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의 야권 단일화 공천 경쟁 주에 가장 치열했고 그 만큼 관심을 끌었던 관악을 선거구가 드디어 이정희 통합 진보당의 대표의 사퇴로 막을 내렸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어서 이 과정을 아주 관심있게 지켜 보았다.
나는 고교를 졸업할 때 도저히 대학에
갈 형편이 못되어 야간대학을 갔다. 그나마 다닐 형편이 못되어 중도에 그만두고 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서울 사대에 가면 돈이 적게 들기 때문에 입학을 해 보려고 딱 3 개월을 걸고 삼수 아닌 삼수를
했다. 돈이 없어 학원에 다닐 엄두도 못 내고 연신내에 있는 동아도서실이라는 곳에서 동안 짱 박혀 공부를
하는 척 해본 적이 있다. 3 개월 공부에 서울대 응시라니 무모한 도전에 결과는 낙방이었지만.
그 때 도서실에는 나보다 더 돈이 없어 보이는 전라도 시골에서 올라온 김희철이 도서실 청소를 해주면서 기거를
하고 있었다. 나중에 그는 내가 다니던 건국대학에 정외과에 들어갔고 거기서 총학생회장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와 친하게 지낸 적은 없어 잘은 모르지만 무진장 노력하는 사람이었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관악구를 놓고 이정희와 경선을 했다가 떨어졌다는 민주당 현역의원의 이름이 김희철이라는
보도를 보고 동명이인이겠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신문에 난 사진을 보니 내가 아는 김희철이었다.
나는 국회의원 비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었고 지방에서 목회를 할 때나 수도권에서 사회운동을 할 때나 항상 국회의원 혹은 국회의원 후보생들과 관계를 가져야만 해서 비교적
일반인들 보다는 국회의원들의 생리를 잘 아는 편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국회의원이 된다는 것이 개인으로는 큰 성취를
이룬 것이겠지만 국회의원이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별로 없다. 왜냐하면 정당에 속한 국회의원의 활동이라는
것이 스포츠로 말하면 권투나 골프같이 개인 경기가 아니라 축구나 럭비처럼 팀으로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으로서는 좀처럼 빛이 나기 힘든 직종이다. 물론 운동경기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 있지만 정치에서는 특별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 모험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에는 연예계처럼 대중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튀어야’ 하는 속성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튀어도 멋있게 잘 튀어야 하는데
잘못하면 강용석, 전여옥처럼 볼 성 사납게 튀기가 쉽기 때문이다. 대중을
감동 시킬 수 있도록 튄 정치인의 대표적인 존재를 꼽으라면 단연 노무현인데 그는 결국 잘 튀어서 대통령까지 되었다. 국민은 노무현처럼 감동적으로 튀는 정치인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퇴기는 정말 어렵다. 왜냐하면 옳고 바른 일에 생명을 거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워서 권력을 쟁취해야 하는 정치판에서 자기를 버려서 튈 수 있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즉 거의 종교적인 자세로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다.
다석 유영모 선생은 사람은 '제나’를
버리고 영원을 향하여 ‘솟나’야만 한다고 했다. 비록 마음뿐이지만 나도 항상 이런 마음으로 산다. 세상에서 나를 얽어 매고 있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싶고 영원을 향하여 유영하고 싶다. 그러나 나같이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에게도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여러 가지 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이 자신을 버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가끔 더 큰 것을 얻기 위한
정치적 모험을 벌이는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자세는 제대로 튀는 것이 아니라 노무현처럼 더 큰 가치를 위하여 정치적으로 사망할 수도 있는 길을 택할 줄 아는 것이 제대로 튀는 것이다.
부천에서 활동을 할 때 부천의 토호 출신의 땅부자로서 전두환
패거리 정당의 국회의원을 하던 박규식이라는 불량한 인간이 있었다. 이 자가 다음 선거에서 더 힘센 놈에게
밀려서 공천을 못 받고 민주당으로 공천을 받아(종자는 다르지만 한
석이라도 아쉬운 김대중 슨상님이 당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공천을 주었다.)당선이 되었다. 우습게도 어제까지 적이었던 자가 아군이 되었으니 당시로서는 부천 지역 재야 세력의 대표격인 나와 자연스럽게
상견례를 하게 되었다. 나를 만나자 말자 하는 말이
걸작이었다. “아시다시피 나는 신발에 흙을 안 묻히고 살 수 있는 사람 아니오? 그런 내가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는데 나 같은 사람에게 왜 욕을 하는 겁니까?”였다.
바로 이런 인간들이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인간들이다. 왜냐하면 불안한 모험을 할 가능성이 0%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인간들이 모인 정당이 눈 감고도 35%는
될 수 있고 조금만 잘 튀면 쉽게 45 %를 먹을 수 있는 것이 한국의 정치판 현실이다. 지금 국민들은 제대로 튀어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해 줄 수 있는 그런 정치에 목마른 것이다. 도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별 수 없는 모양이다. 이번 관악을 경선은 노력만 가지고는 안되고 대중을 감동 시킬 연출이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해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그런데 이번 관악을 경선에서 이정희는 야권 연대를 위해서 억울함을 견뎌 내면서 자기를 버리는 행위를 통하여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그런데 '노력!' 하면 따라갈 사람이 없던 악빠리 김희철은 동작도 빠르게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무소속 출마를 하겠다고 민주당을 탈당함으로서 야권 연대 보다는 개인의 영달을 목적으로 하는 전형적 구태 정치인의 국민들의 마음 속에서 지워져야할 인물이 누구인지 기억되어야 할 인물이 누구인지가 가려지는 것이다. 정치에서는 그렇게 쌓여진 자산들이 모아져서 큰 인물이 탄생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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