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송(歲寒頌)
정 근 옥
조선의 뜨거운 숨결이 살아 있는
천진불 앞에 홀로 선 소나무
비파 선율에 울다가 지친
별빛에 젖은 눈꽃이 향기롭다
자욱한 안개 속에 길을 잃고
얼어붙은 모래밭에 삭아있는 발자국 들
겨울 달 속에 핀
찔레꽃처럼 바람에 흔들리다가
사랑하는 이와의
속절없는 이별을 겪어본 후에야
칼질당하는,
더없이 아름다운 기억
먼 하늘 끝을 맴돌다
가지 끝에 날아온 새 한 마리
산등성이에 얼어붙어 반 쯤 남은
저녁 해를 쪼아 댄다
겨울 고목(古木)
정 근 옥
얼마나 세월을 견뎌야
칼날 바람의 다스림에도 울지 않는 나무가 되랴
눈꽃을 이고 있는
저 장엄한 소나무
세월의 냉혹함을 바람으로 털어내며
고행수도를 한다
물새들은 얼음 덮인 소(沼)에 앉아
먼 동을 기다리며 참선을 하고
흔들리는 고목의 가지 위에 핀
하얀 수정꽃을 바라본다
겨울 바람은 냉기만 몰고 오는 게 아니라
어둠도 속정없이 몰고 온다
아, 숱한 세월을 견뎌온
고목나무 그림자 드리운 물면 위에
쏟아지는 저 별들
누구의 영혼이 영글어 쏟아져 내리는가
<약력>
정 근 옥(시인, 문학박사)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클럽한국본부 회원, 한국비평가협회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한국시예협회 회원, 서울교원문학회 회장, 북부교육발전전문위원회 회장 역임
국민훈장 홍조근정훈장, 한국시민지도장 포상, 한마음문화상 수상
신문예문학상 대상, 탐미문학상 본상, 열린문학상 본상, ‘한국시’ 신인상 수상, 교원학예술상(시부) 수상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원촌중교장, 남성중교장, 금천고교장, 상계고교장 역임, 교육부중앙교육연수원, 고용노동부연수원, 서울시교육연수원 등에서 강의
시집 '거울 속의 숲', '가을 산사나무 앞에서', ‘어머니의 강’, ‘달과 바람에게 길을 묻다’외
평론집 ‘조지훈시 연구’ 외,
산문집 ‘행복의 솔밭에서 별을 가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