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기원에 대한 획기적인 연구를 수행한 200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조지 스무트 박사가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AP 통신이 캘리포니아 대학(UC) 버클리 캠퍼스의 발표를 인용해 30일(현지시간) 전했다. 윤석열 정부의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비판한 것으로도 낯익다.
학교의 성명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스무트는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존 매더와 함께 우주가 약 140억 년 전에 급속한 우주 팽창으로 태어났다는 빅뱅 이론을 최종적으로 확증한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1945년 2월 20일 플로리다주 유콘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입자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곧바로 버클리 연구소에 합류한 그는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데 뛰어난 경력을 보냈다"고 연구소 소장 마이크 위더렐은 추모사에 적었다. 연구실에서 조지는 '아기 우주'의 상세한 지도를 제작하는 연구팀을 이끌었다.
위더렐은 "그들은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에서 수십억 년 전의 유물 빛인 미세한 온도 변화 패턴을 밝혔다. 그 초기의 작은 변동은 오늘날 우리가 관측하는 은하계로 진화했다"고 적었다.
고인은 노벨상 상금 가운데 50만 달러를 기부해 UC 버클리에 버클리 우주물리학센터를 설립했다. 그는 2014년 버클리 연구소를 은퇴한 뒤 세계를 여행하며 기후 변화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스무트는 또 큰 인기를 끈 CBS 시트콤 '빅뱅이론'에 두 차례 카메오로 출연해 과학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려 했다. 그는 2009년 폭스 TV 게임 쇼 'Are You Smarter Than A 5th Gradeer?'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스무트는 또 파리의 천체입자 및 우주론(APC) 연구소에서 가르쳤다. APC 연구소는 온라인 추모를 통해 "우리는 그를 가장 잘 알려진 발견을 넘어 광범위한 관심을 가진 실물보다 더 큰 인물로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으로는 뉴햄프셔주 뉴런던의 여동생 샤론 스무트 보위와 두 조카, 그리고 파리의 파트너 Nóra Csiszár가 있다고 대학 성명은 전했다.
고인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었다. 2008년 이화여대에 설립된 초기우주연구소 초대 소장을 맡아 2014년까지 재임했다. 이 기간 스무트는 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내가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지식의 유효 수명이 7년이었는데 지금은 2년으로 줄었다”며 “과학과 기술의 발전 속도에 발맞추려면 다양한 분야에 관해 계속 공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23년 9월 다른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과 함께 서울을 찾아 이화여대 초청 특강 '오늘날의 우주론'(Cosmology Today)에 나섰는데 마침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삭감으로 갈등이 깊어지던 시점이었다. 홍콩과기대 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R&D 투자를 그렇게 줄이면 10년 뒤 한국은 무엇으로 먹고 살려고 하느냐”고 윤석열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과학기술 투자를 줄이면 한두 해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지만 시간이 흐르면 경쟁력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국처럼 사람에 의존하는 국가는 기초과학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상품화를 하는 게 중요하다.”
그 역시 2008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기초과학 예산을 삭감하자 다른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과 함께 "차세대 과학자들에 대한 끔찍한 메시지이며 미국의 명성을 훼손하는 결정"이란 공개 서한을 보내 추가 예산 편성을 이끌어낸 일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