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을 찍는 사람들
조현준, 전민규 지음
쪽수 312쪽
판형 152*225
ISBN 979-11-6861-087-3 03010
가격 25,000원
발행일 2022년 9월 20일
분류 교양 인문학
책 소개
기록을 찍고 기억을 새긴
골목의 풍경 사람의 향기
기록되지 않은, 기록을 찍는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한 권의 책, 한 장의 유인물, 하나의 작은 스티커는 어떤 과정과 사람들을 거쳐 우리의 손안에 도달할까? 대구의 한 인쇄골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다룬 『기록을 찍는 사람들』은 그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구 중구 남산동, 이곳에는 기록을 찍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인쇄골목이 자리하고 있다. 밤낮이고 종이 찍는 소리가 끊이질 않던 이 골목은 디지털 시대 도래 이후 출판, 인쇄가 사양산업에 접어들며 그 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쇄골목에서는 여전히 종이 찍는 소리가 들려온다.
“향수길과 인쇄골목은 서로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한쪽은 근대의 깊은 정취가 흐르는 한적한 길이고, 다른 한쪽은 시끄럽고 바쁘게 돌아가는 생업의 현장이다. (중략) 시간이 흘러 현재가 추억이 되고 향수를 느낄 수 있을 때가 오면 사람들은 남산동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_「남산 100년 향수길과 인쇄골목」 중에서
인쇄골목의 역사와 삶이 담겨 있는 이 책은 기록을 찍는 사람들을 기록하여, 기록되지 않았던 인쇄골목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대구 남산동, 인쇄골목을 거닐다
“인쇄골목이 한창 호황을 누렸을 때는 업체가 2,000개쯤 있었습니다. 인쇄 메카인 을지로 다음 가는 곳이 남산동이었어요. 지금은 을지로도 그렇고 남산동도 많이 쇠퇴했죠. 을지로에 있던 업체들은 파주출판단지로 많이 빠져나가고, 남산동에 있던 업체들은 대구출판산업단지로 빠져나갔어요. 그리고 세분화돼 있던 업체들이 통합돼 중소 업체가 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업체 수가 더 감소했죠. 지금은 인쇄골목에 500개~600개 정도의 업체가 있는 것 같아요.”_「인쇄의 핵심은 퀄리티에 있습니다」 중에서
1부에서는 남산동 인쇄골목의 풍경을 묘사한다. 저자는 인쇄골목을 거닐며 남산 100년 향수길과 남산동 인쇄전시관 등 이모저모를 둘러본다. 겉보기에 1990년대와 큰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변화가 없는 만큼 그 이면에는 인쇄업의 쇠퇴와 고령화, 재개발 문제 등으로 인해 생업에 대해 고뇌하는 인쇄골목 사람들의 애환이 더께더께 쌓여 있다.
2부는 인쇄골목의 풍경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생업을 이어가는 인쇄업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인터뷰 내용은 인쇄공정에 따라 크게 ‘종이 가공 → 인쇄 → 라미네이팅 → 도무송 → 제책 또는 제본’ 순으로 배치되어 있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쇄 공정이 이루어지는 단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업체들이 집적되어 있지 않으면 일의 진행이 어려운 인쇄업. 인터뷰이들은 각 인쇄 단계에서 자신의 업무와 고충을 털어놓는다. 그들이 전망하는 남산동 인쇄골목의 미래에는 인쇄골목이 소멸할 거라는 예감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이 녹아 있다.
특성화 카페의 인쇄골목 사랑
“저희 가게에서 레터프레스 방식의 인쇄를 직접하고 있습니다. 2층에 그 인쇄기가 있어요. 그 기계로 인쇄를 해서 저희가 판매하는 제품에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_「커피를 인쇄하다」 중에서
“저는 인쇄골목이 사라지지 않으면 좋겠어요.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 그런지 예전 것들이 없어지는 걸 선호하지 않거든요. 사실 옛동네가 사라지고 새 동네가 들어서는 건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죠.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개발이 이루어지면 옛것이 사라지니까요. 그 동네만의 정서와 문화, 공간이 사라지는 게 아쉽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_「인쇄소의 아들, 남산동을 디자인하다」 중에서
3부에는 인쇄골목에 불고 있는 새로운 바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쇠퇴하고 있는 인쇄골목에 들어선 이색적인 카페들. 그곳에서 커피를 만들고 건네는 사람들은 인쇄골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들을 비롯하여 새롭게 조성된 대구의 출판문화산업단지와 출판사, 헌책방골목 등 인쇄골목 밖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사진으로 보는 사라지는 풍경, 아스라한 추억
4부에는 대구 인쇄의 역사에 대해 풀어냈다. 1906년 대구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해 설립된 출판사 광문사부터, 일본인들이 권익을 보호하고 인쇄를 독점하기 위해 창립한 경북인쇄조합, 전쟁 이후 대구로 피난 온 서울의 수많은 인쇄업체 등 대구의 인쇄역사에서 주요한 부분들을 기술하여 대구 인쇄에 대해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남산동과 인쇄골목의 현재에 대한 통계자료를 제시하여 그 특성과 한계를 드러낸다.
5부에는 저자들이 남산동 인쇄골목을 거닐며 찍은 사진을 배치했다. ‘임대’ 현수막이 걸린 인쇄소의 현재 모습과 함께 제본기, 재단기, 옵셋 인쇄기 등 평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인쇄 공정 과정을 담아내어 인쇄골목의 생생한 현장을 눈으로 담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대구의 말씨를 그대로 살린 인터뷰이들의 구술자료와 인쇄업계에서 사용하는 일본식 용어, 남산동의 인쇄 업체 현황을 부록에 수록하였다.
도시재생사업의 발판이 되기를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 시대의 발달과 함께 저물어가는 산업은 비단 인쇄에 국한되지 않는다. 쇠퇴의 길로 들어선 산업이 어떤 형태로 저물어 가는지를 파악하는 일은 향후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예시가 되어줄 것이다. 소멸의 예감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재를 기록한 이 책 또한 지역 인쇄업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사료가 된다.
하나의 기록이 누군가에게 전달될 때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는다. 종이를 만들고 글자를 인쇄하고 코팅해 하나로 묶는, 그 모든 과정에 사람이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러한 과정을 잘 알지 못하고 그 속에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오늘도 남산동 인쇄골목 사람들은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이곳이 소멸할 것을 예감하면서도 기록을 찍어내고 있다. 기록을 찍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기록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 우리네 동네 한 켠에 숨겨져 있던 이들의 작고 내밀한 기록을 차분히 넘기다 보면 한 권의 책에 담긴 여러 분들의 노고가 보일 것이다.
추천사
대구는 1900년대 초중반 근대문화 유적이 가장 잘 보존된 도시입니다. 그중에서도 대구 남산동 인쇄골목은 1930년 처음 형성된 이후, 6·25 전쟁 피란민까지 모이면서 대구의 대표적인 골목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종이 찍는 소리가 끊이지 않던 옛 정취, 인쇄업이 쇠퇴하면서 사람 발길이 끊겼던 근래 그리고 이색 카페거리로 탈바꿈한 현재의 인쇄골목까지…. 이 책과 함께 인쇄골목의 과거와 현재를 걷노라면 남산동 인쇄골목에서 살아가는 대구 시민들의 삶과 세월이 눈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_김승수(대구 북구을 국회의원)
저자 소개
조현준
대구가톨릭대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에서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운대 벽강교양대학 기초교육학부 교수로 있으며, 국어학, 한국어교육과 관련한 주제를 다룬 여러 편의 논문을 썼다. 발간한 책으로 『나를 위한 글쓰기』가 있다.
전민규
대구가톨릭대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울산과학대 외래교수로 있으며, 텍스트 언어학과 관련된 주제를 다룬 여러 편의 논문을 썼다. 글쓰기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책 속으로
p.86 특별히 할 이야기는 없고 여기서 제가 20년을 일했지만, 제품이 만들어지고 나가는 걸 보면 참 뿌듯합니다. 그리고 일을 마치고 주말이나 쉬는 날 한 번씩 물건을 사러 갈 때 제가 작업한 결과물을 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아, 내가 그래도 어떤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되죠. 모든 일이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청 대단한 일을 한다기보다는 자신이 맡은 작은 일을 해나가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 일이 다른 사람에게 작은 영향을 미치는 거죠. 앞으로도 그냥 재미있게 지금처럼 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p.133 기억에 남는 일이라…. 기억에 남는 일은 딱히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인쇄 일이 맨날 똑같은 일의 반복이거든. 내가 찍어낸 물건을 내가 보관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얼마 전에 기계를 없애면서 그나마 있던 물건도 싹 다 정리했거든요. 그리고 나는 그 안에 내용 같은 건 잘 몰라요. 인쇄만 했지, 잘 몰라. 그래도 생각을 해보면 맨날 똑같이 하루하루를 살았던 것 같습니다. 기계가 돌아가는 만큼이나 나도 열심히 살았고, 기계가 없으니 나도 그냥 이러고 앉아 있고, 뭐 그렇지요.
p.219 인쇄라는 게 접근성이 좋은 것 같으면서도 나쁘거든요. 주변에서 복사기나 프린트를 쉽게 볼 수 있으니까 쉬운 것도 같지만, 전문적인 인쇄를 접하는 건 어렵게 느껴지는 거죠. 저는 그런 생각을 풀어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모일 수 있어요.
차례
기록을 전하기에 앞서
첫 번째 기록 인쇄되지 않은 기록, 대구 인쇄골목을 거닐다
1 인쇄되지 않은 기록
2 남산 100년 향수길과 인쇄골목
3 남산동 인쇄전시관
4 인쇄골목에는 인쇄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5 남산동 인쇄골목의 재개발
6 인쇄골목이 잠든 사이
두 번째 기록 인쇄하는 사람들
1 “종이, 다 같은 종이가 아닙니다” 대웅지류 직원 남영만
2 “우리가 하는 일이 그래” 다인기획인쇄 이덕영
3 “여기 인쇄소끼리 뭉치면 웬만한 인쇄는 다 돼요” 아성 씨링 프리텍 대표 유영수
4 “기계가 바쁘게 돌아가는 것처럼, 인쇄골목도 활기가 돌았으면 좋겠습니다” OO인쇄출판사
5 “종이도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다르죠” 국제라미네팅 공장장 신종민
6 “도무송인데, 그냥 인쇄라고 말합니다” 이송도무송
7 “인쇄의 꽃은 바로 제책입니더” 한국제책사
8 “그냥 막 자른다고 재단이 되는 건 아이지” OO재단소
9 “인쇄의 핵심은 퀄리티에 있습니다” 월드인쇄 대표 이광석
10 안동 소년, 인쇄골목의 어른이 되다 대양종합인쇄사 대표 남극채
11 “족보는 이제 누가 만들라 카는지 모르겠네” 대보사 대표 박도규
세 번째 기록 인쇄골목의 안과 밖에서
1 대구 지역의 출판을 지원하다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 센터장 김병주
2 늘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 곳 빨강머리앤 대표 한향희
3 “강의 교재를 만들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북랜드 대표 장호병
4 “초판이 담고 있는 시대정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월계서적 대표 김기철
5 커피를 인쇄하다 롤러커피 대표 백종환
6 디자이너에서 커피집 사장님으로 리을커피 대표 정라원
7 “정이 오가는 이 골목이 오랫동안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허밍102 대표 류빛나
8 인쇄소의 아들, 남산동을 디자인하다 즐커피 대표 양온유
네 번째 기록 대구 인쇄와 인쇄골목을 조망하다
1 대구 인쇄가 걸어온 길
2 남산동과 인쇄골목 역사와 현재
다섯 번째 기록 사진으로 본 인쇄골목
부록 1 대구 남산동 인쇄골목 구술 자료
부록 2 인쇄 업계에서 사용하는 일본식 용어
부록 3 대구 중구 남산동 인쇄 업체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