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뽕팬티, 뽕거들 시대에>
- 文霞 鄭永仁 -
이즈음은 앞태를 중요시하던 뽕브라 시대를 지나 뒤태에 더 관심을 갖는 뽕팬티, 뽕거들 시대라고 한다. 아마 꾸며진 앞태에 신물이 나서 좀 자연스러운 뒤태에 더 섹시감을 느끼나 보다.
확실히 뒤태는 앞태보다 훨씬 가꾸지 않은 자연스런 부위 중에 하나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의 아이돌 그룹의 엉덩이춤이 세계를 홀리고 있다고 한다. 그전에는 주로 앞모습만 보여 주었지만 이즈음은 뒷모습도 심심찮게 보여주고 있다.
예로부터 시어머니 자리가 며느리 자리를 선 볼 적에 우선적으로 며느리될 색시의 엉덩이부터 챙겼다. 외형적으로 다산의 규격적 합격 부위는 엉덩이 사이즈이기 때문이다. 엉덩이가 튼실하고 커야 아이를 잘 낳는다는 것이 정설인가 보다. 그저 맵방석만 해야 합격 커트라인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집사람을 데리고 부모님 허락을 받으러 갔다. 집사람의 체수는 평균치보다 좀 많이 빠지는 체수다. 다산에 아들을 무척 선호하는 아버지는 뜨악하게 집사람을 보면 하신 말씀이 명언이었다.
“참새가 알만 잘 난다고 하더라!”
사실 그 말씀은 적중하지 못했다. 집사람은 아이 둘을 제왕절개하고 낳았기 때문이다.
실은 아버지의 체수도 남자 규격에 훨씬 못 미치고 비리비리하였다. 아버지에게 결혼 전에 매파로부터 선자리가 들어 왔다. 아버지를 본 어머니는 남자가 체수가 작고 오종종하다고 어머니 펀에서 먼저 퇴짜를 놓으셨다고 한다. 그러니깐 요즈음으로 말하면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채인 것이다.
그 바람에 화가 끓은 아버지는 3년 동안을 선도 보지 않았다. 다른 매파로부터 선자리가 들어와 선을 보았다. 그런데 당신을 퇴짜 놓았던 그 새악시였다. 그래서 이것도 연분이려니 하고 결혼하셨다고 한다.
두 분은 그것이 연분되어 6남매를 키우셨다.
내가 보기에도 우리 아버지는 성질이 괴팍하고 소갈머리가 적었다. 한 마디로 쫌씨 스타일이었다. 밥이 뜨겁거나 질면 밥상이 날아갔다고 한다. 어쩌다가 아버지가 일찍 퇴근하면 엄마와 누나는 뜨거운 밥에 부채질하느라 여념이 없었다고 한다. 아들인 내가 보기에도 성질이 대단한 것은 틀림없었다. 또 객식구가 밥을 축내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꽁생원이셨다.
그래도 그 깡촌 시골에서 논밭 팔아서라도 5형제는 서울 인천으로 유학 시켜 적어도 고등학교, 대학을 공부시키셨으니 대단한 우리 아버지였다. 나는 6년여를 자취하며 어렵게 공부했어도 늘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그런데 요즈음 내가 가끔 깜짝깜짝 놀라는 것이 있다. 내가 아버지를 꼭 닮아가기 때문이다. 체수도 아버지를 닮았고, 성격도 오종종하고 밴댕이 소갈지다. 뜨겁거나 진밥을 대하면 버럭 소리부터 지른다. 소심하고 일찍 잠이 깨고 쓸데없는 걱정이나 하는 모양새도 꼭 아버지를 빼닮았다.
한 가지 안 닮은 것은 술을 좀 한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전혀 약주를 전혀 못 하셨다. 어쩌다 손님 대접으로 술 한 잔 하시면 그날은 온통 우리 집이 비상이 걸렸다. 아버지는 사시나무 떨 듯 떠셨다. 오이즙을 해다 바치랴, 꿀물을 타다 드리랴 솜이불을 덮어라……. 그래서 그런지 단 음식을 아주 좋아하셨다. 설탕물에 밥 말아 잡수실 정도로…….
어머니는 골격이 크고 성격이 남자 스타일이었다. 그러니 우리는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더 무서워하였다. 내가 술 먹는 것만은 외탁했나 보다. 외할아버지께서는 두주불사(斗酒不辭)셨다고 한다.
엉덩이가 크고 튼실해야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서양에서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란다. 우선 공부를 잘하려면 머리보다는 느긋하게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참을성 있게 공부하는 인내심과의 전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참을성’ 있게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커진다는 것이다. 지방질이 축적되어서 그렇단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엉덩이가 크고 펑퍼짐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우리가 ‘배우고 익히는 것’을 ‘학습(學習)’이라 한다. ‘배울 학(學)’에 ‘익힐 습(習 )’이다. 교육학자들은 ‘학(學 )’보다 ‘습(習 )’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학이시습(學而時習)이면 불역열호(不亦說乎)라 하지 않던가! 배운 것을 자주 복습하고 익히는 더 중요한 것이리라!
사실, 신체 부위 중에 ‘엉덩이’처럼 다른 이름을 가진 것도 드물 것이다. 엉덩이, 궁뎅이, 궁덩이, 방뎅이, 왕십리, 볼기짝…. 또 신체 부위 중에 발과 같이 가장 하대를 받는 존재다. 엉덩이는 체벌 부위의 1등급에 속한다. 이는 고래로부터 지금까지 자타가 인정하는 부위다.
이런 엉덩이가 섹스의 심볼로 각광을 받고 있다니 격세지감이 든다. 하기야 서양녀(西洋女)들의 엉덩이는 대물(大物)이긴 하지만.
‘뽕’은 섹시의 상징도 되지만, 좀 과장되게 튀기는 의미도 담겨 있다. 뽕브라, 뽕팬티, 뽕거들 다 실제의 크기보다 부풀리는 뻥튀기 존재이다. 그러니깐 ‘뽕’과 ‘뻥’은 사촌지간쯤 될 것이다.
실은 ‘뽕’의 뽕나무는 하나도 버릴 게 없는 나무다. 비단을 만드는 누에고치를 비롯하여, 안토시안이 많이 들어가 있는 오디, 그것으로 담그는 뽕주! 잎, 줄기, 뿌리, 열매 어느 것 하나도 다 인류를 유용하게 한다. 이즈음은 누에를 동결시켜 만든 ‘뽕그라’라고 하여 한국산 비아그라로 각광을 받는다고 하니 상전벽해(桑田碧海)가 틀림없다. 게다가 뽕나무에서는 암을 치료한다는 상황버섯까지 나오니 뽕나무는 죽어서도 살신성인(殺身成仁)하는 나무다.
그러나 세상은 뿅갈 정도로 변하니 그에 따르지 못하는 운둔한 인간들은 그걸 잊기 위해 ‘히로뽕’까지 등장한다.
사실, 뽕은 남자들의 스테미너의 상징이다. 오래 전에 나온 ‘뽕’이라는 한국 영화는 스테미너의 대명사였다. ‘뿅간다’의 어원도 필시 뽕에서 나왔을 것이다.
이젠 우리 나이는 뿅갈 나이는 지났다. 남을 뿅가게 하지 못하고, 내가 뿅가지 못하니 노을진 길녘임이 틀림없다. 아직도 의무방어 때문에 ‘뽕그라’에 얽매이면 혹여 정말로 뿅갈지 모르니 조심할지어다. 그저 물 흐르듯이 자연적으로 세간지락(世間之樂)을 누리며 살아야 하겠다.
늙어가는 대표적인 징조는 눈, 귀, 이부터 나빠지지만 엉덩이의 살도 덩달아 빠진다. 이젠 친구들은 앉으면 엉덩이뼈가 방바닥에 맞닿아 아프다고 방석부터 찾으니, 인생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온 게다.
그나저나 뽕팬티는 엉덩이 살이 빠지는 늙은 남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이번 생일 때, 선물로 뽕팬티를 사달라고 하면 늙은이 주책일까.
그리고 요즈음 팬티는 너무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미끈한 다리를 타고 올라가도 너무 타고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해서이다. 내 트렁크 팬티보다 더 짧으니 말이다. 혹시 팬티의 원조 이브가 간신히 가렸던 나뭇잎 팬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첫댓글 ^^ ^^ 정말 붓가는대로 수필의 맛을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