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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미국 대신 세계를 리드할 수 있을까?
자유, 인권, 법치에서 답보하는 한 어려울 것
<한 중 일 Troika의 바람직한 미래상>(2)
초대석 : 김상기 박사 (재미정치평론가, 남일리노이대 명예교수/철학)
대담자 : 이계송 (밖보코 Editor)
- 지난번 만남에서 느꼈습니다. 수수하게 시작한 얘기가 김선배 때문에 엄청 복잡하게 비약합니다. 세론의 흐름에 따르지 않고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기 때문이지요.
= 그래요? 이번에는 세론의 흐름을 따라 가봅시다.
- 지난 3월5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중국의 12기(期) 전인대(全人代 우리의 국회) 에서 리커창(李克强)수상이 역사와 영토라는 폭발성 있는 민감한 문제를 다루지 않고 넘어 갔습니다. 이걸 어떻게 보십니까?
= 중국 사람들이 무서운 건 껄끄러운 문제를 단김에 뿌리 뽑으려고 하지 않고 상황이 유리하게 바뀔때 까지 참고 기다리는 성질 때문이지요. 군사적으로 더 강해진 후 센카쿠에서 격돌할 기회를 보기로 주의를 정하고 휴면 상태로 들어 간 겁니다.
- 중과 일이 격돌하는 사태가 온다면 한국은 어느 쪽을 지지해야 합니까. 센카쿠 문제에서 김 선배는 어느 편입니까?
= 격돌이 오지 않도록 중재하는데 힘써야 하고, 이게 안 되면 중립을 지켜야지요. 센카쿠 문제에서는 일본 편입니다. 왜냐하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것이 중요한데 독도는 한국이 센카쿠는 일본이 지배하고 있지요. 한 일의 입장이 같아요.
- 막가파 아베수상도 요즈음 자제하는 듯한데 미국압력 때문인 듯합니다. 그런데 김 선배가 미국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는 것이 궁금합니다. 미국을 빼놓고 Troika를 말할 수 있습니까?
= 그건 우리에게 엄청 중요한 이슈지만 미국의 세계전략 에서는 종속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습니다. 적어도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우월한 위치를 누릴 수 있도록 미국이 양보해주는 건 시간문제지요. 로버트 카플란은 중국에 의한 제2의 몬로 독트린을 말하고 있는데, 주목할 만합니다. 물론 중국이 태평양에서 미국과 싸우자고 덤비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하는 얘기지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우월적 지위가 인정되는 것 시간문제
- 김선배는 미국의 힘이 기울고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보지 않습니까?
= 미국사람들의 엄살과 과장에 넘어가면 안되요. 스프트닉을 쏘아올린 소련에게 졌다. 일본이 최고다. 요즈음엔 중국이 경제력에서 곧 미국을 앞지른다... 등등 미국인이 즐기는 엄살이지요. 중국의 군비증강을 미국이 걱정한다고 하면 중국의 전략가들은 화내요. 미국이 중국 군대를 보이스카우트 수준에 묶어 두려고 흉물 떤다는 거예요.
- 앞으로 얼마나 미국의 헤게모니가 유지될 거라 보십니까?
= 그건 알 수 없는데 나의 상상력으로 멋대로 말한다면 백년 안에 미국의 지위를 뺏을 나라는 나타나지 못할 것 같아요. 한 가지 분명한 건, 미국인의 멘탈리티가 바뀐 겁니다. 염전사상이 깊고도 넓게 퍼져있어요.온 세상 돌아다니면서 보안관 노릇하는 게 지겨워 진겁니다.
황야의 무법자들이 보안관을 우습게 보는 것도 신경질 나는데, 국가부채마저 눈덩이처럼 불어나니 신이 날 리가 없지요. 일본을 키워서 짐을 좀 덜어볼까 했더니 아베가 기회는 왔다고 막가파로 나가니 미국이 당황한거죠. 미국이 한 일 3국 군사협력에 지원을 줄이면 일본은 핵무장 군사대국화로 치닫게 되겠지요.
- 한미관계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강화하고 중국과의 관계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걸맞게 격상하겠다는 것이 현 정부의 외교노선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미 중 간에 등거리외교를 하면 된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럴 듯한데 가능하겠습니까?
= 나라 망치겠다는 정치정박아들이 시끄럽게 중구난방 떠드는 거 괘념할 필요 없지요. 정부의 외교노선은 일단 정경분리의 길이니까 옳은 길이지요. 미 중 등거리 운운은 난센스 입니다. 그런 구도에서 미국이 한국을 믿고 공동의 전략을 짤 수 있겠습니까. 중국으로 즉시 새나갈 고급정보를 한국에게 주겠습니까. 우리는 나라의 존망과 유족한 삶의 관계를 올바로 봐야합니다. 한미관계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고, 중국과의 관계는 서로에게 얼마나 이익이 되는 가의 문제니까, 같은 차원에서 등거리를 생각할 수 없습니다.
-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걱정입니다. 경제적으로 예속되지 않을까요?
= 한중교역이 날로 커지는 것은 보완적으로 서로 이익을 주기 때문이지 중국이 한국을 예뻐하기 때문은 아니지요. 교역의 다변화를 추구해 나가면 될 걸 중국이 아니면 큰일 난다고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봐요.
한국 사람들 미.중 등거리 외교 운운은 난센스
- 나는 김 선배와는 달리 중국 사람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들의 대륙적 기질, 너그러움, 인생도 정치도 유장하게 보는 자세가 좋습니다. 매사에 현세적이고 합리적이고 실리적이어서 진짜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으로 사는 사람들이지요. 그러나 모화주의자는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십시오.
= 중국 사람을 좋아하지만 모화주의에 빠지지 않겠다는 건 아주 중요한 문제의식입니다. 문화의 수직적 위계질서의 믿음에 세뇌되면 꽉 막힌 밀실 속에 갇히게 되지요.
- 문제의 핵심으로 뛰어 들어 갑시다. 김 선배는 중국이 앞으로 Pax Americana를 대치할 Pax Sinica를 창조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 중동을 포괄하는 서양문명이 이룩한 보편주의를 넘어설 문화적 사상적 역량을 과연 중국에, 나아가서 인도를 포함한 동양에 기대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확대해서 볼 수 있지요. 먼 훗날 어떻게 될지 물론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 내다 볼 수 있는 가까운 장래, 백년 안에는 무망하다고 봅니다.
- 중국역사는 Pax Sinica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습니까?
= 세계 제국을 세웠던 당태종 이세민, 쿠빌라이 칸의 몽고제국, 청나라의 강희대제, 희대의 개명군주 건륭황제 등이 위대한 코스모폴리탄 제국을 만들었으니까 앞으로도 그들의 정신이 다시 살아나올 수 있겠지요.
- 중국에 그런 싹수가 안보입니까?
= 현실은 형편없어요. 중국정부가 내걸은 제일의 모토가 항일이라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중국이 세계의 지도국가가 되려면 넘어야 할 높은 산이 너무나 많습니다. 굴욕의 백년을 계속 한풀이 하면서 귀한 세월 허비하면 Pax Sinica는 한갓 웃음꺼리가 되고 말겁니다.
-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 하지 않습니까. 중국이 세계의 지도국가가 되기 위한 장정(長征)에서 해야 할 제일 중요한 일이 무엇이라 보십니까?
= 나는 천안문에 걸려있는 마오쩌둥의 초상을 치워버리는 것이라 믿습니다.
- 지금 성역을 침범하셨습니다.
= 중국은 무엇보다도 먼저 법치국가가 되어야 합니다. 세계 최악의 인권 유린국가 중에 하나라는 오명을 쓰고 있으면서 누굴 어떻게 지도합니까.
- 나도 중국의 행형 실태를 알아 봤는데 놀랍더군요. 작년에 160만명이 기소 됐는데 825명이 무혐의로 방면됐다고 합니다. 유죄판결이 99.93%. 이건 정상적 법집행이라 볼 수 없고, 유죄인을 양산하는 공장을 차려놨다고 봐야지요. 짜오라는 사내는 어떤 여자를 죽였다고 무기징역을 살고 있었는데 그 죽었다는 사람이 멀쩡하게 살고 있음이 밝혀져서 11년만에 풀려났답니다. 얼마나 악독하게 고문했으면 하지도 않은 범죄를 자백했을까요. 중국사람 좋아하는 나도 소름이 끼칩니다.
= 국가권력에 의한 테러가 일상화되어 있는 무법천지지요. 상고하면 저의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아직 깨닫지 못한 놈이라고 형벌을 더욱 무겁게 하니까 억울해도 꼼짝 못해요.
중국정부가 내건 제일의 모토가 항일이라니...답답한 노릇
- 제대로 절차를 밟아 심의하지 않고 무더기로 유죄판결을 내리는 중국 법원의 관행은 어디서 옵니까?
= 나는 이것이 상앙, 이사, 한비자의 법가사상에서 유래하여, 진시황에서 부터 마오쩌둥에 이르는 전제군주들과 독재자들이 써와서 오늘에 이른 국가테러의 전통이라고 봐요.
- 결국 마오쩌둥이라는 우상을 깨트리지 않고는 중국에서 법치는 요원 하다. 법가전통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보시는군요. 덩샤오핑이 개방정책으로 대담하게 나가면서 마오쩌둥 성역을 손보지 않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 덩은 머리가 비상한 사람이니까, 지나친 개방이 엄청난 원심력으로 커져 중국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걸 두려워했겠지요. 그 후에 그만한 인물이 안 나오니 타성대로 그냥 가는 거지요. 지난 3천년동안 늘 해왔던 대로 계속 가면서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어 있는지 조차 의식이 없습니다. 그들은 중국이 엄청난 템포로 발전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데 제일 중요한 자유와 인권, 그 기본인 법치에서 답보하고 있습니다.
- 얘기가 약간 옆가지로 새는데 일본도 유죄 판결의 비율이 99%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 일본의 공소과정은 엄격하고 치밀해서 비용과 인력이 많이 들어가요. 그래서 경찰과 검찰이 유죄를 확신할수 없으면 소추를 아예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오지요. 중국과 정반대라고 보면 되요.
- 일본에서 죄를 짓고 감옥 생활하는 중국 사람이 상당수 있는데 이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하는 것이 본국송환이랍니다. 가면 우선 초죽음에 이르도록 개 패듯 하기 때문에 일본 감옥살이가 더 좋다고 한다니 기가 막힙니다. 정신과의사한테 진료까지 받으니 이런 호강이 어디 있냐고요.
= 공산당의 초법적 통치와 시장경제를 접목시켰으니 권력의 효율성이 커지는 것은 사실인데 이것이 함정이지요. 미국경제가 가장 잘 나갈 때 소득이 2배가 되는데 30년 걸렸지요. 중국에서는 10년 밖에 안 걸려요.연금을 확대하여 농촌인구 2억4천만을 커버하는데 2년 밖에 안 걸렸어요. 85%의 중국인이 나라가 가는 길에 극히 만족하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어요.
- 미국인은 30%가 만족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 에코노미스트 지는 서양의 가치와 정치체재를 비판하고 중국방식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지식인들을 소개했어요. 푸단대학의 짱웨이웨이교수, 베이징대학의 유커핑교수, 왕지시교수가 그들인데, 서구민주주의를 따르려는 후진국들이 혼란과 카오스에 빠졌다. 우리의 길이 올바른 길이라고 호언하고 있어요. 즉 중국모델이 개발도상국에 알맞다는 주장이고, 중국의 소프트파워는 중진국 수준이며 그 이상은 필요 없다는 생각이 밑에 깔려 있어요. 근자에 서울을 방문한 칭화대학의 경영학교수가 중국의 내수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Troika 같은 거 필요 없고 한국과의 기술격차는 없어졌고 일본도 별게 아니라는 식으로 큰소리 쳤습니다. 어쩐지 19세기 중국인의 대국 나르시시즘을 다시 보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러다가 큰 우물 안의 큰 개구리가 또 다치겠구나 생각이 드네요.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 뛰어 넘고, 대국 쇼비니즘에 빠지지 않아야
- 최근 쿤민에서 일어난 칼부림 사건은 온세상을 뒤흔든 소수민족의 반란테러였습니다. 한 무리의 위구르 사람들이 여성과 어린이들까지 무차별적으로 29명이나 칼로 쳐죽이고 140명이나 부상을 입혔지요. 생포된16세의 예쁜 소녀 묻지마 살인범의 모습에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전에는 카라마이라는 유전거리에서 수백명의 한인(漢人)들이 중학교로 몰려가서 위구르인 생도들에게 마구잡이로 폭력을 휘두른 일이 있었습니다. 한인과 위구루 아이들이 패싸움으로 시작되었는데 한인 어른들이 끼어들어 엄청난 사고가 났던 거지요.
= 백개나 되는 소수민족을 우대한다고 자랑을 늘어놓지만, 화이(華夷)의식 속에 갇혀있는 한 앞으로 문제가 더욱 커지지 줄지 않을거요. 남쪽에 사는 사람을 남만(南蠻)이라 해서 벌레 충(蟲)의 뜻을 넣고, 북쪽의 오랑캐는 북저라고해서 犬 즉 개 같은 놈들이라는 게 중국인의 심층의식입니다.
- 그러나 아까 열거하신 코스모폴리탄의 중국 제국들은 북방의 오랑캐들이 이룩한 위업이 아닙니까. 당(唐)나라를 빼놓고는...
= 당태종 이세민은 그의 4대 조상부터 북저의 여성들과 결혼 했으니 그 자신은 거의 오랑캐라고 볼 수 있겠지요. 중국의 학계가 북저와 서융(西戎)의 업적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게 된 것은 훌륭한 일입니다. 조금 지나쳐서 고구려가 중국역사의 일부였다고 까지 하니 우리가 화를 내지만...화이의 차별을 넘어서면서도 동북공정의 대국쇼비니즘에는 빠지지 않는 중국이 앞으로 대두한다면 Pax Sinica 는 현실로 나타나겠지요.
- 극히 비판적이면서도 항상 밝은 앞날의 꿈을 접지 않는 것이 김 선배의 특이한 발상법인데, 이번에는 내가 비관하는 이유를 말하지요. 오늘의 중국식 자본주의는 천민자본주의에서도 최악의 케이스입니다. 모잠비크에서 조업하는 중국의 건설회사는 한 달 최저생계비 110유로 에도 못 미치는 75에서 87유로를 지급하면서 단 하루의 휴일도 안줍니다. 잠비아의 광산노동자는 안전을 도외시한 환경에서 목숨을 내놓고 일해야 합니다.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크스탄에서는 석유확보를 위해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뿌리고 심지어 무기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콩고공화국에 중국이 들어가서 희귀자원 싹쓸이를 하고 있는데 그 정도가 지나칩니다. 아프리카대륙 전체가 중국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 '피의 강' (Tim Butcher: Blood River)이라는 책을 보면 중국이 검은 대륙에서 자행하는 패악질이 자세히 밝혀져 있어서 나도 좀 알고 있습니다.
- 이런 나라를 미국이 그 우월적 지위를 남중국해에서 인정해준다면 아프리카서의 패악질을 여기서도 펼칠텐데, 미국이 그걸 어떻게 감당할까요. 필립핀 말레이지아 월남 인도네시아더러 역내에서 중국의 말을 들으라고 한다면, 이들이 미국의 배반을 어떻게 볼까요?
= 나라들의 관계를 보면 중력의 법칙 같은 것이 있죠. 중국 같은 초대형국가는 엄청난 인력을 주변의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들에게 작용하지요. 동중국해는 일본 때문에 중국의 팽창에 브레이크가 걸리지만, 남중국해서는 중국의 팽창에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고 미국이 본다고 이걸 꼭 배반이라고 까지 하는 건 지나치죠.새삼 지도를 보면서 크기와 무게와 거리가 지배하는 냉엄한 힘의 현실을 직시합니다.
- 중국의 군비확장에 이웃나라들이 불안해하는데 10년 후에는, 모두 더 안전해진 것을 알게 될 거라고 중국 논객이 주장해서 어이가 없었습니다.
= 지나친 자국중심의 노선을 벗어나겠다는 건데, 어떻게 환골탈퇴를 하겠다는 건지 두고 봅시다.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함께 중국과 협조할 길을 추구한다면 Troica 더욱 큰 발전의 추진체가 될 수 있겠지요.
우크라이나 사태, 남북화해 물꼬 오픈 어렵게 만들어..
- 제일 껄끄러운 문제를 계속 비껴가시는데, 북한 보다 구체적으로 북핵에 대한 논의를 피할 수 없습니다.
= 우크라이나 사태로 푸틴의 야망이 일단 연기 됬어요. 한 중과 옛 소련연방의 나라들을 아우르는 중앙아시아경제권 구상이 크게 열매를 맺으려면 한 일에서 서유럽까지 연결할 수 있어야 해요. 이제 러시아가 미국 유럽과 척을 지게 되어 이게 물 건너갔지요. 북한도 참여하여 남북화해의 물고를 틀 수 있는 큰 흐름을 기대할 수 없게 됐어요. 통일대박의 꿈을 일단 접고, 더욱 웅크릴 수 밖에 없는 북한의 체제유지를 한국이 걱정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봐요. 중국이 어느 날 내파(內破)하는 북한에 군을 투입하여 괴뢰정권을 세운다면, 그건 김씨왕조의 존속보다도 못한 것이지요. 가진 거라고는 폭탄밖에 없는 북한에게 한반도 비핵화, 6자회담 등 우리의 소원에 북한이 화답해 올 것을 누가 기대한다면 이거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지요.
- 우크라이나에 대하여 한 말씀하고 오늘의 대담을 끝냅시다.
= 우크라이나는 역사적으로 러시아 땅 맞습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은 이걸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오바마와 그의 친구들이 핏대 올리며 푸틴을 성토하는 건 잘하는 겁니다. 크리미아를 토해내라는 게 아니고 우크라이나를 반 토막 내어 동남부를 먹을 생각을 아예 하지 말라는 거지요. 푸틴도 그러지는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크게 나쁘게 되지는 않겠지요. 문제는 극렬민족주의 파시스트들이 러시아계를 여럿 죽이는 불상사가 터질수 있는데, 그 때는 푸틴이 가 많이 있지 않겠지요. 키신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보통 말하는 이웃나라가 아니다. 역사공부 좀 하라고 한 뜻을 바로 읽어야 합니다.
- 중국이 러시아 성토 코러스에 가담하기를 거부해서 역시 두 대륙대국이 서로 통하는 구나 생각했습니다.
= 오바마가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의 리더일뿐 강대국이 못된다고 했는데 너무 가벼운 생각이지요. GDP 가지고 한 나라를 평가하는 관점에서 생기는 오류입니다. 러시아는 문화와 예술, 과학과 기술에서 세계최고 최대의 나라지요. 최첨단 무기개발과 생산에서 미국과 대등한 막강한 최강국이고, 석유와 천연개스의 큰 수출국이지요.
- 3천불짜리 루이뷔통 핸드백 들고 한 병에 천불하는 샴페인 마시면 3십불짜리 가방 쓰고 한 병에 10불하는 보드카 마시는 것보다 백배의 수치가 나옵니다. 그러나 이게 국력비교 평가에서 무슨 뜻이 있습니까? 지금 한국의 GDP가 북한의 30배 되는데, 이것이 한국이 북한보다 30배 더 강한 나라라고 한다면, 그건 난센스지요.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마지막 한 말씀 해주십시오.
= 건륭황제를 생각합니다. 만리장성을 보며 그 장대함을 차탄하면서도 "그러나 성의 안 쪽과 바깥쪽이 하나의 집안 (內外一家)" 이라고 한 그의 말에 중국의 앞날이 달려 있습니다. Pax Sinica를 상상합니다.
- 상상력의 정치담론은 즐겁습니다. 그러면 또.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