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6.20이후 적용 자세한사항은 공지확인하시라예
출처: http://today.movie.naver.com/today/today.nhn?sectionCode=MOVIE_TUE§ionId=133
누가, 어떻게 정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나, 맘대로 정합니다. 물론 무턱대고 '아무나'는 아니구요, 그 외화를 수입한 회사에 다니는 아무나가 되겠지요. 그 중에서도 마케팅 부서 '아무나'들이 주로 외화 제목 작명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회사에 출근합니다(수입한 회사 규모가 아주 작은 회사일 경우 그 '아무나'는 자주 사장님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해당 영화 홍보, 마케팅을 외부 업체에 맡긴다면 홍보대행사 직원들이 작명에 큰 몫하겠지요. 어쨌거나 제목이란 놈은 관객 낚는 '미끼'이자 손님 잡는 '삐끼'로 기능하는 게 현실인 바, 직접 관객들 향해 낚싯대 던지는 일선 홍보맨 및 마케팅 우먼들께서 입질 좋은 떡밥, 실적 좋은 삐끼를 골라내는 감각이 확실히 남다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지요. 누가? 그 회사에 일맡기는 수입사 사장님이!
자, 그럼 '어떻게' 정하느냐? 이렇게 정합니다. 영화 제목의 뜻이 외국에서와 같이 한국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직원들의 간절한 기도를 전능하신 박스 오피스님께서 이루어주실만 하다 싶으면 어려울 게 없습니다. 그냥 소리나는 대로 읽으면 그 뿐입니다. 최근 예만 보더라도 [세븐 파운즈][트와일라잇][트랜스포머] 같은 영화들이 그러했지요. 대충 따져보면 크게 세 가지 정도 케이스가 이런 '제목 불변'의 크신 은혜를 입습니다.
첫째, 쉬운 단어로 쓴 짧은 문장일 때.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원티드 Wanted]. 짧죠? 리암 니슨이 주연한 [테이큰 Taken]. 어려울 게 없습니다. 짐 캐리가 주연한 [예스 맨 Yes Man]. 차암, 쉽죠잉~? 이보다 더 짧고 쉬운 제목 지어낼 자신 없으면 그냥 가는 겁니다.
둘째, 이미 널리 알려진 제목일 때. 주로 국내 개봉 전 이런 저런 이유로 화제가 되면서 원제 그대로 소문난 작품은 굳이 애써 쌓은 인지도를 포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가령 진작부터 각종 영화상 휩쓸고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도 가장 주목받은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국내 개봉 제목을 뭘 정하고 말고 하기도 전에 각 언론 매체에서 [슬럼독 밀리어네어]라고 써댔으니 그냥 묻어가면 되는 겁니다. 이걸 굳이 [빈민가 개쉑히 백만장자]로 번역하고 앉아 있을 겁니까, 뭐할 겁니까?
물론 늘 매체들 표기 방법에 묻어가는 건 아닙니다. 모든 매체가 영문 제목 그대로 써주는 건 아니거든요. 기자 양반들께서 아는 단어가 좀 나와준다 싶으면, 특히 '짜식, 잉글리시 주제에 기특하게도 말이 좀 짧네?' 하며 자신감 충만하게 만드는 제목이다 싶으면, 주저없이 자체 번역을 해버리지요. 그래서 2001년 [디 아더스 The Others]란 영화가 베니스 영화제 출품됐을 때 모 매체는 친절하게 이렇게 번역했습니다. [남들]. 그래도 1998년 아카데미 후보작 소개하면서 [굿 윌 헌팅 Good Will Hunting]을 [선의의 사냥]이라고 자신있게 번역한 기자들에 비하면 [남들]의 창시자께서는 덜 민망할 겝니다. 주인공 이름이 '윌 헌팅 Will Hunting'이었다는 걸 그 양반들이 미처 몰라서 그랬으리라 믿고…는 싶습니다.
셋째, 제목이 사람 이름이나 캐릭터 이름일 때.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니 [레옹 Leon]이니 [핸콕 Hancock]이니 [아이언 맨 Iron Man] 이니 하는 제목은 굳이 바꿀 이유도 없고, 바꿔 봐야 효과도 없습니다. 그 밖에, 한글로 번역하기 갑갑할 때나 번역 안 하는 게 오히려 뭔가 있어 보일 때도 영어 제목 불변의 법칙은 적용됩니다. [데어 윌 비 블러드 There will be blood]를 뭘로 번역할까요? [피바다가 될 것이다]? [피볼 거다]? [너 피날껴]? 마땅치 않지요? 그럼 그냥 가는 겁니다.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를 [흑기사]로 번역할까요? 조커가 배트맨한테 소주 원샷 시켰답디까? 그래서 흑기사? 없어 보이지요? 그럼 그냥 가는 겁니다.
영어 제목 그대로 읽지 않을 거면 까짓 거 그대로 직역하면 그만입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an] [잠수종과 나비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등등…. 원작 소설이나 만화가 이미 나와있으면 그 제목 따라가면 그만입니다. [Blindness]가 [눈먼 자들의 도시]로 개봉한 건 이미 원작 소설이 그런 제목으로 나와있기 때문이고 [Charlie's Angels]가 [미녀삼총사]로 개봉한 것은 이미 1976년 TV 시리즈가 그런 제목으로 방영된 적 있기 때문인거지요.
"외화의 국내 개봉 제목을 정하는 데는 오직 한 가지 원칙만 통용됩니다.
- 어떤 제목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혹하게 만들 것인가."
자, 문제는 이제 부텁니다. 원제 그대로 읽지도, 원제의 뜻 그대로 번역하지도 않는 제목은 어떻게 탄생하느냐? 여기서부터 바로 '맘대로'의 법칙이 적용됩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원제가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직역하면 [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 쯤 됩니다. 말 그대로 흥미로운 제목이긴 하지만 상업적으로 재미보긴 힘든 제목이다 싶었겠지요. 여러가지 의견이 나왔다고 합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이야기라는 걸 강조해서 호기심 유발할 제목이 없을까? 수 많은 '브레인'을 한참 '스토밍'한 끝에 [벤자민 버튼의 신기한 사건]을 거쳐 [날마다 젊어지는 남자]가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아카데미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 치고 지나치게 촐싹맞은(?) 제목이 아닌가 싶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벤자민 버튼의 거꾸로 가는 시간]을 거쳐 결국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최종 낙점! 명사형으로 끝내지 않고 서술형으로 끝나는 제목이라 더 긴 여운을 남기겠다는 판단도 했다는 겁니다.
반면 왕년의 섹스심벌 미키 루크의 재기작 [더 레슬러 The Wrestler]는 외화 제목 지을 때 흔히 달고 다니는 보캐불러리에 의지한 예입니다. 제목 앞에 정관사 더(The)를 붙이는 거지요. 그냥 [레슬러]라고 했을 경우 스포츠 영화로 오해받을까봐 그랬다는 군요. 물론 스포츠 영화인 건 맞지만 '레슬링'이라는 스포츠 자체 보다는 '레슬링하는 한 남자' 이야기가 중요하기에, 많고 많은 레슬러 중에서 바로 '그' 레슬러라는 의미를 몹시 강하게 주고싶었답니다. (한국 외화 제목 작명 역사에서 정관사 The가 걸어온 굴곡 많은 역정을 정리한 글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문제는 [언데드] 같은 제목입니다. 원제가 [The Unborn]. '태어나지 않은 놈'을 '죽지 않은 놈'으로 바꿔버렸으니 그 대담성 하나는 높이 사줄 만 합니다. 수입사 처지도 이해는 갑니다. 아무리 태어나지도 못하고 죽은 쌍둥이 형제가 귀신으로 나타나 괴롭힌다는 내용일지언정, 한글로 커다랗게 [언본]! 포스터에 떠억~ 하니 박아놓았을 때 불현듯 불어오는 한줄기 싸늘한 바람에 손발이 오그라들게 뻔할 뻔자. 그래, 어차피 원제에 충실할 수 없다면 상업 영화 홍보하는 본성에라도 충실해보자꾸나, 굳게 다문 입술로 사장님께 지어 올린 제목이 바로 [언데드]. 누가 봐도 공포 영화라는 사실을 한 눈에 알 수 있게끔 영화 제목의 삐끼적 사명에 충실한 창의력 만땅의 개봉 제목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외화의 국내 개봉 제목을 정하는 데는 오직 한 가지 원칙만 통용됩니다. 어떤 제목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혹하게 만들 것인가. [하이 피델리티 High Fidelity]보다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가 더 먹힌다고 판단하면 그렇게 바꿔 지으면 되는 겁니다. 문제는 한 번 지은 영화 제목은 리콜이 되지 않지요. 애 이름 한 번 잘못 지어놓고 두고두고 욕먹는 부모들처럼 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은 물론이려니와 먼 훗날에 목 놓아 불러보아도 전혀 ‘뻘쭘’하지 않을 제목으로 조금만 더 신경써서 지어주시면 참으로 고맙겠다는 말씀입니다. [Where Is Fred!?]를 [요절복통 프레드의 사랑찾기]로 바꾸는 건 좀 아니지 않우?
영화 개봉작 이름을 마음대로 바꿔쓰는 경우 제재할 방법이 있나요? minervathene
없습니다. 제목을 정할 때 원제의 뜻이 달라지면 안 된다 어쩐다 하는 심의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너무 야한 제목만 아니라면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심의는 다 통과됩니다. 그럼 한국에 영화 팔아먹은 원래 제작사도 모르게 맘대로 바꿔도 되나? 요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 그때 그때 다릅니다. 일단 워너브러더스나 UPI니 하는 할리우드 직배사는 바꾼 제목과 그 이유를 본사에 보고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보고로 그치는 회사가 있는가하면 반드시 허락을 받아야 하는 회사도 있다는 데, 대개 '니들이 한국을 알아?' 이렇게 쏘아붙이며 설득하는데도 끝까지 아니된다며 버틸 본사 직원은 많지 않다는 후문입니다.
직배사가 아닌 경우엔 계약서 마다 제각각이라 하지요. 애초 영화 판권 계약할 때 '제목 바꾸면 죽을 줄 알어!' 명시해 놓았으면 꼼짝없이 원제 그대로 써야 하고, 그딴 조항 안 썼으면 막 바꿔도 그만이고. 간혹 감독 뜻을 존중하기도 한답니다. [체인질링 Changeling]은 '뒤바뀐 아이'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를 제목으로 썼는데, 이게 요즘엔 통 쓰지 않는 예전 단어라는 군요. 그래서 깐느 영화제 당시 좀 더 쉽고 흔한 단어를 써서 [The Exchange]라는 제목으로 상영됐고, 많은 나라들이 그 제목을 그대로 차용하거나 번역해 썼다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웬만하면 원제대로 해주면 좋겠다"며 각 나라에 부탁했다는 겁니다. 결국 한국은 감독 요청 받아들여 [체인질링]으로 개봉하게 된 거지요.
맞춤법이나 외래어 표기법이 틀려도 뭐라 할 순 없습니다. 아니 정말 말 그대로 뭐라 할 수만 있구요, 고쳐라 말라아 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는군요. [쿵푸 팬더]는 맞춤법상 [쿵푸 판다]가 되어야 맞지만 행여 '쿵푸 판매업자의 석세스 스토리'로 오해될까봐 '팬더'라고 쓸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처지도 이해는 갑니다.
[트와일라잇]도 [트와일라이트]가 맞는 표현일 터이나 어떻게든 네이티브 스피커의 발음에 가까워 지려 애쓰는 그들의 가련한 노력을 굳이 '맴매'와 '땟지'로 다스려달라 부탁하고 싶은 마음은 없네요. 다만 [레옹2]처럼 속편도 아니면서 속편인 척, 대담한 거짓부렁으로 제목 지어 팔아먹는 업자들만은 좀 아프게 '맴매'해주면 좋겠습니다.
|
첫댓글 쿵푸 판매업자의 석세스 스토리 쿵푸 판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쿵푸를왜파렄ㅋㅋㅋ
쿵푸판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재밌어 되게 흥미롭게 읽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발 쿵푸판다에서 빵터졋네
오 이런거 재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맨틱 코미디류 영화들이 보통 이상한 작명 많이 하는듯.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 소개 된 영화는 아닌데, 피파 리의 은밀한 삶을 왜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로 바꿨는지 모르겠다. 원작이 왜 저런 제목을 했을까에 대한 고찰은 있어야 할 거 아녀. 뻐큐뻐큐. 로맨틱 코미디 영화 아닌데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려고 '청소년관람불가 로맨틱코미디' 영화라는 버프 받으려고 한거라고 밖에 보이지 않음.
삭제된 댓글 입니다.
2222!!!! 나 진짜 그 영화보고 계속 그생각했음 그 제목만 아니면 더 많은 사람들이 봤을텐데.. 진짜 그렇게 싼티나는 내용 아니고 감동적인 내용인데ㅠㅠㅠㅠ
이영화 재밌는데!!ㅋㅋ난 오히려 첫키스만 50번째인게 영화보면서 아~이래서 지었구나...하게 되던데!!ㅎㅎ물론 뭔가 달달한..그런느낌은 좀 없어지긴했어ㅋㅋ;;
마자..ㅎㅎ 넘싼티나 첫키스만50번째라니..
ㄱㅋㅋㅋ글찰지네
글 잘썼닼ㅋㅋㅋㅋ 진짜 술술읽히네ㅋㅋㅋㅋ
아 글 찰지닼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사람이 쓴 책에 실린 글 다 찰짐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