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문을 열어 올해로 18년째다. 서가에 빼곡하게 책이 꽂혀 있고, 공간이 모자라 곧 쏟아질 듯 ‘책탑’이 쌓여 있기도 하다. 누구든 원하는 책을 편하게 꺼내볼 수 있는 곳. 서울 성균관대 앞에 있는 인문사회과학서점 ‘풀무질’이다. 요즘 보기 드문 인문사회과학 서점을 꾸려가는 주인 은종복 씨는 7년 전 손님을 맞을 때마다 글씨 빼곡한 종이 한 장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저 지나가는 손님이 아니라 사람으로 만나길 원하며 나눠주기 시작한 종이가 책 한 권으로 모였다. 아이를 키우며 겪은 이야기,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잘 읽지 않는 요즘 사람들에 대한 염려, 평화와 인간다움에 대한 고민 등 삶과 사회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책방을 드나들며 이 글을 받아간 단골손님들은 ‘풀무질’과 함께 세월을 살았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놀이터로, 누군가에게는 그저 소비자가 아니라 ‘사람’으로 대접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꿈을 꿀 수 있도록 허락하는 공간으로…. 서점 책의 열에 아홉은 인문사회과학 서적이고, 그중 팔리는 것은 열에 한 권을 넘지 않는다. 수차례 폐점 위기를 넘기고 건물 지하로 장소를 옮기면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서점 ‘풀무질’은 책 속에 나오는 문학평론가 임태훈 씨의 표현대로 “추억이 아니라 현재”다.
‘풀무질, 세상을 벼리다’(은종복·이후)
김수진 기자
첫댓글 성대앞 책방 풀무질 성대 맞은 편에 있다가 성대앞 지하로 옮긴 책방에 가면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끝까지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이즈음 더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