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라국성안관[天羅國成案館] : Ep.13 편입생 등장 |
입학식의 다음날은 신입생에게도 재학생에게도 특별한 날이다.
신입생들에게는 성안관에서의 첫 수업이니 그러했고, 재학생들에게는 방학 이후 첫 수업이니 그러했다.
성안관에서 가장 두뇌 회전이 빠르다는 사람을 선발해 만든 A class도 예외는 아니었다.
성안관의 수업방식은 여타 학원에 비해 특이한 점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 무학년[無學年] 제도 '.
학년에 따라 배워야 하는 과목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6개 과목만 수료하면 진급이 가능하다.
따라서 한 과목의 수업을 듣는 사람은 1학년부터 5학년까지 혹은 A class부터 F class까지 다양하다.
개설되어 있는 수업은 문과[文科] 과목 8개, 이과[理科] 과목 7개, 예과[藝科] 과목 7개, 기타 과목 8개로 총 30개 과목이다.
그리고 지금 수빈이 듣고 있는 수업은 문과 과목 중 하나인 고문[古文] 수업이었다.
고문 수업을 맡고 계신 교수님은 강재천 교수님으로,
성안관을 졸업하고 난 직후부터 마흔 일곱이 되는 지금까지 성안관의 교육을 담당하는 축이 되고 있다.
그의 수업 진행은 꽤나 널널하지만 시험은 무척이나 어려워서, 고학년 학생들이 대다수 수강생이기 때문에 -
수빈과 같은 2학년이나 신입생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업이 중반정도에 접어들자 여기저기서 깜박깜박 조는 학생들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교탁을 몇 번 두드리는 정도로 제재를 가하던 재천은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한시[漢詩]를 읊기 시작했다.
" 春雨暗西池, 輕寒襲羅幕, 愁依小屛風, 薔頭杏花落. 누가 뜻을 해석해볼까. "
재천의 말이 끝나자마자 학생들의 시선이 재천의 눈길을 이리저리 피하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고개를 늘어뜨린채 졸던 학생들도 수업을 착실히 듣고있던 척, 괜히 필기구를 손가락 사이에서 몇 번씩 돌렸다.
재천은 그 광경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중, 창 밖을 보고 있던 수빈을 발견했다.
" 거기, 너 -. 해석해보게. "
수강생 중 제일 어린데다가 아까부터 창 밖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수빈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재천의 지명에도 세상 모르고 창 밖을 바라보던 수빈은, 옆에 앉은 선배가 어깨를 툭툭 건들때까지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해 있음을 인지하고 나서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교수를 응시했다.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음에도 수빈이 대답하지 않자, 재천은 말을 이었다.
" 자네, 아까부터 창밖만 보고 있더니 이런 간단한 한시도 해석할 줄 모르는구만.
역시, 고문은 자네같은 저학년이 따라오기에는 어려운 - "
" 보슬보슬 봄비는 못에 내리고, 찬 바람이 장막 속에 스며들 제,
뜬시름 못내 이겨 병풍 기대니, 송이송이 살구꽃 담 위에 지네. "
재천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수빈은 담담한 어투로 한시를 해석하기 시작했다. 그 뿐이었다.
고학생들도 어려워한다는 한시의 독해를 막힘없이 해낸 그녀는 재천의 허락도 없이 제 자리에 앉았다.
그제서야 재천은 자각했다. 자신이 멋모르고 건드린 학생이, 성안관 A class 소속이라는 것을-.
화를 낼수도 없고, 칭찬 할수도 없어 교수가 당황하고 있는 새, 교실의 앞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재천은 이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서둘러 교실을 빠져나왔다.
잠시 뒤, 그가 교실로 돌아왔을 때는 혼자가 아니었다. 재천의 옆에는 신비로운 남빛 머리칼의 소년이 서 있었다.
시린 자색의 눈동자를 제외하고는, 수빈과 구면인 소년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 쪽의 일방적인 구경이었지만- .
일단 수빈은 나무 밑에서 잠들어 있는 소년을 보았으니 초면이라고는 할 수 없지 않겠는가.
" 주목- 2학년 A class로 편입생이 있다."
" 설 휘안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휘안의 짧은 자기소개가 끝나자 고문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성안관 내에서도 꼽을만한 외모를 가진데다가 왠지 모를 신비로운 분위기까지 풍기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 때, 수업의 끝을 알리는 세 번의 종소리가 연이어 울려퍼졌다.
재천은 휘안의 어깨를 몇 번 두드리며 인사도 받지 않고 책을 챙겨 교실을 빠져나갔다.
제 1 선택과목의 수업이 끝났으니 학생들은 더 이상 교실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었지만
전학생이 교실에 남아있으니 그들 역시 쉽게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해 있음을 알면서도, 휘안은 그다지 부담감을 느끼는 얼굴이 아니었다.
태어날 때부터 박혀있던 웃음인양, 만들어 낸 미소마저도 걷어버릴 줄을 몰랐다.
그의 나른한 자색빛의 시선이 교실을 맴돌듯 떠다녔다. 그러다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수빈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동시에 수빈의 붉은 입꼬리가 곡선을 그렸다.
*
" 이거 ? "
" 응, 맞아. 얼마나 따뜻한데 - "
수빈은 환하게 웃으며 휘안이 내미는 식탁보를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품에 꼭 껴안았다.
" 덮어준거야 ? "
" 응. 그러고 자면 감기걸려. 봄이긴 하지만 아직 춥거든. "
부드러운 양모 식탁보를 볼에 부비적거리던 수빈은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서 식탁보를 다시 망토처럼 둘러 썼다.
휘안과 수빈이 함께 걷고 있는 곳은 어제의 ' 싱그러운 정원 ' 이었다.
아직 정식적으로 편입 수속을 받지 않은 터라 배정된 기숙사가 없는 휘안에게는,
식탁보를 보관할 수 있는 최상의 장소가 정원수의 녹음[綠陰]이었던 탓이다.
" 깨우지 그랬어 ? "
" 피곤해보였으니까- 피곤할때는 푹 자두는게 좋아. 그리고, 네가 자고 있어서 내 눈도 행복했는걸 ? "
의미모를 말과 함께, 수빈은 그에게서 돌아섰다.
" 내일 또 보자, 예쁜아 ! "
휘안은 곧, '예쁜이'가 자신을 칭하는 말임을 알고 가볍게 웃어버렸다.
그리고, 이내 자색의 시야 바깥으로 그녀가 사라지자 마자 가볍게 중얼거렸다.
" 오랜만이네, "
--------------------------------------------------------------------------------------------------------
안녕하세요, 천라국 성안관으로는 정말 오랜만에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배경 정리와 인물 정리를 다시 한 번 해봤어요.
아무래도 인원이 많다 보니까 정리하는 게 필요했어요.
열심히 쓰겠다고 약속드린 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 같아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한 편씩 열심히, 열심히 올리도록 할게요 ^ ^
Ep.12에 댓글달아주신 친절한 일곱분,
민서언님 - '소중하다' 라는 의미는 무엇일지, 앞으로도 지켜봐 주세요 ^ ^. 월향관 304호 아이들은 제가 제일 사랑하는
아이들이에요 ㅠ ㅠ, 친해지는 계기가 생기겠죠 ? 그럼 이번편도 즐겁게 봐주셨길 바래요 !
☆ⓢⓦⓔⓔⓣ럽★님 - 소중한 사람. 글쎄요, 설한테 잎새는 어떤 존재이려나. 벌써 밝히면 재미가 없으니 ㅠ ㅠ,
앞으로도 지켜봐주세요 . 앞으로는 성실 연재 할테니까 지켜봐 주세요 ^ ^
신의 사자 서지후님 - 글쎄, 약혼녀라서 소중한걸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그건 앞으로의 연재 중에서
지켜봐 주시길 바랄게요 ^ ^. 그럼, 오늘도 행복하셔요 !
재중이꺼님 - 넌 블로그에서 연재되는 것을 보고 있으니 이건 이제 보지 않겠고나 ㅠ ㅠ, 블로그에서 많은 사랑을 주렴.
해여륜님 - 지금쯤 륜이는 시험 끝났으려나. 끝났겠지 ? 연락주기로 한거 잊어버려서 미안해 ㅠ ㅠ
요새 대학이다 뭐다 정신이 없었다. 다음 편도 재미있게 읽어줘 ^ ^!
Uriel.SH님 - 언젠가 친해지겠지 뭐 . 그나저나 너 내일은 학교 오는거니 ㅠ ㅠ ?! 응 ?! 나 너의 야구게임이 하고싶어.
로닝 - 님 - 한별이 ! 오랜만 ! 시험 끝났어 ?! 앞으로 성실 연재할께 지켜봐줘 ㅠ ㅠ .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관리하기 힘들긴 하지만 . 담에 또 봐 !!
이 소설은 blog.naver.com/i_bluesky_i에서 연재되고 있으며 현재 16편이 진행중입니다.
블로그에서는 개인당 성적표, 선택과목, 교우관계. 혹은 국가 설명을 접하실 수 있어요.
궁금하시면 들러주세요 ^ ^
첫댓글 우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박대박 > <멋잇네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 크히....... 잘생겼ㄷ ㅏ!! 휘안이...뭔가인연예감
와~ ㅋㅋㅋㅋㅋ 휘안이랑 수빈이랑...음.,..어떻게 될런지ㅎ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건필하세요!
나 내일 끝나 ㅋㅋㅋㅋ 꺅 오랜만이여염 ㅋㅋㅋㅋ 블로깅도 하는구나! 서이추 서이추 + _+
휘안이 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귀여워
누굴까나?휘안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