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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블루레이가 패키지 미디어로는 마지막이 될 겁니다.”
몇 년 전 모 DVD 제작사 직원이 한 말이었는데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영화 소프트웨어 시장은 판매량이 급감하자 VOD 서비스로 무게중심을 옮겼고, 음반 시장도 MP3 다운로드 매출이 CD 판매량을 넘긴 상태다. 올해로 28살이 된 CD는 해마다 생산량 및 판매량이 줄고 있다.
인터넷 속도의 향상, 메모리 용량의 급격한 증가는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긴다. 음질을 중시하는 소수의 하이파이 매니아들은 CD 뿐 아니라 고음질로 레코딩된 SACD, DVD-오디오, HDCD, XRCD와 고가의 소스 기기, 앰프, 스피커를 사용해 음악을 감상하지만, 가수들 조차도 CD 음반 발매를 포기하고 디지털 싱글 앨범을 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미 많은 일반 유저들은 PC와 MP3 플레이어를 통해 음악을 감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음악 감상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음악을 즐긴다’는 컨셉으로 제작되었던 소니 워크맨의 철학은 불행하게도 소니의 MD가 바통을 이어받지 못하고 MP3 플레이어가 뒤를 잇게 되었다. 디스크나 카세트 테이프를 필요로 하지 않는 디지털 음악 재생기기인 MP3 플레이어는 크기가 작고 모터를 내장하지 않으므로 재생 시간도 길다는 장점이 있다.
◆ 디버전스 MP3 플레이어 E50
디지털 디바이스 전문업체 레인콤은 자사 브랜드 아이리버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MP3 플레이어, PMP, 전자사전을 출시하며 오랫동안 국내 MP3 플레이어 업계 1위를 지켜왔다. 그렇지만 강호에 절대 강자가 없듯 자존심을 버리고 MP3 플레이어 시장에 뛰어든 소니, 디지털 음악 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하려는 삼성, 오랜 라이벌 코원과 세계적인 MP3 플레이어 업체 애플 아이팟 등에 둘러싸여 예전만큼 영예를 얻지 못하는 듯 보인다.
MP3 플레이어 외에 다른 수익 구조가 취약한 아이리버는 경쟁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새로운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왔다. 단조로운 MP3 플레이어에서 탈피, 동영상 재생 기능을 강조한 이른바 ‘MP4’ 플레이어와 PMP, 딕플이라 부르는 멀티미디어 전자사전, NV 시리즈로 불리는 내비게이션 등 여러 분야의 신제품을 발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 모두가 값비싼 컨버전스 제품을 향한 열망이 강하지 않다는 것은 E100의 대히트로 입증되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확인한 아이리버는 저렴한 기능으로 대부분의 멀티미디어 기능을 구현하는 E100의 시즌 2 모델을 출시하였고 여기서 군살을 더욱 깎아낸 E100의 마이너 버전 E50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 E50 외관 및 디자인
E50은 아이리버 초창기 인기 시리즈였던 ‘iFP’ 시리즈처럼 작은 사이즈는 아니지만 E100보다 한결 작아졌다. W38.8XH88XD7.7mm/40.2g의 스펙이 보여주듯 소형 휴대폰보다 작은 크기와 얇은 두께는 사용자가 한 손에 쥐기 편하다.
크기와 모양이 아이팟 나노를 닮았지만 터치 방식이 아닌 탓에 조작 그림이 새겨진 부분을 꾹꾹 눌러 조작해야 한다. 이는 클릭스 때부터 사용해온 ‘D 클릭 시스템’인 듯하지만 얇은 금속 외관을 누르다 보면 눌린 흔적이 생길 수 있어 사용 시 유의해야 한다.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를 사용한 외관은 고급스럽고 세련돼 보이지만 블랙 컬러 한 종류만 출시돼 색상 선택이 불가능한 점은 아쉽다.
동영상 재생이 가능하지만 음악 재생에 중점을 둔 제품인 만큼 TFT-LCD 크기는 1.8인치 176X220 해상도로 최신 제품에 크게 못 미친다.
제품 좌측 면에는 마이크, 리셋 버튼용 홈이 작게 나 있으며 제품 우측 면에는 전원 버튼이 살짝 돌출돼 있다. 제품 뒷면에는 홀드 버튼이, 제품 아랫면에는 USB 단자와 이어폰 단자가 구비돼 있다.
◆ 메뉴 및 인터페이스
아이팟이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 그 편리함에 전 세계 수많은 유저들이 놀랐다. 버튼 몇 개로 모든 조작이 가능하고 터치 부는 매우 부드러우며 날렵하게 움직였다. 오죽하면 삼성전자에서 아이팟 1세대 UI의 기초를 설계한 폴 머서를 영입해 Z5를 출시했을까. 그런 아이팟에 대응하기 위한 아이리버의 인터페이스는 마우스를 클릭하듯 ‘딸깍’거리는 느낌을 살린 ‘D*클릭 시스템’이었다.
E50은 클릭스 만큼 누르는 느낌이 강하지 않지만 4방향으로 눌러 모든 조작을 쾌적하게 할 수 있다. 몇 번만 눌러보면 모든 기능을 숙지할 수 있을 만큼 UI는 편리하지만 터치스크린도 아니면서 누르는 느낌이 약한 E50의 버튼은 좋게 평가하기는 힘들 듯하다. 장시간 꾹꾹 누르다보면 얇은 금속 재질이 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전면부를 살펴보면 ←↑→↓ 네 방향키와 -,+ 볼륨 조절 버튼 등 총 6개의 버튼이 돌출 없이 놓여 있다. 메인 메뉴가 세로 바 타입으로 이어지므로 상하(↑↓) 버튼으로 원하는 부분을 찾아 실행 버튼(→)을 누름으로써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음악 재생 시에는 재생 버튼(→)을 누르면 정지/재생이, 왼쪽 버튼(←)을 누르면 상위 메뉴로 이동한다.
◆ 주요 기능
E50은 크기가 작아도 최신 MP3 플레이어의 장점을 대부분 간직하고 있다. 블루투스나 AMOLED 액정 같은 고사양은 없지만 초당 30프레임의 동영상 재생이 가능하며 MP3, WMA, WAV, FLAC, APE 같은 보편적인 음성 압축 파일부터 무손실 압축 파일까지 모두 지원한다.
1.8인치 액정은 작지만 JPEG와 BMP 파일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고용량 BMP 파일은 썸네일 생성이 안 된다. BMP 파일의 사용 빈도가 JPEG 파일보다 상대적으로 낮지만 이런 점은 펌웨어 업데이트로 수정되길 바란다.
FM 라디오는 지하가 아니라면 시내에서는 비교적 수신이 잘 된다. 하지만 라디오 수신 음질 자체가 MP3 파일이나 무손실 압축 파일보다 떨어진다. 노이즈가 없어도 수신하는 정보량과 주파수 대역의 차이가 음질로 나타난다.
E50은 녹음기로서도 매우 유용하다. 특히 급하게 녹음이 필요할 때 곧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메뉴 버튼 중 ← 버튼을 오래 누르고 있으면 바로 녹음이 된다. 일일이 메뉴로 들어가 실행하지 않아도 되므로 매우 편리하며 라디오 재생 중 녹음도 가능하다. 하지만 녹음된 라디오 음질은 그리 좋지 않아 실제 사용 빈도는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액정이 작은 탓인지 흔한 기능인 텍스트 뷰어는 사용할 수 없으며 다국어 설정이 가능해 한국어 포함 40개 언어로 메뉴 설정을 할 수 있다.
◆ 동영상 재생 기능은 무용지물
1.8인치의 작은 화면으로 동영상을 감상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외국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원어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는 사람은 자막을 봐야 이해할 수 있을 텐데 E50은 SMI 자막파일도 인식이 불가능해 화면 속에 자막을 입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렇게 어렵게 자막을 삽입해도 1.8인치 화면에 자막을 넣으면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수준이다.
전용 소프트웨어 ‘아이리버 플러스 3’에서 자막 설정을 크게 하여도 화면이 가려지면 의미가 없다. 게다가 재생 가능한 파일도 SMV 파일로 한정돼 있어 일일이 무비 컨버터를 통해 변환해줘야만 한다. 대부분의 파일을 별도의 변환 없이 재생하는 MP4 플레이어 사용자라면 이 같은 과정이 무척 번거로울 것이다.
◇ 전용 프로그램 아이리버 플러스 3를 사용해 SMV 파일로
인코딩하려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TFT-LCD 성능이 그다지 우수하지 않아 색상 사이의 경계면이 어색하게 보이고 영상은 섬세함을 기대하기 어렵다. 거기다 반사가 심해 온전히 감상하려면 빛이 없는 곳을 찾아야만 한다.
결국 E50은 특별하지 않은 영상 재생 능력, 재생 가능 파일의 한계, 작은 액정 크기 탓에 동영상 플레이어로 사용하고자 하는 사용자들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할 것이다.
◆ 수준급 음질을 자랑하는 E50
그렇다면 음악 재생은 어떨까? E50은 음악 재생 전용 플레이어이고 동영상은 덤 수준이기에 사실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렇지만 음악 능력은 E50의 구매 가치와 직결되는 부분이고 아이리버도 이를 알기 때문에 무손실 압축 파일 대부분을 재생할 수 있게 한 듯하다.
액정이 작아 동영상 재생에 불리하다는 점은 음악 감상에는 이점이 된다. 액정 크기가 작으면 배터리 소모가 적어져 배터리 재생 시간 연장에 큰 도움을 준다. 스펙 상 최대 52시간까지 음악 연속재생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으며 실제 완충 후 일주일간 약 40시간 이상 재생해도 배터리가 남아 있었다. 정확히 재생시간을 측정하지 못했지만 40시간 이상 재생된다면 실 생활에서 이용하기에 큰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아이팟 나노 4세대가 스펙 상 24시간까지 재생 가능하다고 돼 있으니 E50은 그보다 2배 이상 재생할 수 있다. PC와 떨어져 일하는 이들에게는 E50의 넉넉한 재생 시간이 큰 만족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아이리버 플러스 3에서 가사 입력, 태그 수정 등을 편리하게 수행할 수 있다.
레인콤은 E50이 SRS 연구소의 SRS WOW HD 이퀄라이저를 채택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사용할 경우 사운드 딜레이를 통해 공간감을 향상시키고 저음의 양을 풍성하게 하며 음의 명료도를 높일 수 있다. 몇 년 전 SRS를 사용했을 때보다 음이 한결 자연스러워 졌으며 음의 수가 풍성해진 느낌이다. 하지만 SRS WOW HD 메뉴를 들어가기가 힘든데, 노래 재생 중 방향키를 꾹 누르고 있으면 이퀄라이저 메뉴로 들어갈 수 있다. SRS WOW HD는 BBE+보다 왜곡이 적고 음이 자연스러워 만족스럽다.
MP3 파일 또한 클릭스보다 나아진 듯 들리며, 특히 WAV, FLAC 파일은 음의 에지가 또렷해 한결 명확한 느낌이다. 최신형 MP3 플레이어에서 FLCA, WAVE, APE 세 가지 무손실 압축을 동시에 지원하는 모델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이리버 E50은 이 모든 무손실 압축 파일을 재생할 수 있어 음악 감상에 충실한 보급형 MP3 플레이어 본연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
◆ 총평
E100 시즌 2가 발표된 지 한 달도 채 안 돼 공개된 E50은 아이리버가 지향하는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과 궤를 달리 하는 제품이다. 동영상, 텍스트 뷰어 같은 기능들을 배제하고 음악 재생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기 위해 재생 시간을 늘리고 SRS WOW HD 음장을 집어넣고 무손실 압축 파일에 완벽하게 대응한다.
◇ 패키지 포장이 잘 돼 있다.
◇ 차마 버릴 수 없는 케이블 타이.
번들 이어폰의 디자인도 꽤 공들인 듯하나 음질은 아쉽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심플함을 강조한 디자인도 괜찮다. 하지만 문제는 2GB, 4GB 단 두 종만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무손실 압축 파일은 1곡당 용량이 40~50MB에 달하므로 2GB 제품의 경우 40곡이 채 안 들어갈 수도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물론 MP3 파일을 넣고 다닌다면 그리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무손실 음악 파일을 지원하는 이점이 없어지게 된다.
컬러가 단 한 가지 뿐인 것도 아쉽다. 금속의 질감을 살리면서도 다채로운 색상을 선보이는 아이팟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차후에 8GB 이상의 용량과 새로운 컬러를 지원하는 모델이 출시되기를 기대해본다.
금속 질감을 잘 살린 외관
10만원 내외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
FLAC, WAV, APE 같은 무손실 압축 파일 지원
시내에서 깨끗하게 잡히는 라디오
50시간 이상 재생하는 터프한 재생시간
1.8인치 액정으로 동영상 감상은 감언이설
최대 용량이 4GB로 작다
블랙 컬러로만 발매돼 색상 선택이 불가능
다나와 이상훈 기자 tearhunter@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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