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표류
주관을 바탕으로 쓰였으며 추천 순서는 랜덤입니다.
한정원 시와 산책
사랑하는 것을 잃었을 때, 사람의 마음은 가장 커진다. 너무 커서 거기에는 바다도 있고 벼랑도 있고 낮과 밤이 동시에 있다. 어디인지 도무지 알 수 없어서, 아무 데도 아니라고 여기게 된다. 거대해서 오히려 하찮아진다. 그런데 그 마음을 페소아는 다르게 바라봤다.
이 모든 것이 내 마음속에선 죽음이요.
이 세계의 슬픔이다.
이 모든 것들이, 죽기에, 내 마음속에 살아 있다.
그리고 내 마음은 이 온 우주보다 조금 더 크다.
김소연 시옷의 세계
호기심은 예상하기를 즐겼고 예상은 맞아떨어질수록 좋았고, 나는 나쁜 쪽의 예상을 즐겼다. 낙관은 대체로 빗나갔지만 비관은 대체로 맞아떨어졌다. 낙관은 허술한 것으로, 비관은 치밀한 것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주눅은 어느새 사라졌고 긍지 비슷한 게 생겨버렸다. 의심의 기술은 점차 예민해져갔다. 목격하고 겪는 모든 일에 대한 나의 비관과 의심에 한하여 나는 낙관주의자가 되어갔다.
김애란 잊기 좋은 이름
누군가의 문장을 읽는다는 건 그 문장 안에 살다 오는 거라 생각한 적이 있다. 문장 안에 시선이 머물 때 그 ‘머묾’은 ‘잠시 산다’라는 말과 같을 테니까. 살아 있는 사람이 사는 동안 읽는 글이니 그렇고, 글에 담긴 시간을 함께 ‘살아낸’ 거니 그럴 거다.
심채경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보이저는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전진할 것이다. 지구에서부터 가지고 간 연료는 바닥났다. 태양의 중력은 점차 가벼워지고, 그 빛조차도 너무 희미하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춥고 어둡고 광활한 우주로 묵묵히 나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
김사과 바깥은 불타는 늪 / 정신병원에 갇힘
살아남았다, 오롯이 혼자서. 그게 밀레니얼들이 가진 유일한 믿음이자 존재의 이유다. 생존은 밀레니얼들의 유일한 업적. 탄생의 순간부터 펼쳐진 무자비한 배틀로얄에서 살아 남았다는 것. 주위 사람들은 모두 죽어 없어졌는데도 불구하고 혼자서 고독하게 살아남았다는 이 멜랑콜리한 느낌. 그 기묘한 정서가 그들을 마비로 이끄는 것이다. 그들은 예감한다. 영원히, 끝없는 인간 사냥이 펼쳐질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 사냥터에서 자신은 계속해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맹목적 믿음이 또한 함께한다.
전혜린 목마른 계절
지엽적인 여성의 결점은 모두 이러한 비실존적 생활 태도에서 나온 것이므로 우리는 여성의 결점을 열거하는 것보다도 우선 우리 존재의 문제를 좀더 밝혀야 한다고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즉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경제적으로 비의존적으로 투기가 가능해진다면, 아니 한마디로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남성의 그것과 동등해진다면, 여성의 근본 결함인 비진정 불성실한 생활 태도는 자연 소멸하고 여성도 보다 높은, 보다 참된 과제를 자기의 생활 과제로 삼게 될 것이다. (1960년)
황정은 일기
그래도 나는 자주 바란다고 말하고 믿는다고 말한다. 예컨대 당신의 건강을 바라고 사람의 선의를 믿고 굳이 희망하는 마음을 나는 믿는다. 믿어 의심치 않겠다는 믿음 말고, 희구하며 그쪽으로 움직이려는 믿음이 아직 내게 있다. 다시 말해 사랑이 내게 있으니, 사는 동안엔 내가 그것을 잃지 않기를.
이소호 시키는 대로 제멋대로
나이가 들수록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엄마가 불쌍하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 내가 엄마가 될 나이가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혼이란 제도를 벗어난 여성들의 삶은 어떠할까. 어떤 제도와 관계없이 지붕 아래 남겨진 모든 여성은 불행하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불행했다. 몸에 구멍이 하나 더 있다는 이유로.
박완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우리가 아직은 악보다는 선을 믿고, 우리를 싣고 가는 역사의 흐름이 결국은 옳은 방향으로 흐를 것을 믿을 수 있는 것도 이 세상 악을 한꺼번에 처치할 것 같은 소리 높은 목청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소리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선, 무의식적인 믿음의 교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
모두
각자의 개성과 시선으로 세상 그리고 생을 바라본
한국 여성이 쓴 수필들이야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읽는 이에게 진한 여운을 줄 거야
자신의 글들이 조각조각 유명해져도
누구의 글인지도 모른 채 소비되고
손에 잡히는 건 없어서 슬프다는
어떤 작가의 말을 봤었어
이 글 속 한 문장 한 단어라도 마음에 들었다면
책으로도 만나보기를
첫댓글 천문학자~ 도서 빼고 다 읽었는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들임. 책도 다 있음 ㅎㅎ 각자 매력이나 이야기 결도 다 달라서 좋아!!
대중성 있는 작품이 하나쯤은 필요하겠다 싶어서 넣은 게 천문학자인데 여시랑 나랑 결이 맞는 것 같아서 재밌다 혼자 찔려서 내 마음을 들킨 기분이야 작가들이 문학 밖에서 얘기하는 거 너무 재밌지...☺️
@표류 ㅋㅋㅋ 김사과 작가 추천한 거 보고 뭔가 여시 찐일 것 같았음. 그리고 목마른 계절은 진짜 이맘 때 딱인 것 같어 청춘이 우수수 떨어지는 계절!
@BREE 김사과 작가 책 읽으면서 그 특유의 염세적인 시선과 문체 때문에 한참 웃었지... 맞아 이 계절에 딱인 책이야 고독하고 메마른 풍경 안에서 여성으로서의 자의식이 느껴질 때마다 이상하게 위로도 됐어
황정은 작가 좋아해서 샀는데 신기한 게ㅋㅋㅋ작가님 음성을 알아서 그런지 그 목소리로 읽혀
나도 목소리를 들어본 작가는 에세이에서 자꾸 그 작가의 음성과 말투가 들리더라 또 하나의 매력 같아
와 꼭 다 읽어볼거야 지우지 말아줘 ^^
와 ㅠㅠㅠ 여샤 나 꼭 다읽어볼거야 ㅠㅠㅠ북마크해놓고 서점 가서 한권씯 뽀사야지 좋은 추천 고마워
여기 댓글 되게 좋다
헉헉 내일 서점가야겠다~~~
제목에 홀린듯 이끌려 들어왔는데 글 너무 좋다 고마워 오늘 서점 다녀와야지
글 너무너무 좋다 고마워
시와 산책 진짜 내 인생 에세이.. 1쪽 1벅참임..
되게 낭만적인 책이야
시옷의 세계 너무 좋았어 나랑 결이 맞는데 좀더 확장되고 깊어진 어른이 말해주는 느낌이라 와닿았음 다른것도 읽어볼게 고마워!
너무좋다
일주일에 한 권 씩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