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3776m)은 일본의 상징적인 존재다. 시즈오카현과 야마나시현 사이에 위치한 후지산은 머리에 하얀 눈이 덮여 있어 신비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다테야마(立山), 하쿠산(白山)과 함께 일본 3대 명산으로 불리며 기를 받을 수 있는 산이라 하여 여름이면 등산객들이 줄을 잇는다. 일본인들은 일생에 한 번은 후지산에 올라가야 한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산행을 하기 전에 인증샷을 찍었다. 후지산 오합목이라는 이정표가 확실히 보인다.
이날 산행을 출발하거나 산행을 마친 사람들로 오합목 휴게실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해발 2,400m, 오합목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후지산은 그 높이에 따라 등산 지점을 구분해 놓았는데 산의 5분의 1 되는 지점을 고고메(五合目), 6분의 1 되는 지점을 로쿠고메(六合目)라고 부른다. 고메(合目)는 옛날 산에 오를 때 등잔에 불을 켜서 꺼질 때까지의 거리를 지칭하는데 경사가 급하거나 오르막길은 고메간의 거리가 짧고, 평지나 기울기가 급하지 않는 곳은 거리가 길다. 보통 이해하기 쉽게 5부 능선, 6부 능선으로 보면 된다.
구름을 발 밑으로 두고 오르는 기분. 이 맛은 하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그 짜릿함을..
여기는 육합목. 정상까지는 대략 4시간 정도 걸린다고 적혀 있다. 참고로 일본인의 산행속도는 천천히 느긋하게 오르는 것이다. 오늘 숙박할 칠합목까지는 한 시간 정도 남았다.
등산로는 크게 4갈래가 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구간은 요시다구치(吉田口). 가와구치(至河口)라고 불리는데 2,305m의 고고메까지 차를 타고 오를 수 있다. 정상까지 6시간 정도에 오를 수 있고, 하산하는 데는 3시간 정도 걸린다. 신고고메(新五合目)라 불리는 후지노미야(富士宮) 등산로도 2,400m부터 출발하여 최단거리로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등산 시간은 대략 4시간 정도. 이밖에도 고텐바구치(御殿場口) 등산로, 스바시리(順走) 등산로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요시다, 쇼지 등이 있다.
천천히 걷고, 자주 쉬는 것이 고산병을 이기는 최고의 방법이다. 물론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절대로 조급한 마음을 가지면 안 된다.
아버지와 아들이 산을 내려가고 있다. 사실 나도 내 아이와 함께 산을 오르는 것이 꿈이다.
이날 날씨가 좋아 운해는 정말 한도 없이 본 것 같다. 물론 다음날도 날씨가 좋았다. 일본 산행을 할 때면 자주 비가 내려 고생도 많이 하고, 사진도 별로 찍지 못했는데, 이번 후지산 산행은 신의 도움이 있었던 모양이다.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어린 학생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다음날 어떤 여자 어린이는 울면서 정상까지 올라갔다. 뒤에서 아버지가 계속 응원을 하고, 딸은 힘든지 좀처럼 눈물을 그치지 않았다.
최근 일본은 젊은 여자들이 산행을 많이 한다. 그래서 신종어로 '야마걸'이라는 말도 생겼다. 보통은 짧은 치마에 레깅스를 하고 산행에 나서는데 이 여자분은 특이한 복장을 하고 산을 내려오고 있어서 셔트를 누렸다.
후지노미야로 들머리를 잡았다. 이정표를 보니 정상까지 5km에 약 5시간 정도. 하산은 3시간30분이 걸린다. 7월과 8월 두 달동안만 개방하는 탓에 엄청난 인파가 산을 오르고 내려온다. 후지산은 당일치기로 등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오후 늦게 출발한 탓에 오늘은 칠합목(山口山莊)까지만 오르면 된다. 평탄한 흙길이 이어지다 육합목에 가까워지면서 급경사 언덕이 이어진다. 육합목부터 지그재그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육합목 중반까지는 풀이나 나무가 있어 산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산장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구름이 발밑으로 낮게 걸려 있다. 때마침 밀려오는 안개 사이로 거대한 산의 몸피가 드러난다. 감추어지기를 반복하여 마치 딴 세상에 온 것 같다.
여기가 오늘 밤 숙박할 칠합목. 이날 산장은 만원이었다. 침상은 물론이고 새벽 2시에 보니 사람이 누울 수 있는 곳은 전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는 석양을 보고 있는 일본인 등산객. 이들은 무엇하려 이 곳을 왔으며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저녁으로 나온 밥과 카레, 그리고 단무지같은 짱아지. 맛은 없었지만 한국에서 가지고 간 장조림과 참치통조림으로 한 끼를 때웠다.
아침 해가 떠 오르려고 한다. 서서히 밝아오는 여명.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을 보고 있다.
산장은 이미 만원이다. 하룻밤에 우리 돈으로 10만원의 거금(?)에 비해 식사와 시설은 기대에 못 미친다. 밥과 카레, 그리고 단무지 몇 조각이 저녁식사다. 이층으로 된 다락방에 칼잠을 자야 한다. 불편한 잠자리와 코고는 소리에 제대로 잠을 못 잔다. 깨기를 반복하다 밖으로 나왔다. 저녁 10시.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진 불빛이 끝이 없다. 불을 뿜는 거대한 뱀이 흐느적거리며 오르는 것 같다. 한밤중, 후지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의 행렬이다. 등산로 곳곳에서 길이 밀린다. 후지산 정상에서 일출을 보려는 일행이다. 후지산 일출은 일본인들에게 대길(大吉)의 풍습. 오합목부터 시작된 불빛이 장엄한 야광을 발한다
새벽 2시. 헤드랜튼을 켜고 산을 오른다. 바람이 거세게 분다. 나무가 없는 산이라 온 몸으로 차가운 바람을 맞는다. 불빛에 의지해 한걸음씩 앞으로 내민다. 팔합목(池田館)에 도착하니,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화장실에 가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 후지산의 산장 화장실은 모두 돈을 받는다. 200엔에서 300엔. 유료지만 줄을 선 사람의 꼬리가 보이지 않는다.
구합목(萬年雪山莊) 근처에서 일출을 봤다. 장쾌한 일출에 얼굴이 홍조를 띤다. 일출을 보는 사람들과 산을 오르는 사람들로 좁은 등산로가 꼼짝을 하지 못한다.
여기는 9.5합목.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정체가 시작된다. 아예 걸음을 뗄 수 없다. 가다가 서다가, 지루한 산행이 계속된다.
드디어 정상. 매점과 식당이 있다. 우체국도 있다. 이곳에서 후지산 정상에 올랐다는 기념 스탬프가 찍힌 엽서 등을 발송할 수 있다.
정말 사람이 많다. 일본인뿐만 아니라 중국인, 한국인, 유럽인, 미국인 등 세계 인종시장같다.
첫댓글 장부장님 후지산 등정성공 을 축하합니다^^^^
와~~너무 멋져요..
저도 아들이랑 가야겠어요^^동건아빠....
늘~행복하게 지내시네요....
띵굴이보다 뽕실이가 좋은데...오랫만입니다 멋진 산행하셨군요...ㅎㅎㅎ
후지산 등산 잘 하고 왔네요,,아고 다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