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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15] 종소리 안에 네가 서 있다
출처 조선일보 :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4/04/15/K2D3HNM3TZAKNFMVAEGMR35WFQ/
일러스트=김성규
종소리 안에 네가 서 있다
조약돌 주워 호수에
퐁!
던졌더니
동그랗게 무늬가 생긴다
동그라미 안에 동그라미
끝도 없이 생긴다
종소리 같다
물무늬처럼 번지는 종소리
종소리처럼 번지는 내 마음
종소리 안에 온종일
네가 서 있다
-장옥관(1955~)
작고 동글동글한 돌을 주워서 호수에 던져보는 시인이 있다. 호수의 수면에는 물방울이 튀고 물무늬가 생겨난다. 동심원의 물결은 연달아 일어나고 차차 넓게 퍼져 간다. 시인은 파문(波紋)을 보면서 아득한 허공에 울려 퍼지는 은은한 종소리를 떠올린다. 물의 공간이 대기의 공간으로, 시각의 감각이 청각의 감각으로 순식간에 바뀌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시인은 둥근 물무늬의 번짐과 종소리의 울림이 나의 마음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는, 그리워하는 나의 간절한 마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마음 그 중심에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을 모시고 있기에 나의 마음은 가라앉지 않고, 들뜨고, 두근거리고, 물결처럼 일렁거렸을 것이다.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든 사랑하는 사람을 보게 될 것이다. 호숫가를 걸으며, 연둣빛 새잎과 활짝 핀 꽃에서, 거울 앞에서, 약속의 정거장에서, 노래를 들으며,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서, 곁과 맞은편 의자에서, 모든 감정의 표정에서.
문태준 시인
빛명상
[빛역사 이야기] 신촌 하늘의 기적
바로가기 : https://cafe.daum.net/webucs/DVD4/280
성광의 자비가 신촌 하늘에
97년 5월 31일과 6월 1일 이틀에 걸쳐 일어났던 일로 기억된다.
아침부터 주룩주룩 내리는 빗줄기를 몽롱하게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요란하게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죄송하지만 혹시 정광호 선생님 계십니까?”
“예. 접니다만…….”
“아, 그러십니까?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화여자대학입니다.”
이화여자대학? 나는 고개가 갸웃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화여대에서 내게 전화올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혀 뜻밖의 전화였다.
“이대라……. 헌데 무슨 일이십니까?”
“아침부터 이렇게 불쑥 전화를 드려 죄송합니다. 저희가 직접 찾아뵙고 말씀을 드려아 하는 건데 이렇게 전화로 대신하는 점 양해 해 주십시오. 사실은 저희가 부탁드릴 게 하나 있어 실례인 줄 알면서도 이렇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이대에서 제게 부탁을요? 아니 어떤 부탁이시길래…….”
나는 더욱 의아했다. 이화여대에서 내게 뭘 부탁하겠다는 걸까? 내가 무슨 학문이라도 깊으니 강의를 맡아 줄 수 있겠는가, 아니면 소문나게 돈이라도 많으니 기부금을 쾌척할 수 있겠는가? 나는 이화여대에서 내게 부탁할 만한 내용이 전혀 없는 가운데 쉽게 어림가지 않았다.
“무엇부터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그러니까 보자…….ㅜ오늘은 저희 이대의 개교기념 주간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이번 주로 개교 111주년이 되지요.”
“아, 그렇습니까?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이번 주 내내 여러 가지 축하와 기념행사들이 준비돼 있고, 오늘은 그 테이프를 끊는 첫날인 셈입니다. 그런데…….”
“그런데요?”
전화 저쪽에서는 여기서 아주 잠깐동안 말을 끊었다. 무언가 말하기를 주저하는 눈치 같았다. 이윽고 다시 이어진 목소리는 한층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 아주 중요한 행사가 바로 오늘 잡혀 있습니다. 개교 111주년 기념식을 겸한 가든파티가 오늘 오후에 총장님 공관 앞에서 열리게 되거든요. 다른 어떤 행사보다 학교에서 신경을 많이 써 준비했고, 사실은 제일 중요한 행사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기념식을 겸했다면 아무래도 가장 공식적인 행사일 테니까요.”
“그럼요. 각 대학의 총장님들은 물론이고 외국에서 오신 귀한 손님들까지 상당수 참석하실 예정이니까요. 아주 중요한 자리고 말고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으니…….”
“문제라니요? 어떤 문제가 말입니까?”
“그것 참…… 대학에 있다는 내가 이런 말까지 해도 되는 건지…….”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시 또 말을 끊고 잠시 미적거렸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자꾸 뜸을 들이는 건지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편하게 말씀하세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제게 어떤 부탁을 하시겠다는 거지요?”
“좋습니다. 내 각설하고 용건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그렇게 하시지요.”
“비 좀 멈추게 해주십시오.”
“예?”
너무 엉뚱하여 순간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전혀 짐작지도 못했던 뜻밖의 일이라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이어지는 상대의 말은 나름대로 절실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저 자신도 지금 하고 있는 부탁이 온전한 것인지 스스로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하지만 오죽 답답하면 이러겠습니까? 생각을 해보십시오. 가든파티가 뭐겠습니까? 말 그대로 야외에서 하는 행사인데 날씨가 이 모양이니 한순간에 공수표로 날아갈 판입니다. 지금 대구에도 비가 옵니까?”
자연스럽게 창 쪽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창문에는 빗줄기가 한정없이 부숴지고 있었다.
“예. 옵니다.”
“그렇군요. 하긴 전국적으로 오는 비라고 했으니까…… 그러니 어쩌면 좋겠습니까? 오랫동안 힘들여 준비해온 공이 날아가는 건 그래도 둘째 문젭니다. 하지만 내외 귀빈께 어떻게 하겠습니까? 아무리 날씨 탓이라고 하지만 너무 죄송한 일이지요. 개중엔 이 행사에 참석키 위해 다른 일정을 취소하신 분도 계시고, 또 외국 VIP분들은 대부분이 이 행사 하나 때문에 한국까지 오시는 건데 보통 실례가 아니지 않겠습니까? 이대의 체면은 말할 것도 없고, 더 나아가 그 이상의 차원에서 위신이 달린 문제라고 봅니다. 개교 경축 분위기가 엉망이 되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기도 했다. 하긴 국내외 많은 석학과 저명인사들이 모처럼 어려운 시간을 내어 잡은 일정일 것인데 어쨌든 행사가 취소된다면 서로에게 민망한 일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쉽게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말씀을 들으니 곤란하시기도 하겠습니다, 글쎄요 어떻게 대답을 드려야 할지…….”
“그럼 어렵겠습니까? 듣자하니 선생님께서는 예전에도 한 번 비를 멈추신 일이 있다고 하던데요. 혹시 갑자기 전화를 드려 기분이 상하셨다면 용서하십시오.”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내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한 이유는 그건 것이 아니다. 워낙 급작스런 일이라 우주마음의 뜻을 확인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오던 비를 마음대로 멈추게 할 재주가 내게는 없다. 감히 누가 있어 자연의 현상을 멋대로 거스를 수 있는 전권을 쥐었다 하겠는가?
언젠가 대구의 <솔밭 예술제>에서 비를 머무게 한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주마음의 힘이었을 뿐, 내 개인의 재주가 아니었다. 따라서 되고 안되고를 결정하는 것 역시도 당연히 내 영역 밖의 일이다. 나는 단지 대리인으로 그분께 의탁하고 그 힘의 실현을 가운데서 중계만 할 뿐이다.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알고 전화를 하셨습니까? 솔밭 예술제 일도 다 아시고…….”
한가한 질문 같았지만 그래도 내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초광력超光力을 펼치는 데 있어서는 무엇보다 행하는 나의 마음가짐이 중요한데 일단 내 마음은 긍정적인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우주마음의 뜻이었다. 그래서 나는 슬쩍 주제를 돌려 이런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 우주마음의 느낌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이화여대라면 배재학당과 함께 개화기 때부터 이 나라의 발전을 선두에서 견인해온 등대 같은 존재이다. 근대사의 격동 속에서도 줏대있게 민족의 이정(里程)을 제시하면서 숱한 인재 배출과 신문화 전파로 오늘의 밑거름을 이룬 그 노고는 치하받아 마땅할 것이다. 이제 생일을 맞아 그 한 세기 동안의 정신을 되짚어보겠다는 자리였다. 더구나 민간외교의 차원에서 생각해봐도 그랬다. 나는 되도록이면 이 행사가 원만히 치러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혹시 어느 분의 소개를 받으셨습니까?”
“마침 우리 학교 이은화 고문이 초광력超光力학회 회원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분을 통해 선생님 말씀을 들었습니다.”
“아, 예. 그랬군요.”
“처음엔 긴가민가 했습니다. 그런데 학교 교직원들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선생님의 글을 읽었다며 똑같은 말을 하더군요. 그래서 논의 끝에 이렇게 개인적으로나마 선생님께 부탁을 드려보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나는 ‘개인적’이라는 표현에 묘한 애처로움을 느꼈다. 그러나 과학의 눈으로 중무장 되었을 대학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는 형편과 복잡한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처음 전화를 걸어놓고 그렇게 주저하는 빛을 보였던 것도 다 같은 맥락에서였으리라. 하지만 과학의 잣대로만 세상을 재려 했을 때 이 세상의 모습은 그만큼 더 좁아지게 마련인 것을…….
“선생님 어떻게 좀 안 되겠습니까? 일면식도 없는 상태에서 이런 전화를 드리는게 무례라는 건 알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한 번만 초광력超光力을 보내주십시오.”
바로 그쯤에서 느낌이 왔다.
‘된다’
언제나처럼 순간의 느낌으로 우주의 마음이 전해져 왔다. 아주 확실하고 또렸했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죠?”
“예?”
“행사시간 말입니다.”
“아 예,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입니다. 네시간 정도 예정돼 있습니다.”
“그럼 계획대로 준비를 하십시오. 그 시간 중에는 아마 비가 오지 않을 겁니다.”
“예……?”
그러자 저쪽에서는 말이 끊겼다. 잔뜩 목을 맸건만 의외로 간단한 대답뿐이니 막상 또 싱겁고 황당했던 모양이다. 한편으로 이해가 갔다.
내 말 외에는 아무런 보증이 없으니 대답을 들었대도 허탈하고 믿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하하- , 왜요? 믿기지 않으신가 보죠? 그럼 초광력超光力을 보내지 말까요?”
나는 상대의 기분도 돌려줄 겸해서 농담처럼 말했다.
“아니 뭐 그렇다는 게 아니라…….”
“믿으세요. 이왕 전화를 주셨으면 믿어야 하지 않겠어요? 이 얘기를 제가 먼저 꺼냈습니까? 아니죠? 저는 단지 전화를 받았을 뿐이에요 안되면 안된다고 하고 그냥 끊으면 그만이죠.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확신을 가지세요. 이 힘은 긍정적인 자세로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내가 하는 일이 아니고 하늘이 하시는 일이니 믿으셔도 좋을 겁니다. 제 말씀 아시겠어요?”
“죄송합니다. 저는 단지 실감이 나질 않아서…… 하지만 알겠습니다. 선생님을 믿고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열 시부터면 이제 한 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군요. 이것저것 준비하려면 부지런히 서두르셔야 되겠어요.”
전화를 끊고 나는 서울의 하늘 쪽을 향해 초광력超光力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아까의 긍정적인 느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광력을 끝내고도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내심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약속한 10시에 이르도록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치기는커녕 갈수록 빗줄기가 굵어지기만 했다. 점점 마음이 초조해졌다. 창문과 시계를 번갈아 보며 기다리는 몇 분이 그렇게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마침내 오전 10시. 그러나 끝내 비는 그치지 않았다. 이제나 저네나 하며 창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던 나는 그만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말았다. 더 이상 오는 비를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있을 수 없는 일을 바랐다는 말인가?
나는 잠시 눈을 감고 다시 한번 우주의 마음을 확인해 보았다. 하지만 별다른 느낌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니 더욱 답답할 뿐이다.
오후 1시를 훌쩍 넘어 2시가 되도록 비는 여전히 줄기차게 내렸다. 나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런 생각으로 가라앉은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덜컥 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에 꼭 그럴 것 같았다. 나는 차라리 그 사람이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나 다를까, 아까의 그 목소리다. 막상 닥치니 난감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닥쳤기에 말을 풀어간다는 것이 엉뚱하게 흘렀다.
“아 예……, 서울에도 비가 옵니까……?”
“예. 비가 옵니다.”
“예……, 그렇군요…….”
“선생님.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숨이 턱 막혔다.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 우주마음의 뜻이라 생각하십시오…….”
“그래도 다 선생님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닙니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그 기분 제가 충분히 알겠습니다만…….”
“아니요. 모르실걸요? 그래도 설마 했는데……. 정말 놀랍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건지…… 선생님은 지금 제 기분 모르실 겁니다. 내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가 않네요.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그렇다면 이게 무슨 말인가? 나는 귀를 의심했다.
“…… 그러니까, 행사가 무사히 끝났다는 말이지요……?”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딱 오전 10시가 되니까 비가 그치고 햇볕이 나더니 오후 2시까지 하늘이 그렇게 맑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더니 조금 전에 행사가 끝나니까 정확하게 비가 다시 내리는데 정말 할 말이 없더군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설마했는데 말이죠. 덕분에 내내 비 한 방울 없이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정말 감사드릴 뿐입니다. 선생님께선 우주마음을 말씀하시지만 저는 아직 우주마음을 잘 모르니 우선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랬구나…….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이 터져 나왔다. 비로소 상황을 알 것 같았다. 이미 서울 하늘엔 우주의 자비가 닿아 있었던 것을. 그것도 모르고 혼자서 끙끙 앓았던 것이다. 맥없는 웃음이 피식 흘렀다. 아무 생각 없이 대구의 날씨만 놓고 지레 걱정을 한 꼴이라니……. 그 시간 동안 비가 그친 곳은 서울 일부 지역이었을 뿐 전국적으로는 종일 비가 내렸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확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는 어찌나 반가운 소식이던지 전화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꿈결처럼 들리기만 했다.
“도대체 선생님이 어떤 분이시냐며 다른 사람들도 온통 난립니다. 그저 놀랍고 감사하다는 말 외엔 드릴 말씀이 없군요. 이 은혜를 어떻게 보답하지요?”
“하하, 어쨌든 행사가 무사히 끝났다니 다행한 일이군요. 보답은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저 보신 것처럼 사람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하늘이 분명 존재하신다는 사실만 이 기회에 확실히 아시길 바랄 뿐입니다. 그처럼 여러분께 또 다른 하늘을 깨치시는 것만으로 저는 족합니다. 그게 제 사명이기도 하니까요. 모쪼록 하늘 앞에 겸손한 마음 잃지 마시고 앞으로도 계속 훌륭한 교육을 해주십시오.”
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흐뭇한 마음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회색구름이 가득한 하늘이었지만 왠지 그렇게 높아 보일 수가 없었다. 그 높은 뜻을 모르고 잠깐이나마 마음이 흔들렸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하늘은 꾸짖음 없이 그 모습 그대로 계실 뿐이다. 침묵으로 가르치시는 그 크신 사랑이 새삼 마음을 여미게 했던 기억이다.
후일 전해 들은 얘기지만 나와 전화 통화를 한 사람은 권경수 처장이었고 권마리아씨는 후일 김수환 추기경님과 내가 귀한 인연을 맺도록 해주셨는데 그는 이날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초광력超光力에 대한 기대와 확신에 차 있었던 것 같다.
초광력超光力으로 할 수 있는 일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는 이 힘을 인간사의 범주에만 국한시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하기야 평소 가장 흔하게 초광력超光力이 행해지는 분야가 인간의 문제이고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성광(星光)의 자비는 비단 인간의 영역에만 효력이 머무르지 않는다. 보다 넓은 자연의 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즉 초광력超光力의 효력 앞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경계가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이나 자연이나 대우주의 차원에서는 똑같은 하나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반인들의 누에는 어떻게 비칠지 몰라도 초광력超光力의 힘으로 자연 현상을 통제한다는 것이 나의 입장에서는 이젠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대우주의 마음에 다시 한번 두 손을 모아 올린다. 그리고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과 병고에 지쳐 숨 쉬는 것조차 괴로운 사람들에게 대우주의 힘 – 초광력超光力을 향기로운 바람에 실어 보내다. 온 세상 구석구석에…….
출처 : 초광력超光力 빛VIIT으로 오는 우주의 힘
1999년 3월 8일 1판 1쇄 발행
1999년 4월 15일 1판 2쇄 발행
2014년 5월 28일 한정판 1쇄 P. 249-258
솔밭 예술제 – 빛VIIT의 소리
대구 수성관광호텔에 입사해 첫 기획을 맡았던 <제1회 수성 솔밭 예술제>가 생각난다. 대구 시내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동심을 화폭에 마음껏 담아 그림을 그리는 대회였다.
솔밭 예술제가 열리던 날,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대구 시내 각 학교에서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비올 확률은 95%, 특히 대구는 10%. 그것도 예상 강우량 60~70mm.
수개월 동안 이 행사를 위해 열과 성을 다 했는데 비로 인해 망쳐버릴 수는 없었다. 대부분의 동료 직원들과 관련업계에서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반대해 온 기획행사였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오늘 행사에 그림 그리러 온 아이가 다섯 명만 넘어도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다’ 며 수군거리기도 했다.
재벌이 되어보겠다는 큰 꿈이 산산이 부서진 뒤 다시 호텔업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밖에 없었고 그동안 소모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독특한 세일즈 기법을 다 동원하여 뛰어왔던 시간들이었다. 오늘 이 행사의 성패에 따라 앞으로 나의 위치가 결정되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호텔에서 총지배인이란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다시 넘어야 할 숱한 벽들……. ‘매출고’라는 냉정한 현실의 결과에 따라 나의 위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예술제를 위해 하루에 거의 15시간을 근무하면서 유치해 놓은 초등학교 학생수만 1천여 명이 넘고 여기저기서 행사 진행을 위해 초청해 둔 농악대, 전통혼례 주인공들, 경희여상의 마칭밴드, 전통 연날리기 대원들, 심지어 혼례식의 마부까지 준비해둔 상태였는데 이날 날씨만, 아니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만이라도 비가 잠시 멈춰서 기다려 준다면 성공적으로 끝이 날 것이다.
그런데 전날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하니 행사 당일 아침에 참석자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오전 7시. 이제 최종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은 행사의 책임을 맡은 나의 몫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행사가 취소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오늘 행사 하냐고 묻는데요?”
참가 신청자의 전화를 받고 직원이 내게 물었다. 행사 진행 여부를 묻는 문의전화 때문에 전화통에서는 불이 났다.
“예정대로 한다고 그래.”
나는 조금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 최선을 다했기에 이젠 우주의 마음에 맡기고 기다리면 일이 잘 풀리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행사시간이 임박해서 기어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나는 호텔 옥상으로 올라가 구름을 향해 두 팔을 높이 들어 올렸다. 하늘에 게신 그분을 향해 간절하게 마음을 모았다. 잠시 후 오던 비가 그치면서 구름이 밀려나고 맑은 하늘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오후 2시까지 시간을 줄테니 일을 잘 마무리하라’는 순간적인 우주의 느낌이이랄까, 빛VIIT의 소리가 들렸다.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빗발은 자취를 감추고 사방에는 밝은 햇살이 내리비쳤다. 다른 지방에서는 모두 비가 내리고 있다는 뉴스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지만, 행사장의 하늘은 화창하기만 했다.
한참 행사가 무르익을 무렵, 시게는 정오를 지나고 있었다. 나는 직원들에게 그림을 서둘러 완성하라고 지시했고 오후 1시 30분이 되자 모든 그림을 거둬들이고 빨리 모든 참가자들을 실내로 이동시켰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요.”
“다른 말 하지 말고 빨리 사람들이나 이동시켜!”
직원들은 무슨 변덕이냐는 듯 투덜거리며 마지못해 내가 시키는 대로 따랐다. 그러나 정확히 오후 2시가 지나면서 하늘에서는 다시 빗줄기가 쏟아져 내렸고, 직원들은 귀신을 본 것처럼 혀를 내둘렀다. 또한 그 호텔이 생긴 이래로 매출 기록을 갱신되는 날이기도 했다.
그날의 행사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에 힘입어 불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호텔은 호황기를 맞을 수 있었다.
그 이후 원고를 마감할 즈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난 번 책을 읽은 한 중연 여인이 혹시 정 선생님께서 지난 87년 수성호텔에서 근무하셨던 분이 아니냐고 다소 들뜬 목소리로 물어왔다. 그날 그녀는 딸아이와 함께 직접 학회를 방문했다. 범어 4동 김외태씨는 당시 딸아이가 초등학생으로 수성솔밭예술제에 참가했었다고 했다. 이제 그 아이가 커서 대학 입시를 치르려 한다는 예기와 함께…….
두 모녀에게 각별한 초광력超光力을 보냈다. 언제나 행복하고 시험에 꼭 합격하기를 바라면서.
대학 합격자 발표 후, 그 아이가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도 들려 왔다.
출처 : 초광력超光力 빛VIIT으로 오는 우주의 힘
1999년 3월 8일 1판 1쇄 발행
1999년 4월 15일 1판 2쇄 발행
2014년 5월 28일 한정판 1쇄 P. 244-248
학회장님의 빛역사 이야기 감사드립니다 우주마음과 학회장님께 무한 공경과 감사마음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