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통합예배’ 성경이 말하는 교회의 전통
대를 잇는 신앙전승 자녀와 함께 예배해야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의 신앙교육을 교회의 주일학교에 위임한다. 하지만 어떤 연유에서인지 주일학교 예배를 꼬박꼬박 드리던 자녀가 사춘기 청소년이 된 이후에는 신앙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난 이후 신앙을 지속할 이유도 교회에 나갈 이유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왜 믿음의 가정 안에서 신앙 전승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을까.
전체 한국교회 교세가 급감하고 있는 현실을 차치하더라도 청소년 복음화율이 5%도 채 되지 않는 현실은 시급히 원인을 진단해봐야 할 부분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날이 갈수록 다음세대를 위한 프로그램과 사역은 다양해지고 있지만, 이미 떠난 다음세대의 마음을 붙잡기란 쉽지 않다.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명확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
다음세대를 살리기 위해 한국교회 주일학교 예배를 부검해봐야 할 시점이다. 특히 그동안 당연하듯 예배의 공간에서 어른과 어린아이를 분리해 놓은 주일학교 예배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reconstitute는 ‘재구성하다’는 뜻과 함께 원상태로 만들어 ‘복원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제는 한국교회 회복을 위한 과제로 예배의 회복을 말하려 한다. 이를 위해 성경 속 예배의 원형으로 돌아가기 위한 ‘세대통합예배’를 제안한다.
본래 예배는 조부모와 부모, 손 자녀가 함께 모여 드리는 세대별 통합예배가 성경의 전통이었다. 지금도 유대인과 청교도들은 모든 세대가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린다. 초대교회에서 어린이들은 하나님 공동체의 일부였으며, 언제나 어른들과 함께 예배했다. 구약과 신약성경에서도 단 한 번도 아이들만을 위한 예배를 따로 드린 적이 없었다. 세대 간 통합예배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즉 성경의 통합예배를 그대로 따라해 교회의 원래 모습, 예배의 원안(原案)을 회복하자는 움직임이다.
‘세대 간 단절이 없던 처음 그 교회, 교회가 그립습니다.’의 저자 김대진 목사(교육목회연구소)는 “한국교회는 교회의 급격한 쇠락을 염려하는 동시에 그 원인과 본질을 다시 묻게 됐다. 무엇보다 달라진 시대에 우리가 그리워해야 할 교회는 몇 년 전, 혹은 몇 십 년 전의 교회가 아니다”며, 교회의 원래 모습, 그 원안을 되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목사는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은 가족이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며, 예배했다. 세대가 분리된 예배는 원래 하나님이 디자인한 예배의 모습은 아니다”라며, “어린아이부터 청장년, 노년까지 함께 예배하는 것이 초대교회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소리 없이 복음을 거부하고 교회를 떠나는 다음세대를 되찾기 위해서는 공동체를 통한 신앙 전승, 즉 모든 세대가 함께 드리는 예배의 회복이 요청된다.
다음세대를 살리기 위해 한국교회 주일학교 예배를 부검해봐야 할 시점이다. 특히 그동안 당연하듯 예배의 공간에서 어른과 어린아이를 분리해 놓은 주일학교 예배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성경에서도 ‘세대통합’ 예배를 말했다
이스라엘의 전 역사는 대대에 걸친 하나님의 사역으로 간주되며, 대를 잇는 신앙의 교육을 강조했다. 유대인들의 회당 앞에서는 ‘세대에서 세대까지(from generation to generation)’라는 문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유대인들은 지금도 통합예배를 드리며, 새벽예배는 3대가 함께 회당에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예배에서 받은 은혜는 가정으로 이어진다. 또 안식일에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식탁 만찬을 통해 신앙적인 대화를 주고받는다.
예수님은 말씀을 전하실 때 한 어린아이가 가져온 음식으로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풍성히 먹이시는 ‘오병이어(요6:9~15)’의 기적을 행하셨다. 또한 “어린 아이가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눅18:16)”는 말씀은 예수님이 어린아이와 장년을 동일한 인격으로 대우하셨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아이들 예배가 따로 분리된 이유는 무엇일까. 주일학교는 1780년 영국의 언론인 로버트 레이크스(Robert Raikes, 1735~1811)에 의해 처음 생겼다. 산업혁명 이후 영국의 빈민가의 아동을 중심으로 성경을 가르쳤던 것에서 시작한 주일학교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19세기 미국에서도 주일학교운동을 통한 부흥의 물결이 크게 일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는 구한 말 미국 선교사들이 어린이 문맹 퇴치와 복음 선교를 통해 주일학교를 활용하면서 초창기 한국교회의 성장 기틀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교회학교운동이 1980년대를 전후해 무너지기 시작했다. 주일학교운동이 기독교교육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지만, 오늘날 형식적으로 굳어진 ‘학교형 주일학교’ 체제는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다.
고신대 박영돈 교수는 “1960년대부터 한국교회에 교회학교가 활성화되면서 다음세대 신앙교육의 중심이 가정에서 교회학교로 옮겨지고, 대부분의 가정에서 부모가 신앙교육의 주체자로서 해야 할 일을 교회학교와 목회자에게 위임하게 됐다. 그 결과 교회와 가정의 분리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다”고 진단한다.
세대통합 예배는 교회가 교회다움을 회복하는 길임과 동시에, 단순히 자녀의 신앙교육을 학원처럼 교회에 위탁해버린 부모의 신앙적 방임을 극복하는 길이다. 성경은 신앙교육의 책임이 부모에게 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신6:7). 자녀의 신앙교육 대부분을 주일학교에 위임하는 식의 마음가짐은 자녀의 신앙 전수에 대한 부모의 책임감과 사명의식을 약화시킬 뿐이다.
부모와 자녀 ‘신앙성장’ 함께 이루는 예배
세대통합예배는 세대의 차이를 해소할 뿐 아니라 자녀의 성숙한 신앙의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부모의 신앙을 더욱 견고하게 세우며, 자녀들이 하나님을 경외하고 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종교 다원주의와 인본주의, 세족주의, 물질 중심주의 등 다양한 가치가 혼재된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다음세대의 신앙교육을 위해서도 세대통합예배는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대통합예배가 가정의 회복을 이끈다는 사실이다. 주일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예배할 때 가정에서도 같은 주제로 받은 은혜를 나누며 삶으로 실천하는 가정이 될 수 있다.
백석대 채영삼 교수(신약학)는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예배를 드리며, 경건의 분위기와 예배의 태도를 익히게 되고, 하나님을 향한 경외심을 갖게 된다.”며, “예배를 드리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보이지 않는 신앙적 전통이 온몸과 정서에 자연스럽게 밸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채 교수는 “세대통합예배를 통해 자녀의 신앙교육의 1차적인 주체 자가 부모라는 사실이 보다 명확해진다”면서 “교회학교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기관으로 부모의 신앙 전수 훈련이 세대통합예배를 통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물론 세대통합예배를 드리기에 앞서 갖게 되는 우려가 있다. 어린 자녀들이 예배에서 떠들거나 자리를 뛰쳐나가 예배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채 교수는 “예배 시간 아이들이 뛰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인한 불편은 온 가족과 세대가 함께 모여 예배드리는 유익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일축했다. 설교자도 다음세대 눈높이에 맞춰, “예수님이 비유풀이를 통해 쉽게 말씀하신 것처럼 모든 세대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성경을 쉽게 풀어 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물론 분리 예배에 길들여진 예배형식을 세대통합예배로 바꿔나가기 위해서는 점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한 공간 안에 모든 세대가 모여 예배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간격을 두고 통합예배를 적응시켜 가는 과정이 요청된다.
실제로 세대통합예배를 통해 다음세대가 변화되고 가정이 하나 됨을 경험하는 긍정적인 사례들이 있다. 2014년부터 세대통합예배를 드리기 시작한 목포창조교회(담임:김경윤 목사)는 예배를 통해 세대 차이의 간격이 좁혀지고 예배의 자세가 달라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창조교회는 창조와 타락, 구원, 전도 등의 12단계 ‘세대통합 경건 훈련’ 강의안을 통해 전 세대 성도들이 1년에 3번, 이야기 형식의 성경 훈련을 받고 있다.
수원 하늘누리교회 김대진 목사는 매 주일 저녁 6시, 초등생부터 장년층까지 식탁에 한데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며 주일예배를 드린다. 초대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며 예배한 것처럼 모든 세대가 참여해 떡을 떼고 말씀을 나누는 이른바 ‘디너처치’ 예배를 지향하고 있다.
김 목사는 “디너처치 예배는 세대와 세대, 교회와 가정, 주일과 평일, 믿음과 세상을 연결하는 시간”이라며, “그저 종교적인 체험을 제공하는 장소에서 벗어나 교회 공동체가 하나의 가족이 됨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옮긴글>
[출처] 세대 통합 예배 (은혜성서교회) | 작성자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