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김)응국이 형도 은퇴했어요? 그러면 내가 `넘버 3'일텐데 더 열심히 해야겠네요.”
기아 최고참 이강철(38)은 1년 선배인 롯데 김응국(39)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 지도자로 변신한다는 말에 화들짝 놀랐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이강철은 김정수(42·한화 투수코치), 한용덕(39)·송진우(38·이상 한화), 김응국에 이어 나이순으로 넘버 5였다.
그러나 김정수와 김응국이 최근 지도자로 변신하면서 졸지에 넘버 3가 됐다. 송진우는 이강철과 나이는 같지만 동국대 1년 선배이고, 65년생인 한용덕은 학번과 나이로 1년 위다. 따라서 최고참 순위를 매기면 한용덕, 송진우, 이강철 순이다.
실력은 나이 순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강철은 예외다. 나이를 먹을수록 빛을 발하는 연륜과 경험으로 타자들을 맘껏 농락한다. 이강철은 지난해 신용운(21·70경기)에 이어 팀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67경기에 출장, 6승 4패 9세이브 13홀드 방어율 1.98을 기록했다. 1점대 방어율은 데뷔 15년만에 자신의 최저치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사나이' 이강철은 지난해 투수부문에서 불멸의 기록을 작성했거나 올시즌 달성을 `예약'해두고 있다. 지난해 7월25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프로통산 세 번째, 현역 두 번째로 146승 고지를 밟은 그는 1천680탈삼진을 기록중이며 19개만 보태면 삼성 선동열(41) 코치의 프로 최고 기록인 1천698탈삼진을 넘어서게 된다. 또 한 타자만 잡으면 송진우(38)에 이어 통산 두 번째로 2천100이닝 고지를 밟는다.
실력과 성실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이강철은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2004년 아테네올림픽예선전 국가대표팀에 선발됐다. 만 37세는 역대 야구국가대표팀 사상 최고령이었다.
지난해 2년 계약(4억원)을 한 이강철은 올시즌이 끝나면 새로운 기로에 서게 된다. 지난해처럼 120% 몫을 해준다면 자신의 목표대로 마흔살까지 마운드에 설 수도 있다. 이강철은 목표에 대해 이렇게 밝힌다. “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라요. 올핸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맏형으로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론 항상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사나이' 이강철의 `강철투'는 올해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