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선 지역을 여행할 때, 맛집을 찾아갈 때 사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택시 기사님에게 묻는 방법, 둘째 지역 공무원에게 묻는 방법... 이번 1박2일간의 충북여행을 준비하면서 사전답사를 하면서 식사를 할 곳은 철저하게 지역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분들 입맛이 나름 까다로워서 소개를 받는다면 실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생각이다.
제천시청에 근무하는 분으로부터 추천받은 곳인데 약선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라고 한다. 약선 음식이란 한약재를 넣어 만든 음식으로 병을 예방하고 치료를 돕기 위하여 먹는 음식을 말한다.
청풍명월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충청북도 제천은 좋은 토질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큰 기온차, 일조량이 풍부해서 약초를 재배하기에 최상의 조건이어서 우리나라의 3대 약령시장중 한곳이기도 하다. 이런 지역에서 먹는 약선 음식은 그 효능이 더욱 뛰어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치유할 수 없다 – 히포크라테스
맞다! 밥이 보약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하루 세끼 적당한 양의 음식을 먹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소량삭식(小量數食)!
예전에 건강전도사로 유명했던 이상구박사님이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주장하시던 말이다. 적은 양을 자주 먹으라고 했는데 여행자는 전자는 실천하지 못하고 후자만 실천해서 대량삭식(大量數食)이 되고 말았다.
원뜰
원뜰에서는 청정지역 제천에서 자란 농산물만 쓴다고 한다. 갈수록 우리식탁에 우리 것이 사라지고 있는데, 이런 자부심 그리고 손님에 대한 약속은 꼭 지켜가기를 바라며 식사가 준비되기를 기다린다.
예약을 하고 갔더니 상이 차려져 있었다. 4인 4만원 상인데 뭔가 부실해보였다. 살짝 실망... 약선 음식이라 비싼가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잠시후 음식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고사리와 숙주나물, 그리고 개미취... 반찬들이 조미료를 넣지 않고 천연 감미료만을 넣었다고 하는데 적절한 간이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된장찌개와 비지찌개는 우슬이라는 약초를 사용하여 깊이 있는 맛과 동시에 뼈를 튼튼하게 한다. 된장찌게와 비지찌게가 나온다. 둘 다 직접 담근 된장과 비지로 만드는 것이라 깊은 맛이 난다. 비지찌개도 맛이 특이해서 여쭈어보니 발효를 시키셨다고 한다. 그냥 평범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특별히 건강을 생각한 음식들이다.
수육은 중금속해독에 좋다는 토복용약재와 여러 가지 한약재를 넣어서 삶았고, 무절임은 단맛이 강하다. 무척 강하다. 사장님의 설명은 1년 이상 숙성을 해서 무의 단맛이 배어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달게 느껴지지만 당뇨환자가 드셔도 좋은 음식이라 한다.
촛점은 삼천포로...
문제의 야채샐러드...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샐러드에 튀긴 황태껍질을 넣었다. 아주 색다른 맛이었다. 황태껍질에 오미자효소로 맛을 냈다고 한다.
이것이 나왔을 때 여행자는 이 생선껍질을 맛보고 농어껍질이라고 확신을 했었다. 함께 간 지인에게 농어껍질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고 결국 “만원빵”으로 이어졌다. 여행자는 “농어껍질이다” 함께 간 지인은 “아니다”라고 하는 확률이 지나치게 기울어있는 불공정 내기였지만 자신감은 충만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왔었는지... 결국 만원을 잃고 말았지만 이 녀석의 맛은 잃은 만원의 가치를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생각난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이 녀석의 맛이 가장 생각난다.
다른 녀석들의 강한 포스에 뒷전으로 밀렸던 불고기... 절대로 맛이 없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렇게 좋은 음식에 반주가 빠질 수 없다. 제천의 토속명주 고본주가 준비되었다. 월악산 높은 곳에서 자라는 불로초 고본과 회향, 오미자, 계피, 대추 증류주에 담궈서 1년 이상 숙성시킨 술이다. 입안에 퍼지는 약초향이 아주 향긋하면서도 술맛이 그윽하다. 고본은 옛날에 사약에 들어가는 성분이기도 하다. 고본자체가 독은 아니고 사약속의 독기운이 몸에서 빨리 퍼지게 하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인지 술기운이 빨리 돈다.
별도로 시켰던 더덕구이.
생선구이에 파릇하게 올려진 것은 뽕잎이라고 한다. 뽕잎이 생선의 잡 내를 잡아주는 효과를 낸다고 한다. 녹차잎을 이용하는 것은 많이 보았는데 뽕잎을 사용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밥조차 예사롭지 않다. 돌솥으로 지어 와서 직접 담아주는데 황기와 둥글레, 하수오 등을 넣은 약초밥이다.
완성된 한상... 좌측 하단에 있는 더덕을 제외하고 4인 4만원 상이다. 물론 남도의 밥상과 비교한다면 그 양이 적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약선 음식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사장님의 음식인심을 느낄 수 있다.
장아찌는 정성과 시간으로 만들어지는 음식이다. 이것은 기관지에 좋다는 도라지순으로 만든 장아찌인데 쌉싸레한 맛이 식욕을 돋워주었다.
김치야 기본이지!! 적당하게 익은 것이 아주 맛있었던...
방풍나물은 향이 아주 강한편이라 데쳐서 된장에 무치거나 고추장 무침을 하기도 하는데, 풍을 막아준다 해서 붙은 이름이 방풍나물이다. 약간 억세기는 하지만 살짝 미나리 향 비슷한 맛이 나는데 몸에는 아주 좋다고 한다. 무엇보다 짜지 않아서 좋았다.
아삭아삭하니 배추의 식감이 그대로 살아있던 노란김치는 홍화꽃으로 만든 김치인데 홍화꽃은 혈액순환과 해독작용에 좋다고 한다.
오이장아찌 역시 간이 적당하고 아삭하게 오이의 식감이 살아있는 것이 좋았다.
두부위에 야채를 얹었을 뿐인데...
중탕한 계란찜은 마치 푸딩처럼 부드러웠다. 집에서는 왜 이렇게 안되는지... 벽돌같이 딱딱한 계란찜이 된다. 이렇게 해먹고 싶지만 실력부족과 귀차니즘의 압박으로 그냥 프라이만 해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