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찜질하면 감기 완화될까…오해와 속설
환절기 감기 주의, 기온 보다 건조한 공기와 연관
고춧가루 탄 소주 마시면 좋아진다? “알코올 위해 더 커”
밤낮의 기온 차가 큰 봄날씨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런 때 감기에 걸리기 쉬운 만큼,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감기라 불리는 ‘상기도 감염’은 누구나 1년에 한 번쯤은 걸릴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최근 20년간 국내 외래 환자 질환 중 호흡기계통이 상위를 점하고 있는 이유다.
생활에 밀접해 있는 만큼, ‘사우나를 하면 증상 완화에 좋다’ ‘비타민C를 고용량 복용하면 효과적이다’ 등 감기와 관련된 다양한 민간요법이 많다. 이런 방법들은 의학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우선 사우나를 하면 감기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까? 사람의 몸은 체온이 올라가면 자체적으로 땀을 배출해 체온을 조절한다. 하지만 감기에 걸렸을 경우에는 이러한 체온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겨 땀이 나지 않아 체온이 자연스럽게 내려가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일부러 땀을 내기위해 사우나나 찜질방을 찾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12일 “사람의 몸은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자연스럽게 발한 작용을 하는데, 사우나나 찜질방에 너무 오래 있으면 발한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라면서 “또한 체온이 올라 증상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했다.
감기는 추우면 걸린다? 일반적으로 날씨가 추우면 감기에 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감기와 외부의 온도는 직접적 관계가 없다. 남극과 북극 같은 극지방에서는 감기에 걸리는 일이 드물다. 감기 바이러스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추울 때 감기가 유행하는 것은 온도보다는 건조한 공기와 깊은 관련성이 있다. 건조한 공기 때문에 호흡 기도의 점막이 건조해져 몸의 저항력이 약해진다. 또한 실내 공기가 건조할수록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바이러스를 저지하는 점막의 역할이 약해져 감기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좋다.
여름 감기는 개도 안걸린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걸린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날씨가 더워 좀처럼 감기가 잘 걸리지 않는 상황에도 감기에 걸리는 것은 그 사람의 됨됨이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나, 현대에서는 오뉴월(여름)에는 감기가 흔하지 않다는 뜻으로 사용하곤 한다.
실제로 여름철은 겨울이나 환절기 보다 습도가 높아 감기 바이러스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또 외부 활동이 많아져 사람들과의 밀접한 접촉이 상대적으로 적어진 탓에 환자 수가 적은 편이다. 그러나 실내에서 장시간 에어컨, 선풍기를 사용하면 주변 환경과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져 감기에 대한 방어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급격한 온도 차이 역시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능력을 떨어트리는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실내외 온도차는 5도 이상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감기에 항생제가 효과적이다? 최근에서야 인식이 달라졌지만, 항생제는 평소에 너무 쉽게 접하고 흔히들 복용해 왔기 때문에 큰 거부감이 없다. 몇몇 환자들은 항생제를 복용해야만 병세가 더 호전된다고 믿고 있으며, 심하게는 주사 항생제를 처방해 달라고 부탁까지 한다.
일반적인 감염의 원인으로는 바이러스·세균·진균·결핵균 등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원인균들은 치료 방법과 사용 약물이 각각 다르다. 항생제는 다양한 원인균 중 ‘세균’에 대한 치료제다. 그렇기에 ‘바이러스’가 주 원인인 감기에 대해 항생제를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고춧가루 탄 소주나 매운 음식 먹으면 감기에 좋다? 소량의 알코올은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일시적으로 몸이 가뿐하고 기분이 좋아지게끔 한다. 한 방송사에서 이런 내용으로 감기 환자가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먹었을 때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 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 개인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한두 잔 정도를 마셨을 때는 감기 증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것은 알코올에 의한 일시적인 효과다. 근본적인 원인 제거에는 효과가 없다.
또 일반적으로 알코올은 두통과 몸살 메스꺼움 구토 복통과 같은 증상들을 유발할 수 있고 무엇보다 탈수를 초래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오 교수는 “특히 감기에 걸렸을 때 복용하는 약제들과의 상호작용으로 심각한 위험을 일으킬 수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타이레놀로 알려져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 진통제다. 알코올과 함께 복용하는 경우 심각한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타민C를 고용량 복용하면 감기에 좋다? 비타민C가 감기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1970년 미국 화학자 리누스 폴링이 고용량의 비타민C가 감기에 효과적이라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비타민C를 초고용량으로 복용하면 감기가 빨리 낫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결과를 주장하는 연구도 다양하다. 29개 연구의 1만1077명을 포함한 2004년 메타(문헌)분석에서는 비타민C는 일반인에서 감기 예방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논쟁은 아직까지도 진행중이다. 비타민C가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주지만, 고용량 복용시 메스꺼움과 복부팽만이 나타날 수 있고 신장(콩팥) 결석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고용량의 비타민C 섭취는 주의하는 것이 좋다.
독감 예방주사 맞으면 감기 걱정 없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는데 감기에 걸렸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감기가 걸리지 않거나, 덜 걸리거나 약하게 걸리는 것은 아니다. 독감과 감기는 다른 질병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인 질환이다. 반면 감기는 주 원인인 리노바이러스와 코로나바이러스 등 약 200여가지의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해 걸린다. 따라서 독감 주사는 해당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목적이지 다른 일반적인 감기를 예방하기 위함은 아니다.
오 교수는 “감기에 관해서 다양한 속설과 민간요법이 많다”며 “어떤 방법은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낭설에 가까우며 효과가 있다 한들 단순한 증상완화의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감기는 균형잡힌 영양분을 섭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자연스럽게 치유가 되니 증세가 심할때 진료를 받아보는 것을 권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