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연화리에 위치한 붕장어 전문점 죽도집 전경. 기장군의 유일한 섬인 죽도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부산=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죽도집은 기장군에서 네 번째로 허가를 받은 음식점입니다. 붕장어는 기장 특산물인데, 일본에 수출할 정도로 품질이 좋아요. 장어 잡는 배들이 많아서 장어 위주로 해산물을 팔기 시작한 게 50년이 넘었네요."
죽도집은 부산 기장군 연화리에서 1965년에 시작한 붕장어 전문 횟집이다. 서류상으로는 1971년으로 표기돼 있지만 50년 넘는 역사가 있다. 죽도집은 윤재홍 대표의 어머니가 집 한쪽의 벽을 터서 시작한 구멍가게가 시초다. 기장군의 유일한 섬인 죽도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 상호를 '죽도집'으로 지었다. 죽도로 놀러오는 선주나 여행객들에게 막걸리나 해산물 안주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가게를 확장하고 횟집으로 장사를 이어왔다.
윤 대표는 "기장군은 한류와 난류가 만나서 물살이 세고 붕장어의 품질이 좋다"며 "품질이 좋은 해산물을 일본에서도 수입해갔는데 상인들도 붕장어회를 먹고 갔고, 장어잡이 배들도 많이 드나들어서 다른 해산물보다 붕장어로 만든 음식들이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죽도집의 대표 메뉴는 붕장어회와 붕장어구이(각 1인분 2만3000원), 붕장어국찜(1인분 1만5000원)이다. 붕장어회는 껍질을 벗기고 뼈를 발라낸 다음 잘게 썰어 물기를 짜낸다. 일반적으로 물기를 먼저 닦는 활어회와 만드는 순서가 조금 다르다. 죽도집만의 비법 때문에 서울에서도 전화로 회를 주문해서 먹는 손님들이 있다. 윤 대표는 "다른 횟집들은 원심력으로 돌려 짜는 탈수기를 쓰지만 우리는 압력으로 물기를 짜는 압착기를 사용한다"며 "붕장어는 기름기가 많은 생선이라 소화에 방해가 될 수 있어서 물기와 기름을 함께 짜내 담백한 맛을 내는 데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죽도집의 대표메뉴 '붕장어국찜'
윤재홍 죽도집 대표가 붕장어를 손질하고 있다. 붕장어는 기름기가 많아 물기와 기름을 함께 짜내야 담백한 맛을 낼 수 있다.
붕장어국찜은 윤 대표의 아내인 이민정씨가 개발한 메뉴다. 연화리 일대에서 잔치 때 아낙네들이 모여서 만들던 보양식을 손님들에게 판매한 것이 죽도집의 대표 메뉴가 됐다. 붕장어를 푹 삶은 국에 콩나물과 고사리, 해초, 미더덕, 각종 채소를 넣고 3시간 이상 걸쭉하게 끓여낸다. 윤 대표는 "어릴 적에 동네에서 잔치를 하면 품앗이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데 붕장어국찜도 그 메뉴 중 하나였다"며 "식구들끼리만 만들어 먹던 메뉴를 보양식처럼 판매했는데 반응이 좋다. 앞으로 붕장어 튀김 등 붕장어 메뉴를 다양하게 개발하려고 한다"고 했다.
죽도집의 밑반찬은 소박하다. 자연에서 나는 재료 위주로 간단하게 밑반찬을 내는 대신 손님들이 다양한 단품을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회에 찍어먹는 초장은 죽도집에서 직접 만든다. 윤 대표의 어머니가 만든 제조법을 전수받아 1년에 한 번 장을 담근다. 윤 대표는 "직접 담근 고추장을 개어서 초장을 만드는데, 장맛을 본 손님들의 의견을 반영해 개발해온 과정들이 녹아들어 있다"며 "사서 쓰면 편하지만 가게만의 색깔이 중요하기 때문에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들더라도 배운 것을 이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와 아내에게 '백년가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검증되지 않은 역사를 내세우는 가게들이 많고 유명세가 곧 실력으로 인정받는 분위기 속에서 죽도집의 역사와 지속 가능성까지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아내 이씨는 "백년가게는 역사도 필요하지만 백년을 이끌어갈 수 있는 가게여야 한다"며 "건강이 나빠져 가게를 잠시 쉬고 있을 때 백년가게로 선정돼 기뻤다. 좀 더 긍지를 갖고 가게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