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모스크
메메드 2세는 옛 비잔티움 시장이 있던 세 번째 언덕에 지붕이 있는 초대형 시장을 설립했다. 바로 그 유명한 그랜드 바자르의 시작이다. 또 황금 뿔의 끝부분인 에이움에는 모스크 단지를 조성했다. 674-678년 콘스탄티노플의 포위전에서 전사한 이슬람 기수의 시신이 기적적으로 발견된 곳이었다. 이 후 에이움은 튀르크의 관점에서는 메카와 예루살렘에 버금가는 무슬림 세계의 중요한 성지가 되었으며, 새로운 술탄이 즉위할 때마다 이 무덤 옆에서 오스만의 검을 차고 대관식과 비슷한 의식을 치렀다.
배후지를 충분히 확보한 콘스탄티노플은 오스만 아시아와 오스만 유럽, 혹해와 지중해를 잇는 요충지에 위치한데다 오스만의 평화를 맞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매달 페르시아와 시리아에서 노새와 낙타 2000마리를 끌고 대상 행렬이 찾아 왔으며, 서유럽 상인들에게도 무역이 허용되었다. 특히 궁전에는 전 세계의 사치품이 쏟아져 들어왔다. 동방의 비단과 향료, 북방의 모피와 호박이 항상 흘러넘쳤다.
모스크, 궁전, 시장 사이에는 목조 주택이 즐비한 좁고 구불구불한 시가지가 있어 화재에 매우 취약했다. 그러나 주택은 엉성해도 도시에 식량과 물을 공급하는 체계는 완벽에 가까웠다. 시장의 사정관이나 모든 거래와 제조업을 관리하는 각종 길드가 물가를 엄격히 통제했다. 다뉴브 강에서 나일 강, 크리미아에서 헝가리 평원에 이르는 제국 전역에 걸쳐 복잡한 물자 수급과 공물 수집 체계를 갖춘 덕분에 도시에서는 언제나 풍부한 식량을 값싸게 확보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1577년 발칸에서는 양을 한 마리도 도살하지 않고 전부 콘스탄티노플로 보냈다. 17세기 중반 한 해에 소비하는 양은 700만 마리, 매 달 소비하는 소는 1만 8000마리, 하루에 먹는 빵은 250톤에 달했다. 그 가운데 10분의 1을 궁전에서 소비했다. 매년 선박 2000척이 곡식을 비롯해 갖가지 식량을 싣고 와 황금 뿔 일대의 창고에 하역했다.
도시는 부유할 뿐 아니라 강력했다. 해군 공창에는 혹해와 지중해 동부를 통제하는 함선이 가득했고, 지상에는 유럽 유일의 상비군인 예니체리가 있었다. 토프카프 궁전은 메메트 2세의 치세 말기인 1481년에 완성된 형태를 드러냈다. 토프카프는 정자와 안뜰, 보스포루스가 내려다보이는 나무가 늘 어선정원을 갖추었지만, 요리사, 정원사, 예니체리, 고관을 수용한 석조 야영지와 같았다. 여기에는 또한 오스만의 지배 엘리트를 양성하는 궁전학교도 있었다. 당대 최고의 군주 술탄을 보필하는 데는 정교한 의전이 있어 하인들은 몸짓으로 소통하면서 대체로 엄숙한 침묵을 지켜야했다. 국정은 고관이 담당하므로 술탄은 일상 회의에 참석하기보다는 칸막이 너머로 고관들의 회의내용을 들었다. 외국대사는 시종 두 명에게 양 팔꿈치를 잡힌 상태로 술탄을 알현했다.
한 세기가 지나자 이스탄불의 인구는 50만 명에 이르렀다. 술탄은 대체로 돈에 인색하지 않았으며, 신하에게도 인심을 후하게 쓰라고 권했다. 분수, 다리, 모스크, 학교는 주로 와크프라는 기부금으로 설립했다.
제국의 전성기를 이끈 술레이만 1세는 오스만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건축가를 거느리는 행운을 누렸다. 아나톨리아의 그리스도교 가정 에서 자란 시난은 군대 토목기사로서 경력을 쌓은 뒤 1538년 황궁 건축장으로 임명되었다. 그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는 술레이만 1세가 아내 록셀라나에게 생일 선물로 주는 퀼리예라는 모스크단지의 건축이었다. 그밖에도 시난은 제국 전역에 많은 건축물을 지었다. 85개가 현재 이스탄불에 남아있는데, 그중 22개가 모스크고 1557년에 완공한 세 번째 언덕의 술레이만모스크도 거기에 포함된다. 술탄을 위한 모스크를 건축 하는 동안 시난은 록셀라나를 위해 아름다운 공중목욕탕을 지었다. 또 그는 수도 시설도 재정비했다.
술레이만 1세의 치세는 제국의 전성기였다. 1610년 아메드 3세의 모스크는 내부의 아름다운 타일 장식 때문에 ‘블루 모스크’로 불린다. 이것으로 대규모 건축은 끝나고, 19세기에 들어서서야 술탄들은 보스포루스 연안에 유럽식 궁전을 지었다.
하지만 이스탄불은 여전히 아름다음을 잃지 않았다. 언덕, 정자, 사이프러스 나무, 우뚝 솟은 미나레트와 갈라타 탑, 물 위를 미끄러지는 작고 날씬한 범선 위로 우아하게 솟은 그늘진 도시는 지상낙원을 연상시킬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