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등단작품
「아름다운 찰나의 시간」
이용희
찰나를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그렇기에 흘러가는 세월의 기록들과 사건들이 엮어낸 순간순간을 누군가가 오래 기억하기를 바람은 절실하지 않았을까.
사진이라는 방법이 생겼다. 사진용 카메라는 1830년대에 생겨나 여러 타입을 거치고 그 방식도 습판과 건판, 필름을 거쳐 디지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로 변화하였다. 사진의 모양도 흑백에서 칼라로 폴라로이드와 동영상까지 그 방법이 무수히 많다.
나는 카메라를 첫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인 1970년대 후반에 처음으로 구입했다. 카메라랄 것도 없이 조잡한 일회용이었는데 그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도 나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그 시절 내 월급의 25%나 되는 거금으로 사무실에 주기적으로 찾아드는 방물장수 같은 이동백화점인 사람에게서 구입했다. 그때 그것으로 남긴 우리 첫아기의 어릴 적 모습을 두고두고 볼 수 있음에 그 가치는 너무도 충분한 것 같다.
그 후에 생활이 안정되면서 시내에 있는 사진관을 통하여 누구나 들으면 알 수 있는 일본제품의 정품 카메라를 샀을 때의 뿌듯함이란 그 카메라의 무게보다도 묵직했다. 그것이 남긴 사진도 꽤 많았는데 그 물건은 우리 집을 드나들던 지인의 손으로 장물이 되어버렸다. 그것도 재산이 될 수 있었던 때인 것 같다. 그렇게 잃어버린 다음에는 딸아이가 쓰던 디지털카메라로 똑딱이 놀음을 한참이나 했다. 가볍고 소지하기 편함에 여행 때마다 내게 붙어 다니는 필수품이 되었었다.
그 후 무겁고 번거롭지만 그 크기와 쑥 내민 렌즈에 위압감을 주는 DSLR 카메라로 또 수년을 재미있게 살았다. 그러면서 부피와 무게에 눌려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던 차에 퇴직 선물로 아이들에게 하이브리드 카메라를 선물 받았다. 이 카메라가 작고 가벼우면서 온갖 기능을 갖추고 있어 마치 요술쟁이 같은 재미를 즐기며 사진 수업을 받고 있다.
작가지망생들이랑 사진 동호회에 가면 막내나 미성년자처럼 느껴지는 이 카메라를 난 참 사랑하여 크고 중후한 다른 어떤 것에도 주눅 들지 않으려 하지만 왠지 부끄러운 것이 내 어릴 적부터 느껴온 체구에의 밀림과 같다.
지금은 간단하게 저장할 수 있는 그 낱장들이 예전에는 인화해서 보던 시절이어서 사진을 앨범에 꽂고 정리하는 재미도 만만치 않았다. 입학식, 졸업식, 결혼식 등 각종 행사와 아기 첫돌, 여행 등 일생에 겪고 지나야 했던 수많은 날들마다 사진은 한 뭉치씩 앨범에 꽂아지고 늘어나는 앨범의 수도 적지 않아서 이사할 때마다 짐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그 시절에는 졸업과 입학 등의 축하 선물로 앨범을 나누기도 했었다.
아이들이 자라서 제 물건을 챙길 수 있을 때가 오자 아이별로 분류했던 앨범을 나누어 주었다. 대견하게 자라고 함께한 추억의 지나간 시간이 감격스럽고 그것을 떼어놓는 아픔이 마치 분가의 날처럼 서운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올케가 종이상자 하나 가득 담긴 어머니의 사진을 가져왔다. 언니들을 불러 가지고 싶은 것을 골라가라고 했더니 겨우 서너 장씩을 빼들었다. 그때 난 많이도 서운하고 아마도 어머니도 이 모습을 보시면 서운 하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에 난 내 사진이 아이들에게 남겨져 그렇게 소중하지 않은 대우를 받을 것이 두렵고 서글퍼져 아예 사진을 찍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생각을 바꾼 것이 지금의 p.c 저장 방법이다.
그 후 몇 십 년간의 앨범 모두를 남편의 손을 빌려 스캔이라는 방법으로 몇 날 며칠을 작업하여 메모리 칩에 담아 버렸다. 그렇게 사진들은 쌓여가고 이제는 외장 하드에 수 만장의 사진을 저장해서 저장 후 다시 못 열어 본 것도 꽤 많다. 사진방도 여러 개로 나누어 세세히 분류했지만 어느 날인가는 내가 찾고 싶던 사진을 찾는데 한참이나 걸려 스스로에게 투덜거릴 때도 있다. 내가 남겨놓고 보다 지워버리면 되는 이 방법이 편안하게 사진을 찍고 찍히게 했다. 누군가의 모습을 담아와도 메일 하나로 보내줄 수 있는 편리함이 늘 내 손에 가벼운 카메라를 가벼운 마음으로 들고 다니게 한다.
사람의 본성이 그래서인지 사진은 언제나 그렇듯 예쁘고 좋은 것 밝은 것만 담게 된다. 그래서 어쩌면 인생에서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사건이나 행사가 많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일인 것만 같다. 행복은 보이지 않는 것이어서 잡을 수 없다고들 하지만 우리들이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찰나들은 기쁨과 환희가 엉킨 행복의 순간이 아닐까 싶다. 이렇듯 카메라도 변천하고 저장과 전달의 행위도 바뀌었지만 우리가 늘 남기고 싶은 것이 좋은 것임은 진리와 같아서 꽃은 가장 아름다울 때 찍히고 사람은 가장 행복하게 웃을 때 한 송이 꽃이 된다.
사진은 시간 시간의 빛에 따라서 그 모양과 색깔을 바꾸며 그 피사체를 보는 시선의 위치는 높낮이와 원근 방향이 달라질 때 그 표현의 결과도 달라진다.
때때로 난 카메라를 들고 마당 출사에 나서 흐드러지게 핀 꽃들과 송이송이 맺히는 열매들을 담는다. 문화원에 받는 2년 차 수강생으로서 수업 출사도 나가 커다란 카메라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선생님께서 강의해 준 내용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한 컷 한 컷을 남겨 다음 시간에 평가받을 작품들을 만든다. 길고 짧은 여행에서도 물론 바뀌어진 자연과 환경과 접하지 않던 역사유물들을 담으며 지역과 계절을 오고 간다.
그때마다 늘 염원한다. 내게 남기고 싶은 이 찰나의 아름다운 순간이 계속 생겨나고 이어지기를. 영원으로 이어지지 않는 순간이기에 어제와 같은 웃음이 오늘은 없어지고 어제 같은 젊음이 내일은 또 없다 한다. 그렇지만 영원히 남기고픈 행복한 찰나의 시간이 있기에 이 순간은 소중하고 그 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오늘도 가장 큰 웃음과 제일 넓은 가슴으로 만개한 꽃송이처럼 살며 그 순간을 담아두어야겠다는 욕심을 낸다. 그때에 햇볕도 충만하여 축복으로 빛나고 거센 바람도 내리치는 소나기도 그 순간을 방해하지 않기를 기도하며 카메라를 손에 들고 나선다.
오늘도 난 떠오르는 태양을, 꺼지지 않을 듯한 뜨거운 낙조를, 사찰의 조용히 울어대는 인경 소리를, 야외 수업 나온 어린이들의 행렬을, 느티나무 가지 위의 싱그러운 바람을, 이슬 맺힌 장미 한 송이를, 날아오르는 한 마리 새의 큰 몸짓을 담기엔 렌즈가 너무 작아 가장 크게 클로즈업 시킨다.
2 심사평(발췌)
수필의 속성을 잘 표현
이용희의 『아름다운 찰나의 순간』을 읽었다. 이 글은 오늘날 우리 수필문학의 현주소를 읽는 것 같아 생각하는 게 많았다.
작자는 카메라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인생살이와 더불어 카메라도 변해 간다. 묵직한 아날로그 카메라로 시작한 사진 찍기가 지금은 날렵한 디지털카메라로 바뀌었다. 그만큼 세상도 변했다. 화자의 나이도 카메라와 함께 늙어간다. 뿐만 아니다. 앨범 속에 간직해 둔 인화된 사진들도 퇴색하고 하나 둘 사라져 간다.
인생무상이다. 카메라와 함께 화자의 인생도 연륜을 더해 간다. 그러면 서 작자는 오늘도 가장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을 카메라에 담아두길 원한 다. 이 글에는 그런 일상의 이야기들이 가지런히 나열돼 있다.
아주 애쓴 글이다. 그러나 이 분에게도 무언가 찰싹 가슴에 와닿는 신선함이 부족해 보인다. 앞으로 좀 더 기발하고 새로운 감각의 작품을 많이 남겨 주시길 당부드린다. (등단 추천 심사위원 강석호. 이자야)
3 당선소감
늘 비가 내리는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늘 상 가뭄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일상은 염원을 품고 기다리는 세월인 것 만 같다.
내 영혼과 가슴속에 한 알의 씨앗이 언제 싹 틔웠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예닐곱 살쯤이었을까?
그 싹을 키우고 가꾸고 예쁘게 만들어 누구에겐가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가뭄의 날들을 지내며 시원한 비를 기다리듯이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
제가 가꾸어 온 나무에 꽃을 피우게 해 주신 춘천문화원의 박종숙 선생님. 미흡한 글을 뽑아주신 수필문학 심사위원님, 이 감성을 제게 주신 이제는 저세상에 계시는 제 부모님, 언제나 든든한 기둥이 되어 주는 남편과 격려의 물을 주던 아이들, 문예창작반과 춘주수필의 참 좋으신 문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을 쓰려고 하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4 약력
등단지 월간 수필문학
등단년월 2012년 09월
저서 「두 번 울던 날」
수상경력 제7회 백교문학상
제3회 강원시니어 문학상 대상
활동 한국문인협회 회원
춘천문인협회 수필분과장
강원수필문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