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많이 마실수록 좋을까? Yes or No^^
물은 정말 많이 마실수록 좋을까?
사실이 아니다. 물은 체내 모든 생리적 기능에 관여한다.
이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물을 마시도록 권고하는 다양한 속설이 난무한다.
‘하루에 꼭 물 8잔은 마셔야 한다’가 대표적이다.
이는 미국 식품영양위원회의 보고서를 잘못 이해하면서 출발한 오해다.
◇물이 몸에서 하는 역할
물이 체내에서 하는 역할은 크게 4가지다.
섭취한 영양성분을 체액에 녹여 세포로 운반하고,
몸에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는 노폐물을 세포에서 빼내
다양한 경로로 배출하며 체온을 조절한다. 그리고 세포의 삼투압을 유지한다.
우리가 갈증을 느끼는 이유는 이 세포의 삼투압 때문이다.
삼투압은 농도 차이로 나타나는 압력이다. 혈액의 염분 농도는 0.9%다.
몸속 물이 부족해지면 혈액의 염분 농도가 높아진다.
그럼 저농도에서 고농도로 물이 이동하는 삼투현상에 의해
세포 속의 물이 혈액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물을 보충하지 못하면 세포가 제대로 기능할 수 없어 생명까지 위험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몸은 항상 세포 내외의 농도를 맞추기 위해
몸에 수분이 부족하면 갈증을 유발한다.
◇물 많이 마신다고 건강해지지는 않아
물을 많이 마신다고 건강해지는 건 아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 연구팀은 2002년 여러 논문을 분석한 결과
충분한 물 섭취가 피부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갈증이 날 때 물을 마시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봤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팀도 2007년 물을 충분히 마셔서 피부가 좋아지거나
다이어트, 두통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수분 섭취량이 턱없이 부족한 탈수 상태에선
피부 탄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극히 드문 경우라고 설명했다.
◇하루 물 8잔, 보고서 잘못 읽어 나온 오해
지금으로부터 무려 75년 전 미국 식품영양위원회는
1kcal당 1mL의 물을 마셔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성인의 하루 권장 열량이 2000~2500kcal이므로,
하루 2L 정도의 물을 섭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2L는 물 한 잔을 약 250mL로 계산하면 총 8잔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는 다른 문장도 있었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에 있는 수분으로도 필요한 물의 대부분이 충당된다”이다.
의학계에선 하루에 꼭 물을 8잔 마실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2007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언론에서도 다뤄왔다. BBC는 2007년 ‘허구로 밝혀진 7가지 의학 미신’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뉴욕타임스는 2015년 ‘하루에 8잔의 물을 마실 필요는 없다’는 칼럼에서 보도했다.
◇의식해 많이 마시면 오히려 저나트륨증 올 수도
물을 의식하고 많이 마시다간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케이프타운대학 연구팀은 2012년 ‘물 중독’에 대한 연구 결과를 영국의학회 회보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장기적으로 수분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저나트륨 뇌장애가 일어나
의식 장애, 발작,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을 지나치게 마시면 혈액의 염분 농도가 낮아져 물이 세포 내로 이동한다.
세포가 물을 너무 많이 흡수해 부풀면 중추신경계 부종,
근육 약화, 전신 경련이 생기고 혼수상태에서 심하면 생명까지 위독해질 수 있다.
조현병 환자에서 물 중독 증세가 종종 나타나곤 한다.
이미 한국에선 2000년부터 ‘저나트륨혈증’이라고 명하며
물 중독으로 사망하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 왔다.
◇한국 성인 권장 수분 섭취량은 물 4~5잔
그렇다면 하루에 어느 정도 물을 마셔야 하는 걸까. 정해진 양은 없다.
사람마다 거주하는 곳의 환경, 운동 여부,
신체조건, 먹은 음식의 양과 종류 등에 따라 달라진다.
아론 캐럴 교수는 2008년 영국의학저널에서
“주스나 맥주 등 음료는 물론, 과일이나 채소로도 수분 섭취가 가능하다”며
“하루 물 섭취에 대한 공식적인 권장량은 없어
개인에 따라 상황에 맞게 갈증이 날 때 물을 마시면 된다”고 밝혔다.
한국엔 수분 충분 섭취량에 대한 기준이 나와 있다.
한국영양학회는 ‘2015년 한국인 영양소섭취기준’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남녀별 수분 충분 섭취량은 4~5잔이다.
성인 남성이 섭취해야 하는 총수분량은 2100~2600mL인데,
음식물을 통해 1100~1400mL를 섭취하고 있다고 봤다.
물이나 음료수로 1000~1200mL를 따로 섭취해야 한다.
성인 여성의 경우 하루 섭취해야 하는 총수분량은
1800~2100mL다. 음식물을 통해 섭취하는 수분량을 빼면 900~1000mL다.
한국인 성인의 권장 수분 섭취량은 평균 1000mL. 즉, 물 4~5잔을 마시면 된다.
물을 적게 섭취했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 몸은 체내 수분이 1~2%만 부족해도 갈증을 유발해 물을 찾게 한다.
콩팥도 체액의 농도를 맞추는 역할을 하므로 심각한 탈수 현상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목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 물을 마시라는 것은 아니다.
매일 물을 8잔 이상씩 마셔야 한다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물 마시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더 건강하게 마시려면?^^
대기가 건조한 가을에는 몸속 수분이 증발해 쉽게 갈증이 나고 피부가 건조해진다.
이로 인해 안구건조증이나 피부염 등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건조함을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수분 섭취를 늘리는 것이다.
수분 섭취는 너무 적어도,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된다.
적절한 수분 섭취량은 하루 최대 2L 내외다. 1컵을 200mL로 봤을 때, 10잔 정도가 적당하다.
성인은 하루 3.1L 정도의 수분을 땀·호흡·피부·대소변 등을 통해 배출하는데,
보통 음식을 통해 1~1.5L의 수분을 섭취하므로 나머지 양만 물로 마시면 된다.
마셔야 하는 물의 양은 계절·날씨·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체중에 30~33을 곱하면 일일 권장량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체중이 70kg인 성인은 하루에 2100~2310mL(2.1~2.3L)의 물을 마시면 된다.
운동량이 많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더 많이 마셔도 무방하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의 물을 마시는 것도 좋지 않다.
물은 몸속에 들어와 2시간 정도 지난 후 소변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한꺼번에 많은 물을 마시면 소변을 걸러내는 콩팥에 무리가 가고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해 두통·구역질·현기증·근육경련이 나타날 수 있다.
한 시간 간격으로 한 번에 200mL 정도 마시는 게 적절하며,
갈증이 심해도 최대 500mL 이상 마시지 않는 게 안전하다.
수분을 보충할 때는 음료수가 아닌 물을 마셔야 한다.
녹차·커피·맥주 등은 카페인이 들어 있어 이뇨작용을 촉진해,
오히려 많은 수분을 내보내는 역효과를 낸다.
커피의 경우 마신 양의 1.5배의 수분이 몸 밖으로 배출된다.
한편, '물만 마셔도 살찐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물은 0kcal로 열량이 없기 때문이다.
몸속 수분이 늘어 일시적으로 체중이 늘거나 부을 수 있지만,
콩팥 기능이 정상이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많이? 적게? 건강 상태별 물 마시는 법^^
호흡기질환자 많이, 심부전증이면 적게 마셔야
일반인 갑자기 많이 마시면 '물 중독' 가능
지난 여름 딸을 출산한 김모(32)씨는
최근 모유 수유를 시작한 이후 열심히 물을 마시고 있다.
출산 전에는 보통 사람보다 물을 적게 마시는 편이었지만,
요즘은 알람으로 시간까지 맞춰두고 마신다.
김씨는 "물을 충분히 마시니 활력이 더해진 느낌이 들고 잦았던 두통도 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의 주치의인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호 과장은
"병력이나 가족력에 따라 보통사람처럼 물을 마시는 것이 위험한 경우도 있다"며
"김씨의 경우 신부전증 가족력이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담에 따라 수분섭취량을 조절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생아 때 90%였던 체내 수분 함량, 노인되면 50%로 떨어져
3월 22일은 UN이 물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지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은 세포, 근육, 혈액 등을 구성하고 몸무게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체내 수분 함량은 노화의 정도를 보여주는 기준이기도 하다.
갓 태어난 신생아의 경우 90%였던 물은
성인이 되면 70%를 유지하다가 노년기에 50%까지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하루 2L 가량의 물을 7~8번에 걸쳐 나눠 마시면
적절한 수분함량을 유지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면 열이 나고 맥박이 빨라지며, 진땀이 나고 어지러움증이 나타난다.
평소 소변 색깔이 짙은 갈색을 띤다면, 이 또한 수분 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김비로 과장은
"수분 함량이 정상 수준이면 체액은 중성과 약알카리 성을 유지한다"며
"체액이 산성 혹은 알카리성으로 쏠리게 되면 각종 대사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정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수분섭취가 더욱 중요하다.
폐렴이나 기관지염 등 호흡기질환은 물을 많이, 자주 마셔야 한다.
이들은 물을 마심으로써 체내 온도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고
염증 유발 물질을 체외로 잘 배출할 수 있다.
대사질환 환자는 혈액을 맑고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수분 섭취에 신경써야 한다.
당뇨 환자에게서 소변의 양이 증가하거나
갈증을 느끼는 일이 잦아진다면 혈당 조절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특히 노인 당뇨 환자는 고혈당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상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수분 섭취량과 소변량을 꼼꼼하게 관찰해야 한다.
◇많이 마시는 게 무조건 능사는 아니야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무턱대고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분섭취로 인해 스트레스, 물 중독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땀을 흠뻑 흘린 후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물을 마시면
나트륨이 적정량 이하로 떨어져 어지러움, 구토 등이 일고
심한 경우 전신무력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 중독 상태가 지속하면 뇌압이 상승해 뇌졸중이 나타날 위험도 있다 .
질환 관리 때문에 물을 적게 마셔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심장 기능이 떨어지는 '심부전증'은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하루 1L 이하로 수분 섭취량이 제한된다.
체내의 수분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수분과 염분의 배출 기능이 저하되는 '부신기능저하증'을 앓는 환자도 수분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심부전, 간경화와 환자들도 수분 섭취가 과도하면 복수, 전신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호 과장은
"물은 어떤 음료로도 대체할 수 없는 기능을 갖고 있지만,
현대인의 생활에서 부족하거나 과도하게 섭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노화나 질병에 수분섭취가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오히려 과도하게 수분을 섭취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질환에 따라 물 마시는 법 따로 있다!^^
수분 섭취를 권장하는 질병과 제한하는 질병이 따로 있다.
체내 순환과 노폐물 배출을 촉진해야 할 때는 물이 필요하고,
순환과 배출 능력이 떨어지면 물을 멀리해야 한다.
두 경우 모두 물을 몸에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염분(나트륨) 섭취는 철저하게 제한해야 한다.
#1 물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질병
간경화 : 간경화로 간 기능이 떨어지면 알부민이 생성되지 않는다.
알부민 농도가 낮으면 수분이 각 장기에 고루 배분되지 못하고
혈액에 남기 때문에 혈액 속 수분 함량이 높아진다.
과도한 수분은 복강으로 들어가서 배에 물이 차는 복수현상을 일으킨다.
심부전 : 심부전 환자는 심장 기능이 저하돼서 심장에 들어온 혈액을
충분히 내보내지 못하므로 물을 하루 1L 이내로 마시자.
그 이상 마시면 혈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고 혈관에 머무는데,
이렇게 늘어난 혈액량 때문에 혈관 압력이 높아지면
수분이 압력이 낮은 폐와 뇌로 흘러 들어가 부종을 일으킨다.
신부전증 : 신부전증 환자는 갈증이 날 때만 의사가 권고한 양의 물을 마셔야 한다.
투석을 하는 5기 환자는 투석을 통해 단백질이 빠져나가면서
알부민 생성이 안 되는데, 이때도 역시 수분이 복강으로 흘러가 복수가 찰 수 있다.
부신기능저하증 : 부신기능저하증이 있으면
부신호르몬인 알도스테론이 과다 생성되는데,
이는 수분과 염분의 원활한 배출을 막는다.
따라서 수분을 많이 섭취하면 전신부종이 생길 수 있다.
심한 갑상선기능저하증 : 심한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는
물을 많이 마시면 수분 배출이 잘 안 돼서 저나트륨혈증이 생길 수 있다.
심한 저나트륨혈증이면 나트륨 수액 주사를 맞기도 한다.
#2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하는 질병
염증성 비뇨기 질환 : 요로감염, 방광염, 전립선염 등이 있으면
수분을 많이 섭취해서 염증 유발 물질을 소변으로 배출해야 한다.
노폐물이 배출되지 못하고 농축되면 요로결석으로 변할 수 있다.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수분을 빼면,
자신의 하루 소변량보다 500mL 이상 더 많은 물을 마셔야 한다.
폐렴·기관지염 : 호흡기 질환에 걸리면 열이 오르고 호흡이 가빠져서
피부와 호흡기를 통한 수분 배출이 늘어난다.
호흡기가 마르지 않도록 미지근한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자.
고혈압·협심증 : 혈액 속 수분이 부족하면
혈액 점도가 높아져서 혈액 흐름이 지장을 받는다.
이때 혈전이나 지방이 혈관 벽에 들러붙을 수 있으므로 하루에 최소 2L의 물을 마신다.
이상지질혈증 단계부터 물을 충분히 마시면
협심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단, 염분은 하루 5~6g 이하로 제한하자.
당뇨병 : 신부전증 합병증이 없는 당뇨병 환자는
물을 자주 마셔서 혈당이 올라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특히 갈증을 잘 못 느끼는 노인 당뇨병 환자는 목이 마르지 않아도
한두 시간에 한 번씩 규칙적으로 물 마시는 습관을 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