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 사건은 국내 주요정당과 시민단체 관계자를 포섭, 북한의 지령을 전달하고 실행한 사건으로 결론났다. 총책
장민호씨(44)는 민주노동당 당직자
최기영씨(39)와 이정훈씨(43)를 통해 정치권에 손을 뻗었고 시민단체 주요 활동가와 인연이 있는 이진강씨(43)를 내세워 반미시위에 직·간접으로 개입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북한 지령과 대북보고=검찰은 북한이 그동안 남한내 지하당 등 비합법 조직을 구축하는데 주안점을 뒀지만 일심회에서는 이보다 더 나아가 기존 정당에 침투해 통일전선체를 구축하려 한 것이 다른 간첩사건과 다른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무르익었던 남북 화해 분위기를 틈타 간첩활동을 본격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령은 북한의 ‘대남 혁명’ 사령탑으로 꼽히는 대외연락부를 통해 내려왔다. 남한 차관급인 유기순 대외연락부 부부장이 직접 진두지휘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메일을 통해 12건, 태국이나 중국 등에서 10여건의 지령을 직접 전달받았다. 현재까지 확인된 지령은 대부분 남한내 반미집회에 관한 것에 집중됐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 참석이 예정돼 있자 “부시방한에 때를 맞춰 광범한 대중단체와 군중을 조직 동원해 대규모의 반미투쟁을 벌이도록 하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또 평택미군기지 이전, 의정부 여중생 사망사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미군기지 환경오염 사건 등을 배후에서 조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실제 집회에 어떤 영향력을 미쳤는지 현단계에서 밝힐수는 없지만 시위를 조정한 흔적이 있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지들이 관계가 있는 모든 대상의 생년월일과 출생지, 직업을 정확히 작성해 보내라”는 지령에 민노당 당직자 350여명의 신원이 최기영씨 손을 거쳐 북한에 보내졌다.
또 특정 시민단체에게 “민노당과 연계해 진보세력 후보들을 밀어주도록 하며 지난 시기와 마찬가지로 시민단체들과
낙천낙선 운동을 하라”며 정치개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대북 보고문에 “오직 장군님의 안위와 건강만을 생각합니다” “장군님이 새로운 세기의 수령임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수령님 결사옹위” 등 충성을 맹세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조국’, 우리나라를 ‘적후(敵後)’로 표현했다.
◇6·15 선언후 최대 이적단체=검찰은 일심회 조직원들이 북한과 주고 받은 주요정보가 모두 기밀에 해당된다며 이들 모두를 국가보안법 4조1항2호(국가기밀 탐지, 수집, 누설, 전달 또는 중개)를 적용해 기소했다.
검찰은 대법원 판례 50여건을 분석하고 수사검사 전원 회의를 통해 토론한 결과 당초 국정원이 송치한 반국가단체가 아닌 이적단체로 기소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반국가단체는 국가 변란을 직접적이고 1차적인 목표로 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규정이 가능하다.
서울중앙지검
안창호 2차장검사는 “간첩단은 법률용어가 아니지만 이적단체 활동을 하는 단체를 구성해서 간첩활동을 했다면 간첩단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수사는 하부 조직의 실체를 캐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검찰은 장씨가 최기영 민노당 사무부총장을 통해 민노당 중앙당의 정보를 수집하고, 민노당 서울시의원인 이정훈씨를 통해선 서울지역 주요 권역별 하부조직을 결성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현철기자 cho197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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