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7(목) 쾌청
‘학인당’의 아침식사는 7첩반상정도 되는 아주 깔끔한 식사란다.
비쌀 것 같아 나는 술수를 쓰느라
숙박비를 깍는대신 아침식사는 전주의 유명한 콩나물밥을 먹기로 했다.
9시쯤 조심스런 이곳 마님의 소리가 들린다.
‘들어가도 될까요...?’하고
예약을 받았다는 아들을 앞세우고 어제 저녁일을 사과하러 찻상을 준비해 들어온다.
기분을 풀어주는 발효차인 황차이다.
이얘기 저얘기하며 손님접대 태도에 자신이 부족했다 사과하고
(그러면 우리도 몸둘 바를 모르고 사과하게 되지...)
대신 이 건물의 안채를 구경시켜 주겠단다.
효자문대신 대문에 홍살이 있다
다락이 크고 높아 많은 물건들을 보관할 수 있다.
건축자재들이 실하고 좋다
김구선생님이 전주에 오시면 머물곤 하시던 방. 다락이 비교적 크고 넓다.
4중구조로 된 미닫이문.
판소리등의 공연시에는 뜯어서 넓은 바닥이 되게하는 조립식
김구선생님이 묵고 가신다는 손님방,
고종때 경복궁 중건시 대원군에게 거금을 희사하여 받은 임금이 내린 집이란 의미의 돌,
호박주초위의 멋진 기둥들,
자연냉장고인 풍수지리에 맞춘 연못,
당시 최첨단의 건축기법인 유리문까지 4중구조의 미닫이문,
밖의 유리문이 분황문을 대신하며 서양의 성 같은 미로의 집안구조,
위로서서 걸어다닐 수 있는 널디넓은 다락에는 도난당했다 찾아온 추사의 현판부터
여러 고서와 조상들이 쓰시던 물건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유지하기가 힘들어
종중의 땅들을 조금씩 팔아가고 있다는데는 모두들 숙연해 졌다.
유지하긴 힘들고
성격상 흐지부지하게 보관및 운영하여 조상에게 욕되게 하기는 싫고...
그래서 힘들다보니 어제같은 일도 생기곤 한다고 우리에게 용서를 구했다.
아~~
대단하신 분이다
어제밤 이곳에서 묵으셨던분들은
우리 덕분에 이댁의 보물들을 함께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되었다.
전관을 다 쓰는 경우나 특별한 경우에만 학인당 전체를 공개 설명해 준단다.
어제의 다툼이 전화위복이 된 셈.
풍수지리상 반드시 있어야하는 연못
계단을 만들어 냉장고로 썼다한다
물이 많이 차오르면 점점 위계단으로 식품고들을 올려서 사용
아래 물에는 여름엔 수박,참외가 둥둥 떠있고...
임금이 하사한 임금王자가 새겨진 돌
궁궐과 거의 비슷한 목재나 석재를 사용해도 괜찮다는 일종의 허가서
사진 찍는 것은 좋은데 건물의 겉면 이외에는 절대 인터넷에 올리지 말란다
그 걸 보고 사기꾼과 도둑들이 잠입해 들어와
여러 가지를 훔쳐간다고 한다.
그래
함부로 남의 사유재물이나 사생활에 관한 사진이나
자세한 물목들은 인터넷 상에 올리지 말자.
박물관의 워크샾을 이 곳에서 해봄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경비가 너무 비싸다.
어제의 오해는 봄 눈 녹듯 풀리고
인사를 하고 아점을 먹으러
학인당 마님이 소개해준
경기전 뒤쪽의 콩나물 국밥집 ‘왱이’으로 갔다
아침 10시경인데도 웬 손님이 그리 많은지...
넓은 식당안은 만원사례이다
시키자마자 나온 콩나물국밥과 모주맛이 일품이다
막걸리에 이런저런 한약재를 넣고 다려서 만든 모주는
따끈하게 데워 국밥과먹으니 대추차처럼 맛있다
왱이에선 누구든 한줌씩 보리강냉이를 먹을 수 있다
멋진 사장님과 신나게 얘기(나의 왕수다 누가 막으리오~~)하다가 서울가면서 먹고싶다니
비닐봉지를 주며 눈치껏 담아가란다.
두봉지 퍼담아가지고 나와
얼마나 신나게 웃었던지
전주가 떠들썩
식당이름 ‘왱이’에 대해 물으니
입담좋고 장부타입인 사장하는말이
손님이 벌떼처럼 왱~~소리를 내면 오라고 지은 이름이란다
이름대로 된 것 같다
새콤한 무 석박지가 지금도 입안의 춤이 돌게한다
좀 팔으라니 손님대접하기도 빠듯하단다.
학인당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있는 최명희문학관엘 들렸다.
온몸으로 혼불을 집필하고 세상을 떠난 분.
육필원고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5권에서 꼭 막힌다.
작년에 다시 시작한 읽기에서도 또 5권에서 막혀 덮어놓고 있다.
한 많은 대실이와 청암부인전만 신나게 읽다가...
육필원고가 대단한 양이다
이렇게 작품 하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소진하고 세상을 떠남도
의미있는 것 같다.
나처럼 어영부영 사는 것 보다는...
하긴 나는 아모 재주도 없으니
이리 오래 사는가 보다
다음엔
전국을 다니며 정미소사진만을 찍으신다는 정미소 작가 김지연님의 새 둥지를 방문했다
내일이 오픈인데 우리를 위해 과정을 보여주신다.
어쩜 그리도 작은 한옥을 개조하여
전시장과 작업실, 생활공간을 한번에 해결 할 수 있을까...?
대단한 아이디어다.
역시...
어느 서양화가의 리모델링 작품이란다. 예술가들의 생각은 뭔가 다른 것 같다.
불가능 이란 생각은 애시당초 없는 것 같다.
낡고 허물어져가는 정미소와 옛 구멍가게들의 사진들이
우리의 몸과 생활을 대변해 주는 듯
약간은 쓸쓸하고 허무하다.
70세가 넘으신분의 대단한 열정이다.
앞으로 예술인의 거리로 탈바꿈 되려한다는 동네 골목길을 다니며
화가들의 아틀리에도 기웃거려본다.
진 짜 복덕방일까..? 점집일까..? 회원들간 내기를 했다.
들어가서 확인해본결과 진짜 복덕방(부동산중개소)
난 또 한옥거리의 명물로 남겨진 인생복덕방인줄 알았지....
조금은 질척한
그러나 햇빛은 반짝이는 날이다
한옥마을의 단골메뉴인 경기전과 전동성당을 구경하고 오목대로 향했다
거리는 온통 관광객으로 붐빈다.
오목대 입구가 미끄러워 출입을 삼가해 달라는 팻말을 보고
나중에 한번 더 오자고 하면서 점저를 먹기위해 전주 비빔밥집으로 갔다.
일인당 한상으로 나오는 전주 비빔밥은 육회비빔밥과 일반 비빔밥이 있는데
우리는 그냥 비빔밥을 주문했다
아점을 먹고 한참 지난 시간인데
특별한 맛은 못 느끼겠고
그냥 일반 비빔밥 수준이다
시간은 점점 가고
들렸다가려는 되재성당과 화암사는 언제 가려나...?
마냥 앉아 차를 마시며 즐기려는 일행을
갈길이 멀다하며 독촉하여 다음 행선지로..
완주의 화암사는 길이 미끄러워 고려해 봐야겠다는 의견이 있어 제치고
1895년 한국 천주교회에서 서울 약현성당에 이어 두 번째로 완공된 성당으로 한강 이남에서는 처음 세워진 한옥 성당인 되재성당지의 되재공소 가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까보다
우리 회원중
가는 곳 근처의 문화재및 멋진 갤러리나 카페찾기의 일등공신이 찾아낸
호숫가의 아름다운 갤러리에서
맛있고 멋진 풍광과 커피맛에
우린 그만 발을 묵고.
아직도 하얀설원인 호수와
미끄러워 차 바퀴가 도는 두메산골같은 길
멋진 O's 갤러리....
이곳보다 더 좋은곳은 없을 것 같은 감탄속에
어둠이 깔릴때까지 2층 차창으로 마당의 소나무를 바라보며
놀 았 다.
집에 도착하니
거의 9시경.
아~
참 잘 놀다왔다
다음엔 7번국도를 따라
강원도와 경상도를 가잔다
그것도 좋지.
하슬라 조각공원에서부터 시작해 볼까...?
아님 아야진에서부터...?
첫댓글 조상의 지혜가 빛나는 학인당...그러나 후손이 지켜야 하고 희생해야 하는 것들은 참 많은 듯.
지상에 많이 오르내려서 불필요한 일은 더더욱 많기만 할 듯합니다.
O's 갤러리...가보고 싶은 곳 입니다.
건강한 독서모임이 참으로 좋아보인다 는...
혼불만을 위해 살다가신 최명희님, 그리운 이름입니다.
글을 따라 읽으며 즐거운 수다를 상상하니 그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지네요~!
국내 여행이 이정도면 아주 고급입니다~!
무엇보다 함께한 동행들과의 밤샘 이바구가 압권일듯~! ^ ^
참 좋은 글 길게도,, 쉽지않은 글,,, 멋진 여행 함께 동참함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