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에서의 교육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규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식사 중의 대화는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어 소화를 도울 뿐 아니라 가족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며, 앞서 말했듯 아이의 언어능력을 키우는 데도 큰 몫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식사 중의 대화에도 원칙과 요령이 필요하다.
아이 두뇌를 발달시키는 밥상머리 대화법 “엄마는 오늘 기분 좋았는데, 넌 어땠어?” 평소 밥 한번 같이 먹어본 적 없고, 함께 있어도 대화는커녕 각자 TV 보기에 바빴던 가족은 큰맘먹고 밥상머리에 앉았더라도 어떤 대화를 할지 막막하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는 것조차 어색한데 억지로 대화하려니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 이럴 때는 서로의 일상생활부터 대화를 나누는 것이 무난하다. 오늘 유치원에서는 어떤 노래를 배웠는지, 친구와 무슨 놀이를 했는지, 엄마와 놀이터에 갔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등을 하나하나 물어보자.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만 질문하지 말고 “오늘 퇴근하다 보니 가로수 잎사귀에 단풍이 들었더라” 하는 식으로 엄마 아빠도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것이다. 엄마는 시장에 갔을 때 벌어진 일이나 옆집 또래 엄마와 나눈 얘기, 아빠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 된다. 보통 집에서는 회사 얘기를 하지 않거나 아이에게 부모의 일을 얘기해봐야 못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에게도 부모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릴 필요가 있다. “아빠는 책을 만드는 일을 한단다. 네가 좋아하는 그림책 있지? 아빤 그 책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찾고 그 사람들에게 어떤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하는 일을 해” 하는 식으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말해준다. 부모의 직업을 알면서 아이는 장래 자신의 직업을 꿈꾼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아이가 있다면 엄마 아빠가 일하면서 어렵고 힘든 점을 들려줘도 좋다. 아이는 평소와는 다른 부모의 모습을 발견해 기뻐할 것이다. 단, 단순한 푸념은 아이의 기분을 어둡게 만들므로 삼갈 것.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섞어 재미있게 말해주는 것이 좋다.
“정말? 대단한걸” 식사할 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아이가 말할 때는 눈을 마주치고 귀 기울여야 한다. “정말?” “그렇구나”처럼 아이의 한마디 한마디에 맞장구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이야기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면 부모가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준다고 느껴 큰 힘을 얻는다. 적당한 때를 봐서 “대단한걸” “그런데 엄마는 이렇게 생각해” 하고 엄마 아빠의 감상이나 의견을 가볍게 말해본다.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처럼 부모의 의견을 말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화는 서로의 생각을 추측하면서 흘려듣지 않고 세심하게 이야기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친구의 행동에 대해 넌 어떻게 생각해?” 하고 적절히 질문을 섞는 것도 좋다. 깊이 있고 풍요로운 대화를 나누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가 질문하면 음식을 삼키는 중이 아니라면 즉시 대답해준다. “왜?” 하고 꼬치꼬치 묻더라도 호기심이 왕성할 때이니 귀찮아하지 말고 아는 대로 대답하자. 바로 대답할 수 없거나 대답하기 어려울 때는 “시간을 좀 주겠니?” 하고 말한 후 나중에 설명해주면 된다.
먹을 땐 건들지 말 것! 옛말에 ‘먹을 땐 개도 건드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아이와 대화하다 보면 부모는 자신도 모르게 일방적으로 말하기 쉽다. 부모라면 당연히 ‘우리 아이는 이 부분이 부족해’ 혹은 ‘이 점에 대해서는 꼭 주의를 주고 싶어’ 하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모처럼 가족이 한자리에 모일 기회가 생기면, 이때다 싶어 이런저런 잔소리를 늘어놓게 된다. 하지만 밥상머리에서 잔소리는 절대 금물. 꾸짖거나 비교하는 말, 아이의 학습과 관련된 얘기도 가급적 피한다. 만약 대화 도중 아이가 잘못한 점을 얘기하면 “그건 네가 잘못한 것 같은데, 해서는 안 되는 일이야” 하고 짧게 주의를 준 후 다른 화제로 돌린다. 꾸중은 식사 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
가급적 다양한 표현을 사용한다 아이는 밥상머리 대화를 통해 책을 읽을 때보다 더 많은 단어를 배운다는 건 앞에서 이미 설명했다. 워낙 다양한 대화가 오가고 여러 사람이 말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많은 어휘가 쏟아지지만, 교육적 효과를 좀 더 높이려면 엄마 아빠가 의식적으로라도 다양한 표현을 쓰는 것이 좋다. 우선 밥상에서 찾을 수 있는 소재부터 다양하게 표현해보자. 사과가 ‘빨갛다’는 표현은 ‘새빨갛다’, ‘붉으스름하다’, ‘벌겋다’ 등으로 다양하게 할 수 있고, 음식의 맛도 ‘쓰다, 달다’ 외에 ‘새콤달콤하다’, ‘시큼하다’, ‘달착지근하다’ 등의 표현이 있다. 이런 표현을 쓸 때 아이가 못 알아들을까봐 “이건 이런 뜻이야” “이럴 땐 이렇게 말하는 거야” 하고 설명할 필요는 없다. 엄마 아빠가 자연스럽게 많은 어휘를 쓰면 아이는 저절로 익히게 된다.
눈높이에 맞는 대화 주제를 정한다 밥상머리에서 가족끼리 대화하는 게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한 가지 주제를 정해놓고 다양한 표현과 의견을 나누는 방식도 좋다. 아이 눈높이에 맞는 날씨, 주말여행, 나무, 쌀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이나 가족이 함께했던 경험 등이 좋다. “엄마는 요즘처럼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가 좋아. 하늘도 여름보다 더 파래진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하고 부모의 의견을 말하고 아이에게 질문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주제를 꺼내보자. 최근 감명 깊게 읽은 책 이야기를 아이 눈높이에 맞춰 들려줘도 좋다. 단, 식사시간 대화의 주제는 가능하면 가족 모두 편안한 분위기에서 먹을 수 있는 가벼운 것으로 선택한다.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했더라도 종교, 정치 같은 대립하기 쉬운 주제나 다른 사람의 험담, 불행한 일, 나쁜 소문 등은 밥상머리에서 오가지 않는 것이 좋다.
성공한 CEO들의 저녁 식탁
·미국의 유명한 컨설턴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프리 J. 폭스는 주말마다 함께 살지 않는 자녀들과 손자들까지 모두 불러 모아 가족이 저녁을 함께 먹는다. 일요일에는 직접 브런치를 만들어 자녀와 손자들에게 대접한다. 그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식탁에서 경제와 경영, 비스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고, 그의 자녀들은 지금 모두 경영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유럽 투자 법률 자문회사인 시에라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공동 창립자 찰리 마이클스는 어려서부터 매일 저녁 식탁에서 과학·역사·수학·예술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주제는 가족이 사는 나라에서부터 전 세계 정세로까지 넓어지곤 했다. 찰리와 여동생이 ‘여행기’를 발표하는 곳도 바로 저녁 식탁에서였다. 스타벅스의 전 회장 짐 도널드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에게 저녁 식탁에서 상대가 누구든 존중하라고 배웠다. 열여섯 살에 판매사원으로 시작한 그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경영철학으로 삼아 초고속으로 승진, 결국 스타벅스 최고경영자 자리에까지 올랐다.
밥상에 아이를 참여시키자 어떤 교육이든 즐겁고 재미있으면 효과는 배가되는 법. 밥상머리 교육도 마찬가지다. 밥상머리 규칙이 몸에 배고 가족간의 대화가 익숙해졌다면 밥상을 조금 더 풍성하게, 밥상머리 교육 시간이 좀 더 즐거워지는 아이디어를 동원해보자.
식사 준비를 함께한다 요리를 만들거나 밥상을 차리는 과정에 아이를 참여시키면 음식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은 물론 식욕을 돋우는 효과도 있다. 특히 아이와 함께하는 요리놀이는 표현력, 창의성, 인지능력, 언어능력 등을 기르는 효과가 크다. 아이 연령에 맞는 역할을 주는 것이 포인트. 세 돌 이전 아이에게는 엄마가 요리할 때 옆에서 식재료 몇 가지만 가지고 놀게 해도 좋다. 눈으로 관찰하고 손으로 만져보고 코로 냄새를 맡아보게 하면 저절로 오감교육이 이뤄진다. “오이는 오톨도톨하네. 무슨 냄새가 나?” 하고 느낀 점을 말해보게 해도 좋다. 만 3세 이후에는 조금 더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다. 밀가루 반죽하기, 썩은 콩 골라내기 등 요리에 도움이 되면서 아이가 즐겁게 놀 수 있는 일을 주면 자기가 만든 요리라는 생각에 더 잘 먹는다. 밥상을 차릴 때도 숟가락과 젓가락 짝 맞춰놓기, 아빠와 형제 불러오기 등의 역할을 주자. 다 먹은 후 자기 밥그릇과 식기를 싱크대에 가져다놓는 것까지 시켜도 좋다. 주말에는 아빠도 식사 준비를 함께하는 것이 좋다. 함께 재료를 다듬고 상을 차리거나, 엄마가 음식 준비를 하면 아빠가 설거지하는 등 역할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에게 올바른 성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 식사시간뿐 아니라 평소에도 집안일과 육아를 분담하면 성에 대한 편견이 생기지 않는다.
식사 후 시간을 활용한다 식사 준비를 가족이 함께했다면 식사 후 시간도 적극 활용해보자. 후식을 먹으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동요를 틀어놓고 함께 따라 부르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DVD 한 편을 함께 감상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배워 온 율동을 엄마 아빠에게 가르쳐주는 시간으로 활용해도 좋고, 가족이 함께 집 앞 공원을 산책해도 좋다. 밥상머리에서 다 하지 못한 대화를 나누는 밥상머리 교육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자. 아예 일주일 중 하루, 한 달에 두 번 정도를 ‘가족이 함께하는 날’로 정해 식사 후 취미 생활을 함께하는 것도 좋은 방법.
식사시간이 더 즐거워지는 독자들의 아이디어
1 “후식은 아이가 먹여줘요” 식사 후 디저트로 꼭 과일을 먹는 편인데, 이제 갓 돌을 넘긴 아이에게도 하나씩 역할을 주고 있다. 엄마가 과일을 씻어 그릇에 담아주면 아빠에게 가져다주거나, 아빠가 과일을 깎으면 포크로 찍어 하나씩 엄마 아빠 입에 넣어주게 한다. 아장아장 걸으며 과일을 흘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대견한지, 칭찬해주면 더 신나서 도와주려고 한다. 아이가 더 크면 요리에도 참여시킬 생각이다. - 유청(생후 14개월) 엄마 김상미 씨
2 “자기 먹을 음식은 자기가 만들어요” 세 아이 모두 간단한 반찬이나 간식을 직접 만들게 한다. 어묵국 끓일 때는 무나 감자, 어묵을 쿠키틀로 찍어 예쁜 모양을 만들게 하고, 과자 만들 때는 밀가루 반죽을 직접 하게 한다. 물론 준비와 마무리는 엄마의 몫이지만. 어려서부터 이런 역할을 주었더니 이제 큰 아이 둘은 콩나물을 데쳐주기만 하면 알아서 양념하고 그릇에 담아놓는 정도가 됐다. 수저를 챙겨놓고 냉장고에서 반찬 꺼내는 건 기본. 서너 살이면 충분히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 - 요원(만 10세), 태원(만 7세), 주원(생후 17개월) 엄마 김은영 씨
3 “식사 후 아이 과제를 함께해요” 큰아이 공부를 따로 봐줄 시간이 없어 식사 이후 시간을 교육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가족신문 만들기, 아빠 직업 체험하기처럼 가족이 함께하는 과제를 많이 내주는 편이어서 식사 후 자연스럽게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다. 유치원 과제가 없을 때는 방문학습지를 함께 푼다. 엄마뿐 아니라 아빠가 공부하는 걸 도와주니 아이가 더 좋아한다. - 다은(만 6세), 시현(생후 15개월) 엄마 배소연 씨
같은 듯 다른 외국의 밥상머리 교육 ‘가족 단란의 날’을 법으로 정한 일본 미시마 일본 야마구치현 북쪽 끝에 위치한 미시마 시는 매월 19일을 ‘가족 단란의 날’을 정해 가족이 함께 식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19일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시내 곳곳에서 가족 식사 캠페인 전단지를 돌리고, 일반 사업장은 오후 4시 30분으로 퇴근 시간을 앞당겨 퇴근을 재촉한다. 대형마트에는 ‘가족 단란 스페셜 메뉴’라는 이름으로 대용량 포장 식품이 진열되기도 한다. 비록 법으로 정한 곳은 미시마 시뿐이지만, 일본 전역에는 최근 가족이 함께 식사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수년 전 일본 정부가 아이들의 식생활 형태 조사의 일환으로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식사 풍경을 그려보라고 했는데, 홀로 식탁에 쓸쓸히 앉아 있는 그림을 그린 아이들에게 심각한 사회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의 소년원에 있는 아이는 대부분 혼자 저녁을 먹어왔다고 한다. 일본의 가족 식사 교육 모델은 우리나라 1980년대 가족 식사 문화를 본떠 만들었다. ‘가족 단란의 날’에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그림이 바로 우리나라 초등학생이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대대적 캠페인으로 식사 문화 만드는 미국 미국은 카사를 중심으로 가족 식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카사는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횟수가 많을수록 아이의 약물, 흡연, 음주 경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가족의 날’을 정하고 TV에 공익광고도 내보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1998년부터 10년 동안 거의 매일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가족이 20%나 늘었다고 한다.
식사시간에 탈무드 공부하는 유대인 교육과 배움, 그중에서도 특히 가정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로 유명한 유대인들은 식사시간에 탈무드와 유대교의 율법을 담은 ‘토라’를 공부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들에게 탈무드와 토라는 출퇴근길에도 매일 빠뜨리지 않고 읽어야 하는 것이지만, 식사시간은 특히 아버지와 함께 탈무드, 토라의 내용을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정한 집이 많다. 아버지, 가장의 권위를 중요시하는 그들이 식탁을 이렇게 활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식사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2개월 간의 밥상머리 기적 경윤이네 가족
한쪽 벽면이 책으로 가득한 거실,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 앞에 가족이 모였다. 할머니가 자리에 앉자 아빠 엄마, 두 아이가 차례로 자리에 앉는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맛있게 식사를 하는 가족들의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이 가족의 밥상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밥상 옆에 드러누워 생떼를 쓰고, 엄마는 그런 아이들의 입에 밥 한 숟가락이라도 더 밀어 넣으려고 애를 태우는,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이런 모습은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생생하게 전파를 탔다. 프로그램은 전문가를 동원해 가족에게 ‘잃어버린 밥상머리 되찾기’란 과제를 줬고, 2개월 만에 가족의 식사 풍경은 이렇게 바뀌었다. “아빠는 새벽에 출근하고 엄마도 출근 준비하느라 바빠 전에는 거의 가족이 함께 식사할 일이 없었어요. 제일 처음 받은 미션이 주말과 휴일만이라도 온 가족이 모여 식사하라는 것이었죠.” 아이들 책상에서 식사하던 가족은 당장 밥상부터 구입했다. 방석을 준비해 할머니와 엄마 아빠, 두 아이의 자리를 정하고 할머니가 숟가락을 들면 식사를 시작해 다 드실 때까지 기다린다는 규칙을 정했다. “절대 먹여주지 말라고 했는데, 처음엔 배고플까봐 안쓰럽더라고요. 그런데 두 번째 식사할 때 아이들이 스스로 숟가락을 드는 거예요. 아빠는 아이들과 대화가 거의 없었는데, 식사를 함께하면서 ‘아이들이 이런 반찬, 이런 놀이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되고 한결 친해졌어요.” 당시 전문가에게 ADHD가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은 경윤이는 지금 몰라보게 달라져 있다.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던 아이가 할머니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밥상을 지키고 앉아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어휘력이 눈에 띄게 늘었는데, 전에는 “엄마, 비가 와”밖에 말할 줄 모르던 아이가 “엄마, 비가 주룩주룩 와” 하니 유치원 선생님이 놀랄 정도라고. “사실 가족과의 식사가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줄 몰랐어요. 평소 아이들과 대화하는 법, 아이들 훈육하는 법까지 배우게 됐죠. 이제 시작 단계지만 다른 집도 꼭 함께 식사하면서 이런 깨달음을 얻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