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사랑을 찾아 나선 재벌 2세. 흔한 드라마 소재 중 하나입니다. 상대방이 ‘재벌 2세’라는 타이틀 때문에 자기를 좋아하고 따를까봐 신분을 숨기고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을 찾아 나서지요. 저는 재벌 2세는 아니지만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더러운 영이 예수님을 알아봅니다. 뛰어난 율법학자들도, 바리사이들도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는데 더러운 영은 단번에 예수님을 알아보고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입니다.”라고 고백합니다.
제가 예수님이었다면 더러운 영의 고백을 반기며 “야, 그런 얘기는 사람들이 더 많을 때 해!” 혹은 “아직 나를 믿지 않는 사람들 앞에서 더 큰소리로 얘기해 줘.”라고 할 텐데 예수님은 오히려 “조용히 하여라!” 하시며 함구령을 내리십니다.
아마도 예수님은 쉽게 당신의 신분이 드러나는 걸 원치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타이틀을 보고 사람들이 당신께 모여들기보다는 당신의 삶과 가르침을 충분히 보고 배우고 그 안에서 진리를 깨닫기를, 그리고 마침내 진실한 사랑으로 당신께 다가오길 바라셨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꾸준히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스스로 노력하는 대신 ‘어느 신부님 강론이 좋다더라’ ‘어디 강의가 들을 만하더라’ 하면 우루루 몰려가는 우리가 한번 되돌아봐야 하는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민우 신부(서울대교구 서교동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