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침 없는 글자, 아버지/김철향
아버지라는 글자에는 받침이 없다
한 번도 받침 위에
편히 앉아 보지 못하고
날 저물도록
빈 들 쓸쓸히 지키고 서있다
여섯 주발 어린 자음(子音)들
속속들이 꿰어차고
잡초 수북한 사랫길 맨발로 걸어간다
검불 한 짐 가득 지고
지게 작대기 장단에 맞추어
언제나 가갸거겨,,,
받침 없는 노래 혼자 부른다
사는 동안
변변한 각운(脚韻)한 번 달아보지 못하고
이 땅
저물도록 지게처럼 서서 산다
받침 없는 글자 아버지는
울음도 반탁음(半濁音)으로 운다
050603/鐵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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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주 감명깊은 시를 읽었습니다. 이미지와 시어들이 이룬 조화 속에서 독자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군요. 추석이 가까워지는 계절에 아버지 생각이 간절합니다.
'아버지'...받침도 없는 글자~ 라고...한번도 받침위에 앉아 본 적이 없다고..그러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베어 나는 듯..."저물도록 지게처럼 서서 산다.."...'아버지' 라는 글자에 대한 설명이 너무 잘 표현한 아른다운 詩예요!~ 감사해요!~