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목소리를 뒤쫓는다.
나는 항상 늦고,
따라잡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써야할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 시인의 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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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집을 내가 편집하다니/ 김남규
내 시집을 편집한다
일상을 스크롤한다
은유에 교열 더해
어제를 삭제한다
억지로 껴안은 말들
손깍지를 풀어주면
본 적 없는 음보만 남고
본 적 있는 백지만 남고
사물 편에 등 돌리며
마음 편에 돌아서며
교정지 밤하늘에 펼치면
흩어지는 쪽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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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은 일주일을/ 김남규
승합차가 유난한 날
유난하게 손잡는 날
일주일을 보상받거나
일주일을 성스럽게
기도는
눈감고 하는 것
일주일을
눈감는 것
*
기침 같은 사람들과
의자 밑 발이 닿으면
무저갱(無低坑)을 생각하며
발목에 힘을 준다
예언은
획 하나 모자라니
일주일로
메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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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 김남규
또 다른 살 속으로
파고드는 맨살이다
마찰과 마모 사이
켜는 것과 켜지는 것
몸속에
갇힌 폭풍을
서로에게
겨눈다
어둠이 활을 안고
뒤쫓는 우리의 밤
끝에서 끝으로
눈물 없이 울어도
밑줄로
음 높이는 위로들
꽃잠으로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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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역사/ 김남규
아침은 언제나 역사적 사건이다
저녁은 이따금 사소한 일상이다
그 사이
누울 곳을 생각한다
월세처럼
오는 밤
같이 울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혼자 울 수 있는 시간을 찾는다
그 사이
웃을 곳을 생각한다
이자처럼
오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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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 김남규
무슨 열매
이름 같아서
깨물면
터질 것 같아
위안 삼듯
전해 봐도
돌아서면
손에 쥐는
기어코
놓친 종결어미
접속사를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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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새로운 교감
김남규시집/ [일요일은 일주일을]/ 고요아침/ 2015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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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2.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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