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가의 독서법] 이민자 어머니의 이야기
맥신 홍 킹스턴(Maxine Hong Kingston)
<여전사: 유령들과 함께 보낸 소녀시절의 회고록(The Woman Warrior: Memoirs of a Girlhood Among Ghosts) (1976)
맥신 홍 킹스턴은 1976년 출간한 이 놀랍도록 아름다운 책에서 열렬한 시적 문체로 자신의 중국인 가족의 과거 속 유령들을 불러낸다. 민간설화와 가족의 전설, 기억과 꿈을 뒤섞는 이 책은 두 문화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과 그 어느 쪽에도 속할 수 없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어머니한테서 여성의 적절한 사회적 역할에 대해 대단히 모순되는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깊이 인식하게 한다.
킹스턴의 어머니 브레이브 오키드는 전설적인 맹렬 여성 가장이자 “가장 입담이 좋은 사람”이며 유능한 이야기꾼이었다. 또한 쉽게 격해지는 사람이어서, 어머니와의 말다툼은 킹스턴에게 “내 두개골 위 가는 가지”에 퍼지는 “거미 두통”을 남겼다. 브레이브 오키드는 딸이 “시끄럽고, 오리처럼 꽥꽥거리며, 반항하고, 지저분하다”며 질책하고, 그래서 남편을 얻기가 어려울 거라고 말한다.
브레이브 오키드는 딸에게 여자는 자고로 아내나 노예가 되어야 한다고 충고하면서 시누이에 대한 소름 끼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누이는 간통을 저지르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았다. 작은 중국 마을의 이웃 사람들은 시누이를 경멸하며 저주하고 시누이의 집을 부숴버렸다. 시누이는 결국 아기와 함께 우물에 몸을 던졌다. 가족들의 반응도 끔찍했다. “아무한테도 고모가 있었다고 말하지 마라.” 킹스턴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네 아버지는 네 고모 이름도 듣고 싶어하지 않거든. 고모는 태어난 적이 없는 거야.” 킹스턴의 어머니는 여성은 사회의 규칙에 따라야 하고 그러지 않는 여성은 잊히리라는 잔혹한 교훈을 주고 있다.
충격적인 성차별을 보여주는 이 이야기는 킹스턴의 어머니가 들려주는 다른 이야기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킹스턴이 좋아하는 한 가지는 화무란(중국 설화와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여성 장수로 영화 <뮬란>의 모델이 되었다.)의 이야기였다. 이 여성 영웅은 산에서 여러 해 수련해 백호의 도(道)와 용의도를 익혔고, 아버지를 대신해 싸워서 공격당한 마을의 원수를 갚을 수 있었다. 화무란은 <와호장룡>의 뛰어난 무술인이나 <왕좌의 게임>의 거친 여성만큼 치열하고 눈부신 전사이다.
게다가 브레이브 오키드는 여성혐오를 드러내는 옛 속담을 읊어대지만 그 자신의 삶은 여러 면에서 여성의 독립성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브레이브 오키드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고, 의학 학위를 받아 고향 마을로 돌아와서 “화환과 심벌즈로 환영” 받았다. 작은 마을들로 “진료”를 다니며 노인과 병자를 보살피고 침대와 돼지우리에서 태아를 받았다. 1940년 미국에서 남편과 함께하게 된 후에는 아이 여섯을 낳고(모두 마흔다섯 살 이후에 낳았다고 주장했다) 가족이 운영하는 세탁소에서 일했다.
브레이브 오키드의 이야기는 생략되어 있고 모순이 많아서, 킹스턴은 상상력을 이용해 어머니와 고모의 경험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또 자신을 키운 이들의 삶과 그 신화의 맥락 속에 자신의 “미국에서의 일상생활을 위치 지으려” 노력한다. 그 결과 이 책은 브레이브 오키드의 이야기만큼 강렬하고 초현실적이며 감동적이다. 사실, 이것은 온갖 갈등, 대립, 문화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와 딸을 잇는 한 가지 끈이다. 두 사람 모두가 고도의 기교로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