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에 내가 답변을 다는 게 처음이라서 엄청나게 어색하지만 어쨌든 꼬릿말을 다는 것보단 이게 나을 것 같아서
이런 식으로 올립니다.
한글이 영어보다 우수하다고 한다. 이건 통속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며, 이것을 말할 때 흔히 드는 비유로
한글이 가지고 있는 언어 표현력이 영어보다 우수하다는 애매모호한 설명을 덧붙인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표현력이 우수하다는 걸까?
한글과 영어는 전부 소리글이지만 한글이 표현해내는 어휘가 영어보다 훨씬 더 많고
영어보다 좀 더 과학적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예를 들때 보통 닭울음소리를 비교하곤 하던데
한글은 꼬끼오, 라고 말하고 영어는 궑~ 궑~(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영어로 찾아보면 안 나와서) 이라고 한다.
이때, 꼬끼오 라는 소리가 더 닭울음 소리에 가깝다고 하는데 이게 과연 맞는 말일까?
닭이 내는 음의 영역과 사람이 내는 음의 영역은 한계가 있고
인종과 사는 지역에 따라 당연히 그 음을 듣는 영역엔 편차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지극히 환경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이나 혹은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이 듣는 음과 음악에 별다른 취미가 없는
일반인이 듣는 음역은 분명히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똑같은 연주곡을 듣더라도 전자는 더 많은 음을 잡아낼 수 있겠지만
후자는 뚜렷하게 들리는 멜로디(이걸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군요. 가요 같은 경우에 가사가 나올 때 나오는 선명한 소리인데)
만 들릴 뿐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다른 높고 낮은 음까지 세세하게 들을 수 없다. 그렇다면, 전자는 후자보다 더 많은 음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분명히 음에 관해선 뛰어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후자는 전자보다 못하다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바꾸어 말해서 한글이 가지고 있는 '눈(雪)'이라는 단어에 대한 어휘는 ', 싸리눈, 진눈깨비, 함박눈, 밤눈' 정도가 번뜩 떠오르
는 정도이다(사전적인 눈에 대한 어휘야 많겠지만 결국 언어란 보편적으로 쓰이는 어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많이 생각해보아도 6~7개 정도 밖에 되지 않을까? 분명 이런 어휘가 많다는 것은 언어가 잘 발달해 있다는 것이라는 반증
이 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언어보다 저 언어가 뛰어나다 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눈이 오지 않는 지역에서는 당연히 눈에 관한 어휘가 많이 있을 수 없다(아마 없으리라 추측되지만) 그것은 그만큼 잘 쓰지
않기 때문에 '발달'되지 않았을 뿐이다.
단지 이런 어휘와 표현 그리고 문법적인 구조만으로 과연 한글은 영어보다 우수하다고 할 수 있을까? 언어의 어휘가 발달한다
는 것은 여러 현상에 대한 표현이 빈번하게 쓰이는 것일 뿐이고 결국 현상이란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 / 사회적인 환경일 뿐
이다. 좀 더 크게 언어에 대해 바라보면 결국 언어가 가지는 총체적인 질량은 변화하지 않는다고 본다.
(언어의 우수성에 대한 것을 조금 더 보충하자면, 말이 없는 나라가 있다. 소리나는 말은 있지만 쓰는 말이 없는 나라가 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쓰는 말이 없다고 해서 미개하다고 할 수 있을까? 바꾸어 설명하자면
사냥에 맞는 소규모 부락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쓰는 말은 불필요한 의사소통일 뿐이다. 실제로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언어를
말로 쓰지는 않는다. 또한,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어휘가 없는 대신에 사냥에 적합하고 유랑생활에 적합한 어휘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 책상위에 두개의 비커가 있다고 치자. 똑같은 크기의 두 비커에 한쪽은 70의 소금을 채우고 한쪽은 30의 소금
을 채우고 둘을 비교해 보자. 그러면 당연히 70의 소금이 든 비커가 30의 소금이 든 비커보다 많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각을 바꾸어 책상 전체를 보다. 소금은 결국은 100이라는 소금을 한 쪽엔 70을 담아놓았고 한쪽엔 30을 담아 놓았을 뿐이다.
이처럼 생각해 볼 때 영재 형님이 말하는 영어에 대한 한글의 우수성은 사실 국수주의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 생각으로 영어(물론 미국 제국주의겠지만)를 비롯한 다른 나라의 언어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은 없애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첫댓글 그래. 내 생각이 비록 속아지가 좁아터진 국수주의라고 쳐도 좋다. 나라의 혼이 빼앗기는 것보다는 그래도 국수주의가 낫지 않겠는가? 많은 언어학자들이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하는 마당에 그게 우리글이라는 자부심을 애써 감출 필요가 있을까? 영어에 기댄다는 것은, 그럼 사대주의가 아닌가? 큰나라에 빌붙어 먹을 생각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오죽하면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우리는 독감이 든다고 했을까. 좌우지간 이런 토론은 좋은 것이다.
형님 결국 국수주의는 제국주의와 다를게 없습니다. 현재 중국이 영향력을 미치는 그 근본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중화사상이 국수주의와 다를게 대체 뭐가 있습니까? 물론,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선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글이 우수할지 언정 영어가 우수하지 못하다는 게 아닙니다.
소설방에 사랑II님이 올리신 소설이 있습니다. 그걸 한번 읽어보시지요. 제가 형님한테 하려고 하는 말을 정말 정갈하게 잘 보여줍니다. 어떤 언어냐가 중요한게 아닙니다. 결국 그건 의사소통을 위한 기호체계에 지나지 않습니다.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먹는게 뭐가 나쁩니까? 그거 길가다 뺨 맞을 일이에요? 숙제란 말대신 레포트란 말을 쓰는게 왜 안됩니까? 나는 레포트란 말도 쓰고 숙제란 말도 씁니다. 나도 모르게 영어 단어를 한글과 같이 섞어 쓸때도 있고 억지로 한글로 바꿔서 쓸 때도 있습니다.
자부심은 결국 자만심과 독단으로 빠지게 됩니다. 원인도 모르는 자부심이 가져오는 독단과 잘못이 얼마나 많습니까? 지금까지 한일 관계가 나쁜 게 굳이 일본의 보수주의자들 때문인가요? 천만에요. 나는 다르게 봅니다. 한일 관개가 개좃같은건 일본일을 아무이유 없이 쪽바리라고 욕하는 전후세대 탓입니다. 그리고 그걸 이용해서 한몫 해보려는 정치꾼과 장사꾼 탓이고. 형님이 생각하는 미제국주의도 별반 다를게 없다고 봅니다.
물론, 형님이 전후관계도 모르고 그렇다는 말은 아니니까 또 술먹고 전화하지 말고요. 미제국주의가 나쁘다는 건 사실입니다. 문제는 미제국주의보다 나쁜 건 거기에 물들어 사는 한국의 사대주의겠지요. 흠냐. 사실 이렇게 문제를 흘려버리면 할말이 없군요. 막말로해서 우리집 개가 아침밥 안 먹는게 더 중요한 마당에 남의집 애새끼가 목아지가 짤려 죽던 말던 무슨 상관 이겠습니까. 이게 고쳐야 할 의식이지만 힘든 건 사실이지요. 하여튼, 형님 이걸로 토론의 종말을 고하는게 어떻습니까. 매번 만날 때마다 이이야기 하면 저 진이 다 빠집니다. 이거 뭐 했던말 또할려니까 더 헷갈려.
배가 몹시 고픈데 먹을 게 없다. 그럼 햄버거도 먹을 수 있다(물론 나는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안 먹는다) 문제는 아무런 의식이 없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그걸 사처먹이는 엄마의 대가리에는 뭐가 들었냐 말이다. 그리고 선돌유감을 관심있게 읽었다. 내가 고리타분해서 그런가? 소설이라고 부르기가 좀 그랬다. 물론 작가정신은 높이 살 만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