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릅재를 넘어 송계계곡을 내려가면 만수휴게소, 닷돈재휴게소를 지나 다리를 지나면 물레방아 휴게소에 닿는다. 덕주산성과 덕주봉능선이 앞에 보이는 이 휴게소가 북바위산 산행기점이다. 화장실옆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면 잡목숲이 되고 이어서 송림이 나타난다. 경사는 대체로 완만하다. 경삿길을 올라가면 송림이 나오고 다른 방면에서 올라온 길과 합류하여 여전히 완만한 능선을 올라간다. 올라가기 20분쯤이면 경사진 커다란 너럭바위에 도착한다. 둥글게 생긴 넓은 바위에 앉아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월악산 영봉, 중-하봉의 억센 능선이며 덕주골과 그 안쪽 만수암릉이 덕주봉뒤로 사라지는 모습, 덕주봉능선 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월악산의 아웃라인은 우리나라산 중에서도 백미에 속한다. 충격의 강도로 미루어 영암에서 월출산 입구로 가까이 가면서 본 월출산, 대승령 위쪽 봉우리에서 본 안산과 그 일대 암봉, 가리봉에서 내려오면서 본 암봉인 주걱봉, 설악산 공룡능선의 범봉과 1275봉, 문간재를 오르기 전 눈앞을 가로막듯 치솟아 있던 암봉 등이 주는 충격을 연상케 한다. 용마산이나 북바위산에 오면 그 힘찬 산악미를 제대로 볼 수 있는데 이점이 북바위산 산행의 가장 유혹적인 아이템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울어진 전망대 너럭바위 옆엔 바위 가장자리를 짜리 노송이 몇 그루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서 한 여름엔 소나무 그늘아래 앉아서 송계계곡을 내려다보며 월악산의 매혹적인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는 맛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이 그림에는 월악산 진수의 절반이상이 들어있다. 북으로 북바위산으로 가는 능선과 나란히 북서쪽으로 뻗어가는 용마산능선도 보인다. 송계계곡의 물소리도 꽤 선명하게 들려온다.
이곳에서 숨을 돌린후 조금 올라가면 이 능선산행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북바위봉 전망대에 닿는다. (북바위산은 이 바위이름에서 온 것이지만 실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베를 짤 때 실사이를 들락거리던 북을 닮았다고 북바위라고 이름 지어진 북바위봉은 바위 한면이 칼로 도려낸 듯 맨질맨질하고 윤곽은 북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중간균열에 작은 소나무가 하나, 그리고 잎을 떨군 잡목한그루가 박혀 있는 것이 고작이다. 북바위봉이 아름다운 것은 북바위봉을 바라보는 조망대가 북바위봉 아래 협곡을 사이에 두고 정면에서 약간 시야를 쳐든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에서 북바위봉 암면까지의 직선거리는 100미터 정도 될까? 북바위봉 바위아래엔 거목 노송이 몇그루 자리잡고 있고 봉우리위에도 소나무들이 서있다.
북바위봉 옆(좌측)은 슬랩을 이룬 암릉이 40도 정도의 완만한 경사로 거침없이 송계계곡쪽으로 경사가 잡혀있고 그 암릉에도 소나무들이 군데군데 서 있다. 우측은 북바위 뒤켠으로 송림이 우거진 능선이 보이고 그 뒤로는 멀리 갈색의 능선이 보인다. 조망처에서 보면 시거리상 한장의 거대한 그림으로서의 요소로 꽉짜인 구성을 보이는 경관이다. 가장자리가 송림으로 장식된 한장의 동양화를 앞에 둔 듯한 효과를 보이는 이 경치가 북바위산 산행의 한 클라이맥스가 된다. 북으로 용마봉이 하얀 단애와 슬랩으로 거들고 남으로 남으로 박쥐봉이 검은 그림자를 드리워(이른 아침이므로) 북바위봉은 우람하면서 도 단아하다. 슬랩능선 옆으로 신선봉의 첨봉의 윤곽이 폼을 잡고 있는 것도 이 그림을 완벽하게 해주는 데 일조한다.
북바위봉옆의 슬랩지대는 조금 까다로운데 특히 눈이 덮여있을 경우 설치된 로프를 적절히 이용하여 올라야 할 것 같다.
북바위산은 기본적으로 4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북바위가 있는 봉우리를 넘으면 나머지 암봉중 주봉과 송림이 무성한 암봉이 하나 보인다. 암봉은 일부 하얀 슬랩을 보이고 거의 소나무로 덮여 있지만 분명한 암봉임을 짐작케 한다. 속살이 비치는 엷은 망사 브라우스를 입고 있는 여인의 가슴처럼. 이 암봉들을 연결하는 능선은 암릉과 송림이 우거진 육산이 혼재하여 있다. 적당한 거리에 하나씩 서있는 이 능선봉들을 넘어 능선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송림우거진 능선의 솔바람소리를 들으면서 산행하는 맛은 북바위산 산행을 어느산 산행보다 기분좋은 산행으로 만든다.
이 암봉의 꼭대기에 이르기전의 암릉은 대슬랩으로 조망이 특히 뛰어나고 잘생긴 소나무가 주변에 있어서 저절로 앉아 쉬고싶은 생각이 나는 곳이다. 이곳의 조망은 거침이 없다. 월악산은 조금 물러났지만 더욱 그 윤곽은 선명해져 있다. 근경이 원경으로 바뀌어서 일까?
이 능선봉을 넘어서 내려가면 개구멍바위가 나온다. 일명 산부인과 바위라고도 하는 구멍으로 배낭을 벗고 다리를 먼저 하여 뒤로 내려가야 하는 곳이다. 이곳을 내려가면 다시 암봉이 하나 보이고 주봉이 가까이 다가선다. 3번째 암봉은 꼭대기로 올라가지 않고 옆으로 횡단한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암릉과 급경사로 이어지는데 로프가 설치된 곳이 3개곳 있는 험난한 구간이다. 겨울에는 주의해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특별하게 어렵다고 할 수는 없다.
능선엔 소나무숲이 계속되며 올라갈수록 운치를 더한다. 정상엔 노송숲이 우거져 있어 조망이 막혀 있는데 정상 조금 못간 곳, 높이차이가 거의 동일한 곳에 조망이 좋은 평탄한 암릉이 펼쳐져 있다. 이 암릉에서 남쪽을 조망하는 맛은 기가 막힌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듯한 부봉 6봉과 밋밋하나 장대하게 솟아있는 주흘산, 부봉에서 포암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하늘재 부근은 박쥐봉이 가리고 있다), 만수봉, 그 뒤 문수봉과 메두막봉, 하설산도 보인다. 월악산 남쪽일대는 유난히 좋은 산이많다. 가히 산행의 천국이라 할만한 지역이다. 운달산과 성주봉도 포암산 오른쪽으로 보인다. 마치 산의 전시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파도를 타면서 일렁이는 듯한 산, 어떤 능선은 유장하고 어떤 능선은 밭아서 거친 파도를 연상케 한다.
북바위산 능선은 조망이 이렇듯 좋고 높낮이가 걷기에 적당할 정도로 완만하고 그래서 송림이 줄이어 있어 솔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여름엔 산림욕도 가능한 상쾌한 솔잎향기 풍기며 그늘을 지어주는 암릉과 솔밭길의 조화, 그 산길은 언제나 빼어난 월악의 그림이 뒤에서 혹은 앞에서 우리의 감성을 북돋우워 주는 아름다운 산길이다. 물레방아 휴게소에서 정상까지는 2시간 30분이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 하산길은 박쥐봉 사이 계곡길을 택하든지 용마산과의 계곡길을 택하면 된다. 계곡길이 단조로울 것 같으면 아예 능선길을 되돌아 내려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어느 길을 택하거나 1시간 30분이면 송계계곡 쪽으로 내려올 수 있다.
쌈박한 등산코스가 너무 힘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이 북바위산 코스를 지체없이 거론하고 싶다. 송림과 암릉은 어울린다고 한다. 북바위산에서는 송림과 암릉, 그리고 월악산 조망을 원없이 즐길 수 있어서 산의 조망이 산행의 쾌감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게 됨을 실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산행코스: 들머리뫼약재→사시리고개→북바위산→목조계단→너럭바위→
559봉→북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