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노동자 황순호씨의 작은 소망
"누구쇼!" 늦둥이인 아홉 살배기 아들 규민이로부터 일주 일여 만에 만나 처음 듣는 말이다. 20년째 화물차를 모는 황순호(48)씨의 가슴은 송곳으로 찌른 듯 아픔이 밀려온다. 한뎃잠을 자더라도 '산업의 동맥'으로서, 한 축을 담당한다는 자부심도 한 때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엿새째(18일 현재) 이어지고 있다. 부산항 감만부두, 의왕컨테이너기지 등 주요 항만과 내륙컨테이너 기지는 기능이 마비됐다. 예고된 물류대란에 뒷짐을 지고 있던 정부가 그제야 대책회의를 열고, 정치권에서는 앞다투어 파업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파업은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03년 5월 화물연대 파업과는 다르다고 한다. 2003년은 지입제 철폐 등 낡은 화물운송 구조 개선이라는 단체이익을 위해 파업을 벌였지만, 지금은 현실적인 문제에서 파업이 시작됐다. 트럭운전자들은 고유가로 운행하면 할수록 적자가 난다며. 생존의 문제가 목 턱 아래까지 위협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신문 방송 등 언론은 그저 물류가 멈춰선 뒤 피해량만을 위주로 보도하고 있다. 정부는 운송 차질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면 업무개시명령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겨레>는 화물연대의 파업이 시작되기 앞서 황순호씨를 지난 6월 3일 저녁 경남 양산에서 만나 4일 새벽 경북 문경휴게소까지 함께 동행취재했다.
"힘든 생활의 나날이지만, 열심히 하면 좋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넉넉한 돈은 아니었지만, 아이를 가르치고 생활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집사람이 이젠 음식점에 일을 나갈 정도로 어려워졌다. 차를 몰면 몰수록 적자가 나온다. 대부분이 위장병 환자요, 신용불량자다. 그리 크게 바라는 것은 없다.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아이들과 함께 놀이공원에도 가고, 즐겁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황순호씨. 우리 모두 또 다른 황순호씨가 아닌지...... . <한겨레/ 이종근 기자>

지난 3일 저녁 해가 지기 전 황순호(48)씨가 화물을 싣기 앞서 짐칸을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있다. 예전에는 조수가
있어 함께 일을 했는데, 지금은 운전보다 더 힘든 것이 청소와 짐 부리는 일이다.

3일 저녁 황씨가 위탁 받은 짐을 실은뒤 비닐을 씌어 비에 대비하고 있다.

의뢰 받은 짐을 모두 실은 뒤 천막과 로프를 이용해 짐이 떨어지지 않도록 동여맨 뒤 꼼꼼이 확인하고 있다.

의뢰받은 짐을 트럭 짐칸에 실으며 잠시 웃어보이고 있다.

짐을 부린 뒤 천막을 여러번 덮어 씌운다. 비가 오는 날은 여간 신경이 쓰인다.

짐을 부리다 보면 어느새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린다.

경남 양산에서 인천을 향해 출발하고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잠시 잠을 쫓기 위해 주파수공용무선통신시스템(TRS)을 이용해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때부터는 졸음과의 싸움도 만만치 않다.

4일 자정, 5시간 이상의 운행 중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문경휴게소에 들어선다. 이 곳은 이미 전국 각지에서
온 차들로 빈 틈이 없다. 휴게소는 운전자들과 애마인 차들이 잠시 숨돌리수 있는 안방이다.

황씨처럼 트레일러를 몰고 있는 박성준(51)씨가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앞 주유소에서 차에 경유를 직접 넣는
모습이 주유기에 비치고 있다. 박씨는 63만4920원어치의 경유를 주유했다. 이런 사정은 황씨도 마찬가지다.

자정무렵 문경휴게소에 차를 세운뒤 황씨가 운전석 뒤편에 마련된 공간에 피곤한 몸을 누여 잠시 눈을 부치고 있다.
황씨는 차가 막히기 전 인천을 향해 다시 출발해야 한다.

터널 속을 운행하는 황씨의 모습이 트럭 볼록거울에 비치고 있다. 열심히 가속페달을 밟으면 터널의 끝은 보이지만,
지금의 현실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첫댓글 지금 촌아이님 사무실에서 이 사진 올려놓고 다시 보고 있는데, 가슴이 너무 아프고 눈물이 쏟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