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8월! 반바지 좀 더 입어야 하는디 !!
【벌써 8월. 저 멀리 있는 짙푸른 산이여,
이리 오라.
먼지를 뒤집어쓴 초록 나무들이여,
내 품으로 오라.
7월은 모두 소진되었고 8월도 곧 불에 타듯 사라질 것이다.
찬 이슬 내린 아침, 누렇게 물든 나뭇잎들 사이에서
불쑥 튀어나온 유령은 우리를 오싹 떨게 만들 것이다.
갑자기 11월이 숲을 휩쓸어버릴 것이다.
헤르만 헤세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중에서.】
아침마다 가는 산책길이다.
늘 같은 길로 가지만 생각은 매일 다르다.
오늘은 어제보다 다리가 좀 가볍다.
길에는 어제 아침보다 담배꽁초가 더 많이 보인다.
“전주 반찬집”에는 벌써 문을 열었다.
그래야 부지런한 사람은 반찬을 사다가 아침밥을 먹는다.
몇 달 전엔 추워 죽겠다며 오리털 외투를 머리까지 쓰고 걷던
길은 오늘은 더워 죽을 것 같은 기분으로 축 처져서 걷는다.
매미 울음이 목이 쉰 소리다.
왜 저렇게 단말마(斷末魔)의 소리를 낼까
가을이 오기 때문일까!
고추잠자리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닌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
하지만
어제는 보이던 것들이 오늘도 태연하게 나타나고,
오늘 당연하게 들리는 것들이 때로는 적막할 뿐이다.
헤르만 헤세가 1920년에 발표한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은
죽음을 앞둔 마흔두 살의 화가 클링조어가 보내는 생의 마지막
여름을 스케치한다.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처럼 친구들과 웃으며
헤어지고 그리운 이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편지를 쓰지만 태양이
불태우듯 빠르게 소진되는 이미 지나간 7월과 오늘 시작되는 8월,
그다음에 금방 찾아올 것은 9,10월을 건너뛴 싸늘한 11월이다.
그리고 12월 한해를 보내며 어쩌구 저쩌구 그렇게 간다.
클링조어는 말한다.
“We are falling.
We are all destined to die.
We must be reborn.
A great turning point has come upon us.”
“우리는 몰락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커다란 전환점이 우리에게 닥쳐왔습니다.”
이렇게 외쳤지만 흐르는 시간은 어쩔 수 없다
8월이 온 것처럼--
보름달처럼 부푼 배를 안고 옆 동에 이사 왔던 새댁은 예쁜 딸을
낳아 벌써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나왔다.
요즘엔 유모차에 가까이 가야 애기인지 강아지인지 구분한다.
여기 이사 와서 벌써 8년 년째 유모차에 의지한 87세 아주머니
(필자는 할머니라 아니하고 아주머니라 부른다.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걸음이 많이 느려졌다.
마트 가는 길옆 노점상에서 책을 파는 할아버지 가게 문을
열지 않은지가 보름이 넘었다.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있다.
“아저씨 무슨 책을 그렇게 열심히 읽으세요?”
“읽기는 무슨 ! 그냥 눈만 맞추는 거지요”
길에서 마주치는 할아버지와 그 옆을 지키듯 따라 걷는 강아지
양쪽 다 걸음 속도가 전에 보다 조금씩 느려진 것 같다.
그렇지만
산책로 길가에서 폐지 줍는 할머니 두 분 할아버지 한분은
8월 아침에도 보인다.
다행이다!
곧 일주일 지나면 입추(立秋)가 온다.
매미와 잠자리가 떠난 자리에는 귀뚜라미가 울고 정원에는
코스모스가 필 것이다.
그 다음에는 기러기들이 날아오고 금방 첫눈이 내릴 것이다.
덥다고 불평할일 아니다.
세수하고 거울을 본다.
원래 머리는 유전적으로 백발이다.
친구가 권해서 눈썹에 타투(Tattoo)를 한 검은 숲에서
흰 풀잎이 몇 잎 돋아나 있다.
그 꼴에 거울은 무슨--
8월 1일 아침에---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