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6》어머니 비밀함의 비밀
두산 ㆍ 이 병 준
어머니의 사물함 반짓고리함을 정리하
다가 발견된 기록물이 소중한 가치가 있
기에 옮겨본다. 22년전의 글이지만 금방 피정을 다녀온 듯 현장감이 생생하게 느
껴져서 감명깊다. 어머니가 다니시던 봉
화 성당 절친한 교우님 김모니카께서 그
날 피정을 함께하지 못한 어머니(권마리
아)를 생각해서 다녀온 당일 그곳의 얘기
와 일정들를 소상하게 적어서 준 것인데 소중하게 22년 간직한 정성은 가상하나 글 쓰신 분을 어머니는 인지기능 상실증
에 의해 기억하지 못하시니 안타깝기가 그지없다. 더구나 김모니카님이 누구인지 지금은 생존해 계셔서 봉화성당을 아직도 다니고 계시는지 궁금하기 그지없으나 아는 분이 없어 안타까운 일이다. 요양보
호사 플로라는 성당 재무담당을 10년이
나 하여서 알 수도 있을 법한데 찾을 수가 없다고 한다.
*제목: 일일 피정(성주 평화계곡)기록
*필자: 김모니카 (천주교 영세명)
1999년 11월 16일 새벽 세시 삼십분, 일어나 1시간30분을 기도를 바치고 일어
나서 집안을 대강 정리하고 5시50분에 캄캄한 문밖을 나서 봉화의 우리 성전을 찾아가기 위하여 한발한발 옮기는 순간 나는 너무나 감격하였다. 어두운 새벽길
을 혼자서 걸어본 기억이 없기 때문에 신
기한 마음으로 약 40분 걸어 성전에 도착
하였다. 내가 항상 좋아하는 박헬니나씨
의 두 손을 잡고 차에 올라 진지한 담화로 장시간을 보내고 어언간 멀고 깊고 그윽
한 <성주 평화계곡>을 도착하였다.
내 일생 처음 보는 심산신곡 고요한 산중
(山中)수많은 돌들이 형형색색으로 생겼
으나 하나같이 귀물스럽게 돗보이며, 돌
로 지은 아름답고 늠름한 성전을 들어가 둥글게 자리잡고 원장 수녀님의 씩씩하고 활발하게 성령 충만한 교육을 장시간 받
으며, 나의 머리 속을 씻어가는 마음에 너
무나 존경스럽고 감격하였다. 연약한 여
자의 몸으로 첩첩산중에다 이 거창한 사
업을 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우나 하느님
의 섭리라면 못할 일이 없겠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밖을 나와 보니 수많은 옹기들이 즐비하
다. 이 깊은 산 속까지 어떻게 다 운반 했
을까. 옆을 돌아보니 크고 작은 개(犬)들
이 올망졸망하나 하나같이 온순한 모습 그 것 또한 신기하였다. 미물의 짐승도 수
녀님 교육과 하느님 뜻대로 행동하는 건
지 이 모든 것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식사시간이 되어 크나큰 식당을 들어가
니 싱싱한 겉절이를 곁들여 푸짐한 식사
를 서로 같이 권하는 모습이 우리 봉화 성당 교우 자매님들은 끝없이 순박하고 친밀감이 넘쳐 정말 보기에 좋았다. 식사
후 돌에다 구운 고구마를 대접받으니 그
것도 일미였다. 평화계곡 수녀님 자매님 여러모로 민첩하게 많은 사람들 대접하
느라고 너무나 수고와 심려를 많이 하셔
서 감사드린다. 눈길 가는 곳마다 각색
꽃이 찬바람에 조금 시들기는 하였으나 각각 자기 자랑하는 모양이 너무나 사랑
스럽고 귀여워서 낱낱이 만져보며 좋아하
는 나의 모습을 지켜보신 석고하는 아저
씨께서 "국화 한 포기 가져가세요." 한다. 나는 즉시 "이 깊은 산 속에 내가 갖다 드려야지 어떻게 가져가겠어요." 하니 한 뿌리쯤은 뽑아도 된다며 즉시 캐주었다. 우리집에 황국화는 있어도 백국화가 없기
에 반갑게 받으며 그 아저씨를 생각해 보
았다. 내가 어떤 모양으로 좋아 했길래 이
것을 뽑아 주었을까를 생각하며 감사히 받았다.
수녀님께서 2시까지 강당으로 모이라하
여 가보니 또 처음 모일 때처럼 둥글게 자
리잡고 굵게 긴 묵주를 둘러 잡고 일단식 바치게 하고 각자 자유 기도를 바치라 하
였다. 질서 정연하고 경건한 기도와 교육, 나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이룰 수 없고 경
쾌하며 이 모든 것이 거룩하신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 무궁하여 나는 꽃을 만지며, "하느님, 저의 남은 여생을 항상 금일 같
이 즐겁게 살게 하여 주소서." 하고 기도
하였다. 사방 구경 다 못한 것이 한스러우
나 돌들이 너무 험하여 피로하여 다 돌아
보지 못하고 꽃만은 낱낱이 다 만져보며 이야기했다. 나는 항상 꽃과 대화를 하
는 사람이라 꽃을 만지며 찬바람 닥쳐오
는 것을 한없이 미워하며 <평화계곡>골
짜기에 도란도란 속삭이는 각색 꽃들, 또
다시 언제 만나 볼까 하루의 피정이 아쉬
운 심정 금할 수 없었다.
떠날 시간이 되어 <평화계곡> 수녀님들
과 작별을 하고 아쉬움을 남기며 봉화로 향하여 올 때 우리 수녀님께서 차례대로 조용한 기도와 성가를 불러가며 경건한 기도로 즐겁게 진행한 후 차중에서는 전
체로 유흥이 시작되었다. 각각 자기 재주
대로 즐겁게 노는 모습 에 정말 감사하며 즐기는 동안 지루한 줄도 모르고 순식간
에 봉화 성전에 도착하니 우리 본당 훌륭
하신 신부님께서 수업생들을 위한 미사를 드리신다기에 모든 수업생들과 나의 외손
자 시험 잘보게 해달라고 기도를 부탁드
리고 성전을 나오니 우리 신부님 수녀님 어떻게 귀가가나 걱정하시고 박헬니나씨
와 장노시아씨가 진정으로 나의 갈길을 걱정하여 춘양가는 교우의 차를 잡아주어 안전하게 돌아와서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 린다.
특히 성모회장님의 모든 수고와 심려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그 날의 아쉬움
에서 나의 제종질부 레지나, 권마리아, 이루피나님이 참석 못한 것이 몹시 아쉬
웠다. 항상 아무 연고없이 다같이 참석하
여 즐기게 하소서. 거성화벌 우리 해저
(海底) 딸네들이 유명하여 마명한 문화 세상, 편리한 전화연락으로 시간만 맞춰
지면 동서로 모여들어 명승고적 빠짐없이 1년에 춘.하.추 세 차례를 방방곡곡 콘도
예약 사박 오일 음풍농월 무진 화락 한없
이 즐겼으나 평화계곡같이 감명깊을 때는 없었다. 나는 항상 그날의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하는 습관이 있어 집에 돌아와 밤 늦
도록 대강 기록해 두고 숙소에 들었다.ㅡ 천구백구십구년 십일월 십육일 늦은 밤. 김모니카 씀.
가슴 짜릿하게 스며드는 품격있는 선비
가문의 주부다운 속(俗)기가 느껴지지 않는 청정 명문의 글이란 느낌에 감동이
었다. 이 글을 일찍이 발견해서 어머니에
게 여쭤보고 찾아 뵙고 인사를 진작 드렸
어야 할 소중한 분인데 아쉽다. 이 정도의
우정이라며 선종해서 하늘 나라에 가서도
서로 조우하리라는 생각에 젖어보며 이 명문의 글을 어머니 떠나시더라도 내 작
품집 발간 때 게제할 수 있게 소중하게 보관해주신 울어메 그 고우신 맘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