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보리밭에 종달새 가족이 집을 짓고 살았습니다.
“지지배배, 지리지리배배•••.“
엄마 종달새는 아침부터 하늘 높이 솟아오르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종달새 집에서는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털도 나고 날개도 튼튼해졌습니다.
하루는 농부가 밭을 둘러보다가 보리가 익은 것을 보고 말했습니다.
”이젠 보리를 베어야겠구나. 그런데,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나?“
그 말을 들은 새끼종달새들은 겁이 더럭 났습니다.
”보리를 베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엄마가 돌아오시면 여쭈어 보자.“
”그래, 엄마는 언제나 작은 일이나 큰 일이나 우리들 마음대로 하지 말고 어른에게 여쭈어서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
저녁때, 엄마새가 돌아오자 새끼종달새들이 말했습니다.
”엄마, 밭 주인이 보리를 벤다고 했어요. 그러면 우리는 사람들에게 들키고 말잖아요?“
”다른 데로 빨리 이사가야 하나요?“
엄마종달새는 종알거리는 새끼들을 둘러보며 물었습니다.
“그 농부가 제 손으로 보리를 벤다고 하던?”
“아니어요, 도와 줄 사람이 있어야 벤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아직 이사하지 않아도 된다. 남을 믿은 사람은 별로 부지런하지 않은 사람이니까 말야.“
그리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엄마새가 먹이를 구하러 간 동안 새끼종달새들끼리만 집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 때 농부가 다시 자기 밭을 돌아보러 왔습니다. 밭을 둘러본 농부가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내일은 틀림없이 베어야겠다. 일꾼이 없으면 내 손으로라도 베어야지.”
새끼 종달새들은 또 겁이 더럭 났습니다.
“이번엔 정말일까?”
“아닐지도 몰라.”
“정말이라면 이사가야 하잖아?“
”걱정 마, 엄마 아직 이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잖니?”
“만일 엄마가 집에 안 계실 때 농부가 보리를 베면 어떡하니?”
“생각만 해도 무섭구나.”
“우리는 이제 날개도 튼튼해져서 혼자 날 수도 있으니까 우리끼리 다른 데로 이사했다가 엄마를 모셔 오면 어떨까?”
“아냐, 엄마는 모든 일은 반드시 어른에게 여쭈어서 하라고 하셨으니까,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리자.”
“그래, 그게 좋겠다.”
저녁때, 엄마새가 돌아오자 새끼종달새들은 낮에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종알종알 이야기했습니다.
“엄마, 어떻게 하면 되죠?”
“농부가 제 손으로 보리를 베겠다고 말했다면 당장 이사가야겠구나.”
“엄마, 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응, 남을 믿지 않으면 일을 서두르는 법이니까 말야.”
엄마 종달새는 새끼들을 데리고 날아갔습니다.
그 뒤에도 새끼종달새들은 작은 일이나 큰 일이나 꼭 엄마에게 여쭈어 보고 행동하였습니다. 그러는 동안 새로운 지식과 살아가는 슬기를 배우며 자랐습니다.
엄마종달새는 이렇게 집안을 다스렸고 새끼들은 엄마의 가르침을 실천하여 모두 훌륭한 종달새가 되었습니다.
무릇 나이가 어린 사람은 일의 크고 작음을 가릴 것 없이 제 마음대로 하지 말고 반드시 집안 어른에게 여쭈어서 해야 할 것이다.
예림당) 이야기 명심보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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