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제를 수십번이고 발라도 온통 상처 투성이인 입술을 가진터라 오히려 거울이란 것과 담을 쌓고 지내는 것이 더 좋은지도 모른다. 거울 보고 스트레스가 더 쌓일테니까.. 서랍을 열면 온통 립글로즈 투성이다. 레몬향,사과향,포도향,아로마향 ... 이렇게 일일이 전해주기도 귀찮은 것은 종류와 크기과 길이와 향기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받은 용돈을, 아니 스스로 번 돈까지 모두다 립글로즈를 사는데 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웃긴일은 립글로즈를 발라도 발라도 손이 계속 입술로 가는터라 입술이 온전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정말 심하게 뜯어서 병원에 가 치료를 받은적도 있다. 껍질을 뜯는다는게 채 아물지도 않은 살점을 같이 뜯어내 피가 계속 나고... 지금 생각해도 정말 그 때 일은 내 머리속 잠재의식에 콕 박혀 떠나갈 생각을 안 해주니..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은근히 웃기기도 했던 사건이다. 누가 그러지 않았는가? 세상 오래 살아 보니까 참 별 일 다 겪는다고. 난 그 별 일중에 하나를 겪은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왜 허탈한 웃음이 나오는지 .
벌써 시침이 1시를 향해 가고 있다. 민석씨가 기다리고 있을텐데.... 난 정말 입술 뜯는데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또 화가 나있으면 어떡하지?
파란 투피스를 끄내어 입어보려 했지만 운동을 안 하는 동안 좀 쪘는지 들어가지 않았다..
" 아뿔싸 "
입술에 있던 피가 투피스에 묻어 안 그래도 드러운 투피스가 걸레가 되었다. 혓바닷으로 입술을 살짝 핥아보니 그 씁쓸한 맛인지고.. 비릿하면서도 참 묘한 맛이로다.
┏현실
" 저 환자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거예요? "
" 아.. 김선생님 오셨어요? 며칠전에 들어왔는데 모르셨어요? "
저 간호사 너무 촐랑대는 것이 아닌가 . 가만히 서서 말하면 안되나? 촐싹거리는 폼이 참으로 가상하다. 지금 보이지 않는가? 촐싹함의 얼룩. 하얀 간호원 옷에 묻은 연한 브라운 색의 얼룩 말이다. 색깔을 보아하니 커피도 연한 것을 마시는 것 같다.
" 저 환자.. 정말 무서워요. 불쌍하기도 하고.. "
" 어이~ 김선생. 오랜만이군 "
저 쪽에서 오는 저 양반 꼴을 보아하니 무척이나 폼 잡게 생기신 닥터분.
그 간호사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같이 쌍으로 커피얼룩 을 묻히는 것은 어떤가?
" 어.. 닥터 박 ! 혹시 저 환자 알아? "
" 아.. 잘은 몰라.. 하여튼 무슨 사연인데 그래 ? "
" 그게 말이예요. 지금 테이프를 입술에 붙이고 그 위에 사진을 붙여서 그 사진을 찢고 있죠? 그런데 저 여자 , 그러니까 자기 생각에는 사진이 입술로 착각되서 사진을 찢는것이 입술을 뜯는것으로 생각되는 것이죠. 입술에 나는 피는요. 테이프를 떼다가 나는것이고요.. 불쌍하죠? "
난 지금 말하고 있는 그 간호원의 입이, 주둥이가 더 불쌍해 보인다...
저 침이 꼴깍 꼴깍 넘어가는 것 보라.....
" 그런데 민석인가 하는 남자는 누구야? "
" 아... 몇달전에 헤어진 남자친구예요. 입술에 붙인 사진 봐보세요.. 아주 남자친구 얼굴을 갈기갈기 찢네요.. 아마도 헤어진 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미쳐버린 것 같아요.. 오늘도 치료는 무리겠죠? "
첫댓글 오...^^ 짧지만 강렬한 글이었네요 잘 읽었어요. 테이프에다가 사진까지.. 실제로 장면을 생각하면 좀 이상할것 같네요 그치만 생각은 참 좋으신듯.. 잘 봤습니다~
오 원한이 많이 맺혔나보내요?? 꽤 인상 깊었어요,
순간 소름이 돋았다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