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 자전거 국토 종주3] 여주-충주 구간
지난 10월 30일 정년퇴직했다. 퇴직하면 무지갯빛 세상만 있는 것이 아님을 잘 안다. 회사 조직을 떠나서 홀로의 시간을 어떻게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가늠해보았다. 퇴직은 또다른 시작을 의미하기도 하므로 그 새로운 삶을 서울서 부산까지 자전거국토종주로 시작하기로 계획했다. 하루에 약 60여km쯤을 달리는 여정을 함께 나눈다.[기자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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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천섬은 온통 노란 은행잎의 천국이다. |
ⓒ 강복자 | |
어둑한 새벽에 일어나 명상을 하다 보면 절로 고마운 사람들이 생각난다. 아무 까닭도 없이 우리 가족을 좋아해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 했던, 그래서 우리를 포섭하고자 하는 간첩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타오 부부, 파주로 이사 후 방황하는 중학생의 아들에게 동물과 함께 사는 법과 팔극권을 소개하고 가르치며 바른 인성을 세워준 정성운 사부님 부부, 십수 년 매 분기 한아름의 신간을 보내 모티프원 방문객들께 책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나와 남편의 스타일 코디까지 해주시는 윤성중 선생님 부부... 내 삶의 오늘은 이렇듯 셀 수도 없는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가능했다는 것이 떠오른다. 그 한 분 한 분을 떠올리며 감사를 마음 속으로 말한다.
"당신의 육신이 건강하기를, 마음이 평화롭기를, 가정이 화목하기를, 관계에서 자유롭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마음을 살아 있는 모든 생명에게로 확장시켜 나간다. 이런 명상을 빨리어(Pali)로 메타 바와나(Metta Bhavana), 자애명상이라고 한다. 자애명상은 마음의 평정을 해치는 불안과 분노, 걱정과 슬픔을 가라앉혀 안정된 마음으로 되찾게 하는 특별한 효과가 있다.
자애명상을 마치고 숙소 밖으로 나가 강변 억새밭 야영을 택한 일행 텐트를 찾아 안부를 물었다. 야영은 자연과 경계를 짓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별히 아름다웠다. 오늘 달려야 할 거리는 여주에서 충주까지 약 60k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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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달려야 할 거리는 여주(강천섬게스트하우스)에서 충주(애플게스트하우스)까지 약 60km이다. |
ⓒ 강복자 | |
샌드위치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남한강변을 따라 달렸다. 활짝 핀 억새가 지천이다. 숨을 힘껏 들이마셨다. 억새와 어울렸던 공기가 내 폐로 들어와 피를 타고 온몸을 돌아 다시 나갔다. 나는 더 신성해졌다.
강천섬은 온통 노란 은행잎의 천국이다. 넓은 잔디밭 끝 미루나무 잎조차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다. 마음은 강천섬에 남아 그곳을 떠난 한참 뒤에야 가까스로 내 몸으로 찾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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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디밭 끝 미루나무 잎조차 노랗게 물들었다. |
ⓒ 강복자 | |
긴 오르막길을 올라 원주로 난 길과 헤어져 다시 긴 내리막길을 내려왔다. 내리막길은 꼭 오르막길 만큼이다. 내 지난 시간들이 떠오른다. 오르막길도 내리막길도 끝이 있다는 것을 잊었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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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막의 두려움을 이겨내야 내리막이다. 내리막길은 꼭 오르막길 만큼이다. |
ⓒ 강복자 | |
한강 지류인 섬강의 길이 끝나고 다시 남한강을 만날 때쯤 동료 자전거 튜브의 바람이 빠져 도로 위에서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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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여행에서는 타이어펑크 정도는 현장에서 수리가 가능해야한다. |
ⓒ 강복자 | |
곳곳의 산과 강은 인간의 간섭을 피할 수 없었지만 비내길과 비내섬은 인공을 최대한 배제한 아름다움이 고맙다. 그것에서 철새들이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탄금대 지척에 지친 몸을 뉘었다. 바로 잠에 곯아떨어진 것은 우륵의 가야금 소리 탓이런가.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