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산소에 갔다
안갠지 는갠지 눈앞 가린다
둥근 긴 잎 떨구며
울고 우는 것이 비파(琵琶)라더니
엇나가기만 하던 자식이
비파(枇杷)나무로 우는 것이다
마른 손 일 못 놓으시고
돌갓 돌미나리 보자(褓子)에 싸서
동구(洞口) 밖까지 따라와서
무명 치마 바람에 감아올리는
어머니 산소 앞에서
비파나무로 우는 것이다
-『불교신문/문태준의 詩 이야기』2023.09.22. -
도광의 시인의 고향은 경산시 와촌면 동강리 171번지라고 한다. 시인은 한 산문에서 “고향에서는 언제나 정든 풍물과 인정이 맑은 거울이 되어 거울 앞에선 자기의 모습을 잘 드러내 준다”면서 “도회에서 익혀온 거짓 의상과 속임수의 몸짓들이 깨끗하고 순진한 고향 풍물 앞에서 발가벗겨”진다고 썼다.
악기 이름인 비파(琵琶)와 나무 이름인 비파(枇杷)에 자신을 투영한 이 시는 고향의 옛 시공간에 계시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잘 느껴진다. 시인은 어머니 산소에 가서 울고 운다. 엇나가기만 하던 때의 일에 회한이 일어난다. 돌갓과 돌미나리를 보자기에 싸서 들고 계시던 어머니를 떠올린다.
도광의 시인의 시 ‘파꽃’에도 어머니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이 짙게 배어 있다. 시는 이러하다. “고향집 안마당/ 토종꽃 많았다// 갓난아기/ 뺨 같은 파꽃// 꽃병에 꽂아/ 청마루에 놓았다// 검은 머리 하얀 파뿌리/ 어머니 겹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