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럼 채 단편소설
김 학 진
책장을 정리하다가 서랍에서 드럼 채를 발견했다. 아들이 쓰던 드럼 채였다. 대학입학 시험에 낙방이 되자 자신이 나를 보기에 겸연쩍었는지 음악학원에 가서 드럼이라도 처야 겠다고 했다. 그 마음에 충격이 온 것 같아서 그래 보자고 했다. 며칠 동안을 가더니 드럼 채를 들고 다녔다. 그것으로 드럼을 친다고 했다. 아들의 속이 좀 풀려야 할 것 같아서 그대로 두었다.
“쿵더쿵 쿵더쿵 드르륵 드르륵”
드럼을 치는 사나이는 영화에서 본적이 있다. 혼신을 다해서 드럼을 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무엇이든지 그렇게만 하면 된다. 조금 허탄한 마음이 채워지고 정돈되면 또 무엇을 시작 하겠지”
나는 그렇게 아들을 생각 했다. 대학 입학시험에 낙방한 마음이 오죽이나 아플까? 친구들은 미팅이다 뭐다하고 모두 다니는데 아들은 드럼을 치러 다녔다. 안타까웠다. 그 시절에 들고 다니던 드럼 채 ___ 나는 드럼 채를 들고 이곳저곳을 훑어보았다. 여러 군데 아들의 수탁과 땀이 배어있는 듯이 느껴졌다. 아들의 지친 마음을 풀어 주었던 드럼 채 ___
나는 드럼 채를 들고 만져보았다. 나무로 되어 있었다. 내 손으로 잡아 보았다. 미끄러웠다. 드럼을 치는 사나이 내 아들 그러나 아들은 그 드럼 채를 6개월이 지나지 않아 그대로 책장서랍에 넣어두고 말았다. 마음이 정돈된 듯 했다.
나는 내 아들 보다 드럼을 아주 잘 치던 내 친구 표 달구를 생각했다. 그는 올림프스 호텔 나이트 그럽의 밴드마스터이다. 그는 나를 아주 반갑게 마지 해주었다. 테이블에 나를 앉혀놓고 자신의 드럼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가 학생시절에 밴드 부원이었는데 그 맴버 몇 사람이 그대로 나이트 크럽 무대에 섰다. 요란한소리를 내는 트럼 뱉을 불던 명근이도 함께 있었다.
표 달구는 예전처럼 드럼을 치는 사나이라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표 달구 ___ 그는 내 친구였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을 하지 않고 직업 전선에 뛰어 들었다. 그는 학교시절에도 드럼을 치기를 더 좋아했다. 학과 공부는 뒷전이었다. 그는 시흥에 살았다. 토지도 많고 그 동네에서 오랜 동안 살아온 토박이었다. 그가 어느 날 나에게 약속을 하자고 했다. 3,1절 날 산토끼를 잡으러 가자고 했다. 그 말이 내 귀에 쏙 들어왔다.
“산토끼? 어디서 잡아?"
"우리 동네 뒷산에 많어"
“산토끼가?"
나는 표 달구가 얘기하는 산토끼 잡이에 흥미를 느끼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어가는 산토끼가 벌써 내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3,1절 휴일에 우리가 산토끼를 잡자”
표 달구와 나는 의기양양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뒷산에서 산토끼를 잡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라는 듯이 만면에 웃음을 떠 올렸다.
“꼭 와야 해”
“알았어”
나는 택견이와 영준이 두 명의 내 친구를 데리고 표 달구가 말했던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안양으로 가는 길에 시흥역에서 기차를 내려 한참동안이나 산 쪽으로 걸어갔다. 표 달구는 우리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큰 은행나무가 있는 곳을 지나 동네 한가운데 우물이 있었다. 그 동네에서 살고 있는 동급생 정수일도 불러 모았다. 아직 산 쪽 꼭대기에는 흰 눈이 쌓여있었다. 우리들은 산토끼를 잡으러 뒷동산으로 올라갔다. 달구는 우리들에게 산토끼를 잡는 원칙을 가르쳐주었다.
“토끼는 앞다리가 짧어! 그러니까 내리막으로는 잘 뛰지 못하거든, 우리가 산 위쪽에서 산토기를 아래쪽으로 몰아야 해 ! 우우 소리를 크게 내면서 말야”
우리들은 소나무 가지를 꺾어 가지고 산중턱까지 올라가서 아래쪽을 향해 내리 닫으며 토끼를 몰기 시작했다. 표 달구는 험한 산길을 편지를 달리듯이 재빠르게 뛰었다. 표 달구는 벌써 눈에 보이지 않았다. 잽싸게 산토끼를 잡으려고 아랫 쪽으로 몰아댔다. 산속에 숨어있던 토끼들은 놀란 듯이 우리들의 우우하고 지르는 우렁찬 함성에 몸을 드러내 보이며 아래 쪽을 몰리었다. 산토끼가 뛰는 것을 발견한 표 달구는
“산토끼다 잡아라!!”
소리를 냅다 지르며 우리들에게 일려주었다. 쏜살같이 내딛는 산 토끼는 드디어 우리들 눈에도 나타났다. 미리 중턱쯤에 대기하고 있던 택견이와 영준이가 아래로 치닫는 산 토끼를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가까운 거리에서 따랐다. 소나무 몽둥이를 토끼를 향해 내리쳤다. 날쌘 토끼가 그대로 잡히지 않았다. 놓쳐버렸다. 서너 번의 토끼몰이로 산토끼 한 마리f를 잡을 수 있었다. 그것도 표 달구에 의해서였다. 표 달구는 산토끼를 잡는 데는 귀신이었다. 우리들이 하지 못하는 노릇도 쉽게 해냈다. 산토끼를 잡는 데는 명수였다. 드디어 한마리가 잡혔다. 우리들은 환호성을 올렸다. 내리몰던 토끼였다. 표 달구가 잡은 것이다.
드럼을 칠 때의 두 손이 보이지 않는다. 표 달구의 드럼을 치는 모습은 마찬가지였다.
산토끼를 잡을 때의 표 달구의 발은 보이지 않게 빠르게 달렸다. 그 발걸음이 우리들이 바라는 목적을 이뤄 낸 것이다.
우리들은 어느새 표 달구의 집 앞에 다가서 있었다. 표 달구는 계속해서 자신이 잡은 산 토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산 토끼를 잡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라고했다. 정 일수도 그의 말을 뒷받침이라도 하는 양 그렇다고 응수 했다. 동네 아이들과 같이 산토끼를 잡으러 간 그 때도 표 달구가 으뜸이라고 했다. 우리들 보다 산의 생김새를 더 잘 알고 토끼를 여러 번 잡아봐서 더 잘 잡을 수 있는데도 표 달구만은 못 당한다는 것이다.
표 달구는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 우리들에게 토끼 고기의 맛을 보였다. 얼굴이 달덩이처럼 예쁜 표 달구의 누나가 토끼고기 요리를 해 주었다. 맛있는 요리가 그냥 목구멍 속으로 넘어갔다.
그 날 이 후 우리들은 달구의 드럼 치는 솜씨처럼 산토끼를 잡는 기술을 인정하게 되었다. 수업시간에도 달구만 보면 산 토끼를 잡던 때의 즐거운 시간들이 연상 되었다.
“야 달구야 우리 또 산토끼 잡으러 가자 ”
그러면 표 달구는 그게 대답이라는 듯 그저 씨익 웃어댔다.
그런 달구였다. 그가 한 번은 우리 동네를 찾아왔다. 나를 찾아 온 게 아니고 건호 네를 왔다. 건호 네가 고모 댁이었다. 우리 집 식구들과는 가깝게 지내는 사이였다. 아버지와는 형님 동생하며 지내는 막역한 사이였다.
건호네가 표달구의 고모네인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나는 달구를 반갑게 마지했다.
우리 집 식구들과는 예전부터 잘 아는 사이였고 아버지와도 호형호제하면서 지내는 막역한 사이였다. 처음으로 건호네가 표 달구의 고모댁인 것을 알게돠었다. 나는 달구를 반갑게 마지 했다. 그가 동산에 올라가서 산토끼를 잡은 것과 같이 나는 달구를 데리고 한강 가로 데리고 나갔다. 그러나 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지는 않았다. 강가 풀밭에서 자라는 종달새 알을 주을 수 있었다.
"야 달구야 너 종달새를 잡을 수 있어?“
“없어 하늘을 나르는 종달새를 어떻게 잡니? 낙하산타고 잡니?”
“허 그래 잡을 수 있어“
“ 어떻게?“
‘’나만 따라 와”
나는 달구와 함께 종달새 잡기를 시작했다. 한강 가 여의도 벌 보리밭을 뒤지기 시작했다.
보리밭 속에는 종달새가 낳은 알들이 있다. 보리밭 사이나 풀 섶에 종달새 알이 두서너 개씩 들어 있는 둥지다.
나는 이미 그 종달새 알을 가져다가 키워 본 적이 있었다. 달구는 신비감을 느꼈다.
하늘을 나르는 종달새를 잡는 일이 굉장한 일이었다. 자신은 못 잡는다고 했다. 그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나의 말을 듣고 난 달구는 자신의 특기인 산토기를 잡는 일보다 더 쉬운 일이라는 걸 알아 차렸다. 그러나 이건 마구 드럼 채를 두드리듯이 발이 보이지 않게 뛰어다니는 게 아니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세밀하게 보리밭을 헤 짚고 다니면서 종달새둥지를 찾는 일이었다. 하루 종일 한 두 개의 둥지를 찾을 수 있었다. 점심때가 지나서야 나는 둥지 하나를 발견해 냈다. 그러나 달구는 헛방이었다. 자신의 집 뒷동산에선 산토끼를 잡았으나 종달새는 잡지 못했다.
아무리 다니면서 보리밭사이와 풀밭을 뒤졌으나 헛일이었다. 달구는 요령이 없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종달새가 있는 곳은 어미 종달새가 하늘높이 떠서 삐르르 삐르르 소리를내며 노래하고 있었다. 이는 둥지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높이 종달새가 뜬 아래 땅이나 풀 섶을 뒤져 봐야하는 것이다. 달구는 처음이라 그 원리를 몰랐다. 아무데나 헤집고 다녀서 소득이 없었다. 내 손에 쥔 종달새 알을 보면서 달구가 말했다.
"야 넌 어떻게 그렇게 둥지를 잘 찾니?“
“그게 다 요령이야 둥지 위 하늘에는 언제나 종달새가 떠있지, 그게 어미야 그 아랫 쪽에 둥 지가 있거든...... ”
“그렇지, “
”아마 어미가 새끼 종달새를 보호하는가 봐 그러니까 그 아래쪽을 직선으로 뒤져봐야 하거든“
“아하! 그걸 몰랐었구나?“
“너 종달새 잡는데 귀신이구나”
“넌 산토끼 잡는 데 귀신이구”
둘은 그렇게 학생 시절을 보냈다. 학교에서 그는 밴드부로 드럼을 치고 나는 문예반에 들어서 글쓰기를 하며 지냈다.
달구는 나이트 크럽이 끝나는 시간에 새벽이었다. 2시가 되어야 한다며 그동안 술이나 먹으라고 테이블 한 가운데에다 맥주병을 잔뜩 갖다 놓았다. 술값이 조금 나가지만 염려 없다고 했다. 손님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음악소리도 시들해 질 즈음 표달구는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방 옆에다 자리를 잡아놓았다.
“오늘은 여기서 쉬고 가 편하게”
나는 약혼녀와 한 방에서 뜬 눈으로 아침을 맞았다. 그러다가 오후가 되어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는 언제나 그렇게 자신의 성의를 다해 나를 대해 주었다.
드럼 채 ___
둥 둥 둥 울리며 신나게 살아가는 생활의 활력이 된다. 활동적이다. 여가선용이란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가? 고민이 문제가 연속인 게 인생 아닌가? 드럼을 치자! 드럼을 치자! 고민은 나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겪는 문제들이다. 살아가면서 찾아오는 아픔들. 그럴 때 마다 북을 울리자 드럼을 치자 그 드럼소리를 내는 이 드럼 채 ___
이건 내가 살아가는 기쁨이다. 표달구는 그런 생각이었다. 언제나 나이트 크럽에서 치는 북소리는 달구의 웃음이고 어떤 때는 한 숨이었다. 그래도 표달구는 쉬지않고 드럼채를 놀렸다.
표달구가 영등포 로타리에서 나를 만났다. 그와 인천 나이트 크럽에서 만나 지 몇 년의 세월이 지난 후였다. 그의 해 맑던 표정이 우울해 보였다. 커피숖에서 커피를 마신 후 그는 내게 말을 걸었다.
“그래 요즘도 거기?"
“아니 그런데 고민이 있어 "
"고민 무슨 고민?“
“네가 전에 본 여자와의 사이에 아들이 하나 있지, 그런대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못해서 아들의 출생 신고를 하지 못한 거야 그게 고민야 지금 그것 때문에 걱정을 하고 있어 집안에서 반대를 하거든 그런데 어떻게 이미 함께 살고 있는데 ...... 왜 한번 봤지 우리 호텔에 왔을 때”
“잠깐 봐서 잘 모르지”
“집안에서는 반대를 하는 거야 “
표달구는 드럼을 칠 때와는 아주 다른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고민을 하고 있는 얼굴이었다.
고민을 하는 표정이 얼굴에 역력히 나타나 보였다.
“그러니 어떻게 하면 좋겠어?”
“우선 부모를 설득해야지. 그러다가 안 되면 할 수 없지 그냥 신고를 해 버리는 수밖에 이미 잘못 된 거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지,“
“그래야겠지, 우선 아들의 출생신고를 해야 하니까 말야?”
표달구에게서 전에 토끼몰이를 할 때의 활발한 표정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드럼 채를 들고 드럼을 치던 빠른 동작이 멈칫하는 것 같았다.
표달구의 누나가 우리 동네로 시집을 왔다. 국민은행이 있는 양평동 사거리 빵집이었다.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그 누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산토끼를 잡으러 표달구 네를 갔었을 때 우리들에게 점심을 해 주었다. 그 후에도 몇 번 달구 네를 찾았을 때 만났던 누나였다. 얼굴이 달덩이 같은 누나였다. 세상이 좁다더니 우리 동네로 시집을 온 것이다.
남편은 소방서에 다니는 소방대원이었다. 누나 혼자서 빵집을 하고 있었다. 남편 된 소방서원은 우리 동네에서 유명한 사람이었다. 해병대출신으로 술주정뱅이었고 술만 먹으면 온 동 내를 헤집고 다니는 개망나니로 소문난 그였다. 그러나 그런 그가 누나를 만나고 나서 부터 달라졌다.
이북에서 혼자 3,8선을 넘어와서 해병대에 입대, 제대하고 살아갈 때는 개처럼 살아 왔으나 이제는 순한 양처럼 살아간다고 했다. 아내가 있으니 그와 함께 살아가야 하지 않느냐고 의연한 표정이었다. 결심이 대단한 것 같았다.
집 한 칸도 없던 강 씨가 집을 마련하고 적금통장도 갖고 적금도 들어 빵가게를 내었다. 사람이 변해도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건 양평 소방소에 다니게 되어 일정한 급료를 받을 수 있어서이나 달구의 누나와 결혼을 하고나서 부터였다.
달구누나는 교인이었다. 결혼을 할 때 이미 교회에 나가겠다는 약속을 받아놓았다.
아무렇게나 세상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행복하게 살아 나가자고 맹세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달구 매형은 소방서 내에서 유일한 교인이었다.
소방서원이 하는 일은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화재방지를 하며 재산을 보호하는 일이다. 그 책임감이 강했다. 또 강인한 군인정신이 있어서 동료들이 그를 인정했다.
드럼 채를 처음으로 손에 쥔 아들은 소방서에서 근로봉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가 소방서원이 되려고 한 적이 있다. 소방서원은 공무원이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으나 조금 위험했다. 그게 탈이라고 했다. 직업이 위험성이 없어야지 잘못하다가는 불구덩이에 들어가서 죽게 되는 위험한 요소를 안고 있다.
그러나 강씨는 한결같이 소방서원으로 일해 왔고 달구누나는 빵장사를 해왔다.
화재가 났다. 대형 화재였다. 식용유 공장과 유리공장이었다. 유리의 화염이 더욱 거세게 건물을 모두 삼켰다. 물류창고에서 전기 합선으로 시작된 화재는 공장건물까지 불이 붙었다. 민첩한 소방서원들이 불을 끄기 시작했다. 그러나 타오르는 불길을 쉽게 잡지 못했다.
기름 탱크에도 불이 붙었다. 끝없이 불길이 타 올랐다.주변사람들도 화염이 거세게 솟구치자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다른 소방서에서도 불자동차가 앵앵 소리를 내면서 달려왔다. 하늘로 솟구치는 화염이 그치지 않았다. 강 씨가 전진에 배치되었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 기름통 탱크의 입구를 차단 시켜야하는 일이었다. 그래야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강 씨가 돌진했다. 화염이 솟구치는 기름 탱크를 빨리 차단시키지 않으면 기름 탱크가 폭팔 할 수도 있다, 큰 피해로 이어지게 되었다. 위험이 따랐다. 이미 화염이 타오르는 실내는 무너져 있었다. 불기둥이 불길에 녹아 넘어졌다. 강씨도 불더미에 함께 쓰러졌다. 전진에 배치된 소방서원 두 명도 함께 쓰러졌는데 빠져 나오지 못했다.
강 씨만 겨우 살아났다. 겨우 목숨만을 건졌다 천만다행이었다. 얼마간의 회복기간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표 달구가 왔다. 강 씨의 딱한 사정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누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표 달구는 어느 날 온통 화상을 입은 매부에게 드럼 채를 사다 손에 쥐어 주었다.
“매형 드럼 채야 드럼 채 !! 북을 두드리는 드럼 채 드럼을 쳐“
“허허 북채?“
"응 매형 드럼을 쳐봐! 드럼을?
“ 북을 ? ”
“그러면 세상이 달라져, 마구 두들겨봐 이 작은 북을--- 그러면 생각이 달라져“
강 씨는 히죽 히죽 웃으며 드럼 채를 들어 보였다. 표 달구가 익숙하게 쳐 보이는 드럼 채의 모습을 흉내 냈다.
“그래 그렇게 드럼소리가 그치지 않게 계속 두들겨 봐! 그래야 돼! 소리가 끝이지 않게 힘껏 두들겨”
그 날부터 강 씨의 손에는 드럼 채가 들리어져 있었다. 둥둥둥 ____ 드럼소리가 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