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태지오빠-v
문득 ㄱ나니를 듣다가 떠올린 건데요.
자살...의 많은 방법 중에 제일 용기없고 제일 죽고싶지 않은 이들이
(나머지 방법을 택한 이들 보다)
선택하는 게 약인 것 같아요.
자신에 대한 증오가 가장 많은 사람이 택하는 게
긋는 것 같구요.
죽음을 도피로 생각하고 자유로워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택하는 건 낙하....
왜냐하면요.
약을 먹는 건 아주 쉽거든요.
나요....
나 비겁했던 거 같아요....
그때...나 그저 복수해 주고 싶어서...
그리고 상황을 벗어나고만 싶어서 그랬던 게 아닐까요?
안 죽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랬던 게 아닐까요?
난 칼로 날 긋지도 못했고
베란다 창을 잡은 내 손을 놓지도 못했잖아요.
약을 한 주먹씩 털어넣을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요.
다만 누군가가 올까봐, 그 조바심에 허둥거렸다는 것만이..
그리고 마음은 편안했다고.
오빠 있잖아요.
그날 아빠가 일찍 오시지 않았더라면 나...
정말 죽었을까요?
타이레놀 PM...한병을 다 먹어도 죽나요?
진짜 수면제는 아닌데.
진통제 겸 수면제인데.
나 그때 죽었다면 어디로 갔을까요?
소원대로 오빠 있는 곳에 갔었을까요?
그랬다면... 오빠 왔을때.. 후회했을까요?
한동안은..
내가 죽을 운명이었는데 살아난 건지
살 운명이었는지 죽으려 한 건지 알 수가 없었어요.
지금은.. 알 것 같아요.
결국 내가 배운 건 말이예요...
영원한 건 없다는 거...
모든 건 변하는 거니까 한 순간만을 보면 안된다는 것...
지금도 순간순간 다 버리고 싶어질 때가 있지만
몇일후건, 몇주후건, 몇달후건, 그리고 몇년후건...
지금 이 상황은 변할 것이고
그럼 또다른 감정이 나를 채울 거라는 걸.. 아니까요.
알고 있으니까요....
삶의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내가 게을러 희망을 찾기 귀찮다는 것이고
힘들어서 그만 살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내 안목이 좁아 이 순간만을 생각한다는 것이고
복수하고 싶어서, 남에게 괴로움을 주고 싶어서 죽고싶다고 말하는 것은
내 행복보다는 남의 불행이 더 소중하다는 것이고
또 나처럼...
삶이 원하는 모습대로 흐르지 않으니 다시 태어나
새로 시작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내가 무지하여 바꿀 방법을 모른다는 것.
내가 저지른 많은 일들 중 가장 큰일....
겪어내면서 배운 거예요.
3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이렇게 담담히 정리하게 됐어요.
난 내 삶에 결코 후회하지 않아요.
모든 순간들이 다 소중하니까요.
오빠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뒤돌아 보았을 때 참으로 소중한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