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E A L . chapter 4
어느새 푹신푹신 이불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야.."
아.. 어제 민우혁한테 맞았었지.
교복차림에 어제 비 맞은 꼴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었나보다.
으슬으슬 춥기까지 하네.
비틀비틀 겨우 화장실로 찾아가 샤워기 물을 틀었다.
"민우혁 나쁜 새끼.
덕분에 시퍼렇네."
어제 입었던 교복을 벗으면서 왠지 또 우울해 졌다.
비 맞고 침대에서 일어날 때까지 아무도 내 방에 들어오지 않았었겠지.
누구라도 왔더라면 옷이라도 갈아입으라고 깨워 줬을 텐데.
"후우."
뜨거운 바람 나온다.
한 여름에 춥고 으슬으슬 열나면 감기겠지.
어제 비 맞고 그대로 잠들어서 그런가 보다.
난 대충 가운을 입고 다시 침대에 털썩 누웠다.
「철컥」
"김혈아, 밥 먹어"
민우혁이다.
나쁜 놈 낯짝 두껍다.
나한테 잘도 뻔뻔하게 말하다니.
"생각 없어."
"왜 안 먹어, 꼬맹이."
"먹기 싫어."
터덜터덜. 침대에 누워 있는 날 내려다 보고,
"좋게 일어나."
그래, 지금 또 니 말 안 들었다는 거지.
그래서 난데 없이 트집 잡는 거지.
나도 지겹다, 이젠.
"안 일어나? 내가 누워 줘?"
나도 일어나고 싶다고.
근데 몸이 납덩이처럼 무거운 걸 어떡해.
내가 눈을 감고 꼼짝 안 해서 민현우 또 화난 거 같다.
"아, 씨발."
내 손목을 홱 이끌어 일으켰지만.
핑글핑글, 다리에 힘을 주려던 내 의지와 달리 난 그대로 다시 주저 앉아 버렸다.
손목만 잡고 일으켜 주는 민현우.
"너 누가 엥기래?
죽을래?"
개새끼. 끝까지 매너없는 자식.
"너 왜 그래?
아, 땀 봐. 덥냐?"
미친놈, 너 때문에 성질에 안 맞는 짝사랑해서 나 병신됐잖아.
"저....
여기 있어주면.. 안되?"
무슨 생각 이였는지, 드디어 김혈아가 미친거였다.
"의사 불러준 것도 고맙게 생각해.
너가 죽든 살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그래, 나도 예상했지만 마음 구석에서 알싸한 따가운 느낌은 뭔지.
의사같은 건 바라지도 않아.
매정한 놈. 내가 자기 좋아하는 거 뻔히 알면서도.
꼴에 나도 자존심은 있는지, 눈물이 또 나기 전에 이불을 덮어썼다.
"그럼 꺼져 주든가."
"빌빌거리기는."
이성아.
너만 아니였다면... 원래 너만 없었다면.
10살 때 입양 되서 들어온 나는 어색한 생활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아줌마 아저씨한테 온갖 애교를 부려 봐도, 눈길한번 주지 않았던 거다.
방 안에서 혼자 울고 있을 때면 같이 와서 어색하게 달래주기도 했다.
그렇게 난 그애 한테 호감이 생기기 시작할 때,
민현우는 이성아라는 약혼 상대가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봐도 정말 보기 좋았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혈아 안에 있냐??"
웬일이시지, 인간미 넘치시는 대기업 사장님께서.
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 짚어 쓰고 그 아저씨를 모르는 채 했다.
"민혈아, 자는 거냐?"
민혈아?
민혈아라구요..
아저씨도 민현우만큼 정말 잔인한 사람이예요.
난 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쓰며 말했다.
"듣고 있어요, 말하세요."
"오늘 행사가 있는데 너가 참석해주며..ㄴ......"
"늦지 않고 갈게요."
"그래, 기사 보내마."
저런 형식적인 말을.
저번부터 호텔을 짓느냐 마느냐 한참 떠들어 대더니, 결국 지으셨나 보군.
무슨 행사엔 꼴에 나도 아저씨의 입양아라고
얼굴만 비춰 주는 꼴이 한 두 번이 아니였다.
그런데 오늘 따라 왠지 느낌이 이상하다.
아저씨가 굳이 내 방까지 오는 이유는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