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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berly J. Kreines 원문
지난 이야기: 침묵의 시간
테제렛과 피아 날라르의 악몽 같은 대결은 더 좋지 않은 무언가를 감추기 위한 쇼에 지나지 않았다. 기라푸르와 관문수호대가 한눈을 파는 사이, 그는 상을 수상한 발명품과 그것을 개발한 발명가들을 에테르탑의 연구실로 납치해갔다. 종적을 감춘 발명가들 사이에는 에테르 선견자 라시미도 있었는데, 그녀는 전 생애를 바친 연구인 물질 전송기 연구를 영사관의 원조를 통해 계속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진실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에테르 용접기.” 라시미가 말하자, 세 번의 쇠 소리와 함께, 작업장 조수 역할을 하는 자동기계가 달려왔다.
《작업장 조수》 아트 : Victor Adame Minguez
“고마워.” 도구를 받은 라시미가 자동기계의 작은 손을 쓰다듬었다. “이거면 충분해.” 그러자 자동기계가 소리를 두 번 울리고 빛나는 에테르탑 연구실 구석으로 종종걸음을 하며 되돌아갔다. 그 뒤를 눈으로 쫓았지만, 거기엔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 찬 시선은 물론, 사고를 자극시키는 평가도, 안심시켜주는 존재도 없었다.
라시미가 한숨을 지었다. 내 베달켄 조수, 미털이 여기 있어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전송기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테. 우리가 만든 고리와 비교해 몇 배나 더 큰 아치를 보면 분명 할 말을 잊겠지. 이 탈착식 모듈 핵을 보면 눈을 깜빡이는 걸 멈추질 못했을 거야. 그리고 실험을 함께 하지 못한 것을 서로가 아쉬워하겠지. 하지만 미털은 태양을 지나가는 구름처럼, 순식간에 동요를 제어하고 맹렬한 속도로 기록서를 매워갈거야. 그는 스스로의 감정이 작업을 방해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질 못하니까. 난 지금도 그렇게까지 냉정해질 수가 없는데.
에테르 모듈의 마지막 부품을 용접했지만, 기분은 조금도 좋아지지 않았다. 친구의 모습이 문 건너편에서 나타나는 것 이상으로 흥분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불편한 생각이 점점 더 커져갔다. 그를 이곳으로 데리고 와달라는 부탁을 한지 벌써 4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에게 재촉을 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같은 것이었다. “다른 일은 저희에게 맡기시고, 연구에 집중해주십시오.”
확실히, 그들은 그 말대로 이행해 주었다. 라시미가 연구실로 온 이후, 편의는 물론, 그녀의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출자자 테제렛의 명령으로 고도의 자동기계와 많은 직원들이 파견되었다. 그들은 회향과 쿠민, 심황의 냄새를 풍기는 따뜻한 식사와, 백합 향기가 나는 청결한 의복을 제공했으며, 온도와 에테르 기압, 습도까지 조절해 주었다. 막 새로 제조한 황금색 서랍이 연구실 벽에 진열되었고, 내용물의 양과 질 또한 철저하게 관리되었다. 매일 아침, 새로 만들어진 기구 일식이 빛을 내며 완벽한 순서로 나열되어, 라시미의 손에 잡히는 것만을 기다렸다. 분명, 이것들은 그녀의 요구를 몇 배나 더 뛰어넘은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발명가들도 그녀와 같이 어딘가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가능하면 그들과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지만, 근무시간 중에 대화는 용서받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테제렛이 의도한 연구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환경. 또 테제렛은 종종 이런 말을 반복했다. “아무런 이득도 없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시간이 주어질 거라 생각하지 마라. 연구보다 무지한 세상 이야기가 좋다면 이곳을 떠나 뇌도 없는 어중이 떠중이들을 따라가라.”
이곳에서는 오직 연구에 관한 토론만이 허락되었다. 하지만 테제렛이 진척 확인을 하러 온 첫날부터, 그것조차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항공장인 사나가 없는 빈 작업장의 모습은 박람회 입상자들 사이에 형성된 동료 의식을 소멸시켰다. 마치, 일생 일대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지만,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발명가는 단 한 사람뿐이라고 무언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라시미가 용접을 끝내고, 아치의 점검판을 닫았다. 그리고 스커트로 손을 닦고, 조금 떨어져 전송기를 자세히 관찰하면서 다음으로 작업대에서 사라지는 건 내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결심시켰다. 장치는 상처 하나 없었고, 지주도 지정된 위치에 꽂혀 있었으며, 에테르관의 접속부분도 빠짐없이 보강시켰다. 그녀가 탁자 위의 시계를 보았다. 이제 곧 그가 올 시간이다. 마음의 준비는 되었다고 스스로를 타이르면서, 계속 여기 있을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연구실 문이 공기소리와 함께 열리자, 숨이 턱 막혔다.
영사관의 화려한 제복을 몸에 두른 직원들 사이를, 테제렛 바로 그 남자가 당당하게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책략가 테제렛》 아트 : Ryan Alexander Lee
식사중인 그렘린의 무리에게 빛을 비춘 것마냥, 연구실 안의 모든 움직임이 멈춤과 동시에, 모든 이목이 금속 손을 가진 남자에게 집중되었다.
난 이곳에 반드시 남아주겠어.
“진척.” 광택이 나는 바닥을 테제렛이 걸어왔다. “진척을 보여봐라.” 그리고 한 드워프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바빈, 최근에 들어서야 안 이름. 이 드워프 금속공은 건설작업과 비 언어적 명령 전달에 뛰어난 거대 자동기계로 이름을 날려 박람회 종합부문 4위를 수상했다. “아직 멀었나?” 테제렛이 드워프에게 다가갔다. “내겐 느긋하게 기다릴 시간이 없다.”
“알겠습니다.” 바빈이 발명품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번과 비교해 많은 진척이 있었습니다. 우선은 관절 부분의 개량을 끝마쳤습니다. 이것으로 상당한 부하를 견딜――”
“개량?” 테제렛의 목소리가 라시미를 움츠리게 만들었다. “개량 따위엔 관심 없다. 새로 만든 것을 보여라.”
《주조소 조립공》 아트 : Karl Kopinski
“아……” 바빈이 동요하면서 설명을 계속했다. “새로운 관절을 박아 넣었습니다. 최대 적재량 증가를 원하셨었는데, 거기서 부하가 걸렸을 때 파괴되지 않도록――” 거기서 자신의 발명품을 보는 드워프의 입이 놀라움으로 딱 벌어졌다.
테제렛이 손에 있는 발톱으로 자동기계의 왼팔 앞에 붙은 커다란 손을 잡아 관절까지 반대 방향으로 비틀어 버리자, 뒤틀린 금속이 종잇장처럼 찢어지면서 상처 입은 짐승마냥 귀에 거슬리는 비명 소리를 냈다. 아무런 도구도 없이 금속을 굽혀버리는 사람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창문에서 내리쬐는 빛에 테제렛의 금속 발톱이 번뜩이자, 라시미의 등줄기에 오한이 서렸다.
테제렛이 한걸음 뒤로 물러나, 마치 예술 작품을 선별하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관절이 고장 났군. 고장 나지 않도록 개량했다고 하질 않았던가?”
바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예, 테제렛님. 하지만 그건 표준적인 사용법일 때――”
“실망했다. 당장 꺼져라.”
다른 작업대 쪽에서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만요, 대 영사님. 부탁입니다, 전――”
“꺼지라고 했다.” 테제렛이 금속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켰다. “끌고 나가라.”
그의 목소리에 3명의 직원이 재빠르게 반응했다. 마치 연결된 자동기계나 다름없었다.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바빈이 그들 사이에서 몸을 비틀었다. “연구는! 제 발명품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 쓰레기는 네 놈 소유가 아니다.” 테제렛이 눈 앞의 자동기계를 발로 걷어찼다. “이 연구실에서 만들어진 것은 전부 영사관의 소유다.”
“안돼!” 바빈이 문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직원들이 팔을 등으로 꺾었다. “부탁입니다! 제 모든 것을 걸었단 말입니다, 돌려주십시오!” 드워프의 슬픈 절규가 복도로 끌려가는 사이에도 계속되었고, 그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탄원이 윤활유 냄새가 풍기는 공간에 남겨졌다.
라시미가 전송기의 금속 테두리에 팔을 뻗어 손이 하얘질 정도로 세게 잡았다. 창조물과 절대 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처럼.
“하찮군.” 테제렛이 중얼거리더니, 큰 목소리로 말했다. “진척! 내가 그렇게 어려운 일을 시켰나? 네놈들은 발명가가 아니었나, 내 말이 틀렸나?” 발명가들이 연구실 중앙 통로를 서슴지 않고 걸어가는 테제렛에게서 말 꼬리처럼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이게 너희가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최고의 걸작이란 말이냐? 발명 박람회의 수상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쓰레기밖에 못 만드나?” 그리고 라시미의 작업대를 한 바퀴 돌았다. “난 너희의 두뇌가 뛰어나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너희가 멍청이가 아니라는 증거를 아직 아무것도 보질 못했단 말이다.” 테제렛이 양 눈을 크게 뜨자, 새빨간 혈관이 빛을 내며 라시미를 정면에서 직시했다. “진척을 보여라, 아니면 당장 꺼져라!”
라시미가 출자자의 거만한 모습을 올려다 보았다. 숨 쉬기도 힘들었지만, 곧 마음을 조용하게 정돈하기 시작했다. 반드시 여기 남아주마. 그리고 숨을 들이 마셨다. 각오는 되었다. 테제렛의 짜증은 지금 와서 새로운 것도 아니었고, 스스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냉정하게 이해했다. 지금은 발명품에 집중을 해야 해. 작품
그 자체가 모든 것을 말해줄 거야. 라시미가 약간의 노력과 함께 테제렛에게서 등을 돌려, 한번 더 전송기의 아치를 잡으면서 생각했다. 너와 나, 우리가 해낸 것을 보여주자.
라시미가 헛기침을 했다. “규모의 확장은 끝마쳤습니다. 새로운 테두리는 보시는 바와 같이, 희망하시는 대로 규격의 기계 거신을 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금속을 삼중으로 보강해, 고체의 비 연속 전송으로 인한 마찰을 어느 정도 버텨낼 수 있으며, 구조적 에테르 평면도 확장되어 더 많은 양의 수송도 가능해졌습니다. 예비 실험 또한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녀가 말을 마치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어느 정도 진척이 보이는군.” 테제렛의 목소리가 빨랐지만, 분노는 없었다. 라시미가 숨을 겨우 내쉬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느낀 거짓된 안심이었다. 사라질 때와 마찬가지로, 테제렛의 짜증이 순식간에 재발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진척으로는 부족하다! 네놈들은 여기서 하루 종일 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내 시간만 낭비시키고 있지를 않느냐. 모듈 핵은 어찌 되었나?”
라시미가 몸을 움츠렸다. 방금 전의 대답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시작은 했습니다만――”
“시작했다? 시작했다고! 이미 완성시킨 것이 아니란 말이냐.”
그녀가 뒷걸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시간이 없었습니다. 요 몇 주간은 확장에 전념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모듈 핵에 필요한――”
“확실히.” 테제렛이 그 손이 아닌 다른 손을 흔들었다. “충분하질 못하지. 내가 주는 간단한 요구 하나 하나가 마치 달성 불가능한 것처럼 행동하지 마라. 난 출자자이고 넌 발명 박람회의 우승자다. 우승자! 내게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다른 자들도 마찬가지겠지?” 하지만 그 말에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모듈 핵을 완성시켜라. 이건 최우선 사항이다. 알겠나?”
“예.” 라시미가 목소리를 쥐어 짰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앞으로도 몇 가지 더 있습니다만, 지정하신 기한 내에 대처할 수 있을 정도의 문제입니다.”
“흠, 다시 말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최소한의 미완성품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게――아니오. 금방 끝내겠습니다. 주요 전송 유닛에서 외부 초점을 분단시켰을 때에 생기는 반동을 처리하는 것뿐입니다.”
“반동?” 테제렛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방금 전까지 난 너를 정말로 유능한 발명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네 지능은 미숙하면서 쓸데없는 종류나 마찬가지군.” 그리고 금속 손가락으로 전송기의 금줄을 만지자, 그 소리가 라시미의 이까지 떨리게 만들었다. “네가 만들고 있는 것은 비연속성 전송기다. 하지만 계속 연속성 법칙에만 얽매여 있군. 조금은 사고를 전환해봐라. 복수의 차원 공간에서의 마찰은 어찌 되나?”
라시미가 그 질문을 되새겨보았다. 숙고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과학적 난문이었다. 테제렛이 대체 무엇을 말하려 하고 있는 것인지, 처음엔 도통 알 수가 없었지만, 곧 이해하고 자기도 모르게 숨이 막혔다.
“호오, 이해한 모양이군.” 테제렛이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
라시미는 그 조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제 곧 해답이 보이는 난문 앞에서 깊이 생각했다. “얇은 한 줄기를 에테르 루프에 주입하면, 외부 초점에 시작점을 연결할 수 있어. 그것도 에테르 축전기를 과도 충전할 필요 없이, 그리고――”
“그리고 기능하지.” 테제렛이 그녀의 말을 대신 마쳤다. “당연히, 기능하겠지.”
계산식이 라시미의 머리 속을 달렸다. “더 많은 에테르가 필요해질 겁니다. 적어도 지금의 2배, 증대하는 공간적 차원수를 수용하기 위해서 말이죠.”
“좋다.” 테제렛이 직원들을 적당히 둘러보면서 말했다. “연구실 쪽 에테르 공급을 3배로 올려라.”
“알겠습니다, 대 영사님.” 가장 가까이 있던 직원이 머리를 숙였다.
“저……” 다른 직원이 앞으로 나와 헛기침을 했다. “이미 눈치채셨을 것이라 사료됩니다만, 그렇게까지 양을 올리면 현재 다수의 지역에 흐르는 공급량 중 상당수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가 될 가능성이――”
“문제는 없다.”
“하지만, 그게――”
“변명은 듣기 질렸다!” 테제렛의 이마에 핏발이 섰지만, 곧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목소리를 낮췄다. “이 연구실에서 진행되는 작업 이상으로 중요한 안건은 없다. 이건 영사관 최우선 사항이다. 알겠나?”
문제를 제기한 직원이 옷을 고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대 영사님. 하지만――”
“됐다.” 테제렛이 문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됐다, 라니……요?” 직원이 당황하며 뒷걸음질쳤다.
“그 말대로다. 넌 이제 필요 없다.” 라시미가 그 자리에서 꼼짝달싹 하지 못하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네 도움은 더 이상 필요 없다. 이놈을 끌어내라.” 테제렛이 지시를 내리자, 라시미 곁에 있던 직원들이 즉시 움직여, 그 직원의 양 팔을 잡고 끌고 나가기 시작했다. “에테르 공급을 늘려라.”
“명령 받들겠습니다. 대 영사님.”
테제렛이 뒤돌자, 라시미가 침을 삼켰다. “에테르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전――”
“아니!” 테제렛이 전송기 아치를 금속 손으로 때리며 말했다. “필요한 건 이거다. 넌 기한 내에 완성시킬 수 있는 에테르를 가지게 될 거다. 다음 진척 확인을 위해 내가 돌아왔을 때는, 이 고철을 움직이게 만들어라.” 그리고 바빈의 거대한 자동기계를 가리켰다. “이 쓰레기를 연구실 건너편으로 옮겨라.”
라시미가 숨죽이며 고개를 끄덕이려 했다.
“못 하면, 넌 끝장이다.” 테제렛이 문으로 향하자 잘 손질된 바닥에 구두소리가 날카로운 소리를 냈고, 다른 직원들이 그 뒤를 따랐다.
라시미의 전신에서 힘이 완전히 빠짐과 동시에 “끝장이다.” 라는 말이 뇌리에서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다른 발명가들의 시선이
그녀를 향하는 중, 비틀거리며 책상으로 걸어가, 의자에 몸을
맡겼다. 왜 일이 이렇게 된 거지? 그리고 책상 위에 있는
미털과 함께 만든 전송기의 고리를 스치듯이 만졌다.
이걸 여기에 둔 이유는, 이곳에서 일할 수 있는 용기를 얻기 위함이었다. 그 때는 모든 것에 희망이 넘쳤고, 자랑스러움과 함께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었는데. 그런데 지금은? 긴 한숨을 쉬었다.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아, 이건 기회야. 절대 그걸 놓칠 순 없어.
4주 후
출자자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면, 적어도 이 한마디는 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 바쁘게 일해본 적이 없었다고.
요 몇 주간에 걸쳐 라시미는 고민을 거듭했다. 자신과 전송기가 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지――혹은 테제렛의 가혹한 압박 밑에서 일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그녀는 4주 중 3일을 잠시도 자지도, 쉬지도 못했고, 식사 또한 작업을 중단하지 못해 자동기계가 가져오는 휴대용 음식을 한 입 베어 무는 것이 전부였다. 또 고양이 원숭이에 맞먹는 정도의 청결수준밖에 유지하지 못하는 희생을 치르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렇게 자신의 최고 걸작에 마지막 부품을 꽂는 순간까지 도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라시미가 에테르 용접기를 한 손에, 감지 모듈을 다른 한 손에 들고, 전송 아치 꼭대기에서 안전벨트를 매고 작업을 계속하자, 조용한 연구실에 뜨거운 에테르의 속삭임이 울려 펴졌다. 테제렛이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인 다음 날, 그녀를 제외한 발명가들 전원이 에테르탑 연구실에서 다른 곳으로 이송되었다. 한 직원이 ‘새로운 장소’ 라고 말해주었지만 라시미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외롭다는 감정도 있었지만, 사실 그들의 존재는 아무래도 좋았다. 침묵과 고독엔 익숙했으니까.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오직 미털 뿐이었다.
용접부를 연결시키고 센서를 한 바퀴 돌린 뒤, 스위치를 눌러 에테르의 흐름을 끊었다. 금속의 열기가 차가워지자, 벨트에 몸을 맡기고 이 상황을 음미했다. 드디어 완성이야.
처음엔 불가능해 보였지만 말 그대로 “끝냈다.” 한숨처럼 나온 말이 연구실 안에 울려 퍼짐과 동시에, 갑자기 뺨이 홍조 되면서 가슴이 흥분으로 들뜨기 시작했다. “끝냈어!” 그리고 벨트에 매달린 채 양 팔을 있는 힘껏 벌렸다. 창조물의 그림자 밑에서 탄력 있는 케이블이 현기증이 날 것 같은 웃음 소리와 함께 세차게 튀어 올랐다.
라시미가 환성을 올리며 생각했다. 내 아름다운 창조물! 눈이 돌아갈 정도로 분주한 사이엔 그럴 시간도 없었지만, 이렇게 가만히 서서 보니 감개가 새로웠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곡선, 빛나는 푸른 에테르관을 지지하는 화려한 금줄, 그리고 장치 자체의 크기하며, 모든 것이 매력적이고 압도적이었으며, 그녀의 모든 것을 만족시켰다.
마지막으로 용접한 선이 태양빛에 반사되어 춤을 추자,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을 전신으로 맛보는 자랑스런 시간이었다. 잠시 숨을 돌리려는 라시미의 머리에 무언가가 스치자――돌연, 머리 꼭대기부터 발 끝까지 긴장이 가득 찼다.
“태양!” 아침이 왔다. 진척 확인을 하는 날 아침이다. 이제 곧 테제렛이 올 것이다.
허겁지겁 그물의 연결부를 풀고, 미끄러지듯 발 디딜 곳을 찾아 지면으로 내려왔다.
“에테르 그립!” 라시미가 소리를 지르자 자동기계가 명령 받은 대로 선반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전송기는 완성했지만, 실제 실험은 아직이었다. 전송기에 대상물체의 위치를 입력할 필요가 있었고, 예비 실험에서는 핀셋이나 렌치와 같은 소형 도구를 책상 옆에 있는 상자 안으로 보내면 그만이었지만, 바빈의 커다란 자동기계를 전송하면 책상과 상자는 물론, 뒤에 있는 창문까지 파괴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런 참상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자동기계가 라시미에게 다가와 팔을 위로 뻗어 에테르 그립을 건네자, 안전벨트를
풀지도 않고 기구를 받고는 모듈 핵 밑에 무릎을 꿇고 앉아, 내부의 에테르 기구를 향해 손을 뻗었다.
물질을 전송시키기 위한 기본원리는 최초의 전송기에 사용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출발점은 거대 전송기의 아치, 초기 버전과 비교하자면 고리가 된다. 그리고 대상의 위치는 3차원 공간에서 선택하는 특정 장소다. 아치와 고리와의 차이점은, 출발점에서 종점까지의 경로를 복수의 가상차원 존재에 의존해서 산출해내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많은 질량의 물질을 빠르게 전송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라시미가 모듈 핵 안에 있는 복수 차원식 에테르 투영 장치를 향해 손을 뻗어, 송수관의 에테르 패턴에 대응하는 에테르 평면을 느꼈다. 연구실 안과 주변을 둘러싼 송수관 일부, 나쁘지 않은 시작이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연구실 건너편에 있는 대상의 위치를 핵으로 재빠르게 묶어내는 것뿐.
“좋아, 그대로.” 라시미가 에테르의 실마리를 찾았다. 수송관의 물리적, 그리고 심층 의식적인 접촉을 움직이게 할 필요가 있었다. 눈을 감고 마음의 눈을 향해 바라보자, 푸르게 사라져가는 에테르 사진으로 연구실을 보고 있는 착각이 들었다. 투영을 조작해서 좁게 만들고, 초점으로――”보였다!” 그것을 손가락으로 스치자, 마치 자신이 그 장소에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호흡을 한 번 하기도 전에, 연구실 반대편에 서 있는 듯한 감각.
“자, 다음은 네 차례야.” 상상 속의 투영을 이끌어 모듈 핵 안의 가상차원 평면으로 모양을 굽히고, 출발 지점을 가리키는 중계지점을 향해 그대로 끌었다. 이 출발점과 종점만 접속시키면 전송기가 바빈의 자동기계를 연구실 반대편으로 보내겠지. 엄밀히 말하자면 실제로 무언가를 움직이게 한다기 보다는, 공간적 차원을 붕괴시켜 두 개의 위치를 공존시키는 것에 더 가깝다. 이 얼마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기술이란 말인가!
내부 에테르관을 반 정도 통관한 시점에서, 종점을 향하는 투영이 어떤 것에 의해 구부러지자, 거기서 하마터면 손을 뗄 뻔 했다. “안돼, 안돼, 아직이야.” 그리고 투영을 비틀고 부드럽게 끌고 와 다시 연결시켰다. 아무래도 가상 차원 중 하나에 걸려있던 모양이다. “시간이 없다니까.” 그것을 세게 당기고, 또 세게 당기고, 더――거기서 손이 미끄러졌다. 갑작스러운 사고. 그와 동시에 심각한 현기증이 그녀를 덮쳤고, 어떻게든 물러나보려 애썼지만, 자신을 잡은 그 무언가의 힘이 너무도 강했다.
얼음물로 가득 찬 욕조로 뛰어드는 듯한 감각.
목소리가 나왔다면 분명 비명을 질렀겠지――스스로의 존재 안에서 목소리라는 것이 어디서부터 나오는지 알 수 있었다면 말이다. 입술도, 폐도, 육체 조차도 파악할 수 없었다. 단지 인지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나게 많은 차원들뿐이었고, 그것들은 이미 가상 투영도, 방정식의 변수도 아니었다. 진짜로 존재하는 다수의 차원.
스스로의 존재가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존재를 마음 속으로 느꼈다.
경외와 경탄에 압도된 채,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수 밖에 없었다. 잠시 후, 아니, 시간의 개념조차 없었다.
라시미가, 그녀 주위가 움직였다. 감각은 없는데 어딘가를 이동하고 있는 느낌. 시야에 들어온 한 도시의 풍경을 내려다 보고 있었는데, 기억에 있는 건물은 단 한 채도 없었다. 그 모양하며, 색이며, 건축 양식들 전부가 전부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는 덩굴이 밀집하고 큰 잎사귀가 서로의 영역을 다투는 숲의 밀림이 눈에 들어왔다.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절단된 거대한 바위가 곳곳에서 보였는데, 그것들이 중력 법칙을 무시하듯 공중에 떠 있었다. 이어서 깊은 보라색 구름이 펼쳐진 하늘, 눈에 덮인 노란색 꽃이 핀 산맥의 광경이 펼쳐졌다. 영상들이――더 빠른 속도로 흘러가기 시작하더니, 하나의 영상이 다음 영상으로 섞여 들어갔다. 조용한 난로, 광대한 사막, 처음 보는 사람들과 물건으로 가득 찬 시끄러운 시장통, 짐승의 아가리, 별이 떨어지는 하늘 등등……셀 수도 없었고, 다 인지할 수도 없었다.
라시미가 감격해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이 수많은 장소들이 칼라데시 밖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다. 몇 년을 거듭해온 물질 전송기 실험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느껴왔다. 설령 이론을 뒷받침해줄 증거가 아무것도 없더라도 그 사실을 믿고 있었고, 방금 전 진실을 손에 넣었다. 그와 동시에 스스로의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살아 있다는 증거, 그리고 자신의 나약함으로 인해 초조함이 한층 더 커졌다. 그리고 눈물이 넘쳐 흐르는 감각이 이어졌지만, 그것을 흘리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이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장소에 계속 있을 수만 있다면――이 숨이 막히는 광경을――영원히.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다. 반복적이면서 규칙적인 심장의 고동소리. 그것이 한 번 울릴 때마다 그녀의 존재 자체를 떨리게 만들었고, 결정이 되더니 날카로운 소리가 명백해졌다. 분노와 고통, 어느 것 하나 이 장소와는 관계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를 재촉시켜, 귀를 기울이게 만들자, 등줄기에 오한이 서림과 동시에 몸의 털이 거꾸로 솟았다. 고동이 한번 칠 때마다 현실로 되돌아가는 감각, 먼 곳으로, 잊어버리고 있던 자신의 육체로.
다음 순간, 그녀가 라시미라는 엘프의 존재로 돌아왔다. 연구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뺨에는 눈물이 흘렀고, 양 손은 모듈 핵 에테르 구조 깊숙한 곳에 박혀 있었다. 이제서야 방금 그 소리가 무엇인지 파악이 되었다. 이 성질 급하고 날카로운 발소리는……테제렛. 순식간에 라시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 자가 오고 있어.
재빨리 손을 핵에서 뽑자, 전송기 내부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울리며 제자리를 찾았고, 핵 에테르 퓨즈가 라시미를 향해 스파크를 튀겼다.
“내가 보고 싶었던 건 이게 아니다.” 테제렛이 직원들을 데리고 라시미 옆에 서서 말했다. “내 발명가가 에테르를 뒤집어 쓰고 꼴사납게 땅에 엎어져 있는 꼴이라니.”
“대 영사님.” 라시미가 방금 본 것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전혀 새로운 것을 봤습니다.” 그녀가 비틀거리면서 일어나 횡설수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말을 계속했다. “이 밖에 가상차원보다도 더 현실적인 건물, 여기엔 없는――그런 식물은 처음 봤습니다. 여기엔 없는 것들이 바깥쪽 어딘가에 분명히 있어요. 전에 미털도 느낀 건데, 미털! 그를 데려와야 해. 그라면 알아줄 거에요. 가설이 있어요, 멋진 가설! 이건 더 이상 단순한 물질 전송기가 아닙니다. 가능성 그 자체지요. 우리의 이해력을 넓혀줄 겁니다. 우리의—그, 그—존재를.”
눈 앞에 있는 남자의 어딘가 깊은 곳에서 두근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것이 처음엔 부드럽게 시작되더니, 이윽고 불길한 것으로 발전해 라시미의 내장 안을 위 아래로 훑었다. 테제렛이 웃고 있었다. 대체 왜? “참 우습군. 비루한 두뇌가 이해를 뛰어넘은 것을 직면했을 때 움직이는 꼬라지가.” 머리를 흔들며 말하던 태도가 갑자기 변하더니 라시미를 노려보았다. “전송기는 완성된 건가?”
“네.” 라시미가 혼란스러워하며 대답했다.
“좋다. 넌 드디어 해야 할 일을 마친 것이다.”
“하지만 이건 더 이상 전송기 따위가 아닙니다. 이해하지 못하시겠습니——“
“이해하지 못한다, 고?” 테제렛이 다가왔다. “당연히 너로선 이해하지 못하겠지, 알 턱이 있나? 네 안목은 내가 다 열이 뻗칠 정도로 비좁기 그지없다.” 그리고 직원들을 향해 지시를 내렸다. “그 쓰레기를 가져와라. 뭘 할 수 있는지 직접 봐야겠다.”
“알겠습니다.” 직원들이 재빨리 바빈의 작업대 쪽으로 이동했다.
“잠시만요.” 테제렛의 행동이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너무 위험합니다. 가상 차원에 넣었을 때의 부하를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나가라.” 그가 손을 흔들었다.
“네?” 공포와 충격이 라시미를 사로잡았다.
“넌 일을 마쳤다.” 테제렛이 금속 발톱으로 전송기의 금줄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 아름다운 작품은 이제 내 것이다. 다시 말해 넌 더 이상 필요가 없지.”
라시미의 본능이 외쳤다. 이 남자에게 전송기를 넘겨줘선 안돼. 그녀의 눈 속에서 불안의 잔불을 더 크게 지피는 무언가가 보였다. 내가 만든 것을 지켜야 해——그 이상으로, 내가 이 눈으로 본 것들을, 그 곳의 생명들을——
“준비 됐습니다, 대 영사님.” 직원들이 바빈의 기계를 아치 밑으로 이동시켰다.
“훌륭하다, 이제 이 엘프를 쫓아내라.”
“알겠습니다.” 직원들이 다가와 라시미를 둘러쌌다.
“잠시만요.” 고동이 빨라졌다. 내가 뭔가 해야만 해. “아직이에요.” 그리고 말을 이으며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뭔가 구실을 만들어 핵을 가상 차원에서 떼어내기만 하면, 내가 본 세상들이 위협을 받을 일도 없어지겠지. “에테르 퓨즈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리고 에테르로 더럽혀진 양 팔을 잘 보라는 듯 위로 들었다. “들어오시기 직전에요.”
테제렛이 허리를 곧게 피고 말했다. “완성했다고 방금 말하지 않았던가?”
“틀림없이 완성은 했습니다. 단순히 교환이 좀 필요할 뿐이죠.”
“거짓말을 했군?” 이미 질문도 뭣도 아닌 추궁이 이어졌다. “감히 내게 거짓말을 해?”
심장 고동이 빨라져 내장까지 울리기 시작했지만, 어떻게든 버텨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완성은 했습니다, 미미한 수정이 조금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넌 이해하지 못한다.” 테제렛의 왼쪽 뺨 근육이 경련하는 것이 보였다. “내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놈은 없다, 그런 놈은 목이 달아날 테니까.”
숨쉬기가 힘들었다. 마치 에테르 중력으로 내장이 쪼그라드는 느낌이다.
“너한텐 계속 참아왔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한계에 가깝지. 네놈 목숨도 마찬가지다.”
《테제렛의 야망》 아트 : Tyler Jacobson
라시미가 아치가 있는 쪽으로 뒷걸음 치면서 수송관 투영을 모듈 핵에서 제거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를 계산했다. 하지만 그녀가 행동하기보다 더 빠르게, 테제렛이 손가락 하나를 움직여 보낸 직원 둘이 라시미의 팔을 세게 잡아 구속했다. 그걸 본 테제렛이 다가오며 말했다. “지금 당장 고쳐라. 그렇게 하면 네놈의 그 보잘것없는 목숨을 잠시 늘려줄 수도 있다.”
공포에 휩싸였지만, 곧 결의를 다지며 테제렛이 어떤 남자인지 확실하게 깨달았다. 평소 그의 태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것이었는데, 왜 이토록 어리석었던 걸까. 지금 나한테 이 따위 대접을 하는데 다른 발명가들은 오죽할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는 명목 하에 굳이 못 본 척을 해 왔었다. 자신이 추구하는 것에 필사적으로 매달려 그의 성질머리를 무시하고 폭력에서도 눈을 돌렸다. 내 힘을 전부 끌어내기 위해 이렇게까지 울화통을 터뜨리는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해 왔지만, 이 남자는 괴물이다. 이것만은 틀림없는 진실이다.
내가 본 세상을 이 괴물로부터 지킬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앞으로의 내 행동에 달려 있다――설령 목숨을 걸게 될지언정. 라시미가 심호흡을 하고 생각을 이었다. 난 이 남자를 위해 전송기를 고치지 않겠어, 그 대신 파괴해주마.
“도구를 주세요.” 그녀가 직원들이 잡은 팔을 풀기 위해 움직였다.
“날 얕볼 셈이냐?” 테제렛이 말을 뱉어내자, 라시미의 몸이 얼음장처럼 굳었다. “네놈이 하고 있는 생각은 훤히 다 보인다. 이걸 파괴할 생각인 거겠지?” 그 한치의 오차도 없는 예리함에도 어떻게든 놀라지 않은 척 연기를 했다. “그렇겠지, 한번 해 봐라. 해 봐! 하지만 알아둬라, 만약 그렇게 했다간 지금 이 자리에서 죽여주마. 그리고 미털이라고 했던가? 네 하찮은 친구 놈을 끌고 와서 어떻게든 완성시키게 만들겠다. 네 일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말이지. 그러고 나면 그 놈도 죽여버리겠다.”
“그만둬!” 라시미가 직원들의 구속 안에서 몸을 비틀며 소리쳤다. 미털만은, 그 온화하면서 상냥한 미털만은. “미털을 끌어들이지 마!”
“그건 네 하기 나름에 달렸지.” 비웃는 웃음소리. “모처럼인데 할 마음이 나게 만들어주지.” 그리고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여 직원 두 명을 불렀다. “지금 당장 그 베달켄 남자, 미털을 데려와라.”
“분부 받들겠습니다, 대 영사님.” 직원들이 빠른 발걸음으로 연구실을 나갔다.
“그만해!” 광란적으로 소리치는 라시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직원들이 팔을 잡고 있지 않았다면 분명 혼절해 쓰러졌을 것이다.
“네 친구가 올 때까지 끝내지 못하면, 둘 다 죽이겠다.” 그리고 그녀의 구속을 풀도록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풀어줘라.”
빛나는 바닥의 번뜩임과 자동기계의 관절, 그리고 전송기의 금줄 사이를 비틀거리며 나아가자, 연구실 안의 모든 것이 각자 고립되어 보였다. 그것들을 하나의 존재로 보기조차 싫었다. 모든 것이 폭력 그 자체였다.
“왜 그러나? 뭘 기다리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온 몸이 마비되어 있을 뿐이었다. 지금 그녀의 머리 속에는 미털에 관한 것으로 가득 차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일찍부터 갑충 연구실 책상 앞에 앉아 있겠지. 지금쯤 무슨 멋진 장치를 만들고 있을까. 그 생각과 동시에 목구멍에 뜨거운 오열이 흘렀다. 지금 영사관의 마수가 다가오고 있다고는 생각조차 못 하겠지. 아무런 경고도, 설명도 없이, 그저 폭력적인 그들의 존재를. 테제렛은 미털에게 위해를 가하는데 아무런 주저도 하지 않을 거야. 이 어찌 부조리한 일이란 말인가. 타인의 마음을 상처 입히는 짓이라곤 해본 적도 없는 미털이 지금, 고난을 눈 앞에 두고 있다니.
아니, 절대 그게 현실이 되게 하지 않겠어. 미털을 상처 입히게 둘 것 같아? 움직여, 라시미. 미털을 위해 당장 움직여야 해. 흔들리는 마음으로 부품실 쪽을 향해 걸어갔다. 분명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그 세계와 사랑스런 친구 양쪽 모두를 살릴 수 있는 길이. 머리 속으로 상황을 정리하면서, 테제렛이 내놓은 문제를 이론 퍼즐의 제약조건에 맞추어 생각해 보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맞춰보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양 쪽 모두를 지킬 순 없어, 선택하지 않으면 안돼.
그렇다면, 미털을 살리자.
미안해요, 그녀가 한 말은 방금 전 본 대지의 모든 생명체들을 향한 것이었다. 분명 그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친구를 선택했을 테니까.
부품실 문에 겨우 매달려, 신품 에테르 퓨즈가 들어 있는 황금 서랍을 뒤졌다. 그리고 알맞은 퓨즈를 골라 책상 위로 옮기고, 기록서를 열어 번호를 기록하자,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뺨을 닦았지만 멈추지 않는 눈물이 책상 위에 있는 최초의 전송기 고리 위로 뚝뚝 떨어졌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어떻게 해서 여길 왔더라? 설마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꿈에도 몰랐는데. 모든 게 엉망이야, 혹시 이런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고 누구라도 말해줬다면――거기서, 입이 마름과 동시에 손에 땀이 쥐어졌다. 갑충 연구실……퍼즐은 이미 풀렸던 것이다.
생각하기보다 앞서 손을 움직여, 기록서의 페이지를 넘겼다. 멀리서 테제렛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뒤돌아볼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이 알려졌다간, 틀림없이 죽게 될 거야. 하지만 이걸 들키지 않고 해낸다면, 미털의 목숨을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것만으로도 내 모든 것을 걸어볼 가치는 충분해.
라시미가 겨우 읽을 수 있는 문자를 휘갈겨 적었다. 여긴 위험해, 도망쳐. 에테르탑으로 와선 안돼.
그리고 종이를 작게 돌돌 말았다.
“뭘 하고 있나?” 테제렛의 목소리에 하마터면 심장이 떨어질 뻔 했다.
“계산입니다.” 확신에 찬 큰 목소리를 냈다는 것에 스스로 놀랐다.
“부품을 교환하는 것이 아니었나?” 테제렛의 짜증이 명백하게 느껴졌다. 그가 갑자기 발소리로 바닥을 울리며 다가오자, 라시미가 전송기를 가동시켰다. “계산을 한다는 소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내게 거짓말을 할 심산이냐?”
“퓨즈가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일부러 강한 어조를 실어 말했다. 그것은 미털을 지키기 위해 쥐어짜낸 용기였다. “이 실험을 망칠 순 없습니다. 부디 이해해 주십시오.” 이 말이 테제렛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게 그녀의 노림수였다. 전송 고리에서 신경을 딴 데로 팔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죽기 전의 발악은 아니겠지?” 테제렛이 바빈의 책상을 우회해 왔다.
한 손으로 기록서에 문자를 휘갈기는 척 하면서 다른 손으로 전송기의 제어판을 열어 그 안에 손을 넣었다. 고리에 기록시킨 종점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갑충 연구실 쪽으로 가는 에테르 흐름을 찾아내는 것은 간단한 일이었다. 그곳은 물질 전송이 최초로 성공한 목적지였고, 그녀 자신은 물론, 고리도 그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라시미가 에테르 흐름의 조절을 마치고 재빨리 패널을 닫은 후, 미털을 향해 기도했다. 제발 거기서 이걸 봐줘.
“계산은 이제 끝이다.” 테제렛이의 금속 손이 라시미가 있는 책상 위로 올려졌다. 그리고 목덜미에 뜨거운 숨소리를 내며 말했다. “실험을 할 시간이다.”
라시미가 양 손을 고리를 향해 뻗었다. 하지만 지금 종이를 떨어뜨렸다간, 틀림없이 들킬 거야. 한번 더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으면, 그리고 숨을 한번 쉬고 입을 열었다. “시간을 정하는 건 발명가인 접니다.”
“지금 뭐라고 했나?” 테제렛의 목소리가 갑자기 확성기를 통한 것처럼 커졌다. 하지만 그녀가 노린 대로, 신경을 다른 곳으로 팔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가 라시미 손가락 바로 옆에 있는 기록서를 거칠게 주먹으로 때렸다. 그녀가 일부러 침을 삼키는 연기를 하면서, 동시에 둘둘 만 종이를 고리 안으로 던지자, 그것이 모습을 감췄다.
테제렛이 라시미의 허리에 달린 벨트를 잡아 끌며 말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너 따위에게 가치라곤 하나도 없다고.” 뜨거운 침이 뺨을 향해 뱉어졌다. “네가 여기 있을 수 있는 건 내가 필요로 하기 때문이고, 지금 네가 살아 있는 것도, 이 내가 용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둬라. 내 말대로 하지 않겠다면, 당장 죽여버리겠다.” 그리고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벨트를 잡아 끌면서 연구실 안으로 돌아갔다. 전송기 밑에서 바빈의 자동기계가 실험의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라시미는 동요하지 않았다.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도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전부 했고, 미털은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을 거야. 나와 이 괴물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고쳐라!” 테제렛이 라시미를 바닥으로 내던지며 소리쳤다.
무릎을 바닥에 부딪히면서 넘어지자,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재빨리 닦았다. 눈물을 보이지 않겠어. 내게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모욕을 준 이 남자에게만큼은. 오히려 가치가 없는 건 이 남자다. 설령 권력과 지배력이 있다고 해도 그건 결국 본성을 감추기 위한 허식――모든 것이 비틀려버린 이 남자는 과학의 정당성을 무시했고, 고로 전송기를 가질 자격조차 없어. 그러니까 나를 여기로 끌고 온 거겠지.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방자한 놈. 난 이 가치도 없는 놈에게만큼은 절대 죽을 수 없어.
라시미가 에테르 퓨즈 안에 손을 넣어 모듈 핵의 위치를 비꼬아 종점과 시작점을 연결했다. 그리고 전송 반동이 생길 정도로만 접촉 부분을 약간 느슨하게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 됐습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벨트의 쇠장식을 확인했다. 좋았어.
“비켜라.” 테제렛이 어깨로 라시미를 밀쳤다. “내가 직접 조작한다.”
라시미가 혀를 깨물며, 그 건방진 오만함에 감사했다. 그것이야말로 그녀가 기대하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로로 긴 창문으로 한 걸음 다가가, 근처의 도르래 장치를 보았다.
테제렛이 전송기 아치 밑에 놓여 있는 자동기계를 향해 잘났다는 듯 금속 발톱을 내리치면서 말했다. “시간이다.” 그리고 옆으로 빠져, 조작판의 레버를 잡았다. “네 이해를 뛰어넘은 빛나는 역사를 여는 건 다름아닌 바로 이 나다.”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테제렛은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
이어 레버를 내림과 동시에, 자동기계가 모습을 감췄다.
숨을 멈추고 있던 라시미가 숨을 뱉자, 모듈 핵 퓨즈가 끊어지고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자동기계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종점으로, 그녀가 실험하던 상자 위를 향해. 바빈의 거대한 걸작이 상자를 파괴함과 동시에, 근처에 있던 책상은 물론, 뒤쪽에 있던 커다란 창문까지 깨뜨려버렸다. 갑작스런 기압의 변화에 에테르 돌풍이 일어났고, 종이와 갖가지 도구들이 기라푸르 상공 높은 곳을 향해 날아갔다.
“무슨 짓거리를 한 거냐!?” 안색이 창백하진 테제렛이 끊어진 퓨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테르를 온몸에 뒤집어 쓴 채, 라미시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안전벨트를 도르래 기구 망에 걸고, 남자의 우둔한 정신이 상황을 파악하기보다도 더 빨리, 창문에 난 구멍을 향해 달려 에테르가 만발하는 창공으로 뛰어들었다.
《영사관 단속》 아트 : Jonas De Ro
거기부터는 모든 것이 본능의 세계였다. 공중을 수직으로 낙하하자, 열린 입 안을 바람이 때려댔고, 숨을 쉴 수가 없어 폐가 뜨거워졌다. 입을 닫은 그녀의 양 눈에서 흘러나오는 차가운 눈물 건너편으로 기라푸르의 거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눈을 꼭 감고 충격에 대비했지만, 탄력을 가진 그물로 인해 몸이 위로 튕겨져 나갔다. 한동안 상승과 하강을 거듭하다 이윽고 그것이 완만해지고 난 뒤에야 겨우 눈을 떴다. 자신이 영사관 자동차 지붕 바로 위에 걸려 있는 것을 파악하고, 벨트 기구에 손을 뻗어,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풀었다.
일어서보려 했지만 다리가 반응하질 않았다. 당장 일어나! 번쩍이는 지붕 위에 누워있던 그녀가 반쯤 기듯 차 위를 굴러, 어깨부터 지면에 떨어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곳곳에서 소동이 일어난 것 같았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불똥이 튀김과 동시에 비행기계가 하늘을 날아다녔다. 그리고 저 높은 곳에서 테제렛이 뭐라고 호통을 치는 것이 보였다. 몸을 일으켰지만, 어디로 도망치면 좋을지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되도록 이곳에서, 테제렛에게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다리와 폐가 고통에 비명을 올렸지만, 멈출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갑자기, 눈 앞에 금속으로 된 벽이 땅 밑에서 솟아 나왔다. 그걸 피해 왼쪽으로 몸을 돌렸지만, 또 다른 벽이 길을 막았다. 다시 방향을 바꾸어 보려 했지만 그 전에 벽에 부딪쳤고,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사방이 둘러싸여 있었다. “안돼!” 벽을 주먹으로 때렸다. “여기서 꺼내줘!” 이대로 놈에게 질 순 없어!
돌연 무언가가 어깨를 잡아 뒤를 돌아보게 하자, 주먹을 만들어 싸울 태세를 취했다. 죽여버리겠어.
“괜찮아, 라시미. 나야, 이제 괜찮아.”
라시미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대체 어떻게? “사힐리?”
“여긴 내 장치 내부야. 아무도 모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줄게.” 발 밑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바닥이 어느새 보도블록에서 철제 바닥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다 끝났어, 라시미. 괜찮아, 이제 안전해.” 사힐리가 라시미의 숨소리가 골라질 때까지 그 말을 반복했다.
“미털은?” 쉰 목소리로 친구의 안위를 물었다.
“무사해.”
그 말에 온 몸의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사힐리의 품 안으로 쓰러졌다.
“극적인 탈출이 따로 없네.” 고개를 들자, 검은 드레스를 몸에 두른 여성이 보였다.
사힐리가 대답했다. “멋지지 않았어요?”
“개인적으론 조금 유감이야. 테제렛이랑 조금은 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이름을 듣고, 라시미가 긴장했다. “사힐리.” 그리고 친구의 팔을 잡았다. “녀석이 전송기를 빼앗았어——그건 그냥 전송기가 아니야. 네 말이 옳았어. 난 내가 만든 것의 의미를 전혀 알지 못했어. 그 반면, 녀석은 그 의미를 알고 있었던 것 같아.” 틀림없어, 마치……” 목소리가 기어들어감과 동시에 사힐리와 눈을 마주쳤다. “네가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비틀거리며 한 걸음 물러섰다. 이제까지의 퍼즐을 하나로 맞추어감과 동시에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사힐리가 만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금속의 독특한 번뜩임, 그리고 검은 옷의 여성. 처음 보는 옷감으로 만들어진 흐르는 듯한 검은 스커트와 피부 위로 보이는 희미한 문양들. 그리고 라시미가 모르는 언어.
심장이 고동치며 다시 한번 사힐리를 보았다. 눈에 들어온 것은 에테르의 심연으로 떨어지는 듯한 시선. 전에도 느낀 적 있는 이 감각은 그 남자가 연구실에 있을 때 느낀 위화감과 공포, 그리고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초라함과 같았다. “사힐리, 넌 알고 있었구나.”
사힐리가 입을 다물었다.
거기서 갑자기 장치가 급정지했다. “드디어 도착했네.” 검은 드레스의 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힐리를 보며 말했다. “근육 떡대의 회의시간만큼 쾌적했어. 그만 열어줄래?”
사힐리가 간단한 동작 하나만으로 금속 고체를 4등분하자, 검은 여성이 창고로 보이는 어두운 곳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힐리가 헛기침을 하고 라시미를 보았다. “모두가 기다려.”
“누가?” 라시미의 불안한 목소리가 정적 안에서 요동 쳤다. “사힐리, 갑자기 무슨 소리야, 모두라니?”
“혁명파에 온걸 환영해. 할 이야기가 아주 많아.”
(Tr. Mayuko Wakatsuki / TSV Yohei Mori)
첫댓글 테제렛 그야말로 새로운 장난감 빨랑 만져보고 싶어서 안달복달이 다 난 꼬맹이네요 ㅋㅋ
마지막에 한방먹는 부분은 캬~! 완전 싸이다
두두두두......
(내 마음속 테제렛 주가가 떨어지는 소리)
영사관에서 일하니 정상인 코스프레라도 할줄 알았는데 하는짓이 아주..
연약한 여자한테 폭력이나 휘두르는 소악당......그리고 진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