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오빠는 감자를 좋아하신다.
우리집에 오셨을때 함께 마켓에 가서 새로운것을 구경하다가 조약돌 만한 크기로
한 이십여개 쯤 들어있는 보라색 감자 한봉지를 샀다.
아침에 예닐곱개씩 쪄서 오빠 ,올케 언니, 나 셋이서 몇번을 먹고 다 드시지 못한채
한국으로 가시고 남아 있는 세알의 감자로 저녁을 대신하려고 쪘다. 감자를 좋아하진 않지만
오빠가 사주신것을 버릴 수는 없었다.
나는 감자 보다는 고구마를 좋아해서 가끔 보라색 고구마는 구어서 먹곤 한다.
처음 사본 진한 보라색 감자 .
감자가 어떻게 이렇게 보랏빛으로 태어 날수 있는것인지 신기하다.
그리고 보라색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본다.
내가 좋아하는 색이었는지? 모르는 채로 살아왔지만 분명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색깔이다.
미국에 갓 왔을때 느낀것 중의 하나는 보랏빛을 띤 꽃들이 많은것이었다.
마을 곳곳에 가로수로 심어진 자카란타란 나무에서는 보라색 꽃이 아름답게 핀다.
그 꽃은 나무를 떠나서 땅에 떨어져 꽃길을 만들면서 그 모습과 색깔을 잃지 않는 꽃이다.
내가 오래 된 집을 팔고 새 도시로 이사를 하려고 집을 구하러 다닐때 이 동네에 그 나무가 많아서 맘에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꽃나무 자카란타는 내년 봄에도 또 아름다운 꽃을 피워 나를 기쁘게 할것이다.
그리고 하얀색과 보라색이 섞여진 키 작은 팬지
하얀색과 보라색의 조화는 환상의 색인지 서로 잘 어울리면서 한송이 꽃을 만든다.
아니 어쩌면 보라색은 모든것과 어울림을 잘하는 색인지도 모르겠다.
노랑색과도 , 베이지색과도 어울려 피어있는 팬지는 내가 좋아하는 꽃중의 하나라서
올 가을에 나의 작은 정원에 심어 놓았다.
또 하나, 내 정원에 있는 보라색 꽃을 피우는 나무를 사다 심었다.
이름은 잊은 그 나무.
이사 오기 전 집에 흐드러지게 피던 보라색으로 작은 나팔꽃 모양을 닮은 꽃을 피우던 그 나무를
놓고 온 아쉬움에 작은 것으로 사다 심었다 . 그만한 크기를 하려면 아마 수년이 더 필요할테지만 나는 기다려 줄것이다.
꽃이 필 제 철이 지났건만 가끔 한 두송이 꽃을 피우고 있다.
새로운 땅이 낯설어 꽃 피우는 시절도 잊고 있나 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제비꽃도 보라색이다.
허약했던 초등학교 시절 , 내가 혼자서 놀때 만나서 나에게 꽃의 신비를 알려준게 제비꽃이다.
작게 피어나 깨끗한 모습으로 피던 꽃 ....꽃말은 "숨은 사랑" 이라 했던것 같다.
척박한 땅에서도 고고하게 피어있던 제비꽃을 이곳에서는 볼수가 없다.
제비꽃은 동양적인 꽃이라 서양에서는 볼수가 없는것인지 아님 내 눈에 띄지 않은것인지 모르겠다.
보라색 도라지꽃.
어린시절 텃밭에 자라던 도라지 꽃은 하얀색이었는데
내 엄마가 계신 산을 오를때 군데 군데 피어있던 도라지는 보라색을 하고 있었다 .
오빠가 이번에 말해 주셨다. 산도라지는 보라색 꽃을 피우는것이라고.
엄마가 그립듯이 보라색 도라지 꽃 또한 그리움이다.
꽃을 좋아하던 우리 엄마 , 어쩜 도라지 꽃은 우리 엄마를 닮은 꽃일게다.
함께 운동하는 언니가 집에 도라지가 있다길래 좋아하는 꽃이라 했더니 씨를 받아다 주었다.
추위가 없는 이곳은 아무 계절에 심어도 된다 하지만 혹시나 해서 봄을 기다리는 중이다.
들도 아니고 산도 아닌 나의 집 정원엔 어떤 색의 도라지 꽃이 피려는지 궁금하다.
누가 나보고 무슨색을 좋아하냐고 물었을때
나는 빨간색을 좋아한다고 말해왔다.
남자 형제 셋에 딸 하나인 나에게 우리 엄마는 늘 빨간색 옷을 많이 입혀주었다.
나의 어린시절은 별명이 "빨간 잠자리" 였지만 그리 싫지는 안했던것 같다.
빨간 색깔을 좋아하고 하얀 피부 때문에 그 색깔의 옷이 잘 어울리기에
붉은색 계통의 옷이 옷장에 많이 있다.
그렇지만 내 안에는 보라색을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고 있었나 보다.
보라색을 좋아하는것을 이제사 알게 된것은 나의 무감각 탓이리라.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다.
가을이 오긴 왔나 보다.
집 앞 공원 수영장에서 들리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없어지고
플라다너스의 나뭇잎이 약간은 갈색의 마른 나뭇잎으로 떨어져 바람에 흩날리며 뒹굴고 있으니 여름은 간 것이 분명하다.
겨울이 오기전에
나는 보라색 따스한 스웨터 하나 사야겠다.
보라색이 잘 어울리는 내가 될수 있을까?
첫댓글 저는 파란색을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시절에 그림을 그리면
왠만한 배경은 파란색으로 색칠...
늘 파란색 크레용이 부족했습니다.
보라색이 어울리는 멋진 여인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화이팅 ~!!
파란색을 좋아하시는군요.
요즘 캘리포니아의 하늘은 파란색이랍니다. 늘 그렇지만 ~
파란색 하늘을 보면 적토마 님 생각이 나겠네요.
적토마 님도 "화이팅 !!"
@아녜스
저는 보라색 꽃을 보면서
아녜스님을 생각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곳 한국의 하늘도
무척 파랐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렇군요.
나이가 들어서 보라색이 좋아졌나 봅니다.
린하님은 뜨게질을 하시는군요.
린하님도 연보라빛 스웨터가 잘 어울리실것 같습니다.
감사 합니다. 린하님 !!!
조금쯤 나른했던 오후
업무 중간에 아녜스님의 잔잔한 보라예찬을 읽고
있노라니..
보라색 그것은 아녜스님의 그리움으로 읽힙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 오빠에 대한..
그리고 모국의 향수와 그리움의 빛깔
지금 이 곳 하늘은 미세먼지로 가득하건데
그것마저도 아녜스님의 아리아리한 글 빛깔의 여운
탓인지 잠시 보랏빛향기로 아릿해져 옵니다
제가 말이지요
느므 긴글은 잘 안 읽게되는데 아녜스님의
감성에 기대어 단숨에 쭈욱 읽어 내렸네요
그곳의 날씨는 어떤지요, 오늘.. ?
미혜님 !!
저에게 용기를 주신분인걸 잊지 않고 있습니다. 낙서 같은 지난글들을 읽고 정성스런 답글을 달아주시던 분인걸 고맙게 기억하고 있답니다.
이곳의 날씨는 눈이 부시게 맑고 찬란한 가을 날씨 입니다. 가끔은 비가 그리울 정도로요.
계절의 변화를 그리 크지 않지만 그래도 사계절이 있지요.
저는 한국의 사계절을 함께 느끼기에 가을 여인으로 살아가고 있답니다.
지금은 늦은 밤 시간 이구요. 이제 자러 가려구요.
미혜님도 나른함에서 벗어나시고 즐거운 오후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미혜님 ~ !!
글 하나 올릴때가 된것 같은데...
기다리다가 내가 기린이 되었소 ~ (^_^)
@아녜스
아고, 제가 아녜스님 글 취향인 듯 하여 지난 글까지
촤륵 섭렵하긴 하였는데요.
글케 생각하셨다니 감사감사 하옵니다.
향기나는 아녜스님 글 기다리는 처자이옵니다.ㅎ
@적토마
ㅎㅎ
뜻밖인 걸요 토마님
그치만, 그 예감은 적중하였으니
돗자리 깔아도 될 듯...ㅋ
감사하옵니당
@미혜
ㅋㅋ~ 우리들의 돗자리를 위하여 화이팅~ !!
출근 길 바닥에 떨어진 총천연색 이파리들 주워다가 책상 위.
퇴근 길 큼지막 한 잘 익은 고동색 플라타너스 툭툭 털어다가 TV 앞.
정말로 가을 다 갑니다.
님.
보라색 의상은, 검정색 만큼이나 자신있게 어울리게 입으셔요~~
(바이올렛 흐드러진 드넓은 도라지밭 을 쟁기질 하자 하는 사람들 말리느라...)
향적님은 그렇게 가을을 보내고 계시는군요.
플라타너스 마른 잎에선 이상한 향내가 난다고 느끼는것은 저만일까요?
이젠 어울리지 않아도 입고 싶으면 입는 용기를 가진 나이를 먹은 여인이 되었는걸요.
보라색 스웨터에 검정색 바지가 어울릴것 같지요?
바이올렛 꽃도 좋아 합니다. 내 친구도 좋아하는 꽃이지요,
저도 보라색을 좋아합니다
어느 어르신이 백발에
보라색 브릿치가 어찌 멋지든지
저도 꿈꾸고 있습니다
쟈스민도 보라로 꽃피우고
그 향기도 얼마나 진한지요
보랏빛 감자로 추억하는
오빠야는 고향의 향수까지 보태어진 진한 그리움이네요
라벤다 가득한 밭을 상상해보는
보라빚 저녁이네요
정아님 !!!
상상으로도 백발에 보라색 브로치가 얼마나 멋질지를 알것 같네요
어디서든 보라색 브로치가 보이면 사렵니다.
저도 쟈스민 향기를 좋아합니다, 저의 집 뜰엔 하얀 쟈스민이 있습니다.
라벤다 ...그 꽃또한 보라색이군요.
고맙습니다. 정아님 ~~
보라색 예쁘지요.
아침에 피는 나팔꽃 도라지꽃
아름다운데
고운 님
보라색 쉐타에
검정스커트 예쁠것 같아요.
댓글 감사 드립니다.
보라색은 왠지 차가운듯 하지만 따스함을 품고 있는듯 합니다.
어느집 담벽을 가득 메웠던 보랏빛 나팔꽃을 윤정님 덕분에 떠올려 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가을에는 보라색
옷도 어울릴것 같애요~^^
가을엔 국화가 가장 떠오르는 꽃이지요. 나국화님 !!
건강 하시고 즐거운 나날 되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보라빛 도라지 꽃밭에 가보고 싶네요.
가방이 너무 예뻐요.
늘 평화를 빕니다.
저도 첨에 이민와서 보라색 꽃이핀 나무들이
많아서 이상한 기분도 들었읍니다.
아녜스 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의여동생들을
생각하여 봅니다.
누나들처럼 여동생들도 제생각을 많이
하여 주어서요.
보라색감자..비닐봉지에 30여개 정도씩
포장된 것 말씀하시나 봅니다.
저도 고구마를 감자보다 좋아해서
보라색 고구마를 자주 먹고있지요.
따스한 봄볕아래 고향의 동산에서 보았던
보라색 제비꽃...마음이 아늑하여 집니다.
제가 느낀것을 무악산님도 느끼셨군요.
첨엔 좀 낯설었는데 이젠 애정을 갖게 된것을 보면
오래 살았구나 생각이 든답니다.
맞습니다. 그 비닐 봉투...트레이드 조에서 파는 보라색 감자. ㅎㅎㅎ
저의 오라버니들도 무악산님처럼 성실하게 열심히 그리고
착하게 사시는 분들이십니다.
복 많은신 무악산 님이십니다. 가족의 사랑이 넘쳐남이 느껴지거든요.
시애틀은 좀 추워질텐데 건강 잘 지키시길 바랍니다.
정열적인 빨간색을
좋아한다는 아네스~
그 내면에는 보라로 물던
꿈꾸는 소녀같은 아네스~
추억에 동산에서
옛날 동심에 글에 기웃하고
오늘도 아네스에게
축복과 즐거운일만~()
고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리 정열적인 여인이 되지는 못합니다. 마음뿐이고~~
마음은 여전히 덜 성숙된채 이렇게 살아가는것이 잘 하는것인지 모르겠구요.
댓글이 저에게 기쁨을 주셨습니다.
행복 하세요.
보라색을 잠시 생각해봤네요.
그리고 뭐가 있을까?
그간 생각없이 보라색을 접했었네요.
감자꽃 도라지꽃.
저는 진초록을 좋아합니다.
진초록잎에 베리꽃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제 친구 하나는 초록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 친구 처럼 베리꽃님도 아름다운 마음씨를 갖고 계실꺼란 믿음을 갖게 되네요.
제비꽃.산도라지.보라색나팔꽃.보라색들은 이뻐요..^^
그렇죠?
보라색을 갖고 핀 꽃들이 참 예쁘지요.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