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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신화 剪燈新話4권20편
(13) 永州野廟記 영주야조기
(永州 野外의 祠堂에서 있었던 일)
永州之野 有神廟 ~ 湖南省 永州의 野外에, 神廟 한 채가 있었다.
背山臨流 川澤深險 ~ 뒤쪽에는 큰 山을 등지고, 앞에는 물이 흘러 川澤이 깊고 險했다.
黃茅緑草 一杛無際 ~ 그 안에 누런 띠풀이며 푸른 풀밭은, 바라 보아도 끝이 없을 程度였다.
大木參天而蔽日者 ~ 게다가 높고 큰 나무들은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아 햇빛을 가리고 있는 것이,
不知其數 ~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았다.
風雨往住生其上 ~ 그 위에는 비바람이 가끔 일어나니,
人皆畏而事之 ~ 사람들은 모두 두려워 神廟를 받들고,
過者必以牲牢獻於殿下 ~ 그곳을 지나는 사람은 반드시 소나 羊과 돼지等을 잡아 祭祀를 드려야,
始剋前往 ~ 그 앞을 지나 갈 수가 있었다.
如或不然 則風雨暴至 ~ 萬若 누구든지 그렇게 하지 않을 境遇에는, 暴風雨가 몰아치고,
雲霧晦冥 咫尺不辯 ~ 구름과 안개가 캄캄하여, 咫尺을 分揀할 수가 없었고,
人物行李 皆隨失之 ~ 사람이나 가지고 가던 物件까지도, 모두 잃어 버렸다.
如是者有年矣 ~ 이와 같은 일이 있은 지 여러 해가 되었다.
大德間 ~ 元나라 成宗 大德 年間이었다.
書生畢應詳 有事適衡州 ~ 畢應詳이란 書生이, 어떤 일로 衡州로 가게 되었다.
道由廟下 囊橐貧匱 ~ 가던 길에 祠堂 앞으로 지나게 되었다. 그러나 주머니가 비어,
不能設奠 但緻敬而行 ~ 能히 祭祀를 올리지 못하고, 다만 敬意만 表하고 지나갔다.
未及數裏 大風振作 ~ 몇 里를 가지 못했는데, 갑자기 큰 바람이 일어,
吹沙走石 玄雲黑霧 自後隱至
~ 모래를 날리고 돌을 굴리며, 검은 먹구름과 짙은 안개가, 뒤에서 몰려 왔다.
迴顧 見甲兵甚衆 ~ 뒤돌아 보았더니, 甲옷을 입은 兵士들이 아주 많고,
追者可千乘萬騎 ~ 뒤따라 오는 者는 그 數가 千乘萬騎였다.
自分必死 ~ 그는 틀림없이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平日能誦玉樞經 ~ 그런데 그는 平素 道家의 經典인 玉樞經을 暗誦하고 있었다.
事勢旣危 ~ 오늘 일이 이렇게 急迫하게 되자,
且行且誦 不絶於口 ~ 한便으로 달아나면서 한便으로 經을 외우기를, 그치지 않았다.
須臾 則雲收風止 ~ 그러자 暫깐 사이에, 구름도 걷히고 바람도 潛潛해 졌다.
天地開朗 ~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天地가 환히 밝아지고,
所迫兵騎 不複有矣 ~ 따라오던 말을 탄 騎兵의 軍士들도, 보이지 않았다.
僅而獲全 得達衡州 ~ 僅僅이 몸을 빼어, 衡州에 到着하였다.
過祝融峰 ~ 그는 다시 祝融峰을 지나게 되었다.
謁南嶽祠 ~ 祝融峰 아래에 있는 南嶽祠에 들러 拜謁하고,
思憶前事 ~ 自身이 지난 番에 겪었던 일을 回想하고,
具狀焚訴 ~ 告訴狀을 갖추어 불에 살라 南嶽祠 神靈께 呼訴하였다.
是夜 夢駃卒來追 與之偕行
~ 이날 밤, 꿈에 날쌘 捕卒들이 달려와서, 그를 함께 데리고,
至大宮殿 ~ 큰 宮殿에 이르렀다.
侍衛羅列 ~ 四方을 둘러보니 護衛兵들이 늘어서 있고,
曹局分市 ~ 여러 判書들도 여기저기 整然하게 羅列되어 있었다.
駃卒引立大庭下 ~ 捕卒들은 應祥을 데리고 가서 큰 뜰 아래 서게 하였다.
杛殿上掛玉柵簾 ~ 杛殿위를 바라보니 앞에는 玉으로 만든 발을 걸어 두고,
簾內設黃羅帳 ~ 발 안에는 누런 緋緞 揮帳을 둘러 놓았는데,
燈燭輝煌 光若白晝 ~ 촛불이 輝煌하여, 밝기가 대낮과 같았다.
嚴邃整肅 寂而不嘩 ~ 그리고 그 안은 깊고 靜肅하여,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應祥屏息俟命 ~ 應祥은 숨을 죽이고 命令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俄一吏朱農角帶 ~ 暫時 後에 붉은 옷을 입고 角帶를 띤 衙前이,
自內而齣 傳呼曰 ~ 안으로 부터 나오더니, 傳하여 말했다.
得旨問與何人有訟 ~ "敎旨를 받들어 묻노니 그대는 누구와 訟事가 있습니까?"
伏而對曰 ~ 應祥은 땅에 엎드려 對答하였다.
身爲寒儒 性又愚拙 ~ "예, 저는 寒微한 선비로, 性品도 어리석고 拙劣하여,
不知名利之可求 ~ 名利를 推求할 줄도 모르니,
豈有田宅之足競 ~ 어찌 田畓이나 家宅 等으로 다툼이 있겠습니까?
布衣蔬食 守分而巳 ~ 恒常 布衣를 입고 거친 밥을 먹으며, 分數만 지키고 살 뿐입니다.
且又未嘗一入公門 ~ 또한 일찍이 官廳에는 들어간 본 적도 없었으니,
無以仰答威問 ~ 至嚴하신 물음에 무어라 答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吏曰 ~ 이에 衙前이 다시 물었다.
日間投狀 理會何事 ~ "아니, 日間에 올렸던 告訴狀은, 무슨 일이던가요?"
應祥始悟 稽首而白曰 ~ 그제서야 應祥은 비로소 깨닫고,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實以貧故 齣境投人 ~ "예, 저는 가난에 쪼들려, 故鄕을 떠나 親舊에게 가게 되었습니다.
道由永州 過神祠下 ~ 마침 가는 길이 永州를 거쳐, 神廟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行囊罄竭 ~ 그러나 路資를 다 써버리고 주머니도 비어서,
不能以牲醴祭事 觸神之怒
~ 能히 犧牲이며 술로 祭祀를 드리지 못해, 神의 怒여움을 샀습니다.
風雨暴起 兵甲追逐 ~ 갑자기 風雨가 일어나고, 甲옷입은 兵士들이 뒤쫓아 와서,
狼狽顚踣 幾爲所及 ~ 엎어지고 자빠져 狼狽地境에 이르러, 거의 잡힐 뻔 했습니다.
驚怖急迫 無處申訴 ~ 놀라고 무서웠으나 急迫한 일을, 呼訴할 곳이 없어,
以緻唐突聖靈 誠非得已 ~ 神靈님께 呼訴하여 唐突함을 犯하였으니, 참으로 不得已한 일이었습니다"
吏入 少頃複齣 曰 ~ 衙前은 그 말을 듣고 안으로 들어 가더니, 暫時後에 다시 나와, 말하였다.
得旨追對 ~ "敎旨를 받들어 罪人을 잡아와서 對質해 보자"
即見吏士數人 騰空而去 ~ 이에 말이 떨어지자 곧 衙前 몇 名이, 하늘로 날아 갔다.
俄頃 押一白須老人 ~ 얼마 後에, 鬚髥이 허옇게 센 한 老人을 잡아왔다.
烏巾道服 ~ 그는 烏巾을 쓴 道服차림이었다.
跪於階下 ~ 그를 뜰 아래 꿇어 앉혔다.
即聞殿上宣旨 令士吏追勘 ~ 殿上에서는 捕卒들에게 命하여 그를 잡아 와서 直接 追窮케 하였다.
老人拜懇曰 ~ 그러자 老人이 일어나 절하며 말하였다.
妖孽已成 ~ "아뢰옵기 惶悚하오나 그 妖怪 勢力의 뿌리가 벌써 내려,
輔之者衆 ~ 그를 도와주는 무리들이 많으므로,
吏士雖往 終恐無益 ~ 비록 捕卒들이 간다고 할지라도, 아무런 所用이 없을 것입니다.
非自神兵剿捕 不可得也 ~ 神兵을 보내어 힘으로 逮捕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殿上如其言 ~ 그러자 殿上에서는 이 말을 받아들여,
命一神將領兵五千而往 ~ 한 神將에게 軍士 5千 名을 거느리고 가게 하였다.
久之 見數十鬼卒 ~ 한참 있다가 보니, 數十 名의 鬼卒들이,
以大木舁其首而至 ~ 큰 나무로 들것을 만들어 구렁이의 머리를 베어 들고 왔다.
乃一朱冠白蛇也 ~ 그것은 바로 붉은 冠을 쓴 白蛇였다.
置於庭下 ~ 若五石缸焉 ~ 뜰 아래 가져다 놓았는데, 크기가 닷 섬들이 항아리만 하였다.
吏顧應祥令還 ~ 官吏들은 應祥에게 집으로 돌아 가라고 하였다.
欠伸而覺 ~ 그는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크게 하고 깨어보니 한바탕 꿈이었다.
汗流浹背 ~ 땀이 나서 등이 흠뻑 젖어 있었다.
事訖迴途 ~ 應祥은 衡州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再經其處 ~ 다시 그 神廟앞을 지나게 되었다.
則殿宇偶像 ~ 前에 볼 때 그렇게 雄壯하던 神廟나 殿宇와 안에 있던 偶像들은,
蕩然無遺 ~ 散散조각이 나서 痕跡도 없어졌다.
問於村甿 皆曰 ~ 異常하게 생각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다. 그들은 모두 말하기를,
某夜三更後 ~ "어느 날 밤 三更이 지나서였습니다.
雷霆風火大作 ~ 갑자기 激烈하게 천둥이 치고 暴風이 휘몰아 치면서 불빛이 번쩍이며,
惟聞殺伐之聲 驚咳叵測 ~ 殺伐한 소리만 들리는데, 모두들 놀라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몰랐습니다.
旦往視之 ~ 이러고 날이 밝아 아침이 되어 가보았더니,
則神廟已爲煨燼 ~ 雄壯하던 神廟는 벌써 다 타서 잿더미가 되었고,
一巨白蛇長數十丈 ~ 길이가 수십 발 되는 白蛇 한 마리가,
死於林木之下 而喪其元 ~ 숲속에 죽어 있는데, 異常하게도 대가리가 없었습니다.
其餘蚺虺螣蝮之屬無數 ~ 그리고 그외에 큰 뱀과 이무기와 螣蛇와 殺母蛇 等屬이 無數히 죽어,
腥穢之氣 至今未息 ~ 비린 냄새와 그 氣運이, 只今까지도 남아 있습니다"라고 하면서,
考其曰 ~ 그 일을 詳細히 들려 주었다.
正感夢時也 ~ 應祥이 날짜를 헤아려 보니 바로 꿈을 꾼 그때였다.
(14) 令狐生冥夢錄 영고생명몽록
(令狐生이 꿈에 저승 구경하다)
令狐譔者 剛直之士也
~ 令狐譔이란 사람은, 剛直한 선비였다.
生而不信神靈 ~ 그는 나면서부터 神靈에 對해서는 믿지 않고,
傲誕自得 ~ 傲慢하고 自得한 사람이었다.
有言及鬼神變化幽冥果報之事
~ 어떤 사람이 鬼神의 造化라든가 저승의 因果應報를 말하면,
必大言折之 ~ 반드시 큰 소리로 그 잘못을 잘라 말했다.
所居隣近 有烏老者
~ 그런데 그가 사는 이웃에, 烏老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家貲巨富 貪求不止
~ 그는 큰 富者 이면서도, 慾心이 많아서 貪慾의 끝이 없었다.
敢爲不義 ~ 敢히 옳지 못한 일이라도 못하는 것이 없어,
凶惡著聞 ~ 凶惡하다는 所聞이 널리 퍼졌다.
一夕病卒 ~ 어느 날 저녁에 갑자기 病이 들어 죽었다.
卒之三日 而再甦 ~ 그런데 죽은 지 3日 만에, 다시 되살아 났다.
人問其故 則曰 ~ 사람들은 어찌 된 일인가를 묻자, 곧 對答하기를,
吾歿之後 ~ "내가 죽은 후에,
家人廣爲佛事 ~ 집안 사람들이 나를 爲해 크게 佛事를 하여,
多焚楮幣 ~ 香을 피우고 紙錢을 많이 놓으니,
冥官喜之 因是得還 ~ 저승 使者가 기뻐하여, 이에 놓아 주어 돌아 오게 되었네"라고 하였다.
譔聞之 尤其不忿 曰 ~ 令狐譔이 이 말을 듣고, 더욱 忿慨하여, 말했다.
始吾謂世間貪官汚吏受財曲法
~ "처음부터 나는 人間 世上의 貪官汚吏들은 財物을 받고 法을 멋대로 하기에,
富者納賄而得全 ~ 富者는 賂物을 바쳐 頉이 없고,
貧者無貲而抵罪 ~ 가난한 사람은 財物이 없어 刑罰을 받는다고 여겨왔다.
豈意冥府 ~ 그런데 어찌 저승에서는,
乃更甚焉 ~ 이보다 더 甚할 줄 생각이나 했겠는가!"라고 恨嘆하며,
因賦詩 曰 ~ 이를 誹謗하는 詩를 지었다. 그 詩는 다음과 같다.
一陌金錢便返魂
公私隨處可通門
鬼神有德開生路
日月無光照履盆
(一百 錢만 施主하면 죽었던 사람도 돌아오니, 이승 저승 公私間에 돈이면 다 通하네. 鬼神은 德이 있어 살길을 열어 주나, 해와 달은 동이 밑까지 비추어 주지 못하네.)
貧者何緣蒙佛力
富家容易受天恩
早知善惡都無報
多積黃金遺子孫
(가난한 者는 무슨 因緣으로 부처님 힘을 입을까, 富者집은 쉽게도 하느님 恩惠를 입는 것을. 善과 惡이 모두 報答없는 것인 줄 알았더라면,
黃金이나 많이 모아 子孫에게 傳해 줄 것을.)
詩成 朗吟數過 ~ 詩를 짓고는, 몇 番이나 소리를 높여 읊었다.
是夜 明燭獨坐 ~ 그 날 밤이었다. 촛불을 켜놓고 홀로 앉아 있는데,
忽有二鬼使 ~ 갑자기 생김새가 凶惡한 鬼使 두 名이,
狀貌獰惡徑至其前 曰
~ 그의 앞에 쑥 들어 와 서며 말하기를,
地府奉追 ~ "地獄의 命令을 받들어 너를 잡으러 왔다"고 하였다.
譔大驚 方欲辭避
~ 令狐譔이 크게 놀라, 달아나며 辭讓하려 하는데,
一人執其衣 一人挽其帶
~ 한 놈은 그의 옷자락을 잡고, 다른 한 놈은 그의 허리띠를 잡고서,
驅迫出門 足不履地
~ 門밖으로 끌고 나가는데도, 발도 땅에 닿지 않았다.
須臾已至 ~ 暫깐 사이에 地獄에 到着하였다.
見大官府 ~ 거기에 큰 官府가 있는데,
若世間臺省之狀 ~ 마치 人間 世上의 臺省의 形象과 같은 모습이었다.
二使將譔入門 ~ 두 鬼使가 令狐譔을 데리고 大門 안으로 들어 갔다.
遙望殿上有王者被冕據案而坐
~ 둘러보니 宮殿 위에 王이 冕旒冠을 쓰고 椅子에 앉아 있었다.
二使挾譔伏於階下 ~ 두 鬼使는 令狐譔을 兩쪽에서 껴잡고 끌고 들어 가서 뜰 아래 꿇어 엎드리게 하였다.
上殿致命曰 ~ 그리고 그들은 宮廷 위로 올라가서 服命하여 말하기를,
奉命追令狐譔已至
~ "吩付를 받자와 令狐譔을 잡아 왔사옵니다"라고 하자,
卽聞王者厲聲 曰 ~ 이에 곧 王은 성난 목소리로 꾸짖어 말하기를,
旣讀儒書 不知自檢
~ "네가 儒家의 經典을 읽고서도, 自身을 檢束할 줄 모르고,
敢爲狂辭 ~ 쓸데없이 미친 말을 함부로 하여,
誑我官府 ~ 우리 冥府를 무람하게 凌蔑하였으니,
合付犂舌獄 ~ 犂舌獄에 下獄시키리라"고 하였다.
遂有鬼卒數人 ~ 그리고는 鬼卒 몇 名이 달려 들어,
牽捽令去 ~ 令狐譔의 머리채를 잡아 끌고 나가려고 하였다.
譔大懼 ~ 令狐譔은 너무나 두려워,
攀挽檻楯 不得去 ~ 宮殿의 欄干을 끌어 잡고, 나가지 않으려고 버텼다.
俄而檻折 乃大呼 曰
~ 暫時 後에 欄干이 부러 졌다. 그러자 이에 큰 소리로,
令狐譔人間儒士 無罪受刑
~ "저는 人間 世上의 儒生으로, 아무런 罪도 없이 이런 刑을 받으니,
皇天有知 乞賜昭鑑
~ 皇天이 아신다면, 부디 밝게 비추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외쳤다.
見殿上有一緣袍秉笏者
~ 그리고 宮殿 위로 바라보니 푸른 道袍를 입고 손에는 笏을 잡고 있는,
號稱明法稟於王曰
~ 明法이라는 官員이 王에게 아뢰었다.
遽爾加罪 ~ "이 사람은 남의 허물을 들추어 내기를 좋아하니 갑자기 罪를 주면,
必不肯伏 ~ 반드시 承服하지 않을 것입니다.
不若令其供責所犯 明正其罪
~ 먼저 犯行 事實을 陳述받아, 그 罪를 따져 明白하게 바로 잡고,
當無詞也 ~ 마땅히 할 말이 없게 하는 것만 같지 못할 것입니다"
王 曰 ~ 王은 듣고 있다가 말하기를,
善 ~ "좋다"하고 許諾 하였다.
乃有一吏 操紙筆置於譔前
~ 이에 한 官吏가, 종이와 붓을 가지고 와서 令狐譔 앞에 놓았다.
逼其供狀 ~ 그리고 令狐譔에게 書面으로 陳述書를 쓰라고 다그쳤다.
譔固稱無罪 ~ 令狐譔은 罪가 없다고 固執하고,
不知所供 ~ 무엇을 陳述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拒絶하였다.
忽聞殿上曰 ~ 갑자기 殿上에서 호통치는 소리가 들려 왔다.
汝言無罪 ~ 너는 罪가 없다고 하지만,
所謂一陌金錢返魂 ~ ‘一百 錢 施主하면 죽었던 사람도 돌아 오니,
公私隨處可通門 ~ 이승 저승 公私間에 돈이면 다 通하네’라는 詩는,
誰所作也 ~ 누가 지었더란 말이냐?"
譔始大悟 ~ 令狐譔은 그제서야 비로소 깨닫고,
卽下筆大書以供 ~ 붓을 들어 鄭重하게 陳述書를 써서 올렸다.
曰 ~ 그 글은 다음과 같았다.
伏以混淪二氣 ~ 엎드려 생각하건대 混沌의 狀態에 있던 陰陽의 氣運이,
初分天地之形 ~ 처음으로 하늘과 땅의 形狀으로 나누어 지고,
高下三才 ~ 上下로는 天 · 地 · 人 三才가 생겼는데,
不列鬼神之數 ~ 鬼神은 이 序列에 들지 않았습니다.
降自中古 ~ 夏 · 殷 · 周 卽 中古 이래로 내려 오면서,
始肇多端 ~ 비로소 世上이 複雜多端하게 되었습니다.
焚幣帛以通神 ~ 幣帛을 불살라 鬼神과 通하고,
誦經文以諂佛 ~ 佛經을 외워 부처에게 阿諂하게 되었습니다.
於是名山大澤 咸有靈焉
~ 이로 因하여 名山大川에, 모두 神靈이 있게 되었고,
古廟叢祠 ~ 옛 祠堂과 우거진 숲 속에 있는 祠堂에도,
亦多主者 ~ 또한 主張하는 者가 많게 되었습니다.
蓋以羣生昏塾 ~ 大槪 朦昧한 衆生을 眩惑하여 여기에 빠지게 하고,
衆類冥頑 ~ 어리석은 百姓들을 어둡게 만들었습니다.
或長惡以不俊 ~ 或은 惡을 키우고 있으면서 고치지 아니하고,
或行凶以自恣 以强凌弱
~ 或은 凶惡한 짓을 恣行하여, 强한 者는 弱한 者를 凌蔑하고,
恃富欺貧 ~ 富者는 제 힘을 믿고 가난한 사람을 속이고 있습니다.
上不孝於君親 ~ 위로는 임금님께 忠誠하고 父母님께 孝道할 줄 모르고,
下不睦於宗黨 ~ 아래로는 宗族과 鄕黨에 和睦할 줄 모릅니다.
貪財悖義 見利忘恩
~ 財物을 貪내어 義理를 버리고, 私利를 爲해서는 恩惠도 잊습니다.
天門高而九重莫知
~ 天門은 너무 높아 九重 안에서 이 事實을 모르고,
地府深而十殿是列
~ 地府는 너무 깊어 十殿이 늘어서 있습니다.
立剉燒春磨之獄 ~ 토막치는 地獄 · 불에 태우는 地獄 · 방아에 찧는 地獄 · 맷돌에 가는 地獄等을 세우고,
具輪廻報應之科 ~ 輪廻應報의 規定도 完備하였습니다.
使爲善者勤而益勤
~ 착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勸勉하여 부지런히 하게끔 하고,
爲惡者懲而知戒 ~ 惡한 짓을 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懲戒하게끔 하였으니,
可謂法之至密 ~ 이것은 法 가운데 至極히 緻密한 法이요,
道之至公 ~ 道 가운데 至極히 公平한 道라고 할 수 있습니다.
然而威令所行 ~ 그렇지만 威令이 行하는 바에,
旣前瞻而後仰 ~ 이미 앞의 것은 보나 뒤의 것은 疎忽하고,
聰明所及 反小察而大遺
~ 聰明이 미치는 바에, 작은 것은 살피나 큰 것은 놓쳤습니다.
貧者入獄而受殃 ~ 그리하여 가난한 사람은 地獄에 들어가 災殃을 받게 되었고,
富者轉經而免罪 ~ 富者는 佛經을 읽어 罪를 免합니다.
惟取傷弓之鳥 ~ 오직 화살에 다친 새만 잡고,
每漏呑舟之魚 ~ 배를 통째로 삼키는 큰 물고기는 언제나 빠져 나갑니다.
賞罰之條 不宜如是
~ 賞罰의 規定이, 本來 이렇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至如譔者 三生賤士
~ 저 令狐譔과 같은 사람을 두고 말하자면, 三生의 微賤한 선비요,
一介窮儒 ~ 한낱 가난한 儒生일 뿐입니다.
左枝右梧 未免 ~ 이리 버티고 저리 버티어도, 免하지 못하고,
兒啼女哭 ~ 兒啼女哭의 窮塞함을 避할 수 없고,
東塗西抹 ~ 東으로 西로 이리 메꾸고 저리 메꾸어도,
不求命蹇時乖 ~ 運數는 막히어 트이지 않고,
偶以不平而鳴 ~ 좋은 때를 만나지 못함에 救援할 길이 없었습니다.
遽獲多言之咎 ~ 이 때문에 偶然히 不平을 吐露했다가 結局은 말많은 罪名을 받게 되었습니다.
悔噬臍而莫及 ~ 窮地에 빠진 노루가 배꼽을 물어 뜯어도 이미 때가 늦었듯이(噬臍莫及) 只今은 後悔를 해도 늦었고,
耻搖尾而憐 ~ 덫에 걸린 범이 꼬리를 치며 哀乞伏乞하듯이 同情을 구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今蒙責其罪名 ~ 只今 저의 罪名을 들어 꾸짖음을 받고,
逼其狀伏 批龍鱗
~ 陳述書를 쓰라고 다그치시니, 이미 거슬려난 龍의 비늘을 치고,
探龍頷 豈敢求生
~ 龍의 턱 밑에 구슬을 찾으려고 한 격이니, 어찌 敢히 살기를 바라겠습니까?
料虎頭 編虎鬚 ~ 범의 머리를 잡아 당기고, 범의 鬚髥을 건드려 꼬았으니,
固知受禍 ~ 굳이 禍를 避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言止此矣 伏乞鑑之
~ 저의 陳述은 以上입니다. 바라옵건대 살펴 주옵소서.
王覽畢 批曰 ~ 王이 읽기를 마치고, 批答하여 判決을 내렸다.
令狐譔持論頗正 ~ "令狐譔의 陳述은 자못 持論이 매우 正當하니,
難以罪加 ~ 이것만으로 罰을 줄 수가 없을 것이다.
秉志不回 ~ 그리고 제 所信을 가지고 뜻을 굽히지 않으니,
非可威屈 ~ 威嚴으로 屈伏시킬 수도 없을 것이다.
今觀所陳 實爲有理
~ 더욱이 陳述한 內容을 보니, 참으로 理致에 맞는 말이다.
可特放還 ~ 特別히 放免하여 돌려 보내서,
以彰遺直 ~ 옛 사람의 遺風을 지닌 剛直한 사람임을 드러내어 밝힘이 옳겠다"
仍命復追烏老置之於獄
~ 이어 命令을 내려 烏老를 잡아 下玉하게 하였다.
復遣二使送譔還家
~ 그리고 다시 두 鬼士를 시켜 令狐譔을 집에모셔 보내주도록 하였다.
譔懇二使曰 ~ 令狐譔은 두 使者에게 懇請하였다.
僕在人間以儒爲業
~ "제가 人間 世上에 있을 때 儒業으로 살아 오면서,
雖聞地獄之事 不以爲然
~ 비록 地獄의 일을 듣기는 했지만, 그것을 믿지 않았습니다.
今旣到此 可一觀否
~ 오늘 여기까지 온 김에, 한 番 구경시켜 주실 수 없겠습니까?"
二使曰 ~ 두 使者가 對答했다.
欲觀亦不難 ~ "구경하고 싶어 한다면 어려울 것이 없지만,
但稟知刑曹錄事耳 ~ 다만 刑曹錄事에게 여쭈어 보아야 합니다"
卽引譔循西廊而行 ~ 卽時 令狐譔을 데리고 西쪽 長廊을 돌아 가서,
別至一廳 ~ 別채의 한 廳舍에 이르렀다.
文簿山積 錄事中坐
~ 거기에는 온갖 文書가 山더미처럼 쌓여 있고, 錄事는 그 가운데 앉아 있었다.
二使以譔入曰 ~ 두 使者는 令狐譔을 案內하여 들어 가서 온 緣由를 아뢰었다.
錄事以朱筆批一帖付之
~ 그러자 錄事는 붉은 먹으로 公文書 한 張을 써서 주었는데,
其文若篆籒不可識
~ 그 文字는 篆文 또는 籒文 같아서 알아 볼 수가 없었다.
譔出府門 投北行里餘
~ 令狐譔은 官府의 大門을 나와, 北쪽으로 1里 假量 들어 갔다.
見鐵城巍巍 黑霧漲天
~ 거기에는 쇠로 된 城이 높이 섰는데, 시커먼 안개가 하늘까지 자욱했다.
守衛者甚衆 皆牛頭鬼面
~ 城門에는 지키는 사람이 매우 많았는데, 모두 소의 머리와 鬼神의 얼굴에,
靑體紺髮 ~ 푸른 빛의 몸과 紺色의 머리를 하고 있었다.
各執戈戟之屬 ~ 손에는 各其 槍과 같은 武器를 가지고,
或坐或立於門左右
~ 城門의 左右에 或은 앉아 있고 或은 서 있었다.
二使以批帖示之 卽放之入
~ 두 使者가 發給받은 公文書를 보여 주니, 곧 通過시켜 주었다.
見罪人無數 ~ 안에 들어가서 보니 罪人들이 數없이 많은데,
被剝皮刺血 ~ 껍질이 벗겨진 者나 찔려서 피가 狼藉한 者나,
剔心剜目 ~ 心臟이 도려내진 者나 눈알이 빼어진 者들이,
叫呼怨痛 ~ 苦痛을 참지 못하여 울부짖고 寃痛해 슬퍼하는데,
宛轉其間 楚毒之聲動地
~ 그 안을 들여다 보니, 棍杖을 맞아 呻吟하는 소리가 땅을 震動시켰다.
至一處 見銅柱二
~ 令狐譔은 또 한 곳에 이르렀다. 거기에는 두 個의 구리쇠 기둥이 서 있는데,
縛男女二人於上 ~ 男女 두 사람을 그 위에 묶어 놓았다.
有夜叉以刃剖其胸腸胃流出
~ 夜叉는 칼로 그들의 가슴을 갈라 창자와 胃臟이 흘러 나오자,
以沸湯沃之 名爲洗滌
~ 이것을 끓는 물에 씻었는데, 그 刑罰을 洗滌刑이라고 했다.
譔問其故 曰 ~ 令狐譔이 그 까닭을 묻자, 鬼使가 對答했다.
此人在世爲醫 ~ "저 사람은 人間 世上에 잇을 때 醫員이었는데,
因療此婦之夫 ~ 이 女子의 男便의 病을 治療해 준다고 다니며,
遂與婦通 ~ 結局에는 이 女子와 姦通을 했습니다.
已而其夫病卒 ~ 얼마 後 男便이 病으로 죽었으니,
雖非二人殺之 ~ 비록 이 두 사람이 直接 죽인 것은 아니지만,
原情定罪 與殺同也
~ 그 情狀을 살펴 罪를 준다면, 直接 죽인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故受此報 ~ 그러므로 이러한 刑罰을 받는 것입니다"
又至一處 ~ 또 한 곳에 이르렀다.
見僧尼裸體 ~ 거기에는 男子 중과 女子 중이 옷을 발가벗고 있는데,
諸鬼以牛馬之皮覆之
~ 여러 鬼神들이 소와 말의 가죽을 그들에게 뒤집어 씌워,
皆成畜類 ~ 모두 畜生類로 만들고 있었다.
有趑趄未肯就者 ~ 그 中에 머뭇거리며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者에게는,
卽以鐵鞭擊之流血狼籍
~ 卽時 쇠채찍으로 후려치니 피가 狼藉하게 흘렀다.
譔又問其故 曰 ~ 令狐譔은 또 그 까닭을 물었다.
此徒在世 不耕而食
~ "이들은 人間 世上에 있을 때, 農事도 짓지 않으면서 밥만 먹었고,
不織而衣 ~ 길쌈도 하지 않으면서, 옷만 입었습니다.
而乃不守戒律 ~ 거기다가 戒律도 지키지 않으면서,
貪淫茹葷 ~ 淫慾을 貪하고 먹어서는 안되는 葷菜인 파나 마늘 等의 냄새나는 菜蔬를 먹었지요.
故令化爲異類 ~ 그러므로 그들을 畜生으로 還生시켜서,
出力以報人耳 ~ 다른 사람들에게 努力해서 報答하게 하는 것입니다"
最後至一處 榜曰 ~ 마지막으로 한 곳에 이르렀는데, 懸板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誤國之門 ~ ‘나라를 그릇되게 한 門’
見數十人坐鐵床上
~ 그 안에 들어 가 보니 數十 名이 鐵床 위에 앉아 있었는데,
身具桎梏 以靑石爲枷壓之
~ 몸에는 쇠고랑을 채우고, 푸른 돌로 刑틀을 만들어 그들을 눌러 놓았다.
二使指一人示譔 曰 ~ 두 使者는 그 가운데 한 사람을 가리키며 令狐譔에게, 말하였다.
此卽宋朝秦檜也 ~ "저 者는 바로 宋나라 秦檜입니다.
謀害忠良 迷誤其主
~ 忠臣과 어진 이를 謀害하고, 임금을 迷惑하게 하여 그르쳤으므로,
故受重罪 ~ 그래서 이런 刑罰을 받고 있습니다.
其餘以皆歷代誤國之臣也
~ 그리고 以外 다른 놈들도 모두 나라를 亡치게 한 歷代의 奸臣들입니다.
每日朝革命 卽驅之出
~ 每日 王朝가 바뀔 때마다, 이들을 卽時 몰아 내어,
令毒虺噬其肉 ~ 毒蛇를 시켜서 그들의 살을 물게 하고,
飢鷹啄其髓 ~ 굶주린 매로 하여금 그들의 骨髓를 쪼으게 하고,
骨肉縻爛至盡 ~ 뼈와 살이 다 문드러진 後에,
復以神水酒之 業風吹之
~ 다시 神水로 씻어 내고, 業風을 불어서,
仍復本形 ~ 다시 本來의 形體로 되돌려 놓습니다.
此輩雖歷億萬劫 不可出世矣
~ 이들은 비록 億萬 劫이 지나도, 人間 世上에 돌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譔觀畢 求回 ~ 令狐譔이 구경을 마치고, 돌아 가려고 하였다.
二使送之至家 ~ 두 使者는 그를 집에까지 바래다 주었다.
譔顧謂曰 ~ 令狐譔은 두 使者를 돌아 보며 말하였다.
勞君相送 ~ "그대들이 나를 보내 준다고 受苦가 많았는데,
無以爲報 ~ 아무것도 報答할 것이 없군요"
二使笑曰 ~ 두 使臣이 웃으며 말하였다.
報則不敢望 ~ "報答이야 敢히 바라지도 않습니다.
但請君勿更爲詩以累我耳
~ 다만 當身은 다음부터 다시 詩를 지어 우리들을 괴롭히지 마십시오"
譔亦大笑 令狐譔 ~ 亦是 크게 웃었다.
欠伸而覺乃一夢也
~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한 番 켜고 깨어 보니 한바탕 꿈이었다.
及旦 叩烏老之家而問焉
~ 아침이 되어, 烏老의 집으로 찾아 가서 安否를 물어 보았다.
則於是夜三更逝矣
~ 烏老는 그날 밤 三更에 이미 죽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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