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적멸(寂滅)에 들다(매미 찬가)
/이 병 준
아침 출근길
일시에 멈춰버린
매미 울음 소리
요요적적(遙遙寂寂)하다
지하 암굴 속
면벽 묵언 정진
3년을 지나고 십 여년에
오탁악세의 이 지상에
신선(神仙)처럼 환생해서
세속 때에 찌들은 인간에게
자성으로 오덕을 겸비해
공덕 쌓으라 큰 깨달음
오도송으로 들려주고
홀연 적멸에 드셨나
태어날 때
아미타불께 한 약속
청아한 목소리 득음(得音)의 경지로
만리창공에 흐르게 펼쳐두고
그림자도 흔적도 남기지 않고
극락 정토에 *가릉빈가
묘음조(妙音鳥)로 선화(仙化)하여
열반에 드셨나
기나긴 안거에 드셨나
난 기다리리라
합장 기도하리라
내년 이맘때 쯤이면
또다시 지상에 선풍도골(仙風道骨)
부처님 모습으로 나투시기를.
매미는 짧게는 3년, 길게는 17년까지 땅속에서 지내며 다섯 차례의 허물벗기를 거쳐 비로소 매미로 탈바꿈한다. 이처럼 매미는 굼벵이로 암흑의 지하에서 수행하는 선승 처럼 수년간 견디고 세상밖으로 나와서도 이슬과 나무진만 먹고 살다가 일주일에서 한 달간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옛 선인들은 오랜 기다림 속에 세상에 나
와 오욕에 물들지 않고 생을 마감하는 매
미를 보고, 인간이 본받아야 할 오덕(五德)을 갖춘 곤충이라고 예찬했다.
그 다섯 가지 덕이란
첫째,문(文,紋), 아름다운 무늬가 있음,
학문이다. 둘째, 청(淸), 이슬이나 나무액 등 깨끗한 것만 먹고 산다고 해서다.
셋째,염(廉), 남의 곡식이나 열매를 먹지
않아 염치가 있다는 것이다. 넷째, 검(儉), 집을 짓지 않고 삶으로 해서 검소하다는 것이다. 다섯째, 신(信), 매미는 해마다 무더운 여름에만 약속이나 한듯 찾아와 시원한 목소릴 선사해 주는 믿음이다.
이만하면 미물의 곤충이긴 해도 우리 인
간들의 사표(師表)가 될만한 자격을 갖춘 것 아닐런가. 우리나라에서도 조선 시대 임금이나 신하들은 매미를 본받아야 할 징표로 삼은 것이 많다. 곤룡포를 입고 있는 세종대왕이 머리에 쓰고 있는 모자가 매미 날개 모양을 한 익선관(翼善冠)이다. 또한 신하들이 관복을 입을 때 갖추어 쓰는 사모(紗帽)에도 양옆으로 매미 날개가 뻗어 있다.
매미가 지구상에 등장한 것은 약 2억5천
만년 전이며 현재 우리나라에는 13종이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참매미가 많은데, 참매미는 온도와 상관없이 주변이 밝으면 울음소리를 내고 어두워지면 소리를 내지 않는 게 특성인데 요즘 여름밤 환하게 불밝힌 곳이 늘어나 밤에도 매미소리가 요란한 곳을 많이 접하게 된다.
금년에 우는 매미는 작년에 왔던 매미가 아니다.수년간 암흑 속에서 살다가 겨우 여름 한 달여 삶을 살기 위해 처절하게 최선을 다해 목소리를 선사하니, 그 절박감을 이해할만 하지 아니한가.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매미 울음소리가
법적 *수인한도(受忍限度)의 범위 내(內)라고 하니 기쁜 맘(心)으로 들어주자.
*가릉빈가ㅡ불교에서 극락 정토에 살고
있다는 새.미녀의 얼굴 모습에 목소리가
아름답다고 함.묘음조(妙音鳥).선조(仙鳥).
*수인한도ㅡ공해나 소음 따위가 발생하여
타인의 생활에 방해와 해를 끼칠 피해의 정도에서 쌍방간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말한다. 예를 들면 공장에서 배출되는 공해는 어느 한도까지는 참아야 한다는 그 한도를 말한다. (20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