의 양적, 질적 수준이 높아져서 국가적으로 이득이므로, 세제도 이를 지원해야 한다.
“다주택자가 남의 집을 빼앗는다”는 생각은 “집의 총 호수가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가진다. 그러나 주택은 투자를 통해 공급이 늘어나는 재화이다. 그런데 현재 시장 상황에서 명백히 드러나듯이 주택은 이익이 날 수도 손실이 날 수도 있는 위험한 투자자산이다. 주택에 투자하여 국가의 주택재고를 늘리고 국민 주거안정에 기여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격려하기 위해 대부분의 나라들은 주택소유에 대해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좀 더 넓게 보면, 주택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자본에 투자하여 자본축적에 기여하는 사람들에게 세제상 혜택을 주는 나라가 많다. 자본이득과 일반소득 중 어느 쪽에 더 무거운 세금을 부과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많은 나라에서 자본이득을 일반 소득보다 낮게 과세하거나 아예 과세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노동의 대가인 근로소득 등 일반 소득에 비해 투자자산의 가격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을 더 우대한다는 것은 우리 상식이나 정서에 맞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의 소비를 희생하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자본을 축적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프레스콧 교수는 “경제를 활기차게 만드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하며 재원을 조달하여 새로운 사람을 고용하고 옛 틀을 파괴하는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인 의사이다. 자본이득과세의 증가는 이러한 활력에 대한 직접적인 과세이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논리에서 보면 자본의 한 형태인 주택에 대해서도 불로소득이라고 매도하고 세금을 특별히 많이 매겨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실제로, 나라에 따라서 근로소득과 자본이득 간의 상대적 세 부담이 다르지만, 우리나라처럼 부동산 자본이득을 특별히 중과세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주택에 대한 구체적인 세제혜택은 나라마다 다양한 형태를 가지지만, 대부분은 우리나라와 같은 “1주택 소유”라는 기준보다는 “주 거주 주택”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주 거주 주택 기준이 우리나라의 소유 호수 기준과 다른 점은 몇 채의 집을 가지고 있든 간에 살고 있는 집 하나는 확실히 세제혜택을 본다는 점이다. 주 거주 주택에 대해 특별한 혜택을 주고 다른 주택에는 정상 과세할 뿐이다.
한편, 우리나라 양도소득세 납부 추이를 보면 상위 납부자 3∼4%가 총세액의 50% 내외를 납부하는 구조인데, 실거래가 과세가 시작된 2006년에 납세자 1인당 평균 세액이 갑자기 두 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상위 납세자들은 이미 과중한 세 부담을 하고 있으며, 이들의 세 부담을 더 늘린다면 주택투자가 급속도로 위축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주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누구나 전셋집을 찾고 있다. 매매가가 떨어지고 주택이 팔리지 않는 한편 전세값은 오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주택은 소득에 비해 고가이기 때문에 누구나 소유할 수는 없다. 선진국이라고 해도 최대 60∼65% 정도의 가구가 주택을 소유하고 나머지는 남의 집을 빌려서 산다. 저소득층 가구들도 임차를 통해서나마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주거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다. “1가구 1주택”은 누구나 집을 소유할 수 있다거나 소유해야 한다는 실현 불가능한 정책목표를 추구하는 가운데, 정작 보호받아야 할 저소득층 임대주택 시장을 교란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위험부담을 안고 자기 책임 하에 주택에 투자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사람들에게 적어도 중립적인 세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주택보유를 응징하고자 하는 2005년 이래의 양도소득세 중과세 조항을 폐지하고, 최소한 김대중 정부 시절의 세제로 되돌아가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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