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괴산에는 하루종일 비가 내립니다.
아침 일찍 우리 집에 가보니 비가 와서 공사는 중단...괴산에 온 지 6일만에 드디어 <괴산도서관>을 찾아왔습니다.
아직 괴산군민으로 전입을 하지 않아 대출은 할 수 없겠지만 인터넷을 쓰기 위해서인데요...
마당에 수 백년을 살아왔을 아름드리 큰 나무가 서 있고 건물은 지나온 세월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디지털 자료실에 오니...약 열 대의 컴퓨터...그 앞에 저같은 사람들 몇이 인터넷을 하고 있네요.
한 번에 예약 시간은 한 시간, 주어진 시간 내에 얼른 블로그에 글을 올려봅니다.
내가 입주할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미루마을 모습입니다.
정면에 보이는 집이 우리집인데요...이건 약 한 달 전 모습이고요.
위 사진이 바로 며칠 전 우리 집 모습입니다. 좀 웃기죠...ㅎㅎ...
원래 5월 말이면 마을은 어지러워도 우리 집은 마감을 해주겠다고..살게 해주겠다고 해서
집 계약을 마무리짓고 이사 날짜를 잡았는데요. 결국 공사는 마감이 안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집을 뺐기 때문에 이사는 와야했고...마을 공사는 완료는 안되었고...
결국 우리집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집에 짐만 부려놓은 채 우리는 마을 다른 빈 집을 얻어
약 한 달 정도 생각하며 곁방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사방이 공사 때문에 휑하고...우리처럼 마을에 이사는 왔지만 입주하지 못한 여러 가구들이 집안에
짐만 부려놓고 모두 마을 어디엔가 집을 얻어 임시로 거처하고 있습니다.
우리집이 하얀집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봐요.
집 모양은 모두 똑같은데 색깔로 변화를 주겠다고 하네요.
흰색, 노란색, 분홍색, 하늘색, 보라색 등...파스텔톤의 바리에이션이라는데...
모두들 똑같은 색깔보다는 다양한 색으로 변화감있게 표현한다는 뭐, 그런 건데...
어쩌다 보니 우리 집은 분홍색이 당첨되었는지, 가봤더니 이렇게 발그레한 소녀같은 핑크하우스가 되어있습니다.
싱크대가 옵션이라 다른 집들은 모두 일괄로 하고 있는데 우리집만은 남편이 직접 싱크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남편은 매일매일 싱크대 공사에 여념이 없습니다.
아마도 심혈을 기울인 이것은 그냥 싱크대가 아니라 남편의 한땀 한땀이 어린 작품이 될 모양입니다.
어디 이 싱크대에서는 맘대로 요리하는 것도 어려울 듯..ㅎㅎ...
싱크대 상판까지 나무로 마감을 해서 마치 이탈리아 모던 레스토랑 마냥 아주 멋집니다.
빨리 완성이 되어 우아하게 이 주방을 즐기고 싶습니다만.
자칫 상판을 긁어먹기라도 했다간 이 예술가에게 거의 방출당하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도 살짝 듭니다..
오늘 아침, 방에 앉아 비 오는 마을 풍경을 찍어봤습니다.
우리가 임시로 세들어 살고 있는 수녀님 집 강아지는 빗속이라 집에서 꼼짝을 하지 않고,
앞에 보이는 채마밭은 우리에게 집을 빌려준 자매들이 농사를 짓고 있는 텃밭입니다.
나와 나이가 비슷한 두 자매도 6년 전에 귀농한 이들인데 얼마나 바지런한지...
한 명은 선생님, 한 명은 직장인으로 둘 다 출퇴근하는데
새벽이면 일어나 밭을 갈고, 퇴근 후에 어김없이 밭일을 나옵니다.
그렇게 두 자매가 천 평 농사를 짓는다는...참 존경스러운 분들이네요.
도시에서 내려온 저만 여유만만, 툇마루에 앉아 비 내리는 괴산 마을을 즐감하고 있습니다.
이 집은 세 자매가 나란히 집 세 채를 지어 각기 살고 있는 전원주택입니다.
내가 입주할 집과는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같은 괴산이지만 우리는 칠성면, 이 집은 문광면입니다.
집 세 채 중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집의 주인인 수녀님은 지금 캄보디아에서 봉사활동 중이십니다.
그곳에 할 일이 너무 많아 한국에 들어오질 못하신다고 하네요.
마침 집이 비어있어서 괴산에 살고 있는 휘영이 학교 학부모 소개로 오게 되었어요.
임시로 살 집인데 우리 집보다 더 풍광이 좋아서...완전 꿈꿔왔던 전원생활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한 폭의 그림같은 창가에는 소박하고 정갈하게 생활하신 수녀님의 흔적이 어려 있어요.
마리아상과 예수님과 십자가, 묵주...그리고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오래된 미래> <무탄트 메시지> 같은...
우리가 너무나 좋아하는 책들이 꽂혀있어서 마치 수녀님을 뵙지 않고도 마음이 만나는 듯합니다.
수녀님은 인터넷과 텔레비전을 사용하지 않아 덕분에 집에서 인터넷이 안됩니다.
우리 집도 아마도 인터넷이 되기까지는 약 2-3개월 걸리지 않을까요...
앞으로 괴산도서관을 적극 이용하거나, 혹은 세상과 단절하거나...ㅎㅎ...
그래도 내려오기 전에 얼른 스마트폰으로 바꿔서 그걸로 아쉬운 대로 메일과 카페 확인만 합니다.
세상에 시골사는데 스마트폰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사람의 일이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인데...이렇듯 어려울 때 마침맞게 도움주는 이들을 만날 수 있어
인생이란 새옹지마인 건지, 어렵다고 너무 좌절하지도 말고, 좋다고 너무 흥분하지도 말아야한다는 교훈을
새삼 갖게 됩니다.
우리의 거처를 예비해주신 수녀님 하시는 일이 잘 되시기를...하나님의 은혜 충만하시기를...
더불어 수녀님의 기도가 배어있는 이 집에서의 한 달 생활이 우리에게 큰 축복이기를...
기도하는 맘입니다.
괴산 미루마을 숲속에서...따시녀(따뜻한 시골 여자)로 첫 발자국을 내딛고 있는 소감이라면...
어쨌든.....
우리는 "안녕합니다."
첫댓글 폭탄같은 6월을 맞아 머리가 지끈거렸는데, 샘 글 보면서 잠시 쉽니다. ^^
선생님 집(가장 최근 것) 사진을 , 윗층 창문이 눈, 현관이 입으로 생각하고 한번 보셔요. 분홍 옷을 입은 소녀가 눈을 흘기며 뭐라고 화내는 듯한 인상인데요.."야~! 빨리 완성시켜줘!"라고 하며~ㅎㅎ(현관문에 하얀 이도 보이는 듯)
푸르른 전원풍경이 제 눈을 시원하게 만드네요. 잔잔한 선생님의 일상이 좀 부러운걸요!
미워요~
자칭 '따시녀' 참 잘 어울리네요. 밀려드는 반가움에 나른한 오후가 즐겁습니다.
드디어 숲속에 안기셨네요. 집이 완성되려면 앞으로 하나하나 손 볼일 많겠지요. 거기서 만들어질 싱그러운 이야기들, 기대하고 있을게요. 함께 하는 분들과 도움주는 이웃들 덕분에 행복해 보입니다. 무쟈게 부럽사와요~축하하고 축복합니다.
정말로 가셨군요... 가기전에 얼굴한번 볼껄 아쉽네요~~ 그곳에서 만날 수 있을지. 병록샘의 부엌구경하러 가도 되려는지.. 사진으로 보니 시골 생활 잘 적응하실것 같아서 좋으네요... 따시녀 홧팅
그러잖아도 궁금했는데 글 보니 반갑습니다. 지금은 불편하시겠지만 지나면 모두 추억일 겁니다. 차근차근 하나하나 잘 가꾸어가시리라 믿습니다. 자주 소식 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